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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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랜스는 지크의 가슴팍을 꿰뚫을 수 없었다.
퍼엉!
왜냐하면, 저 멀리서 날아온 포탄 한 발이 의 등짝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 [……!] [……!]때아닌 포격에 언데드 몬스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 위로 향했다.
어느새 동이 터오며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한 하늘 위에는, 거의 수백여 척에 달하는 비행선들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이, 이 무슨….]은 포탄에 맞아 등짝이 걸레짝이 된 상황에서도 하늘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비행선들이 머리 위를 날고 있단 말인가?
기동성이 좋고 공중전에 능한 편대는 어디로 가고?
총 120마리로 구성된 10개 편대면 비행선이 아무리 많아도 공중을 제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
의 기동성이란 느려터진 비행선을 철저히 유린하고, 또 농락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의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풀리게 되었다.
[히이이이이이이이이잉!] [히이이이이이이잉!] [푸릉! 푸르릉!]날개 달린 말인 천마 페가수스를 탄 엘프 기사들이 갑작스레 나타난 비행 함대의 주위를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프 왕국 엘론델의 비행 기사단.
그들이라면 10개 편대, 아니 50개 편대를 순식간에 전멸시키는 게 가능했다.
[대공포, 대공포를 쏴라!]은 지크를 끝장내는 걸 까맣게 잊은 채 황급히 대공포로 공중에 뜬 비행선들을 요격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3번 대공포가 이미 파괴되었습니다!] [11번 대공포도 파괴입니다!] [2번 대공포도….]성벽 위에 배치되어 있던 대공포들은 이미 제 기능을 하는 게 불가능해져 버린 뒤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던가?
지크와 100인의 게이머들은 밤새 를 무대로 싸우며 야금야금 대공포들을 파괴해왔다.
각자 흩어져 싸우면서, 마치 전투 중 우연치 않게 파괴한 것처럼 보이게끔 대공포를 파괴했던 것이다.
왜?
대놓고 파괴하면 작전이 들킬 테니까.
만약 처음부터 대공포를 노렸다면, 적들이 대규모 공습을 예상하고 대응할 게 뻔한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지크와 100인의 게이머들은 일부러 시가전을 벌이며 연막작전을 펼쳤고, 덕분에 거의 모든 대공포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어이, 대가리 없는 놈.”
지크가 어느새 몸을 일으켜 을 향해 이죽거렸다.
[…뭣이?]“폭탄 받아라.”
[폭… 탄?]“위를 보시지.”
은 지크가 비열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 위를 가리키자 머리도 없는 주제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의 머리, 아니 의 하늘 위에는….
슈우우우우우-!!!
연합군 병사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은 있지도 않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비행선에서 뛰어내리는 연합군 병사들은 낙하산 같은 걸 메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날개가 달려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연합군 소속 병사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를 움켜쥔 채 맨몸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몇 초 뒤엔 맨땅에 처박혀 죽을 텐데도….
[단체로 자살이라도 하려는가?]은 줄 없는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연합군 병사들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완전히 미친놈들이로군.]“미친놈들이긴 하지.”
[……?]“내 말 하나 믿고 맨몸으로 비행선 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니까.”
[어리석은….]“어리석은 건 니들이지.”
[누가 누구에게 어리석다는 건지 모르겠군.]“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랬겠냐?”
“하나, 둘….”
지크는 에게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숫자를 세었다.
“셋.”
바로 그 순간.
번쩍!
눈부신 섬광과 함께 이 거대한 대도시인 전체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의 광범위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
사실 언데드란 존재들은 미적으로 혐오스럽고 끔찍해서 그렇지, 꽤 장점이 많은 종족이었다.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언데드들이 갖는 특징은 대체로 비슷하기 마련이었다.
언데드는 지치지 않는다.
언데드는 먹고 마시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잠들지도 않는다.
생체 활동이 완전히 멈춰버린 종의 특성상 언데드들은 회복을 위한 수면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 하나인 데스포그는 꼭두새벽에도 잠들지 않고 있었고, 에서 벌어진 일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을 수 있었다.
“뭐라? 데스파시토 영지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그러하옵니다!”
“이게 말이 되나? 놈들이 무슨 수로….”
“쳐들어왔던 모험가들이 대공포를 파괴하는 바람에, 이어진 대규모 공습을 전혀 대응할 수가 없었다고 하옵니다.”
“이런 빌어먹을!”
데스포그가 쾅! 하고 옥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밤새도록 그깟 모험가 100명을 정리하지 못해서 대공포를 모조리 잃었다고?!”
“예, 전하….”
“본 와이번 편대는? 공군은 무얼 했는가! 공군은!”
“엘프라는 종족들의 왕국인 엘론델에서 페가수스를 탄 기사들이 본 와이번 편대를 전멸시켜서….”
“뭣이?”
데스포그의 눈이 희번덕거릴 때였다.
“전하! 데스파시토 영지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하옵니다!”
“연합군이 아군을 상대로 엄청나게 선전하고 있사옵니다!”
좋지 않은 보고가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유령 기사단을, 유령 기사단을 급파하라! 어서!”
데스포그는 급한 김에 불사 왕국의 정예라는 을 에 파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한편 리치에게 물었다.
“그리고 놈들의 지휘관이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내라. 알겠는가?”
“예, 전하.”
“빌어먹을 연합군 놈들 같으니! 감히 이따위 잔머리를 굴리다니….”
데스포그가 으르렁거렸다.
“놈들의 지휘관을 반드시 사로잡아서 뇌수를 뽑아먹을 것이다. 반드시.”
데스포그는 연합군 측 지휘관, 즉 총사령관인 지크를 잡아 조질 생각을 하며 애써 분노를 가라앉혔다.
***
우웅!
거대한 마법진이 전체를 감싸던 순간.
추락하던 연합군 병사들의 갑옷에 새겨진 룬 문자가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뿐, 사뿐!
비행선에서 뛰어내렸던 연합군 병사들이 하나둘 지면에 착지했다.
추락?
그런 건 없었다.
갑옷에 새겨진 룬 문자가 반중력 주문을 일으켜 떨어져 내리던 연합군 병사들을 마치 1미터 높이에서 점프라도 한 것처럼 가뿐히 착지하게끔 만들어 주었으니까.
“들어는 봤냐?”
지크가 을 향해 이죽거리며 말했다.
“폭탄 드랍이라고?”
[폭탄… 드랍….]“그리고 넌 이제 죽었어.”
[……?]“여보!”
지크가 의 등 뒤를 향해 소리쳤다.
[히이이이이이잉-!!!]그러자 브륜힐트가 천마 히페리온을 이끌고 빠르게 급강하해 지크의 옆으로 다가왔다.
“여보! 괜찮아요?”
브륜힐트가 재빨리 히페리온에서 내려 지크를 부축했다.
“여보… 힝….”
지크가 호다닥! 하고 브륜힐트의 품에 안겼다.
“쟤가 나 때렸어요!”
“여보를요?!”
“응!”
“막 이렇게, 이렇게 때렸어요!”
은 지크가 애처럼 칭얼거리자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발휘하던 애송이가 저렇듯 칭얼댈 줄이야….
그러나 그 뒤에 벌어진 일은 결코 황당하지 않았다.
“니가.”
브륜힐트가 지크를 달래주며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우리 여보 이렇게 만들었어?”
[음. 그, 그건….]은 브륜힐트로부터 뿜어지는 엄청난 에너지에 자기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브륜힐트는 엄청난 강자였다.
299레벨.
에 가로막혀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채 멈추어 있는 상태지만, 브륜힐트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그것도 오랜 시간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온 진짜배기 검객인 것이다.
그런 브륜힐트가 를 움켜쥔 채 분노했다?
그 전투력이란 정말이지….
“먼지로 돌아가.”
그렇게 말한 브륜힐트가 를 움켜쥐고 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이 황급히 자신의 랜스를 들어 그런 브륜힐트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화가 난 브륜힐트의 공격에 실린 힘이 을 완전히 찍어 누르고도 남을 만큼 가히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콰앙!
은 브륜힐트와의 단 한 번의 충돌로 인해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 휘청거림은 에게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서걱!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을 머금은 가 의 몸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예 두 동강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털썩!
그렇게 지크를 죽음까지 몰아붙였던 고레벨 언데드 몬스터인 은 화가 난 브륜힐트의 검에 두 동강이 나 쓰러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보! 쟤도 나 때렸어요! 쟤도! 쟤도! 쟤네들이 다 나 괴롭혔어요!”
지크는 을 따르던 고레벨 들 역시도 가리키며 울먹였다.
“여보, 이제 괜찮아요. 제가 다 혼내줄게요.”
브륜힐트는 서러워하는 지크를 달래주고는, 이번에는 수십 마리의 들을 향해 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뀨우! 주인 놈아!”
“응?”
“마누라 한번 잘 뒀다!”
“헤헤헤!”
지크는 자신을 대신해서 싸워주는 브륜힐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었다.
‘든든해.’
지크는 브륜힐트가 자신을 달래주고, 또 자신을 괴롭혔던 놈들을 쳐부수는 걸 바라보며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누구든지 그렇지 않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아껴주고, 나를 위해 화를 내주고, 또 싸워준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엄청나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또 강하기까지 하다면….
‘오늘이 그날인가!’
지크는 오늘 밤 브륜힐트와 성인 콘텐츠를 즐겨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이 뭉클뭉클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발산하려거든 밖에는 없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연합군 측에서 전개한 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넓은 평지가 아닌 내부에서 벌어진 시가전이었기에, 병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합군 측 병사들은 너도나도 로 무장하고 있었고, 고레벨 게이머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됨으로써 질적으로 우세한 상황.
적진 한복판에 대규모 병력을 뚝! 하고 떨어뜨린단 지크의 생각이 옳았던 것이다.
질겅질겅!
지크는 성벽에 기댄 채 마지막으로 남은 를 씹으며 생명력, 마나, 그리고 스태미나를 보충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란 캐릭터의 생명력, 마나, 스태미나는 차오르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이머 한태성의 집중력이 문제였다.
‘으. 눈앞이 어지러워.’
지칠 만도 했다.
밤새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투를 벌여온 통에 게이머 한태성의 체력과 집중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
더는 게임을 계속하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유종의 미는 거둬야지.’
지크는 이 원대한 작전을 성공시켜 놓고 지쳐 쓰러지거나, 혹은 로그아웃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윽!”
“뀨! 주인 놈아! 괜찮겠냐!”
“안 괜찮아.”
지크가 자신을 걱정하는 햄찌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근데, 이길 때까지는 버텨야지.”
“뀨우우?”
“가자.”
지크는 곧장 를 지팡이 삼아 일어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언데드 병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인 놈….”
햄찌는 그런 지크를 바라보며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에 못 말린다. 뀨우.”
햄찌 역시 지쳐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밤새도록 지크의 곁을 지키며 버프를 걸어주고, 덤벼드는 잡몹들을 처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햄찌 역시 쉬지 않았다.
“뀨우우우! 주인 놈아! 햄찌도 있다! 끝까지 같이 싸워준다!”
햄찌는 그렇게 소리치며 힘을 내서 지크를 따라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 이 순간.
지크는 결코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