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62
561
지크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거의 20분 동안 기다려서 겨우 만난 대전 상대의 머리 위에는 웬 보라색 로고가 떠올라 있었다.
또한, ID 역시 지크가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호시기 님?”
20분 만에 만난 대전 상대는 란 ID를 사용하는 한국인 게이머였다.
ID 호시기.
BNW 1세대 네임드 플레이어이자 현역 프로게이머.
현재 결투 등급은 투신Ⅲ.
호시기는 BNW의 PVP를 주요 컨텐츠로 삼는 리그에서 활동하는 게이머로서, 초창기에는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지크도 과거에 호시기의 개인 방송을 꽤 자주 시청했을 정도로 유명 인사였던 것이다.
‘내가 결투장에서 프로게이머를 다 만나네.’
지크는 호시기를 만난 걸 속으로 놀라워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호시기 님.”
“저도 반갑습니다, 지크 님.”
지크와 호시기는 비록 처음 만났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호시기야 워낙에 유명한 프로게이머이자 스트리머이니 어지간한 사람이면 누구나가 알 법한 네임드였고, 지크는 최근 들어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는 떠오르는 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근데 지크 님.”
“네?”
“승률이….”
호시기가 살짝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진짜 말이 안 되시는데요? 으음.”
“아, 이게….”
“그럴 수 있죠.”
호시기는 지크가 어뷰징을 했든 말든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가볍게 넘겼다.
그러고는 지크에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지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네.”
지크는 호시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프로게이머랑 붙는다고? 미친.’
지크는 긴장했다.
상대는 프로게이머.
지금은 비록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그래도 수십만 번의 PVP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자 누구나가 인정하는 실력자였다.
과거 결투장에서 만났던 야옹이형이나 쌈닭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두근두근!
지크의 심장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살짝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지크는 프로게이머와의 첫 일대일 PVP를 앞두고 약간의 긴장감을 머금은 채 결투에 나섰다.
[3, 2, 1….] [Fight!]그렇게 시작된 결투.
‘선빵필승!’
지크는 결투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며 호시기와의 거리를 좁혔다.
***
프로게이머 호시기는 두 자루의 철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근접 딜러였다.
황금색 철퇴 두 자루를 엄청나게 자연스럽게 휘두르는 호시기의 모습이란….
‘풉!’
지크는 호시기가 두 자루 철퇴를 움켜쥐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자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다, 닭다리 같잖아….’
황금색 철퇴 두 자루를 휘두르는 호시기의 모습이 마치 거대한 후라이드치킨의 닭다리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지크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했다.
실제로, 호시기의 별명이 우스갯소리로 라 불렸으니까.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겉모습에 집중력을 잃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정신줄 붙잡고!’
지크는 저 닭다리에 머리통이 박살난 게이머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되새기며, 정신줄을 붙들었다.
그런 뒤 주먹을 움켜쥐고 무왕 레오니드로부터 배운 격투술을 이용해 호시기를 압박해 나갔다.
그런데.
붕, 부웅!
호시기는 지크의 압박을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레 털어내고 또 거리를 벌리며 두 자루의 닭다리, 아니 철퇴를 휘둘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부웅!
호시기는 뒤로 훌쩍 물러나는 와중에도 기습적으로 철퇴를 휘둘러 지크에게 오히려 반격을 가하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냈다.
‘반응 속도가 엄청나. 달라, 확실히 달라.’
지크는 호시기와의 그 짧은 공방을 통해 프로게이머가 어째서 프로게이머라 불리는지를 실감했다.
“각이….”
그때, 호시기가 지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날카로우신데요?”
“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호시기의 눈빛은 결투가 시작되기 전과는 살짝 달라져 있었다.
호시기는 결투 시작 전까지는 지크를 흔한 어뷰져라고 생각했지만, 그 짧은 순간을 겪고 나니 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 다시 갈까요?”
“그래야죠.”
지크는 그와 동시에 다시 호시기를 향해 덤벼들었다.
뒤이어 벌어진 결투는 정말이지 치열했다.
지크와 호시기는 근접 딜러들답게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살벌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연출해냈다.
그러기를 약 30여 초.
붕붕붕붕붕!
호시기가 두 개의 철퇴를 마치 선풍기라도 되는 것처럼 회전시키며 지크를 향해 팽이처럼 회전해오기 시작했다.
탐색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스킬 사용에 나선 것이다.
‘휘말리면 죽어!’
지크는 호시기가 전개한 스킬이 엄청나게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슈우우우!
실제로, 호시기가 전개한 란 이름의 스킬은 1미터 내의 적들을 강하게 끌어당긴 뒤 다져버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에 지크의 판단은 매우 정확한 거였다.
‘그럼 나도 슬슬 스킬을 써볼까.’
스킬 사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상 지크 역시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
‘일단 거리 벌리고 천지개벽으로… 어? 잠깐.’
지크는 스킬을 사용하려다 호시기의 빈틈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이겼다.’
지크는 호시기의 빈틈을 발견한 순간, 이 결투의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하자마자 안에 숨겨져 있던 표창 하나를 꺼내 스킬을 이용해 내던졌다.
슈우우욱!
표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갔지만, 호시기에게 딱히 타격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스킬은 마치 선풍기처럼 회전했기에, 표창을 간단하게 튕겨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지크가 노린 건 정면이 아니었다.
휘리릭!
지크는 스킬을 이용해 표창의 궤적을 뚝 떨어뜨린 뒤 호시기의 발목,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푹!
그러자 표창이 호시기의 부츠를 뚫고 왼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즉, 지크는 정면이 아닌 가장 무방비한 상태의 약점인 발목을 노림으로써 호시기를 공략한 것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악!”
호시기는 를 시전하던 도중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고, 지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콰직!
지크의 손아귀가 호시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
호시기는 지크가 자신의 멱살을 움켜쥐자 당황했다.
‘어, 언제?’
호시기는 자신의 빈틈을 공략하는 지크의 빠르기에 그야말로 경악했다.
비록 발목을 공략당하긴 했지만, 아주 찰나의 빈틈이었을 뿐인데 그걸 치고 들어올 줄이야?
그러나 놀라고 있을 시간 따위, 호시기에는 없었다.
“끝냅니다.”
지크는 그 말과 통시에 호시기의 멱살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을 더했고, 그대로 메치기를 시전해 버렸다.
콰직!
덕분에 호시기는 맨바닥에 처박혀야만 했고.
으드득!
뒤이어 눈 깜짝할 사이에 지크가 건 암바에 오른팔이 아예 기괴한 각도로 꺾이고, 팔꿈치에 안면을 찍히기까지 했다.
“커헉!”
호시기의 입에서 고통에 찬 헛바람과 함께 피가 터지던 순간.
꽈악!
지크의 팔이 호시기의 팔을 조르는가 싶더니.
빠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결투장에 울려 퍼졌다.
“끄억….”
호시기는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또, 목뼈가 부러져서 머리통이 기괴하게 꺾인 채 덜렁거리기까지 했다.
패배.
프로게이머인 호시기가 지크에게 진 것이다.
***
호시기가 쓰러진 직후.
[알림 : 승리!]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200전 200승 0무 0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알림 : 결투 등급이 에서 으로 승급하였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늘은 이걸로 끝!”
“뀨! 수고했다! 주인 놈아!”
햄찌가 물수건을 가져와 지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와, 근데….”
지크는 햄찌의 시중을 받으면서도 승리를 실감하지 못했다.
‘내가… 프로게이머를 이겼다고? 이렇게 쉽게?’
물론 호시기는 전성기가 한참이나 지난, 현재의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하위권에 속하긴 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고, PVP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를 이렇듯 쉽게 이겼다는 건 지크로서도 얼떨떨한 일이었다.
그것도 스킬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직전 빈틈을 노려서 이길 줄이야….
‘운이 좋았겠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결투장을 뒤로 했다.
“저, 저기요!”
그때, 호시기가 재빨리 지크를 불러세웠다.
“지크 님!”
“네?”
“한 판만 더 하죠.”
“한 판이요?”
“예. 딱 한 판만 더 합시다.”
“어, 그게….”
지크는 잠시 망설였다.
솔직히, 호시기와 한 차례 더 붙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이 더 없었다.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해 밀린 서류들을 처리하고, 우리에 갇힌 죄수들을 처형해 랜덤 드랍 아이템을 수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지크가 호시기를 향해 사과했다.
“제가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요. 빨리 가봐야 해요.”
“한 판만요.”
“죄송해요.”
“아….”
“혹시 괜찮으시면 내일 다시 붙죠? 제가 오늘은 진짜 시간이 없어서요.”
“내일요? 예, 그럽시다. 언제가 좋으세요?”
“오후 한 네 시쯤부터 결투장 돌릴 것 같아요.”
“그럼 네 시쯤에 광장에서 뵙죠.”
“예, 그럼 내일 봬요.”
지크는 호시기와 내일 다시 한판 붙어볼 것을 약속하고는 결투장을 나섰다.
“어뷰징이… 아닌 건가.”
호시기는 멀어져 가는 지크의 뒷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
그날 저녁.
전 한국의 거의 모든 영상 매체에 게임 BNW에 관한 광고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그 광고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슈퍼루키 토너먼트!]게임 BNW의 새로운 슈퍼루키를 찾아서!
총 상금 100억 원을 걸고 펼치는 BNW PVP 아마추어들의 피 튀기는 혈투!
•1등 상금 50억 원!
•2등 상금 25억 원!
•3등 상금 15억 원!
•인기상 10억 원!
결투 등급 영웅Ⅲ 이상의 아마추어 게이머(프로게이머 자격이 없는)라면 누구나가 참여 가능!
지금 바로 도전하세요!
오래간만에 게임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의 한국 지부, 에서 무려 100억 원의 상금을 내걸고 신인 프로게이머를 발굴하기 위한 이벤트를 연 것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BNW 좀 한다 싶은 아마추어 게이머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입상만 하면, 어지간한 집을 한 채 사고도 남을 만한 돈을 벌 수가 있었다.
또한 대륙 8대 모험가 길드의 간부가 될 수도 있었고, 프로게임단들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고 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었다.
즉, 야말로 BNW의 차세대 슈퍼스타를 뽑는 등용문이었던 것이다.
“뭐야, 저건.”
태성은 쇼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우연찮게 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광고를 본 태성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어휴. 저걸 귀찮아서 어떻게 하지?”
지크는 아마추어 게이머라면 누구나가 꿈꾸는 를 단지 으로 정의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태성에게는 1등 상금 따위는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참가로 인해 치르게 될 유명세를 생각하면, 는 영 귀찮고 피곤한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난 저런 거 할 시간 있으면 발 닦고 잠이나 자야지.”
태성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채널을 돌려 대충 아무 영화나 틀어놓고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일도 쉽게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지크의 머릿속에는 프로게이머인 호시기와의 2차전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