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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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태성~ 좀 하는데~.
“으응?”
– 너 유명해졌더라? 전보다 더?
“그래?”
– 야, 지금 게임 관련 커뮤니티들 보면 다 니 얘기밖에 안 하던데? 처형 동영상도 지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야.
“……!”
– 슬슬 게임 방송국에서 너 찾는 거 같더라고. 제보도 받는다던데?
“사람은 왜 찾고 난리래. 귀찮게. 앞으로 마스크 쓰고 다녀야겠다.”
지크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게임 방송국 출현?
혹은 프로게이머 데뷔?
지크는 그런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지금 지크의 최종 목표는 이 란 타이틀을 단 게임에서 게이머와 NPC를 통틀어 정점을 찍는 것.
즉 사부인 데우스처럼 무적의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밑, 을 자처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찍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지크에게 세상의 관심은 딱히 흥미가 당기지 않는,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했다.
다른 게이머들이 어떻게든 방송에 출연하고, 예능에 출연하고, SNS를 통해 부(富)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과는 180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이참에 그냥 방송 쪽으로도 도전해보지?
“됐거든.”
지크가 천우진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라. 나 지금 바빠. 서류도 처리해야 되고, 이따가 돼지들 멱도 따러 가야 돼.”
지크가 말한 이란 우리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뜻했다.
지크는 진짜로 49시간마다 길드원들을 근면 성실하게 죽이고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지크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처형해야 의 효과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처형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 돼지들? 멱을 따? 너 요즘 뭐 양돈업이라도 하냐?
“유나이티드 길드 말하는 거잖아.”
– …….
“척하면 척이지.”
– 미친놈….
천우진은 무려 대륙 10대 길드 중 하나인 의 길드원들을 가축 취급하는 지크를 바라보며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자식 저거 크게 될 줄은 알았는데 날이 갈수록 무지막지해지네. 어휴.’
천우진은 지크가 이제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용건이 뭐냐니까? 나 바빠.”
– 아, 용건.
천우진은 지크의 말에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을 지워버리고 용건을 말했다.
– 소울 줘야지.
“아, 그러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택배로 보낼까?”
– 태, 택배?
“택배 길드 괜찮은 거 같던데? 올 때 메로나 안 사오는 게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 뭔 개소리야.
“헤헤.”
– 바쁘다면서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소울 같은 물건을 어떻게 제3자 손에 맡기냐?
“그건 그러네.”
– 니가 직접 가지고 와라.
“응? 내가? 니가 안 오고?”
–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나도 바쁘거든?”
– 아는데 나도 바빠. 그리고 너 우리 본부 한 번도 와본 적 없잖아. 이참에 한 번 와. 보여줄 것도 있으니까.
“으음.”
–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와. 먼 길도 아니니까.
“어딘데? 지금은 안 돼. 30분 이따가 돼지들 멱따러 가야 해서.”
– 얼마나 걸리는데?
“한 시간 뒤? 그때는 좀 널널하긴 하지.”
– 그럼 한 시간 있다가 너네 왕궁 옥상에서 보자.
“……?”
– 이따 보자.
천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뭐지?”
지크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긴. 저 자식 저러고 통신 끊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지.”
지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검토하고 있던 서류를 향해 눈을 돌렸다.
***
30분 뒤.
“처형을 하자~♬ 처형을 하자~♪”
지크는 콧노래를 부르며 죄수들이 갇혀 있는 우리로 향했다.
연합군 진영에서 프로아 왕국의 뒷마당으로 옮겨진 우리 안에는 의 길드 마스터인 팔척과 길드원들, 그리고 다른 게이머들이 갇혀 있었다.
“지, 지크 님!”
“지크 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죄수들은 지크가 등장하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면서 자비를 구했다.
처음엔 게임을 잠시 접어두고 로그아웃을 했던 게이머들 역시 자신들의 캐릭터가 죽어 나가고 있단 소식에 로그인한 상태로 지크에게 자비를 구하고 있었다.
그 숫자가 무려 500여 명.
그 많은 죄수들이 일제히 자비를 구하며 아우성치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처절해서, 우리를 지키던 프로아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마저 마음이 살짝 약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크는 달랐다.
“네네~ 여러분~ 열렬한 호응 감사드립니다!”
지크는 죄수들의 애원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한 채,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마치 인기 연예인이 팬들을 대하듯 너스레를 떨었다.
지크는 피도 눈물도 없었으므로, 죄수들의 애걸복걸 따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왜?
‘봐줬다간 내가 당해.’
잡아먹히지 않으려거든 잡아먹어야 했으니까.
게이머들의 세계는 철저한 약육강식!
지크는 자신이 강해졌다고 해서 결코 마음가짐이 풀어지는 법이 없었다.
“자, 그럼 준비하시고… 쏘세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스킬을 사용해 죄수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여 버렸다.
[까악! 까아악!]그러자 이 나타나 땅에 떨어진 랜덤 드랍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수금 완료.”
지크는 죽은 죄수들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을 먹고는 우리를 뒤로했다.
그러던 중.
“흠.”
지크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멈췄다.
홱!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쭈. 이것 봐라.”
지크는 다시 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이런 X발!’
팔척은 죽은 게이머들의 시체 더미 밑에 몸을 엎드린 채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사실 팔척은 지크가 를 전개한 순간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고, 은근슬쩍 다른 죄수들의 시체 밑에 웅크린 뒤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덜 죽어야겠단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벅저벅-.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지크가 다시 돌아오더니 우리 안으로 들어와 시체 더미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흠. 이건가. 아닌데. 얘는 죽었는데. 음. 어디지. 누구지. 으음.”
지크가 그럴 때마다 팔척의 심장은 쿵쾅쿵쾅 미친 듯 뛰었다.
‘아, 안 돼!’
팔척은 할 수 있는 최대한 숨소리를 죽이고, 움직이지 않은 채 죽은 척을 했다.
“팔척 님인데. 죽으셨나.”
지크가 시체 더미를 뒤적이다 팔척을 보고는 말했다.
“음. 죽었네.”
그 순간.
‘살았다!’
팔척은 지크가 자신을 죽었다고 착각하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더욱 열심히 죽은 척을 했다.
그런 팔척의 노력이 통했던 걸까?
“내가 착각한 건가. 갑시다.”
지크가 우리를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10분만 더 이러고 있자.’
팔척은 10분만 더 죽은 척을 하다가 시체 더미 밑에서 로그아웃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시체 더미가 잠이 든 캐릭터를 가려줄 테니, 한 번은 덜 죽게 되는 셈이 아니겠는가?
‘이렇게라도 버티는 거다. 그럼 재기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팔척은 앞으로도 죽을 척을 해서 사망 페널티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분 뒤.
스윽-.
팔척은 시체 더미 사이에서 살짝 몸을 틀어 잠들기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잠들어도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교묘한 자리에 캐릭터를 놓아두고 로그아웃하기 위해서였다.
‘대충 여기가 좋으려나….’
팔척이 숨어서 자기 편한 자리를 찾고 로그아웃을 진행하려던 무렵이었다.
“뭐 해?”
은근한 목소리가 팔척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여기 누워서 로그아웃….”
팔척은 무심코 질문에 대답하려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얼어붙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히, 히이이익!”
팔척은 고개를 돌렸다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시퍼렇게 질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안 죽었네?”
지크가 쪼그려 않은 채 악귀나 지을 법한 미소를 지으며 팔척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싹!
팔척의 온몸에 소름이 돋던 순간.
“그럼 죽어야지? 크흐흐!”
지크가 를 움켜쥔 채 팔척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
처형이 끝난 후.
“자식이 어디서 밑장을 빼고 있어?”
지크는 팔척을 떠올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손모가지 날아가려고.”
사실 손모가지가 날아간 게 아니라 머리통이 펑! 하고 터져버린 것이긴 했지만.
“그나저나 왕궁 옥상이라고 했었나?”
지크는 천우진과의 통신을 떠올리며 왕궁 옥상으로 향했다.
그러나 왕궁 옥상에는 천우진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펄럭펄럭~!
시녀나 시종이 널어놓았을 것 같은 빨랫감들이 따스한 햇살과 부는 바람에 건조되어 가고 있었을 뿐….
“아. 바빠 죽겠는데 사람 기다리게 만들어.”
지크는 한참을 기다려도 천우진이 나타나지 않아 인상을 팍! 쓰고 짜증을 냈다.
괜히 비싼 척 튕기는 게 아니라, 지크는 정말로 바빴다.
최근 프로아 왕국은 영토 확장으로 인해 각종 국책 사업이 늘어나게 되면서, 행정적인 업무 또한 거의 20배 이상 늘어난 상태였다.
덕분에 미켈레는 포션을 마치 물처럼 마시며 매일 코피를 쏟고 있는 상황이었고, 지크 역시도 을 회수하고 복귀한 순간부터 계속 서류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물론 지크가 할 일은 대충 읽고 옥쇄를 찍는 게 전부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양이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가 쉬운 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쁜 사람을 기다리게 만들다니….
“이 자식 이거 진짜 안 되겠….”
지크가 천우진을 손봐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스으으!
갑자기 마른하늘에 노란색 빛이 내리쬐더니 지크를 감쌌다.
“뭐야, 이건?”
지크는 자신을 감싼 노란색 빛에 당황했다.
저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내리쬔 이 노란색 빛은, 마치 부채꼴 형태로 내리쬐고 있었다.
‘설마 공격….’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치던 순간.
두둥실!
지크의 몸이 저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지크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떠오르며 하늘로 솟구치자 엄청나게 당황해서, 황급히 아등바등 몸부림을 쳐보았다.
우웅!
그러나 빛의 기둥이 머금은 흡입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마치 맹견처럼 지크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 도대체 뭐야!”
지크는 황급히 를 켜서 비행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저항, 불가!
“어어? 어어어?”
그렇게 지크는 빛의 기둥의 힘에 의해서 하늘 높이, 구름 위로 빨려 올라가게 되었다.
그렇게 지크가 사라진 직후.
저벅저벅-.
왕궁 옥상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왕궁 옥상에 나타난 이들은 다름 아닌 마족 메타트론과 케이오스였다.
“주군, 빨래가 말랐겠습니까?”
케이오스가 빈 빨래 바구니를 든 채로 메타트론에게 물었다.
“당연히 말랐을 것이다. 요즘은 날씨도 좋고 바람도 많이 분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건조되었을 테니, 걱정 하지 마라.”
“오오!”
“그나저나 오후에 정원에 가위질 좀 해야겠더군.”
메타트론이 저 멀리 보이는 정원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서 잡초도 많다.”
“예, 주군. 빨래만 걷고 바로 정원손질 가시죠.”
“좋다, 케이오스. 오늘 오후 일과는 정원 손질이다.”
명색이 고위급 마족인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는 어느새 프로아 왕국의 훌륭한 시종들로 거듭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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