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24
523
“……!”
괴도 팬텀은 정말로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다.
실제로, 괴도 팬텀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멎었다.
왜?
분명히 따돌렸다고 생각한 가 역시나 그 뺀질뺀질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잠깐 멈추었던 괴도 팬텀의 심장은 다시 미친 듯 뛰며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쿵쾅쿵쾅쿵쾅쿵쾅!!!
오죽 심장 박동이 거셌으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지크의 귀에까지 그 소리가 들렸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그런 괴도 팬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역시나 의문이었다.
철두철미하게 탈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절대로 쫓아오지 못할 루트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쫓아온 거야?”
“꼬리를 붙였지.”
“꼬리?”
“옆을 봐.”
지크가 괴도 팬텀의 바로 옆을 가리켰다.
스르륵!
그러자 가 홀연히 나타나 괴도 팬텀의 곁을 맴돌았다.
즉, 지크는 를 괴도 팬텀에게 붙임으로써 끝까지 추적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술래잡기는 그만할까?”
지크가 그만두라는 듯 넌지시 말했다.
“아, 그 전에 옷부터 좀 여미고.”
“응?”
“좀 민망해서.”
괴도 팬텀은 지크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 나서야 자신이 전신 타이즈의 앞쪽 지퍼를 거의 복부까지 내리던 중이라는 걸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활짝 열린 전신 타이즈 사이에는 괴도 팬텀의 볼륨감 넘치는….
그로부터 정확히 1초 후.
“눈 돌려!!! 이 변태 자식아!!!”
괴도 팬텀이 사자후를 터뜨리며 황급히 타이즈의 지퍼를 올렸다.
“이 뺀질뺀질한 변태 자식!!! 어딜 봐!!! 어딜 보는 거야!!!”
“뭐? 뺀질한 변태? 보라 그래도 안 보고 싶거든?”
“거짓말하지 마!!! 이걸 누가 안 보고 싶어 해!!! 이렇게 예쁘고 탐스럽….”
그 순간.
‘아차!’
괴도 팬텀은 에게 자기도 모르게 나르시스트적인 면을 말해 버렸다는 걸 깨닫고 말문이 막혔다.
“와. 자뻑 보소.”
지크가 그런 괴도 팬텀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거 자뻑이 너무 심한 거 아뇨?”
“뭐? 자, 자뻑?”
“세상에 미녀가 한둘도 아닌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데?”
“이 자식이 진짜!”
“진짜 보여줘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괜한 헛소리는 이쯤에서 집어치우고 갑시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괴도 팬텀을 향해 수갑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철컹철컹 은팔찌 찰 시간이라고.”
“누가 네놈 따위에게 잡힐 것 같아? 흥!”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도 팬텀이 두 주먹을 움켜쥐고 지크를 향해 각종 격투 기술을 퍼붓기 시작했다.
***
괴도 팬텀은 매우 강했다.
[셀레나 두브로브나]현재 도둑질 업계 1위의 실적과 명성을 기록 중인 도둑계의 전설 괴도 팬텀이다.
•존재구분 : 네임드 NPC
•레벨 : 299
•클래스 : 레전더리 시프
•소속 : 없음
•특이 사항 :
– 이 NPC는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아공간 인벤토리도 털 수 있습니다.
괴도 팬텀은 299레벨.
마스터의 경지를 코앞에 둔 상태로, 엄청나게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괴도 팬텀의 공격 앞에서도 차분했다.
‘약해.’
지크는 괴도 팬텀으로부터 그 어떤 위협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클래스의 특성상 괴도 팬텀은 전투보다는 도둑질 위주의 스킬 구성과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다.
즉, 도둑질을 뺀 순수 전투력은 다른 전투 계열 클래스들의 299레벨과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 각자의 장기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299레벨의 마법사가 299레벨의 기사를 근접 전투에서 이기기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괴도 팬텀의 주특기는 손과 발을 이용한 타격계 기술들이 대부분.
그렇다면?
‘쉽지.’
무왕 레오니드로부터 격투술과 그래플링 기술을 배운 지크에게 괴도 팬텀의 공격은 애들 장난에 불과한 수준이란 얘기였다.
탁, 타닥!
지크는 괴도 팬텀의 공격을 모조리 쳐내는 한편 은근슬쩍 빈틈을 노리고 주먹을 찔러 넣었다.
퍽!
그러자 지크의 주먹이 괴도 팬텀의 옆구리를 때렸다.
“헉!”
괴도 팬텀은 순간 옆구리로부터 전해져 오는 충격에 숨을 크게 들이마셔야만 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콰직!
지크가 괴도 팬텀의 팔을 붙잡고 선 채로 그래플링 기술을 시전해 팔을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
덕분에 괴도 팬텀은 너무 아파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지크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움직이지 마.”
지크가 뒤에서 괴도 팬텀의 팔을 꺾은 채 경고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팔이 부러질걸.”
“으윽!”
“관절이 부러져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꼴 보기 싫으면, 수갑이나 차자.”
“마, 말도 안 돼.”
괴도 팬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떻게 너 같은 뺀질뺀질한 놈에게 내가….”
“자꾸 선 넘네? 말 함부로 하는 게 취미이신가?”
“너 따위한테….”
“……?”
“너 따위한테 붙잡힐 순 없어!!!”
바로 그때.
으드득!
괴도 팬텀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순간적으로 몸을 틀었다.
으드득!!!
그러자 지크에게 붙잡혀 있던 괴도 팬텀의 팔은 기괴한 각도로 꺾여버리고 말았다.
괴도 팬텀은 지크에게 붙잡히느니 차라리 팔이 부러지는 걸 무릅쓰고 반격하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크윽! 너 같은 건 한 손으로도 충분해!”
“두 손으로도 못 이겼는데?”
“닥쳐!”
괴도 팬텀은 굴하지 않고 오직 한 손만으로 지크에게 맹공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지크의 말처럼 두 손으로도 안 됐는데, 한 팔이 부러져버린 이상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쒜에엑!
오죽하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룰을 깨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단검을 휘두르기까지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달라지지 않았다.
30초 후.
콰직!
지크가 무릎으로 괴도 팬텀의 등을 찍어 눌러 바닥에 처박음으로써, 싸움은 끝났다.
“놔… 이거 놔!!!”
“자 은팔찌 들어갑니다.”
“놔! 놓으라고! 이 변태 자식아! 난 글래머라서 엎드리면 아프단 말이야!”
“모든 일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죠.”
지크는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인정사정없이 괴도 팬텀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다리에도 족쇄를 채워버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왜 나는 뭐만 하면 변태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어째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데 파렴치한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지….
***
체포가 완료된 후.
“이거 물어.”
지크가 괴도 팬텀에게 천 뭉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이런 더러운 천 뭉치를 왜 나한테 주는 건데?”
“좀 아플 거거든.”
“뭐?”
“일단 물고.”
“읍! 읍읍!”
지크는 괴도 팬텀의 입에 더럽기 짝이 없는 천 뭉치-사실 객실을 청소하는 시녀가 흘리고 간 걸레였다-를 강제로 물리고는 부러진 팔을 움켜잡았다.
그런 뒤 힘을 줘 강제로 부러진 팔을 끼워 맞췄다.
“……!”
그 고통에 괴도 팬텀의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었고, 땀은 줄줄 흘렀으며, 눈은 당장에라도 튀어나오기 직전이 되었다.
반대로 부러진 뼈를 힘으로 끼워 맞추니 그 고통이야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아.”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몬스터의 혈액을 추출할 때 쓰는 주사기를 꺼내 보드카를 부어 소독한 후 그 안에 포션을 담았다.
푸욱!
그리고는 끼워 맞춘 괴도 팬텀의 팔꿈치에 거의 빨대만 한 크기의 바늘을 가진 주사기를 꽂고 포션을 주입해 주었다.
‘차, 차라리 그냥 죽여! 죽이라고! 이 망할 자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도 팬텀은 지크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치료-하지만 효율적인-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부러진 팔을 힘으로 끼워 맞추고, 또 무식하게 큰 바늘로 찔러 포션을 주입할 줄이야….
분명 효과적인 치료법이긴 했지만, 어째서일까?
일부러 더 아프라고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쓴 것 같은 의심이 드는 건?
사실 그런 괴도 팬텀의 의심은 정확했다.
‘흐흐? 아프지? 그러니까 입조심했어야지.’
지크는 괴도 팬텀을 치료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니 니 하는 폭언에 대한 복수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차례 고통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 좀 낫지?”
지크가 괴도 팬텀의 입에 물렸던 천 뭉치를 꺼내주며 물었다.
“너 이 자식….”
“죽기 전에 몸이라도 좀 편해야지 않겠어?”
“뭐?”
“아, 왜 그래. 아마추어처럼.”
지크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괴도 팬텀을 향해 핀잔을 주었다.
“슈트카르트 황제의 개인 소장품을 대놓고 훔쳤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 그건….”
“황제의 개인 소장품을 훔친다는 건 황권에 대한 도전이지. 넌 처형이야. 교수형이면 다행이고, 재수 없으면 화형이겠지. 좀 더 재수가 없다면 말에 사지가 묶여서… 어우야.”
지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닌데?”
“놀리는 게 아니라고?”
“사실을 말했을 뿐.”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슈트카르트 황제의 소장품을 훔치다 잡혔으면 당연한 거 아냐?”
“그건….”
괴도 팬텀이 말끝을 흐렸다.
“유서를 써두고 싶으면, 미리 써두는 게 좋을 거야.”
지크가 괴도 팬텀에게 말했다.
“그 전에 카이텔 후작을 어디다 감금해 놨는지부터 말하고.”
“그건 말 못해.”
“왜?”
“카이텔 후작을 살리고 싶으면 날 풀어줘. 만약 카이텔 후작이 없으면 너는 그 그림에 대해….”
“죽이든가.”
“뭐?”
괴도 팬텀은 지크가 너무나도 냉혹하고 단호하게 나오자 그만 당황해 버리고 말았다.
그저 실력 좋은 뺀질이인 줄 알았던 지크의 입에서 죽여 버리란 소리가 저렇게 쉽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카이텔 후작? 내가 필요한 건 카이텔 후작이 데리고 있던 인력들이지, 카이텔 후작 자체가 아냐.”
“…….”
“죽이든지 말든지, 그건 알아서 해. 나한테 얄팍한 거래 따위, 안 통하니까 그렇게 알고.”
“…보기와는 많이 다르네.”
“치료 좀 더 해줘?”
“아, 아니.”
“죽기 전에 괜히 고통 더 받지 말자?”
지크가 그렇게 말할 때.
똑똑!
누군가 객실 문을 두드렸다.
“전하, 신 오스칼이옵니다.”
“들어오세요.”
“신 오스칼이 전하를 뵙습니다.”
오스칼이 지크에게 예를 올린 후 축하를 해주었다.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괴도 팬텀을 체포하셨사옵니다.”
“별말씀을요.”
“괴도 팬텀은 어찌하실 예정이시옵니까?”
“일단은 데리고 가서 란돌 공작님한테 넘겨드려야죠.”
“그럼 소신이 전하를 대신해 괴도 팬텀을 란돌 공작에게 넘기겠사옵니다.”
“그러면 저야 편하죠.”
지크와 오스칼이 사건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자, 잠깐!”
괴도 팬텀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발! 날 마우레키온 제국에 넘기지 마! 제발!”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지크가 그런 괴도 팬텀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그럴 각오쯤은 한 거 아냐?”
“제발 부탁이야. 살려줘.”
“그건 좀….”
“내 보물 창고! 너에게 줄게!”
그 순간.
“오스칼 경.”
“예, 전하.”
“심문하세요.”
지크는 즉시 오스칼에게 을 뽑게 해서 괴도 팬텀의 비밀 창고들의 위치와 비밀번호를 순식간에 알아내 버렸다.
또한, 카이텔 후작이 갇혀 있는 위치와 악귀의 초상화의 행방까지도.
“마, 말도 안 돼….”
괴도 팬텀은 에 의해 자신이 아는 사실을 모두 불게 되자 그만 넋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괴도 팬텀으로서 그간 훔쳐온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물들….
당장에 작은 나라 하나를 세우고도 남을 보물들의 위치를 순식간에 불어 버렸으니 허탈함을 느끼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내가 왜 널 도망치게 내버려 뒀는지 알아?”
지크가 그런 괴도 팬텀을 향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기서 잡아버리면 니가 그간 훔친 보물들을 나 혼자 먹기가 애매해지거든. 그래서 도망치게 내버려 뒀지. 대놓고 널 심문할 수 없으니까 장소를 자연스럽게 옮기게끔 말야.”
바로 그 순간.
오싹!
괴도 팬텀은 그제야 뺀질이에 변태라고 생각하던 애송이가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 있었음을 깨닫고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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