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57
556
지크는 곧장 연합군 측 진영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신에 햄찌를 데리고 텅 빈 왕성(王城)을 이리저리 누비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그런 지크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산뜻해서, 마치 봄날에 나들이를 나온 어린아이처럼 촐랑거렸다.
“뀨! 주인 놈아! 좀 가만히 있어라! 왜 그렇게 방정맞냐! 뀨우우우!”
“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 한다면~♪”
“…….”
“땐쓰땐쓰~!”
햄찌가 핀잔을 주었지만, 지크의 흥은 멈추지 않았다.
들썩들썩!
지크는 아예 흥얼흥얼 춤까지 추기도 했다.
왜?
돈을 벌 기회였으니까.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한 줌 재로 소멸해버린 왕성은 사방팔방이 돈 될 만한 것 천지인 노다지 밭이었다.
그것도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는, 손을 뻗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무주공산 말이다.
심지어 그 노다지 밭이 한때 강대국이었던 곳의 왕성 한복판이라면?
말이 필요 없었다.
지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들썩들썩 어깨춤을 춰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자, 봅시다.”
지크는 오래간만에 을 켜 왕성 전체를 스캔했다.
그러자 왕성의 전체의 지형지물이 맵핵처럼 지크의 눈앞에 떠오르고, 현재 살아 움직이는 이들의 위치 역시도 각기 다른 색깔의 점으로써 표시되었다.
“보자… 보자.”
지크는 왕성 내부를 살펴보며 누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았다.
용태풍은 근위 기사들의 무기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있었고, 다른 게이머들은 왕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뭔가 돈 될 만한 것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파밍 타임(Farming time).
사냥이 끝난 후 느긋하게 아이템을 줍줍하는 시간답게, 게이머들은 저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템 파밍을 진행하고 있었다.
“후후후.”
지크는 그런 게이머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거 그래 가지고 인건비나 나오겠습니까? 큭큭….”
“뀨우? 주인 놈아! 왜 그렇게 비열하게 웃냐!”
“뭐 인마?”
지크가 발끈해 눈을 부라렸다.
“내가 뭐가 비열해!”
“뀨! 주인 놈 표정 진짜 비열하다!”
“아니거든!”
“맞다! 뀨우!”
“시끄러!”
지크는 햄찌에게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다시 미니맵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들 헛물만 켜고 있군. 후후.”
“뀨우?”
“보물 창고는 이쪽이거든.”
지크가 씩 웃으며 게이머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장소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뀨우?”
“뭘 그렇게들 열심히 찾으시나? 큭큭큭! 어차피 다 내가 먹을 건데?”
지크는 을 통해 의 보물 창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입구는 어디인지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즉, 다른 게이머들이 아무리 왕성을 들쑤시고 다녀봤자 지크보다 빨리 보물 창고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가볼까.”
그래서 지크는 매우 여유롭고, 느긋하게 의 보물 창고로 향했다.
두리번두리번-.
혹시나 따라오거나 마주치는 게이머가 없을까 매우 조심조심 쥐새끼처럼 움직이면서 말이다.
의 보물 창고는 왕궁 내부에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보물 창고는 왕성에서도 가장 후미지고 외진 높은 첨탑 밑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
“아무도 안 오네.”
지크는 을 통해 경쟁자들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야 보물 창고의 입구를 열기 위한 버튼을 찾았다.
그로부터 약 5분 후.
지크는 첨탑 제1층의 벽면을 더듬다가 유독 맨들맨들한 벽돌을 하나 찾아냈고, 그걸 손으로 밀어보았다.
드륵, 드르르르르르-!!!
그러자 바닥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1층이 통째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0여 미터를 내려갔을 때.
“악! 내 눈!!!”
지크는 순간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감쌌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들이 마정석 조명을 반사시켜서 가히 타오르는 태양빛에 버금갈 만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앗, 아앗….”
지크는 그 황금빛에 취해 두 눈을 감고 신음을 내뱉었다.
“너, 너무… 좋아… 아아….”
햄찌는 그런 지크를 보고 완전히 질려버려서, 역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 놈… 완전히 돌아버렸다. 이젠 돈에 느끼게 돼버린 거다… 뀨우….”
햄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제는 돈을 보고 오르가즘마저 느끼는 지크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
의 전신이었던 은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꽤 먼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보물 창고를 관리하던 담당자가 귀찮았는지 온갖 금은보화들과 아이템들을 창고에 닥치는 대로 때려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짤랑, 짤랑짤랑!
지크는 그런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들 속에서 헤엄치며 전율했다.
“돈이다! 돈!”
그건 햄찌 역시 마찬가지였다.
“뀨우! 황금으로 수영한다! 뀨우우우우!”
햄찌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크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주제에, 자신 역시도 금화의 바다를 헤엄치며 이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을 만끽했던 것이다.
“아아, 너무 좋다.”
“뀨우! 부자다! 부자!”
지크와 햄찌는 황금밭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지크와 햄찌의 표정은 마치 금지된 약물을 투여한 사람들처럼 초점이 흐리고, 또 입은 헤벌쭉 벌어져 있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결국 지크나 햄찌나 둘 다 돈을 밝히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뀨우! 주인 놈 이제 부자다! 부자!”
“글쎄….”
지크가 살짝 입을 삐죽였다.
“이번에 돈 들어갈 곳이 하도 많아서.”
“뀨?”
“영토가 넓어져서 예산이 다섯 배가 넘게 들어간대.”
“뀨우우우?”
“어휴. 벌면 뭐 하나.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는데.”
지크가 지쳤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놈의 황제가 문제야. 돈으로 줄 것이지 땅덩어리는 왜 떼 주고 난리지?
“뀨우! 주인 놈아! 뭐 그렇게 시무룩하냐! 어차피 다 주인 놈 땅 아니냐! 투자한다고 생각해라!”
“그, 그런가?”
“그렇다! 뀨우!”
“그럼 좋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이것들을 언제 다….”
바로 그때였다.
[까악! 까아아악!]갑자기 이 나타나더니 지크를 향해 자신만 믿으라는 듯 지저귀었다.
“응?”
[까악! 까아악!]“이거 다 주워줄 수 있다고?”
[까악!]“진짜?”
[까악, 까악!]은 그렇게 대답하더니, 창고 안에 쌓여 있던 갖가지 금은보화들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알림 :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그러자 수천만 골드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럴 때마다 지크의 귓가에는 금화와 금화가 부딪히는 특유의 금속성 울림이 파고들었고.
“아… 아아아…!!!”
지크는 금화 부딪히는 소리에 전율했다.
“돈… 너무 좋아.”
지크는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한 사람이었다.
***
지크는 의 도움을 받아 보물 창고를 깡그리 탈탈 털어버린 뒤 첨탑을 나섰다.
그러고는 또 다른 돈 될 만한 것들을 찾아 왕궁 전체를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카!”
지크는 용태풍과 어느 복도에서 딱 마주쳤다.
“뭐 좀 건졌어?”
“아뇨.”
지크는 용태풍의 물음에 딱히 건진 게 없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저것 자잘한 것들은 건졌는데, 정작 중요한 보물 창고가 어디 있는지 도저히 못 찾겠네요. 아, 도대체 어디지.”
“그렇구먼. 그래도 나는 좀 건졌어.”
용태풍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무기고를 털었거든.”
“와! 좋으시겠다!”
“딱히 건진 거 없으면 좀 나눠 줘?”
용태풍이 지크에게 선심을 썼다.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삼촌이 파밍하신 건데 제가 어떻게 나눠 받아요. 하하.”
“괜찮은데?”
“아닙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찾아볼게요.”
“그래, 그럼.”
“전 그럼 저쪽을 뒤져볼게요.”
“응~ 조카~ 득템해~.”
용태풍은 지크에게 덕담을 남기고는 다른 장소를 털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용태풍이 사라진 후.
“주인 놈아.”
햄찌가 지크에게 말했다.
“응?”
“안 찔리냐? 뀨우?”
“응. 하나도.”
“뀨우?”
“이번엔 각자 능력껏 알아서 줍기로 해서 딱히 나누거나 그러지 않아도 돼. 어차피 보물 창고 아니라도 주울 건 많아.”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왕궁은 너무나도 넓고 주울 것도 많아서, 모든 아이템을 한곳에 모아놓고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번 작전에 참여한 게이머들은 각자 알아서 템 파밍을 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런 거였냐! 뀨우!”
“사실대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모험가들 눈치도 있잖아. 괜히 배 아파할 수도 있고.”
“그건 그렇다! 뀨우!”
“괜히 광고할 필요 없잖아?”
“그렇다!”
“아무튼, 대충 털다 가자.”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
다음 날 아침.
지크는 밤새도록 템 파밍을 하다가 워프 게이트를 타고 연합군 진영으로 향했다.
그런 지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건 연합군 전체의 성대한 환영 행사였다.
“총사령관 각하, 만세!!!”
“만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만세!!”
“만세!!!”
수십만 연합군 장병들은 지크를 향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은 채 마음껏 표현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키릭스 왕자는 지크로부터 납치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자마자 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연합군 전체에 이 사실을 널리 선전했다.
덕분에 지크의 업적은 연합군의 말단 이등병 하나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널리 퍼졌던 것이다.
“전하!”
키릭스 왕자는 지크 일행을 버선발로 맞이해 주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하하하.”
“전하를 위해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가시지요.”
“그, 그래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혹시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하신 것인지?”
키릭스 왕자는 지크가 연회라는 말에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짓자 염려가 가득 섞인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아, 별일 아닙니다.”
지크는 밤새도록 왕궁을 쏘다니며 템 파밍을 한 덕분에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마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어 연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가시지요.”
“그, 그러죠. 하하….”
그러던 중.
“참, 전하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키릭스 왕자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지크에게 말했다.
“보고요? 무슨 특이 사항이라도 있나요?”
“현재 불사 왕국에 가담했던 모험가들을 포획해서 가둬둔 상태입니다.”
“아, 그래요?”
“전하의 뜻에 따라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일단 가둬 두었습니다.”
“그럼 거 대충 풀어 주….”
그 순간.
‘잠깐. 왜 풀어 줘? 죽여서 템 먹어야 하는데.’
지크는 적진에 가담했던 게이머들에게 자비를 베풀까 생각하다가, 문득 랜덤 드랍 아이템이 먹고 싶어져서 멈칫했다.
체포한 게이머들을 풀어주거나 병사들을 시켜 처형하는 것보다는 지크가 직접 죽이는 게 칭호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게이머를 처치한다는 건 지크에게 있어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아버린 것이다.
“갑시다.”
“예?”
“어딥니까? 모험가들을 가둬놓은 장소가.”
“저쪽 야전 감옥입니다.”
키릭스 왕자가 저 멀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직접 처형하겠습니다.”
“예? 전하께서 직접 처형하십니까?”
“병사들의 손에 피를 묻힐 순 없잖아요? 후후.”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체포당한 게이머들을 직접 처형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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