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73
572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을 나서자마자 심각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샤키로 사부님이라니… 아니지. 아닐 거다. 제라드처럼 숨겨진 제자가 벌인 짓이 분명해. 샤키로 사부님이 이런 일을 벌이실 리 없어.”
지크는 결코 샤키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범인을 추적하려는 이유는, 만에 하나 샤키로일지도 모른다는 티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뀨! 주인 놈아! 무슨 일 있는 거냐! 뀨우우우!”
“아, 그게.”
지크가 햄찌의 물음에 공방 안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뀨우우우우? 그게 사실이냐?”
“응.”
“그럼 어떡하냐!”
“먼저 찾아야지. 그럴 가능성은 적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뀨우! 그렇다!”
“근데 어떻게 찾지.”
지크는 이미 도망쳐버린 범인을 어떻게 찾을까 고민했다.
“뀨우! 햄찌가 찾아보냐?”
“응?”
“햄찌 냄새 잘 맡는다! 뀨우!”
“냄새로 추적할 수 있겠어?”
“뀨우! 일단 시도는 해본다! 뀨우우우우우!”
“어, 그럼 해봐.”
“알겠다! 잠시만 기다려라! 뀨우우우!”
햄찌는 그렇게 소리친 뒤 범인의 냄새를 맡기 위해 비머리언 공방 안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아, 대회 준비 기간에 이게 뭐야.”
지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참사에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시일 뿐이었다.
지크에게는 보다 샤키로와 관련된 일이 더욱 중요했으므로, 더 이상 투덜거리는 일은 없었다.
‘일단 보자.’
지크는 햄찌가 범인의 냄새를 맡으러 간 사이 을 켜 이곳 전체를 스캔해 보았다.
그러면서 돋보기 버튼을 눌러 를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검색 결과 : 없음]그러나 샤키로가 걸려드는 일은 없었다.
“이래도 나오나?”
지크는 혹시나 싶어 검색창에 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 없음]역시나 결과는 똑같았다.
‘못 찾는 건가? 아님 빠져나간 거야? 하긴. 이런 부정확한 검색어로 뭘 찾을 수 있겠어. 아니지. 얘가 똑똑할 수도 있잖아. 한번 시도해 보자.’
지크는 속는 셈 치고 검색창에 라고 입력해 보았다.
띠링!
그러자 눈앞의 화면이 바뀌며 비머리언 공방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의 미니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미니맵에는 란 꼬리표가 붙은 붉은색 점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어? 되네?”
은 명확하지 않고 두리뭉실한 검색어로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상을 정확히 찾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떠났어.’
지크는 을 통해 범인이 이미 이 도시를 빠져나갔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지금 믿을 건 햄찌뿐이야. 만약 햄찌도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하면… 도둑 길드에 의뢰해서 전 대륙에 수배령을 내려야겠군.’
지크는 어떻게 하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 또 비머리언 공방보다 먼저 찾을 궁리를 하며 햄찌를 기다렸다.
그렇게 약 10분쯤 기다렸을 무렵.
“뀨우! 주인 놈아!”
햄찌가 비머리언 공방 쪽에서 호다닥! 뛰어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냄새 찾았다! 뀨우!”
“진짜?!”
“킁킁! 냄새가 난다! 뀨우!”
“어디야?”
“이쪽이다! 뀨우!”
“가, 내가 쫓아갈 테니까.”
“알겠다! 주인 놈아! 뀨우!”
햄찌는 그렇게 말하고는 범인의 냄새를 뒤쫓아 쪼르르 내달리기 시작했다.
***
범인의 이동 경로는 역시나 일반적인 길이 아닌, 건물의 옥상이나 지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범인은 때때로 창문이 열린 곳을 통과해 건물을 가로질러 또다시 창문이나 문을 통해 나와 골목길을 도는 등 굉장히 지능적으로 이동했다.
“와, 이 정도면 진짜 못 쫓아가겠는데?”
지크는 범인의 기상천외한 이동 경로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끝까지 햄찌를 쫓아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 두 시간쯤 도시 전체를 빙글빙글 돌았을까?
“뀨우! 저기다!”
“어디?”
“저기다! 저기! 뀨우!”
“뭐야? 워프 게이트잖아?”
알고 보니 범인의 종착역은 역시나 다른 도시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워프 게이트였다.
“뀨! 주인 놈아! 범인 워프 게이트 탔다! 뀨우!”
“그래? 잠깐만.”
지크는 햄찌가 가리킨 워프 게이트를 찍어보았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이 워프 게이트와 연결된 세 개의 선택지가 떠올랐다.
“일단 가 보자.”
지크는 세 개의 지역 중 가장 첫 번째 선택지로 대충 이동해 보았다.
“어때?”
지크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자마자 햄찌에게 물었다.
“뀨우! 여기 아니다! 냄새 안 난다!”
“그래? 그럼 다시.”
지크는 처음 게이트웨이를 탔던, 그러니까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가 자리한 도시인 로 되돌아갔다.
그런 뒤 다시 세 개의 지역 중 가장 첫 번째를 뺀 나머지 두 개 중 하나를 골라 이동해 보았다.
“킁킁! 뀨우! 여기다! 주인 놈아!”
“그래?”
“저쪽이다! 뀨우우!”
“빨리 가 보자.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뀨우! 알겠다!”
지크는 또다시 햄찌를 뒤쫓아 범인의 추적에 나섰다.
추적은 그 후로도 무려 다섯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지크는 햄찌의 도움을 받아 범인의 냄새를 뒤쫓았고, 무려 27번이나 게이트웨이를 타고 이동하는 등의 개고생을 치렀다.
그러나….
“뀨우! 주인 놈아!”
“응?”
“냄새가 끊겼다!”
“뭐? 냄새가 끊겼다고?”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났다! 뀨우! 이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런….”
지크는 끝끝내 범인을 놓치자 매우 아쉬워했다.
“뀨우! 주인 놈아! 이제 어떡하냐?”
“일단은….”
지크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말했다.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해야지.”
“뀨우?”
“사제들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 이번 사건은 어떤 형태로는 우리 모두와 관계가 있는 일이니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프로아 왕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웨펀 아카데미.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지크의 다음 행선지였다.
***
지크는 워프 게이트를 타고 프로아 왕국으로 이동한 직후 곧장 왕성을 나서 수도 외곽에 자리한 웨펀 아카데미로 향했다.
덜컹덜컹!
마차 안.
“휴우.”
지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뀨! 주인 놈아! 왜 한숨 쉬냐!”
“아니.”
지크가 살짝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자꾸 안 좋은 소식만 전하는 것 같아서.”
“뀨우….”
“샤키로 사부님이나 사제들이나 인성 하나만큼은 얼마나 올바르고 훌륭한 사람들인데, 계속 불행한 일만 생기는 거 같아. 그게 너무 맘에 걸려.”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얼굴은 정말이지 어두웠다.
확실히,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의 유파는 지난 1년 동안 악재에 악재만이 거듭되었을 뿐 딱히 좋은 일이라고는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나마 지크가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웨펀 아카데미를 지어주고, 또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긴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지 않은가?
“휴, 부디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데.”
“뀨우… 주인 놈아… 큰일은 아닐 거다…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라.”
“부디 그러길 빌어. 다행인 점은….”
“뀨우?”
“그나마 안전하다는 거?”
“뀨! 그게 무슨 소리냐!”
“내 생각인데, 범인이 마도 파피야스를 강탈해 갔으면 나머지 무기들도 찾을 것 같단 말야.”
“뀨우?”
“그럼 자연스럽게 사제들을 뒤쫓을 텐데, 그게 쉽지는 않거든. 우리 왕국에 남몰래 잠입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사실 지크는 범인이 사제들, 그러니까 웨펀 마에스트로들을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웨펀 아카데미로 달려오지 않은 이유는, 외부인이 프로아 왕국에 잠입하는 게 너무나도 어렵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프로아 왕국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전 대륙에서도 굉장히 드문, 일종의 국가기밀이기도 했고.
“일단 사제들이 안전할 테니까, 그걸로 됐어.”
“뀨우! 그건 그렇다!”
“일단 가서 이 소식을 전하고….”
바로 그때였다.
“킁! 킁킁킁!”
햄찌가 갑작스레 코를 벌름거리며 좌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아까 견과류 한 봉지 줬잖아.”
“뀨우! 그게 아니다!”
“응?”
“뭐라고?!”
지크가 화들짝 놀라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섰다.
“킁! 킁킁!”
햄찌가 마차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코를 벌름거렸다.
“뀨우! 주인 놈아! 저쪽이다! 냄새가 이 길에서 난다! 뀨우!”
“이 길이라면….”
지크의 시선이 현재 마차가 이동하고 있는 방향의 도로에 머물렀다.
프로아 왕국 한복판.
웨펀 아카데미로 향하는 도로에서 범인의 냄새가 났다는 건….
‘설마?’
지크의 뇌리에 사람 잘 잡기로 소문난 가 스치던 순간.
콰앙!
지크가 마차의 문을 깨부수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파앙!
그러고는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도로를 따라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뀨우우우우!!! 주인 놈아!!! 같이 가자!!”
햄찌가 그런 지크를 뒤쫓아 네 발로 뛰어서 달려 나갔다.
***
웨펀 아카데미로 달려가는 길.
‘어떻게?’
지크의 뇌리엔 의문이 가득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범인이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이곳 프로아 왕국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으며, 또 어떻게 잠입해 들어올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은 잠시였다.
‘더 빨리! 더 빠르게!’
지크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전력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1분, 아니 1초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웨펀 마에스트로들은 강하다.
그러나 범인은 비머리언 공방을 나 홀로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도 파피야스를 강탈해 유유히 사라질 정도의 실력자였다.
진정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을 상대로,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0분도 채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절대 안 돼. 이번만큼은 사제들 중 누구도 잃을 수 없어. 내가 지킬 거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저 멀리 보이는 웨펀 아카데미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웨펀 아카데미.
“커헉….”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
웨펀 아카데미 앞에는 수강생들과 프로아 왕국의 기사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이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국왕 전하!”
누군가 지크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부상자들부터 챙기도록 하세요! 햄찌야! 너도 도와줘! 부탁할게!”
“알겠다! 뀨우!”
지크는 햄찌와 그나마 멀쩡한 이들에게 부상자들에 대한 응급조치를 맡긴 후 서둘러 웨펀 아카데미 안쪽으로 내달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때, 웨펀 아카데미의 건물 안쪽으로부터 엄청난 폭발음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싸우고 있어!’
지크는 혹시나 사제들 중 누군가 죽거나 다쳤을지 몰라 더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웨펀 아카데미의 깊숙한 곳.
“크윽….”
“사, 사제….”
“다들… 괜찮으… 크윽!”
사건 현장에는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채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널브러진 웨펀 마에스트로를 중심으로, 망토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자의 주변에는….
두둥실!
를 포함해 웨펀 마에스트로들이 사용하던 무기들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