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60
559
“이, 이거 뭐야! 외계인이야? 으악!”
지크는 빛의 기둥에 의해 하늘로 빨려 올라가며 지구인을 납치하는 UFO를 떠올렸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외계인이 지구인을 납치할 때면, 비행접시 같은 생김새를 한 UFO가 나타나 이렇듯 부채꼴 모양의 빛을 내리쬐지 않던가?
그렇게 하늘 높이 빨려 올라갔던 지크는 구름을 뚫고 난 뒤 새하얀 섬광이 번쩍! 하고 빗발친 뒤에야 두 다리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여긴… 어디야.”
지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천공의 눈 : 수호자들의 본부]지크는 알림창을 통해 현재 위치가 어딘지를 확인하고는 주변을 다시 돌아보았다.
이른바 이라 불리는 의 본부의 풍경은, 마치 거대한 항공 모함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에는 수십 척의 비행선들이 착륙한 상태로 각종 정비를 받고 있었고, 대포를 장착한 골렘들이 주변 하늘을 주시하며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의 대원들이 저마다의 맡은 바 임무를 위해 줄 지어 이동하고 있기도 했다.
즉,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비밀 결사인 의 본부는 대륙이 아닌 하늘에 둥둥 뜬 거대한 섬이었던 것이다.
“야! 한태성!”
그때, 천우진이 저 멀리서 지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왔냐!”
“뭐야.”
지크가 뱀눈을 뜨고 천우진을 노려보았다.
“놀랐잖아, 이 자식아.”
“응?”
“외계인한테 납치라도 당하는 줄 알았다고.”
“외계인?”
“그 왜 있잖아. UFO가 나타나서 지구인 납치하는 장면.”
“…….”
“식겁했네. 휴.”
“내가 옥상에서 보자고 말했을 텐데?”
“난 이럴 줄은 몰랐지.”
“쫄보냐?”
“뭐 쫄보? 이 자식이 진짜 바쁜 사람 불러놓고….”
“나도 바쁘거든?”
“내가 더 바쁘거든?”
“웃기고 있네.”
지크와 천우진은 만나자마자 서로 투덕거리며 한참이나 입씨름을 한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아, 됐고.”
천우진이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가 수호자들의 본부다. 천공의 눈이지.”
“왜 하필 천공의 눈이야?”
“아, 그게 말야.”
천우진이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섬 바닥에 베히모스의 눈이 붙어 있거든.”
“베히모스?”
“드래곤보다 강력했다던 고대의 괴수인데, 그 눈은 세상 모든 걸 본다고 하지.”
“그래서?”
“우린 그 베히모스의 눈을 섬 밑에 장착해서 세계를 관찰해. 그리고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발견하면, 대원들을 파견해 해결하는 거지.”
“와우?”
“그래서 천공의 눈이야.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특이 사항을 관찰하거든.”
“아?”
“아무튼, 그건 그렇고. 가자. 보여줄 게 있으니까.”
“그래.”
지크는 그렇게 천우진을 따라 를 구경하게 되었다.
***
천우진이 지크를 데려간 곳은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곳이었다.
거의 수십여 겹의 보안 마법진을 통과해서 도착한 그 방에는, 어른 몸통만 한 크기의 향로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어? 필멸의 향로잖아?”
지크가 향로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필멸의 향로 맞아.”
에는 중 과 이 박혀 있었다.
“가지고 왔지?”
“당연하지.”
지크는 천우진의 물음에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을 꺼냈다.
“저기 빈 소켓 아무데나 꽂으면 돼.”
“그래?”
지크는 천우진의 말대로 의 빈 소켓에 을 가져다 대었다.
철컥!
그러자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스으으!
가 의 색인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며 환히 빛을 내뿜다 이내 곧 잠잠해졌다.
띠링!
그와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의 진행률 60% 달성!(3/5)]그렇게 지크는 총 다섯 개의 소울 중 세 개를 확보하게 되었다.
“수고했어. 이번엔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야, 말도 마라.”
지크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보스 방에 쳐들어가는 작전 아니었으면 답이 없었어. 병력 차이가 수십 배가 나는데 전쟁을 어떻게 이기냐? 내가 그랜드 마스터도 아니고.”
“그랜드 마스터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겠지. 그랜드 마스터도 결국은 인간이니까.”
“진짜 고생했다.”
“근데 절멸의 불꽃은?”
“아직 구하는 중.”
“남은 소울 두 개의 위치는?”
“파악 중.”
“뭐 하는 게 없네.”
“뭐?!”
지크의 빈정거림에 천우진이 눈을 부라렸다.
“하는 게 없다고?”
“그럼 뭐 하는 게 있냐? 소울 세 개 중에서 두 개는 내가, 한 개는 베오울프가 구해왔다며. 절멸의 불꽃도 베오울프가 구하는 중이고. 그럼 니가 한 게 뭐냐? 뒤에서 뒷짐 지고 훈수 둘 줄이나 알지.”
“이 자식이 진짜….”
“하여간 이런 놈들이 문제라니까? 음흉해 가지고.”
또다시 티격태격.
지크와 천우진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한참이나 입씨름을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디 가는 건데?”
“글쎄.”
“으응?”
“엄청난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뭔데 그래?”
“가 보면 알아.”
천우진은 이상야릇한 미소를 짓고는 지크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
천우진이 지크를 안내한 곳은 본부 지하에 자리한 거대한 훈련장이었다.
여러 개의 링이 설치된 그 훈련장에는, 소속의 대원들이 서로 격렬한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뭐, 뭐야.”
지크는 소속 대원들의 레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대련을 펼치며 격투 훈련을 하고 있는 대원들의 레벨이 거의 모두 다 300이었기 때문이다.
“야.”
지크가 화들짝 놀라 천우진을 돌아보았다.
“저거 뭔데? 뭔데 저렇게 레벨들이 높아?”
“후후.”
“300레벨이 어림잡아… 100명은 되겠는데?”
엄청난 전력이었다.
300레벨의 강자가 거의 100여 명.
이 정도 전력이라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마우레키온 제국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이게 말이 돼? 마스터가 100명이라고? 말이 안 되잖아!”
마스터는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지크가 생각하기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는 전 대륙을 통틀어 열 명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괜히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다섯 명의 강자를 이라 부르며 존경하겠는가?
그런데 마스터의 경지를 뜻하는 300레벨의 강자가 무려 100여 명이라니?
상식적으로 불가사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호문쿨루스 프로젝트.”
“응?”
“불멸의 연금술사 아케론의 연금술적 지식으로 만들어낸 강화 인간들이다.”
“강화… 인간?!”
“연금술로 인체의 유전적 형질을 바꿔서 특성을 부여하고, 강화시키는 거야.”
“헐….”
“아이리스님께서 도와주셨어. 대원들을 연금술로 강화시켜서 오즈릭 교단을 처단하는 데 힘을 보태라고.”
“엄청나네.”
지크는 혀를 내둘렀다.
연금술로 300레벨의 강자들을 양산해낼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사기였다.
“뭐, 잘됐네.”
“뭐야.”
천우진이 그런 지크의 반응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고작 그게 다냐?”
“그럼 뭐? 놀라 자빠지기라도 해줄까? 어이쿠?”
“…….”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네. 모래성이긴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인데?”
천우진은 지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래성?”
“모래성이지.”
“정확히 의미가 뭔데?”
“이게 안 받쳐 주는데 강하면 어쩔 거야.”
지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통수, 즉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머리?”
“마스터가 괜히 마스터냐? 실전을 무수히 겪으면서 쌓아온 경험치가 정립돼서 커다란 결과물로 이어진 거지.”
“으음.”
“스펙은 좋겠지. 근데 그걸 활용하는 능력이 한참 부족하겠지. 전투 센스도 떨어질 테고.”
“그런가?”
“아마 진짜 마스터급 강자라도 만나면 50명 정도는 순식간에 쓸려 나갈걸?”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럼 쓸모없단 소리인가?”
“그건 아니지.”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일정 수준 이하를 상대로는 엄청나게 강할 텐데, 대신 진짜 강자들한테는 레벨에 안 맞게 약한 모습을 보일 거라는 거야. 왜? 실력이 안 되니까. 스펙만 좋으면 뭐 하냐? 발컨인데.”
“아하?”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데 약하고. 뭐, 그런 거지. 그래도 나름 강한 전력이긴 해. 숫자가 많으니까. 오즈릭 교단의 하부 조직들은 학살할 수 있겠어.”
“그렇군.”
“아무튼, 그래도 전력 보강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
지크는 그것으로 에 대한 감상평을 마쳤고.
“쳇.”
천우진은 지크가 생각보다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또 프로젝트의 허점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자 입을 삐죽였다.
뭔가 거창한 걸 보여주고 놀라길 바랐는데, 지크가 생각보다 냉철하고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있어서 심술이 났던 것이다.
“더 보여줄 거 없지?”
“어, 그게….”
“나 간다. 수고.”
지크는 그 말을 남기고는 천우진을 뒤로하고 를 나섰다.
***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한 지크는 다시 서류 작업에 몰두하며 밀린 업무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러면서 49시간마다 돼지우리를 찾아 갇혀 있던 죄수들을 처형하고,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 먹었다.
“캬. 역시 사냥해 먹는 것보다는 키워 먹는 게 제맛인가? 후후후.”
지크가 죄수들을 대하는 자세는 역시나 가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지크는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음. 뭐 하지. 자리를 비우기도 뭐한데.”
지크는 약간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고레벨 사냥터를 찾아 떠났을 텐데, 상황이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에서 의 위치를 알아낼지 몰랐고, 49시간마다 죄수들을 처형하기도 해야 했으며, 밀린 업무 역시 산더미라 온종일 책상 위에 붙어 있어야 했다.
문제는 그냥 할 일을 하면 되는데, 지크의 성질머리가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단 점이었다.
‘성장해야 하는데.’
언제나처럼 지크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란 두 글자밖에 없었다.
경험치를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병이 걸려버려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햄찌가 그런 지크를 향해 물었다.
“왜 그러냐! 모처럼 쉬는 거 아니냐! 뀨우!”
“쉬는 게 쉬는 게 아냐.”
“뀨우?”
“성장을 하고 싶다고… 성장을….”
“뀨우! 주인 놈아! 그거 병이다! 때론 좀 쉬어 갈 줄도 알아야 한다! 뀨우우!”
“그걸 누가 모르냐? 좀이 쑤시니까 그렇지.”
“뀨우?”
“사냥을 가자니 시간을 오래 비울 수도 없는데… 어디서 경험치를….”
그때였다.
“주인 놈아! 그럼 결투장이라도 가서 스트레스 풀고 와라!”
“어?”
지크는 햄찌의 조언을 듣고 순간 아차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결투장.
비록 템 파밍을 할 수는 없지만, 결투장이야말로 틈틈이 경험치를 쌓기에 매우 좋은 장소였다.
크게 시간을 투자할 것 없이 잠깐 잠깐 들려 자신의 PVP 실력도 점검하고, 강한 상대와 싸워 이겨서 경험치를 획득하는 등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기에 그리 나쁜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자.”
지크는 곧장 의자 뒤에 걸어놓았던 를 집어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뀨! 주인 놈아! 같이 가자!”
햄찌가 그런 지크의 뒤를 호다닥! 쫓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