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75
574
얼굴이 드러난 는 죽은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와 완전히 똑같았다.
“사, 사부님….”
“사부님께서 왜….”
“사부님?”
오죽했으면 웨펀 마에스트로들마저도 경악했을 정도로 의 모습은 죽은 샤키로와 너무나도 똑같았다.
“샤키로… 사부님.”
지크가 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머리언 공방을 습격해 를 강탈하고, 이제는 웨펀 아카데미까지 피바다를 만든 살인마가 설마하니 샤키로일 줄이야….
샤키로의 첫 번째 제자였던 제라드처럼, 숨겨진 또 다른 제자일 줄 알았건만.
혹은 샤키로와 사형제 관계이거나.
“나를… 아나?”
가 지크를 향해 물었다.
“제가 모르겠습니까?”
지크가 의 물음에 대답했다.
“나를… 어떻게 아나.”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나는 기억이란 게 없는 자다.”
“…….”
“내가 눈을 떴을 때….”
가 3일 전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홀로 서 있었다.”
“어두컴컴한 동굴이라면….”
지크는 의 말에서 샤키로가 최후를 맞이했던 장소를 떠올렸다.
환락의 도시 돈데기리.
그곳에 자리한 폐광.
샤키로는 지크와 함께 전설의 대장장인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을 찾으러 갔다가 오즈릭 교단의 붉은 추기경인 블라디미르와의 전투 후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는 말은….
‘샤키로 사부님이라는 거잖아?’
지크는 혼란스러웠다.
만약 가 진짜 샤키로라면, 자신의 죽음을 숨긴 게 아니란 말이 되었다.
왜?
기억이 없다고 했으니까.
그저 눈을 떴을 때 어두컴컴한 동굴에 나 홀로 있었다는 말은, 정말이지 믿기 힘들지만 스스로 했단 이야기밖엔 되지 않았다.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말이다.
“샤키로 사부님.”
지크는 가 샤키로라고 여기며 말했다.
“사부님? 내가 네 스승인가?”
“정식은 아니지만, 분명히 사부님께 배웠으니 제자가 맞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샤키로 사부님, 일단은 멈추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이런 분이 아니십니다.”
“이런 분이 아니다?”
“사부님께서는 이렇듯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실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쯤에서 멈추시지요.”
그러자 나머지 웨펀 마에스트로들 역시 황급히 달려와 를 둘러싸고 엎드려 절했다.
그러면서 간곡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사부님… 멈추십시오.”
“사부님께서는 이런 분이 아니십니다.”
“대사형의 말이 옳습니다. 사부님,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흑… 사부님….”
웨펀 마에스트로들은 실로 오래간만에 만난 사부가 기억을 잃은 채 살인마가 되어 있단 사실에 통곡했다.
“다들….”
가 그런 지크와 웨펀 마에스트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아는 모양이야. 아니면 내가 그 샤키로라는 자와 닮았던 것일지도.”
“아닙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샤키로 사부님이 맞으십니다. 지금은 비록 기억을 잃으셨지만, 분명히 샤키로 사부님이십니다. 그러니….”
“아니.”
가 지크의 말을 끊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샤키로 사부님!”
“나는… 나는 그저….”
가 를 움켜쥐었다.
“무기를 찾는 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단 진정하시면….”
“그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그 순간.
파앙!
로부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와 지크를 뺀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날려버렸다.
“악!”
“커헉!”
“으아아아악!”
덕분에 웨펀 마에스트로들은 안 그래도 걸레짝이 된 상태에서 큰 충격을 입고 저 멀리 나가떨어지며 여기저기를 나뒹굴고 말았다.
“샤키로 사부님!”
유일하게 튕겨 나가지 않은 지크가 를 향해 안타깝다는 듯 소리쳤다.
“나는 내가 샤키로든 아니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
“지금 내 관심은 오직 무기를 찾는 것뿐.”
그와 동시에 가 를 움켜쥐었다.
슈우우우우!
뒤이어 웨펀 마에스트로들의 무기들이 위협적으로 회전하며 지크의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나는 무기를 찾을 뿐이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킬에 움직이는 무기들이 지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
999레벨의 히든 NPC 데우스는 오늘도 사랑스러운 손녀 베르단디와 한참을 놀아주다가 왕성을 나섰다.
왕성을 나선 데우스는 수도 프로이센을 나서 잘 깔린 도로를 따라 쭉 걸었다.
뚝, 뚝!
그러던 중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은 빗방울들은 이내 곧 세찬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비가 오는구먼.”
데우스는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폭우 속을 거침없이 걸었다.
쏴아아아!
굵은 빗줄기가 미친 듯 퍼부어 댔지만, 데우스는 개의치 않았다.
왜?
데우스는 비에 맞지 않았으니까.
쏟아져 내린 빗방울은 데우스의 옷깃 하나 적시지 못했고, 신발 역시 단 한 방울의 빗방울에도 맞지 않았다.
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데우스는 마치 햇살 아래 서 있는 것처럼 습기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오늘도 잘 수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먼.”
데우스는 웨펀 아카데미까지 뚫린 도로를 따라 쭉 걸었다.
최근 데우스는 웨펀 아카데미에 출입하며 열심히 땀 흘려 수련하는 웨펀 마에스트로들과 수강생에게 틈틈이 조언을 해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노년의 소일거리라고나 할까?
데우스는 젊은 시절부터 강함을 숭상하고, 기어코 무적의 힘을 손에 넣은 자.
그런 데우스의 눈에 웨펀 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이 얼마나 예뻐 보이겠는가?
비록 강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의 목표와 강함을 위해 나아가는 수강생들의 모습이란 데우스의 눈에 귀여운 병아리들처럼 보였던 것이다.
“본좌도 그런 시절이….”
데우스가 웨펀 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허.”
데우스는 순간 무언가를 느끼고 얼굴을 굳혔다.
“무언가 터진 것이로구먼.”
데우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웨펀 아카데미로 이동했다.
데우스에게 거리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마음이 머무는 곳에 육체가 있는 자에게 거리란 언제든 좁힐 수 있는 개념에 불과했던 것이다.
“허허.”
데우스는 웨펀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헛웃음을 지었다.
널브러진 시체들.
부상당한 웨펀 마에스트로들.
그리고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제자 녀석까지.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구, 국사 어르신!”
하켄이 데우스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크윽! 큰일 났습….”
“큰일은 무슨.”
“예?”
“놀란 마음이야 잘 알겠으나, 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죽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겠느냐? 세상의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자에게는 이와 같은 비극조차도 그리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게 어인 말씀이신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본좌는 이 세계의 인과율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자이니라.”
“…….”
“그러니….”
데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뒷짐을 지고 지크와 의 대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본좌의 제자 녀석과 저 가엾은 것의 대결이나 지켜보는 수밖에 없구나.”
데우스는 를 가리켜 이라 불렀다.
“어르신….”
하켄은 데우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데우스가 그렇게 말했으면, 결코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상대를 아주 제대로 만났구나.”
데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지크와 의 대결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하나밖에 없는 제자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진짜배기 강자와의 대결을….
***
다시 시작된 싸움.
쏴아아아!!!
지크는 어느새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 속에서 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만큼 가 구사하는 은 너무나도 정교했다.
지크 역시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처럼 많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그건 평범한 인간의 뇌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고성능 AI나 가능할 법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는 그 어려운 것을 너무나도 쉽게 해내며, 지크를 압박했다.
심지어 를 움켜쥐고 지크를 직접 공격해 오기까지 했다.
덕분에 지크는 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사부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뀨우우우우우우!!! 주인 놈아!!! 햄찌가 힘 준다!!!”
뒤늦게 달려온 햄찌는 지크가 고전하는 것을 보자마자 를 불러내 버프를 최대치로 주었다.
그러나 지크는 햄찌가 준 버프를 받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빈틈이 없어. 그리고… 너무 빨라.’
지크는 를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아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제2단계를 켜고, 가진 모든 디버프를 활용해도 의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또, 공격의 숙련도와 정밀함 역시도 지크보다 가 압도적이었다.
클래스의 차이.
는 지크가 여태껏 상대했던 그 모든 적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노련한, 그야말로 인 것이다.
‘무기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여기서 삐끗하면 내가 죽을 거다.’
지크는 자신이 아슬아슬 칼날 위를 걷고 있다는 것 역시도 잘 알았다.
방심은 곧 죽음이었다.
아직 크게 치명타를 입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그런 상황인 것이다.
‘무기, 무기들부터 차단시켜야 돼.’
지크는 에 의해 움직이는 무기들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단 말은….
‘이판사판이야.’
지크는 날아오는 무기들을 쳐내는 한편 이를 악물고 를 향해 파고들었다.
푸욱!
지크는 스피어 마에스트로 루나의 창이 옆구리를 살짝 뚫고 지나갔지만, 멈추지 않고 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고는 곧바로 스킬을 전개했다.
화아악!
그러자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쩌어어억!
가 발동되어 지크와 를 집어삼켰다.
텅, 터엉, 텅!
웨펀 마에스트로들의 무기들이 에 부딪혀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일대일.
지크는 안에서 와 단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가 가진 무기라고는 오직 손에 쥔 밖엔 없었다.
‘됐어.’
지크는 이제야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바꾸어 사용하고, 또 을 이용해 각종 무기를 날려대는 웨펀 마이스터가 오직 도(刀)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
그건 웨펀 마이스터라는 클래스의 장점이 사라지는 셈.
사실상의 페널티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젠 내가 유리해. 1분 안에….’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촤라락!
를 중심으로 섬광이 번뜩이더니, 마나로 이루어진 수십여 개의 무기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검(心劍).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 마나로 이루어진 무기를 만들어내는 경지.
최종 단계이자 궁극의 형태인 제3단계의 발동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