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80
579
콰직!
태성의 손아귀가 천우진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래… 그렇지….”
태성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렇게 쉽게 개인 정보가 뚫릴 리가 없지….”
“태, 태성아….”
“너라고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고해 성사를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흐!”
“그게 아니라….”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태성은 그렇게 소리치며 천우진의 목을 비틀어버릴 듯 조였다.
“커, 커헉! 사, 사람… 살려!”
“죽어, 이 자식아. 죽어.”
“내가 잘못… 컥!”
“죽어.”
“아악! 스, 승구야! 나, 나 좀 도와… 컥!”
천우진이 승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승구는 천우진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오싹!
태성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승구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끼어들지 마라.”
“혀, 형님….”
“끼어들면 너도 공범으로 간주하고 가만 안 둘 테니까, 그런 줄 알어.”
“…….”
“이것들이 진짜.”
덕분에 천우진은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제, 제발! 미, 미안!”
“이게 아주 그냥 죽을라고.”
“악!”
천우진이 몸부림을 치고.
와장창!
테이블이 엎어지며 커피와 브런치가 바닥에 쏟아졌다.
“혀, 형님…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승구는 그렇게 말한 후 재빨리 자신의 차량인 벤틀리를 타고 브런치 카페에서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스, 승구… 이 배신자… 크윽!”
덕분에 천우진은 나 홀로 남겨져 태성에게 아주 혼쭐이 나야만 했다.
***
약간의 소란-경찰까지 출동할 뻔했던-이 지나간 후.
“…….”
천우진은 마치 죄인처럼 태성의 앞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와. 도대체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지? 밥 먹고 게임이랑 운동만 한다더니….’
천우진은 내심 태성의 완력에 놀라며, 혹시나 죽빵이라도 맞을까 가슴을 졸였다.
“하여간.”
태성이 그런 천우진에게 말했다.
“이 음흉한 새끼 아주.”
“내, 내가 뭐가 음흉해….”
“친구 개인 정보를 빼내? 너 그러다 내 재산까지 빼가겠다?”
“내가 미쳤냐? 그 코딱지만 한 재산을….”
“뭐 인마?”
“미, 미안.”
“후.”
태성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천우진을 향해 말했다.
“널 어째야 하냐?”
“…….”
“이걸 확 씨!”
“윽!”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짓거리 벌였다간, 그땐 친구고 뭐고 없다. 알겠냐?”
“으응….”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일거릴 만들고 있어.”
“그, 그래도.”
천우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나가서 우승하면 명예까지 거머쥐는 거잖아.”
“명예라….”
“니 실력이면 이 바닥에서 레전드가 될 수도 있는데, 숨어 사는 게 아까워서 그랬어.”
천우진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나름 진지하게 말했다.
“넌 슈퍼스타가 될 수 있어. 굳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란 게 아냐. 그냥 가끔만 얼굴 비춰줘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쥘 수 있다고.”
“그런가?”
“당연하지. 슈퍼루키 토너먼트에서 우승만 해도 CF가 붙고, 방송국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난리도 아닐 텐데.”
“으음.”
“살면서 명예를 거머쥘 일이 어디 흔하냐? 그것도 한국에서만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지는 건데.”
“그건 그렇지.”
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는 어느 정도 거머쥐었으니까, 이젠 명예를 다 거머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너 자신을 세계에 증명하라고.”
“나 자신을 세계에 증명하라니….”
“너보다 못한 놈들도 유명세를 떨치는데, 니가 왜 못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각인시켜 줘. 니가 이 BNW라는 게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물론 지금은 최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천우진의 말은 옳았다.
현재 랭킹 1위라는 베오울프부터, 프로게이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른 게이머들까지.
현재 태성만큼 실력 좋고, 템 세팅도 좋은 게이머들은 많은 게 사실이었다.
또, 드넓은 뉘르부르크 대륙 어딘가에는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들이 득실거릴 게 분명했다.
그러나 천우진은 결국엔 태성이 그들 모두를 누르고 게임 BNW의 정점에 설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천우진이 아는 한 베오울프에 이어 299레벨의 을 깨드릴 게이머는 지크가 유일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니 목표가 그거잖아? 이 게임의 정점을 찍는 거.”
“그렇지.”
“그냥 그걸 보여 주는 거라고 생각해라.”
“그런가.”
“어차피 RPG게임이라 프로게이머로 뺏기는 시간은 그렇게 안 많잖아.”
“그건 그렇지.”
“아, 그리고. 이번 일은… 미안하다. 난 그냥 네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
“됐다.”
태성이 더 말하지 말자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뭐… 친구 잘됐으면 하는 마음인 건 알겠다.”
“그, 그래?”
“말도 없이 개인 정보 빼가서 사람 귀찮게 한 건 괘씸한데, 네 마음이 예뻐서 봐준다.”
“진짜지? 봐주는 거다?”
“대신….”
태성이 살짝 생각을 하더니 덧붙였다.
“대신?”
“오즈릭 교단에 대한 정보, 최대한 많이 공유해 줘.”
“으응? 오즈릭 교단?”
“솔직히 수호자들에서만 알고 있는 정보도 많을 거 아냐.”
“그, 그건 그렇지.”
“앞으로 나랑 다 공유해 달라고.”
“갑자기 왜?”
“왜긴 왜야. 아주 작살을 내놓고 싶어서 그렇지.”
“뜬금없이?”
“그게 말야….”
태성이 천우진에게 이번에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해 주었다.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가 가 되어 부활했던 사건을 말이다.
“뭐? 죽은 사람이 부활을 해?”
“그냥 죽은 것도 아냐. 내 눈앞에서 한 줌 재로 흩어졌었어. 그 말은….”
“시체조차 안 남겼단 거겠지.”
“그래, 맞아.”
“그런데도 부활했다… 오즈릭 교단밖에 없네.”
천우진 역시 태성과 생각이 같았다.
죽은 사람을, 그것도 시체조차 없는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어둠의 세력이라면 오즈릭 교단 외에는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어. 내부 회의를 좀 거쳐야 하겠지만, 앞으로 더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하자. 안 그래도 요즘 오즈릭 놈들의 움직임이 더 은밀해졌거든. 우리 쪽에서도 프로아 왕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어.”
“그래?”
“언젠가부터 우리 움직임이 읽히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티가 나지는 않는데, 딱 그런 느낌이야.”
“설마 내부에 쥐새끼가 있다는 건가?”
“그럴지도….”
천우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아직 짚이는 건 없는데, 뭔가 있단 느낌은 들거든.”
“조심해.”
“당연히 조심해야지.”
“아무튼, 그럼 앞으로 정보 공유하는 거다?”
“노력해볼게.”
그렇게 태성과 천우진은 현실에서 만나 밥을 먹으며 게임 속 오즈릭 교단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게이머들인가 보네. 어휴. 현실에서도 게임 이야기냐. 사이버 망령들 같으니라고.’
그런 태성과 천우진의 테이블을 서빙해주던 직원은 두 사람을 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후아!”
지크는 마침내 컨디션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몸 상태를 되찾았다.
“여보, 이제 괜찮으세요?”
“그럼요.”
“다행이에요, 많이 걱정했단 말이에요.”
“그럼 다음부터는 그냥 죽어 버릴까요?”
지크는 그렇게 농담을 던졌다가 곧장 후회했다.
글썽글썽!
브륜힐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던 것이다.
“그, 그런 말씀은… 장난으로라도 하지 말아요.”
“여, 여보!”
“당신은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지만… 나는 너무 두려운걸요. 어느 날 당신이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생각하면… 흑!”
브륜힐트는 지크가 던진 농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지, 그렁그렁 눈물을 지으며 시무룩해했다.
덕분에 지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귀, 귀엽고 사랑스러워!’
지크는 눈물을 글썽이는 브륜힐트의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듬뿍 느낄 수가 있었다.
“여보.”
지크가 브륜힐트를 뒤에서 안아주며 그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내가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여보 곁, 절대 안 떠날게요. 네?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요. 그냥 농담인걸요.”
“아, 알지만… 그래도….”
“이리 와요.”
지크는 브륜힐트를 돌려세운 후 앞에서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걱정 마요. 알겠죠?”
“네, 여보….”
“이렇게 해봐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브륜힐트의 얼굴을 감싸고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
깊은 입맞춤.
지크와 브륜힐트의 사이는 언제나 사랑이 넘쳤으며, 애틋했고, 또한 달달하기만 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지크는 의 온라인 예선을 위해 게임 BNW의 최상위 결투장인 으로 향했다.
는 온라인 예선, 조별 리그, 그리고 본선 토너먼트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즉, 온라인 예선부터 뚫어야 공식 방송 경기로 치러지는 조별 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슬슬 가볼까. 가자, 햄찌야.”
“뀨! 가자! 주인 놈아!”
지크는 의 온라인 예선에 참여하기 위해 햄찌를 데리고 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런데.
“국왕 전하 납시오!”
지크가 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프로아 왕국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예를 취했다.
“으, 으응? 이게 다 뭐야?”
지크는 당황했다.
신전 앞에는 기사단장 오스칼부터 카렐, 웨펀 마에스트로들 등등 프로아 왕국의 핵심 수뇌부들과 정예 기사들이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보!”
“아빠빠!”
“끠잉! 끠이잉!”
가족들.
브륜힐트, 베르단디, 그리고 인 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고.
“여보, 같이 가요.”
브륜힐트가 살며시 지크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가, 같이요? 고작 예선인데?”
“그래도요.”
브륜힐트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께서 대회에 나가시는데, 안 가볼 수 없죠. 보고 싶은걸요.”
“하지만….”
“가요.”
브륜힐트가 지크를 이끌었다.
“볼 수 있을 때 1분 1초라도 더 보고 싶어요.”
“앗… 아앗….”
지크는 브륜힐트의 달콤하기 짝이 없는 말에 그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오늘 밤은 엄마아빠놀이다!!!’
지크는 속으로 오늘 밤 브륜힐트를 아주 혼쭐을 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가볼까요.”
“네, 여보.”
그렇게 지크는 가족들, 그리고 프로아 왕국의 정예 기사들과 함께 으로 이동한 뒤 곧장 자신의 첫 번째 온라인 예선이 벌어질 결투장에 입장했다.
번쩍!
결투장으로 이동한 직후.
“으, 으응? 이거 예선전 아니었나?”
지크는 결투장으로 이동하자마자 제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그 많은 관중석이 빈자리 없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지크프리트 온라인 예선전 1차전 입장….”
“강력한 우승 후보의 온라인 예선전 시작….”
기자들.
“흐음. 일단은 지켜봅시다.”
“내가 먼저 찜해 놨으니까 넘보지 마쇼.”
“우리가 먼저 오퍼 넣었는데 뭔 소리야?”
한국 프로 구단의 감독들, 그리고 코치들.
“반드시 중국 리그로 데려와야 한다.”
“미국으로 오겠지.”
“돈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무슬림으로 개종해서라도 아랍 리그에서 뛰게 될 거야.”
심지어 해외 프로 구단의 관계자들까지.
지크의 온라인 예선전 제1경기는 전 세계의 V스포츠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왔다!”
“대박!”
“옆에 엘프 NPC가 와이프인가? 진짜 예쁘다….”
“기사들 레벨 보소? 장비는 다 아우토니카 공방 풀세트네?”
“캬… 게이머 최초로 왕이라더니 등장하는 스케일 보소?”
V스포츠 관계자들에 이어 일반 게이머들까지 고작 온라인 1차 예선전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슈퍼루키 토너먼트 온라인 예선 제1차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경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한국의 게임 방송국까지 결투장에 들어와서 지크의 경기를 공식 채널에서 생중계하고 있었다.
즉, 지크는 이미 어그로가 끌릴 대로 끌려서 숨만 쉬어도 주목을 받는 지경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