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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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의 흡입력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 결과.
덥석!
엘리엇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크에게 목을 잡히고 말았다.
원래 같았으면 강력한 펀치가 날아가야 정상이었지만, 지크는 굳이 엘리엇을 때리지 않았다.
왜?
로 엘리엇의 죽빵을 쳤다간 머리통이 통째로 터져버릴 테니까!
“컥! 커헉!”
“니가 내 통수를 쳐?”
“컥! 저, 전하! 커허헉! 오, 오해… 커헉!”
“이게 누굴 바보로 아나.”
지크는 냉소를 지으며 엘리엇의 목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너 실수한 거다! 뀨우! 주인 놈은 통수를 치는 사람이지 맞는 사람 아니다! 뀨우! 너 이제 죽었다!”
햄찌가 엘리엇을 향해 이죽거렸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쓰레기 새끼!”
“어쩐지 매번 살아 돌아오더라니.”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이 개 같은 놈!”
는 엘리엇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으르렁거렸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장이라는 작자가 대원들을 버리고 나 혼자 살겠다며 도망쳤으니 욕을 바가지로 먹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엘리엇에게 있어 더욱 불행한 사실은 지크와 햄찌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역시도 아니었다.
엘리엇의 가장 큰 적은 들이었다.
[네놈을… 데려가겠다.] [죗값을 치루어라… 비열한 자여….] [이 억울함을… 네놈을 죽여서 풀도록 하겠다….]들은 지난 일곱 번의 원정에서 엘리엇의 비열한 행동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던 등반대원들이었기에, 그 원한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양보해주고 싶네.’
지크는 그런 들에게 엘리엇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통수를 맞았던 게 화가 나서 직접 엘리엇의 뚝배기를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쩌지….’
고민하던 중.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성불]들이 억울함을 풀고 성불할 수 있도록, 그들이 의 대장 엘리엇을 처치할 수 있게 양보하라.
•진행률 : 0%(0/1)
•보상 : 스킬 업그레이드
•주의 사항 :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이 엘리엇을 처치해야 합니다.
‘응? 스킬 업그레이드?’
보상의 내용이 굉장히 특이했다.
무슨 아이템을 주는 것도 아니고 스킬이 업그레이드된다니?
‘뭐가 업그레이드된다는 거야?’
지크는 퀘스트창에 정확히 어떤 스킬이 강화되는지 적혀 있지 않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스킬은 강화되는 게 무조건 좋다는 거였다.
그래서 지크는 엘리엇을 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내가 직접 처리하려고 했는데, 선약이 돼 있네?”
지크가 엘리엇을 향해 이죽거렸다.
“서, 선약… 커헉! 말씀이십니까?”
“나보다 쟤네가 너를 더 원하는 거 같아서.”
“히익?!”
“너 인기 많다?”
“저, 전하! 제발! 전하! 살려 주십시오! 전하! 그것만은 안 됩니다! 제발!”
엘리엇은 있는 대로 몸부림을 치며 지크에게 애걸복걸했다.
하지만 지크는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응 소용없어. 안 바꿔 줘. 빨리 가.”
“전하! 으악! 으아아아아악!”
“부럽다, 야. 인기도 많고. 흐흐.”
“으아아아아아아악! 가! 저리 가! 가라고! 이 새끼들아! 으악! 살려 주십시오! 전하! 으아아아아악!”
“자! 신병 받아라!”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 시절 추억을 되살리며 들에게 발악하는 엘리엇을 휙! 하고 집어던졌다.
[우리의 원한을 받아라….] [갈기갈기 찢어주마….] [용서치 않을 것이다!]들은 마치 사육사가 먹잇감을 던져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맹수들처럼 일제히 엘리엇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진짜로 엘리엇을 산 채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후드득!
시뻘건 피가 눈 쌓인 설원에 방울방울 튀어 오르고.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엘리엇의 비명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칼바람 소리에 섞여 들었다.
“어우야.”
지크는 그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으적! 으적적!
찍! 찌이익!
우드득!
그런 지크의 귓가에 피부와 근육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소리들이 파고들었다.
그건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햄찌와 역시도 그 끔찍한 광경에 고개를 돌린 채 귀를 막을 정도였으니까.
***
그로부터 5분 후.
지크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던 소리들이 잦아들자 고개를 돌렸다.
“…진짜 찢어놨네.”
지크는 한때 엘리엇이란 인간의 것이었던 고기 조각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눈 덮인 설원은 온통 피바다에 인간의 육체 조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서 정말이지 보기 흉할 지경이었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그때,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제 스킬이 강화되는 건가?”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전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한을 풀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하.]들이 피를 뚝뚝 흘리며 지크를 향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그런 들의 등 뒤에는 성불을 뜻하는 이펙트인 동그란 후광이 서려 반짝이고 있었다.
[전하.]들의 우두머리가 지크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희가 드릴 것은 없사오나, 성불하기 전에 저희가 망령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쿤룬산의 어두운 정기를 드리겠사옵니다.]“으응?”
[저희의 조그마한 답례이니 부디 전하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옵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로부터 어둠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지크에게 스며들었다.
[알림 : 를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암속성 에너지가 강화되었습니다!] [알림 :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그러자 강화된 스킬에 대한 설명이 지크의 눈앞에 떠올랐다.
[그림자 지옥]적들의 이동 속도, 캐스팅 속도, 공격 속도를 크게 낮추는 슬로우 필드를 생성합니다.
이때 들이 등장해 적들과 함께 싸워줍니다.
들은 이 계속되는 동안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죽으면 더 강해져서 부활합니다.
스킬 업그레이드는 을 으로 바꿈과 동시에 기존의 그림자들을 들로 바꾸어 놓았다.
즉, 슬로우 효과는 그대로지만 그림자보다 더 강하고 끈질기며 죽여도 더 강해져서 부활하는 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오?”
지크는 강화된 에 만족했다.
“적들이 더 고전하겠는데?”
지금 만 해도 그림자들이 적들을 방해하면서 각종 서브 미션 기술들을 활용하기에 어지간히 골치 아픈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들로 업그레이드된 이상, 적들은 더더욱 고전할 게 분명했다.
슬로우 효과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죽여도 더 강해져서 부활하는 들이 끈질기게 괴롭히니 더욱 귀찮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 새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디버프 마스터의 고유 스킬이 아닌, 일반 스킬도 하나 생겼다.
[어둠의 부름]를 불러냅니다.
들은 밝은 곳에서는 불러낼 수 없지만, 굉장히 유용한 유닛입니다.
당신은 들을 통해 정찰을 실시할 수도 있으며, 적들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들은 당신의 레벨에 따라 성장하며 추후 업그레이드 역시 가능합니다.
은 들을 불러내는 일종의 소환 스킬이었다.
낮에는 불러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굉장히 유용해 보이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디 써먹을 곳이 있겠지.”
지크는 굳이 스킬을 사용해 들을 불러보지는 않았다.
직접 때려 부수는 걸 좋아하는 지크의 취향상 소환 계열 스킬은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하, 저희는 갑니다.]들의 우두머리가 지크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이제 가 아니었다.
희뿌연 빛깔을 가진 평범한 망령이었을 뿐….
[영면을 선물해주신 전하께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전하, 감사합니다.]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전하, 정말로 고맙습니다.]그렇게 에서 평범한 망령으로 돌아온 등반가들은 지크에게 예를 올린 후 스르륵! 하고 사라져 버렸다.
말 그대로 성불.
엘리엇을 죽임으로써 한이 풀어진 등반가들은 비로소 지박령에서 벗어나 저세상으로 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편히 쉬시기를.”
지크는 그런 망령들의 명복을 빌어준 뒤 엘리엇이 떨군 아이템-이동식 벙커를 포함해서-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
“여기서부터는 저만 가겠습니다.”
지크는 용암 지대에 진입하자마자 를 돌아보며 선을 그었다.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지켜줄 자신이 없거든요. 목숨은 소중하잖아요?”
는 그런 지크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용암 지대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인데, 억지로 더 나아갔다가는 죽은 목숨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장인 엘리엇이 뒈진 이상 굳이 목숨을 걸고 까지 갈 이유도 없었다.
“기다리겠습니다.”
엘리엇을 대신해 등반대의 대장을 맡게 된 기사가 지크에게 말했다.
“대신에 하산하실 때 저희를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건 딱히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전하.”
“여기서 벙커 놓고 갈 테니까 기다리시죠.”
지크는 가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를 설치해준 뒤 곧바로 길을 나섰다.
현재 지점에서 저 멀리 보이는 까지는 약 1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기에 굳이 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서 할 수 있었던 배려였다.
그렇게 를 뒤로하고 용암 지대를 통과하게 된 지크.
그런 지크를 기다리고 있던 건 매우 강력한 화속성 토착종들이었다.
예컨대 와 나 처럼 매우 강력한 중립 생명체들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륵! 화르륵!
용암 지대에 고인 용암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 화염은 지크가 착용한 방어구의 내구도를 조금씩 떨어뜨렸다.
의 산성 독액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1초에 0.001퍼센트씩 적게나마 끊임없이 내구도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통과해야겠는데?”
“그렇다! 뀨우! 햄찌 털 다 타겠다! 이러다 주인 놈 머리도 홀라당 타버린다! 대머리 되는 거다!”
“대, 대머리? 안 돼!”
“그럼 빨리 가자! 뀨우!”
“그래!”
지크는 대머리가 되지 않기 위해 저 앞에 화속성 중립 생명체들을 바라보며 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 […….] […….]중립 생명체들은 지크가 막상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소 닭 보듯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고나 할까?
“얘, 얘네 뭐야? 왜 공격 안 해?”
“뀨우?”
“얘네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냐?”
“잘 모르겠다! 뀨우!”
화속성 중립 생명체들은 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붙어 있었음에도 지크와 햄찌를 공격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