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64
563
가 시작된 이후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지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름 네임드급 아마추어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SNS나 개인 방송을 통해 참가 사실을 밝혔고,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거나, 혹은 입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이머들의 이름이 하나둘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승할 것으로 점쳐지는 게이머들의 이름 역시도 게임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문제는 지크 역시 그 명단 안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크는 최근 떠오르는 프로게이머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말 그대로 였다.
지크는 최근 들어 활약상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네임드 게이머가 된 상태였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지크가 이번 에 참가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게임이 종특인 한국인답게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의 수준은 매우 높았고, 한국에서 개최되는 에서 우승한다는 건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뜻했다.
그러한 이유로, 게이머들은 지크가 이번 에 참가해서 입상하기를 노린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지크는 피곤해지고 말았다.
“지크 님!”
“저기요! 지크 님!”
“이번에 나가세요?”
“지크 님 슈퍼루키 출전하심?”
지크는 오늘도 결투장을 찾았다가 게이머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고는 크게 당황했다.
“예? 제가요? 아뇨. 안 나갈 건데요?”
지크는 게이머들이 왜 자신이 에 참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안 나가요.”
지크는 게이머들의 질문 세례에 딱 잘라 대답하고는 자동 매칭을 돌리기 위해 포탈로 향했다.
하지만 지크는 또 한 무리의 게이머들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지크 님! 게임포럼의 기자입니다! 이번 슈퍼루키 토너먼트에 참가하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데일리BNW의 이상철 기자라고 합니다. 현재 지크 님에 대해 알려진 게 한국인이라는 것밖에는 없는데요, 간단히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5분만 시간 내주시죠! 5분만!”
지크는 순식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 뭐야! 이젠 기자들까지?!’
지크는 기자들이 게임에까지 접속해서 자신을 쫓아오자 크게 당황했다.
“저 참가 안 해요!”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재빨리 기자들을 뿌리치고 포탈을 향해 뛰었다.
“지크 님!”
“잠시만요!”
“저기요! 지크 님!”
기자들이 그런 지크를 뒤를 쫓았다.
***
“죽는 줄 알았네. 휴우!”
지크는 자동 매칭을 위한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뀨! 주인 놈아! 왜 피하는 거냐! 뀨우우!”
“귀찮잖아.”
“주인 놈 관종 아니었냐!”
“뭐 인마? 내가 어딜 봐서 관종이야!”
“뀨우! 햄찌 다 안다! 주인 놈 관종이다!”
“이게 진짜!”
“뀨우! 그런데 주인 놈 대회 출전 왜 안 하냐! 대회 나가서 우승하면 주인 놈 세계에서도 유명해진다고 했다! 뀨우!”
“유명해져서 어디다 쓸 건데?”
지크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귀찮아.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한다고.”
“뀨우?”
“어디 가서 밥이나 먹겠어? 파파라치들이 따라붙어서 사진까지 찍어대고, 그걸 기사로 내는데?”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상 현실 게임이 보편화된 이후 어느덧 프로게이머가 연예인들보다 더 인기가 많은 세상이었다.
인기 스트리머들의 경우 게임 외 방송으로 얻는 소득만 수십억 원에, 사생팬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세상에서 프로게이머가 되어 유명해진다?
[속보/V스포츠] 프로게이머 한태성 모태솔로로 밝혀져… (종합1보) [V스포츠/일반] “인두겁을 쓴 악마” 프로게이머 한태성 인성 논란오싹!
지크는 도둑이 제 발을 저리는 것처럼, 자신에 대한 구설수들이 뉴스가 될 것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
“아, 안 돼!”
“뀨우?!”
“프로게이머 절대 안 해! 슈퍼루키이고 나발이고 안 나가! 돈도 안 아쉬워!”
“주인 놈… 평소에 저쪽 세상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아무 짓도 안 해! 그냥 싫어! 귀찮은 거 질색이라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동 매칭 시스템을 돌려 대전 상대를 찾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제대로 된 상대가 잡히려나.”
지크는 어제 호시기와의 대결 이후 만났던 대전 상대들을 떠올렸다.
호시기 다음으로 만난 대전 상대는 총 세 명.
그들은 아마추어 고수이거나 호시기와 같은 하위권 프로게이머들이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호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라서, 지크의 기량을 제대로 뽑아낼 수 없는 상대들이란 점이었다.
‘오늘은 다르겠지.’
지크는 부디 호시기보다 훨씬 더 강한, 최소 중위권 이상의 프로게이머가 등장하기를 바라며 다음 대전 상대를 기다렸다.
한 10분쯤 기다렸을까?
[알림 : 대전 상대를 찾았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새로운 대전 상대가 나타났다.
“어?”
지크는 새로운 대전 상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지크 님이시네요?”
대전 상대 역시 호시기와 마찬가지로 지크를 알아보았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다꾸 님.”
지크가 이번에 만난 대전 상대는 란 ID를 사용하는 프로게이머로서, 호시기보다 명백히 한 수 위의 레벨이란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성기가 지나 이제는 간신히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하는 호시기와는 달리 다꾸는 나름 최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었다.
다꾸는 지난 시즌 PVP 대회에서 8강 안에 들었고, 10대 길드 중 하나인 의 간부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개인 방송 시청자들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인기 스트리머였던 것이다.
“저도 반가워요, 지크 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다꾸 님까지 알아봐주실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요즘 지크 님 모르면 간첩이죠.”
“하하….”
“그럼, 시작할까요?”
다꾸는 지크의 전적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원형의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지금 지크 님 만난 거 보고 계시죠? 지크 님이랑 일대일 붙습니다. 오늘 지튜브 각 날카롭네요.”
알고 보니 다꾸는 결투장 컨텐츠를 주제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지크는 다꾸가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걸 보고 난처해했다.
안 그래도 본의 아니게 어그로를 끌어버린 와중에, 다꾸의 개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수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노출이 되려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오. 빨리 끝내고 튀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 역시 버튼을 눌렀다.
[3, 2, 1….] [Fight!]결투가 시작되고.
“자, 그럼 지금부터 지크 님 검증 들어갑니다.”
다꾸는 지크가 아닌 시청자들을 향해 말하며 슬슬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빡!
다꾸는 지크가 날린 에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커헉… 바, 방금 뭐가….”
다꾸가 놀라는 사이.
휘리릭, 처억!
지크는 스킬에 의해 되돌아온 를 잡아채고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려 다꾸를 덮쳤다.
하지만 다꾸는 호시기와는 달랐다.
타핫!
다꾸는 쓰러진 상태에서 마치 윈드밀을 돌듯이 상체를 중심으로 발차기를 시전해 지크를 떨쳐내는 한편, 빠르게 일어나 자세를 다잡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무기인 이란 이름의 도(刀)를 휘둘러 지크에게 반격을 가했다.
‘빨라!’
지크는 다꾸가 호시기보다 명백히 한 차원 높은 고수라는 걸 실감하며 그 반격을 피했다.
그러면서 를 휘둘러 다꾸를 공격하는 한편 기습적으로 니킥을 날렸다.
퍼억!
지크의 니킥이 다꾸의 명치에 틀어박히던 순간.
‘지금!’
가 다꾸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앙!!!!
스킬이 작렬하고.
지이이이이이이잉!!!
뒤이어 지크가 찬 에서 초록색 레이저빔, 그러니까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다꾸의 가슴 정중앙을 향해 뻗어 나갔다.
“으으윽!!!”
다꾸는 자신의 엄청난 방어력으로 지크가 뿜어낸 레이저빔을 버티면서, 어떻게든 몸을 틀어 반격을 가하려 했다.
그러나 지크는 다꾸가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휘리리리리릭, 콰앙!
스킬에 의해 날아온 가 다시금 뒤통수를 강타하던 순간.
“…아.”
다꾸는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앞으로 풀썩 쓰러져 버렸다.
지크를 탈탈 털어버리고 에 이란 동영상을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순식간에 털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 Gza상 : ?
– 맛며느리 : ????
– ㅅㄱㄹ : ?
– kjy0904 : 미친;;;
– 원효대사고인물 : 와
다꾸의 개인 방송 채팅방은 대폭발을 일으켰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지크는 1승을 챙기자마자 쓰러져 있는 다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호다닥! 하고 도망쳐 자동 매칭 시스템을 켜고 달아나 버렸다.
***
지크가 다꾸를 순식간에 끔살시켜 버리고 도망쳤단 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상계에 널리 퍼졌다.
사실 다꾸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새 지크가 다꾸를 탈탈 터는 영상과 움짤이 BNW 관련 커뮤니티에 쫙 퍼지고, 심지어 몇몇 V스포츠 전문 기자들은 이를 주제로 기사까지 속보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지크는 천상계 네임드 게이머와 프로게이머들을 만나며 연전연승을 이어 나갔고, 기어코 210전 210승 무패를 기록하는 말도 안 되는 전적을 쌓게 되었다.
그제야 지크는 비로소 실감했다.
“나… 잘하네?”
지크는 미국의 프로게이머 를 약간의 접전 끝에 쓰러뜨린 직후 자신의 실력을 비로소 실감했다.
비록 엄청나게 많은 프로게이머들과 붙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름이 알려진 아홉 명의 게이머들을 상대로 모두 이겼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운 따위가 아닌 실력이란 소리였기 때문이다.
“주인 놈… 저런 거 보면 은근히 바보다.”
햄찌는 지크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걸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건 햄찌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기에 한 생각이었다.
왜?
지크는 늘 앞서가던 이들의 그림자를 쫓던 입장에 서 있던 사람.
그런 지크로서는 자신의 실력이 프로게이머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제대로 실감하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진짜 웬만하면 안 져.’
지크는 라는 클래스뿐만 아니라, 순수한 실력으로도 프로게이머들과 견줄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작년 PVP 한국 챔피언이 누구더라? 잘 기억이 안 나네.’
지크는 문득 현존하는 최고의 실력자와 붙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뀨! 주인 놈아! 무슨 생각하냐!”
“아, 아무것도 아냐.”
“뀨우?”
“오늘은 이만 가자.”
“벌써 가냐? 몇 판 안 했다! 뀨우!”
“게임 하는 시간보다 자동 매칭 기다리는 게 훨씬 오래 걸려.”
“뀨우! 그건 그렇다!”
“내일 다시 오자.”
“알겠다! 뀨우!”
지크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 결투장을 나서려던 때.
“지크 님!”
“지크 님! 한 말씀 해주시죠!”
“왜 아까는 출전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까!”
“마음을 바꾸신 이유가 뭡니까!”
기자들은 지크가 에 나타나자마자 질문세례를 퍼부어댔다.
“네? 저 안 나간다니까요?”
지크는 기자들의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누가 제가 나간대요?”
그런 지크의 질문에 한 기자가 재빨리 링크를 띄워 보여주며 대답했다.
“여기 하이브 게임즈 엔터테인먼트에서 지크 님의 참가 신청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사가 났습니다!”
“예?!”
지크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기자가 띄워준 링크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공식] 하이브 게임즈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지크프리트 슈퍼루키 토너먼트에 참가 신청한 것은 사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