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15
514
거인의 고함은 쿤룬산 일대를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컸다.
“큭!”
“으아악!”
는 그런 거인의 외침에 머리와 귀를 움켜쥐고 쓰러져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르르르르!!!
거인의 외침은 저 멀리 절벽에 쌓여 있던 눈덩이들이 쏟아지게끔 만들 정도였다.
즉, 고함만으로 산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지크는….
주르륵!
두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알림 : 청력이 손상되었습니다!] [알림 : 감각이 3.3퍼센트 무뎌졌습니다!]놀랍게도 거인의 고함은 지크의 청력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위력을 자랑했다.
하기야 소리를 질러 산사태를 일으킬 정도니, 가까이서 듣는 지크의 귀가 멀쩡하긴 불가능했다.
“이, 이 자식 뭐야?”
지크는 으로 이 거대한 거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스쿼치]쿤룬산에 서식하는 전설적인 거인.
빅풋, 예티와는 친척뻘에 해당하는 영장류로서 엄청나게 강하므로 힘으로 부딪히려고 하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존재 구분 : 네임드 중립 생명체
•레벨 : 300
•종족 : 그레이트 킹콩
•클래스 : 스노우 워리어
•특이 사항 : 처치 시 레벨 증가(280레벨 이상 +1레벨)
300레벨을 자랑하는 네임드 중립 생명체 는 사냥에 성공하면 무려 1레벨 증가라는 엄청난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인 모양이었다.
“오오오! 1레벨!”
지크는 그런 를 보고 환호했다.
지크의 현재 레벨은 280.
렙업이 가시밭길인 지금 1레벨이 상승한다는 건 눈이 뒤집히고도 남을 만한 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복덩이 같으니!”
“뀨! 주인 놈아! 지금 좋아할 때냐!”
햄찌가 그런 지크를 향해 호통을 쳤다.
“위험하다! 뀨우! 상황이 안 좋다!”
“그건 나도 알아!”
지크가 햄찌를 향해 소리쳤다.
“그런다고 울 순 없잖아?”
“뀨우?”
“싸우면 되지!”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를 움켜쥐고 를 향해 달려들었다.
잡몹이라고 할 수 있는 들이나 들을 상대하기보다는 일종의 중간 보스인 의 피를 먼저 빼놓고 스킬을 써서 마무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햄찌야! 잡몹들 좀 맡아 줘!”
“알겠다! 뀨우!”
그렇게 지크는 를, 햄찌는 나머지 잡몹들을 맡는 것으로 전투는 전개되었다.
***
‘세 보이니까 조심해야겠어.’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와 함께 어우러졌다.
[우어어어어!!!]는 그런 지크에 맞서 두 주먹을 모아 머리 위로 힘껏 치켜들더니 땅으로 내리찍는, 정말이지 무식하기 짝이 없는 공격을 사용했다.
‘이건 피하기 쉽지.’
지크는 그 공격이 매우 정직하고 뻔한 방향으로 날아오는 걸 보고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그런데.
콰앙!
의 두 주먹이 지크가 없는 맨땅을 찍던 순간.
‘어?’
지크는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당황했다.
그건 느낌이 아니었다.
부웅!
지크의 몸이 붕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락.
콰앙!
지크는 의 공격에 맞지 않았음도 땅바닥에 처박혔다.
의 주먹이 찍은 맨땅이 마치 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되며 매우 강력한 충격파를 발산시켰기 때문이다.
“윽!”
지크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힘이면… 거의 마라넬로랑 맞먹는데?”
물론 마라넬로는 불로불사의 괴물인지라 보다 더 강력할 테지만, 그래도 이 정도 힘이라면 어디 가서 결코 꿇리지 않을 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우어! 우어어! 우어어어!]가 괴성을 내지르며 지크를 향해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피했다간 오히려 내가 당하겠어. 원거리로 승부 보자.’
지크는 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를 내던져 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한편 로 레이저포까지 뿜어내 를 공격하며 생명력을 깎는 데 집중했다.
같은 시각.
“덤벼라! 뀨우!”
햄찌는 의 입구에 버티고 선 채로 무리와 무리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그건 매우 효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햄찌는 벙커를 방패막이 삼아 들의 거미줄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내며 접근해오는 몬스터들을 후려치며 영리하게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몇 분.
“악!”
지크가 의 주먹에 몸을 정통으로 얻어맞는 타격을 입었다.
[우어! 우어어어! 우어어어어어어! 우어!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생명력이 6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의 온몸이 시뻘겋게 물들더니, 엄청난 괴력과 속도를 보여주며 지크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그건 흔히 몬스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패턴이었다.
생명력이 낮아지면서 전투력이 엄청나게 상승하기에, 제아무리 지크라도 유효타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햄찌가 지크를 향해 소리치던 순간.
부웅!
가 하늘 높이 점프하더니 쓰러진 지크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쓰러진 지크를 덮치려는 것이다.
“뀨! 주인 놈아! 햄찌가 도와준다!”
햄찌는 혹시나 지크가 크게 다치거나 죽을까 싶어 재빨리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가, 같이 죽을 순 없다!”
의 대장인 엘리엇이 의 버튼을 눌러 축소시키고 그걸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용암 지대가 있는 쪽으로 호다닥! 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뀨우?!”
햄찌는 그런 엘리엇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순간 당황해서 지크가 위기에 빠진 것조차 까먹고 말았다.
지크가 전투에서 조금 불리하게 보이자마자 를 훔쳐 달아날 줄이야….
통수도 이런 통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대장!”
“대, 대장님!”
“저 개 같은 새끼!”
는 그런 엘리엇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당해하거나 분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장인 엘리엇이 지크와 햄찌뿐 아니라 까지 송두리째 버리고 나 혼자 살자고 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콰앙!
하늘 높이 뛰어올랐던 가 떨어져 내려 지크가 있던 자리를 아예 초토화시키다 못해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 내었다.
“뀨?!”
햄찌는 그제야 지크가 있던 방향을 돌아보았다.
만약 저 한복판에 지크가 있었다면?
“주, 주인 놈아? 빈대떡 된 거냐???”
햄찌가 서둘러 지크를 구해주기 위해 달리던 때였다.
“저거 내가 저럴 줄 알았어.”
지크가 의 뒤편에서 나타나며 도망치는 엘리엇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지크는 유효타를 맞긴 했지만 의 회심의 한 방은 피해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피한 거냐!”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 등 뒤를 향해 달리며 소리쳤다.
“얘부터 끝내고 보자.”
지크는 그와 동시에 스킬을 시전해 광분 상태의 를 안에 가두고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
지크는 곧바로 모든 디버프 필드를 깔고 스킬을 준비했다.
[우어어어어어어!!!]는 괴성을 내지르며 좁은 안에서 지크를 뭉개 버리려고 했지만, 그건 어림없는 일이었다.
덩치가 크다?
그렇다는 말은 때릴 곳이 많다는 뜻.
“그만 소리 지르고 좀 죽어라.”
지크는 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는 한편 허벅지를 밟고 뛰어올랐다.
우우웅!!!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최강의 딜 스킬인 을 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퍼엉!
이 대폭발을 일으키며 의 복부에 정통으로 틀어박혔고.
기우뚱!
무려 10미터에 달하는 의 몸통이 뒤로 넘어가며 의 벽면에 부딪혔다.
와르르!
뒤이어 역시도 무너졌다.
쓰러진 의 복부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런 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300레벨의 몬스터인 조차 의 위력 앞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 281레벨 달성!]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며 레벨이 올랐다.
“굿!”
지크는 레벨이 오른 걸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큭….”
지크는 저 멀리 엘리엇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뀨! 주인 놈아! 그 자식 도망쳤다! 뀨우! 주인 놈 통수 쳤다!”
“그러게.”
지크가 주변을 돌아보며 대꾸했다.
주변에는 무리만이 남아 지크와 햄찌, 그리고 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른 정리하고 저 자식 잡으러 가자.”
“알겠다! 뀨우!”
지크와 햄찌는 그 즉시 몸을 날려 남은 무리들을 섬멸하기 시작했다.
***
“헉! 헉헉! 헉!”
엘리엇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속도로 눈보라를 뚫고 내달렸다.
그런 엘리엇의 뒤를 쫓는 건 지크가 아닌 들이었다.
[어딜 가?] [같이… 가야지….] [흐… 네놈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들의 표적은 오직 엘리엇뿐이었다.
사실 들은 그동안 엘리엇과 함께 쿤룬산 등반에 도전했던 등반가들이 망령이 된 존재들이었다.
[네놈의 비열한 짓거리를… 죽어서도 잊지 못한다….] [네놈만은 데려갈 것이다… 네놈만은….]들은 집요하게 엘리엇을 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화륵! 화르르륵!
어느새 엘리엇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구간을 넘어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리는 용암 지대에 진입한 뒤였기 때문이다.
“멍청한 놈들.”
엘리엇이 자신을 더 쫓아오지 못하는 들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그렇게 억울했나? 망령이 되어 나를 따라올 만큼? 그러게 똑똑하게 행동했어야지. 큭큭!”
들은 그런 엘리엇을 향해 으르렁거렸지만, 용암 지대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다.
[네놈의 그 비열한….] [그렇게도 혼자 살아남고 싶었나?] [추악한 놈….]들은 그들이 살아생전 엘리엇이 저질렀던 비열한 행위들을 떠올리며 분노했다.
쿤룬산 등반에 여덟 번이나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
그건 엘리엇이 유능한 등반가여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결정적인 순간 나 혼자 살겠다고 대원들을 버리거나, 식량이 떨어지면 같이 있던 대원을 죽이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 등반을 계속해왔다.
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쿤룬산 등반에 성공한 등반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미쳐버린 엘리엇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었다.
“크흐흐! 계속 거기서 썩어라, 이 망령들아. 나는 쿤룬산 등반에 성공한 최초의 등반가가 되어 위대한 명예를 거머쥘….”
바로 그때였다.
“……!”
엘리엇은 순간 자신의 몸이 용암 지대에서 벗어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쪽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건 느낌이 아니었다.
“뭐, 뭐야!”
엘리엇은 알 수 없는 힘에 자신의 몸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지역 쪽으로 끌려가는 걸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들이 있는 바로 그 방향으로 말이다.
들은 그런 엘리엇을 매우 반갑게 반겨주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으윽! 내, 내 몸이….”
엘리엇은 어떻게든 이 알 수 없는 힘에 저항해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들의 사이.
슈우우우!
지크가 손바닥을 활짝 펼친 채 엘리엇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무왕 레오니드의 타격계 비기인 는 마치 블랙홀처럼 적을 강한 흡입력으로 끌어당긴 뒤 때리는 기술!
엘리엇이 그 의 흡입력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아,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엘리엇이 비명을 지르며 지크와 들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