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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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살짝 당황했다.
‘아니 무슨 온라인 예선 1차전부터 이러냐고.’
지크는 끽해야 기자 한두 명이나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건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윽!’
지크는 이 엄청난 관심에 쭈뼛쭈뼛 뒤통수를 긁적이며 결투장 한복판으로 걸어갔다.
그러던 중.
“여보.”
브륜힐트가 살포시 지크의 팔짱을 끼었다.
“이기세요, 꼭.”
브륜힐트는 그렇게 속삭이며 지크의 입에 귀엽게 뽀뽀를 해주었다.
“헉?”
“달달한 거 보소….”
“와. 결혼을 299레벨 초미녀 엘프랑 하셨네.”
“NPC랑 결혼한 거지만… 부럽네.”
“스, 스윗해!”
관중들은 굉장한 미녀인 데다가 레벨까지 높은 브륜힐트의 키스를 받는 지크를 부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게임이라지만 NPC를 꼬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임 BNW의 NPC들은 인간처럼 말하고, 또 생각하는 존재.
그런 NPC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인간의 마음을 얻는 것과 똑같았다.
NPC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을 상대할 때처럼 공을 들이고, 스스로를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현실에서도 연애고자들은 게임 속 NPC들에게도 인기가 없다는 말.
즉, 게이머라는 이유로 무조건 미남 미녀 NPC를 사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비록 현실의 연애 고자일지라도 지크처럼 뛰어난 능력과 무언가의 매력 없이는 브륜힐트와 같은 미녀와 결혼하는 건 불가능한 일!
때문에, 게이머들은 지크를 엄청나게 부러워한 것이다.
‘헤헤! 내가 이 정도야! 우리 여보가 날 이렇게 사랑한다고!’
지크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뿌듯했다.
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것.
그건 제아무리 지크로서도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빠! 이겨요! 사랑해요! 쪽♥!”
“응~ 우리 딸~ 아빠 이길게~.”
지크는 딸 베르단디에게도 뽀뽀를 받았고.
“귀, 귀여워!”
“대박… NPC랑 결혼해서 저렇게 예쁜 딸까지?”
“헉? 여태 본 애기 NPC들 중에서도 제일 귀엽잖아?”
“으으! 너무 귀엽잖아!”
“나중에 크면 얼마나 미녀가 될까?”
“크… 저런 딸까지 뒀네. 부럽다, 부러워!”
게이머들은 브륜힐트뿐만 아니라 딸 베르단디 역시도 부러워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에헴!’
덕분에 팔불출에 딸바보-슬슬 딸병신 기질도 슬슬 드러나는 중인 듯하지만-인 지크는 쭉 찢어지는 웃음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스칼 경.”
지크가 오스칼에게 속삭였다.
“예, 전하.”
“저기서 더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놈들은 모조리 끌고 가 처단하세요.”
“예?”
“저길 보시죠.”
지크가 관중석을 가리켰다.
“하악… 브륜힐트… 가슴 보소….”
“너무 귀엽잖아… 저 뺨에 뽀뽀를… 킁카킁카!”
몇몇 게이머들이 브륜힐트의 아름다움과 베르단디의 귀여움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거기서 드러나는 감정이었다.
몇몇 게이머들은 단순히 아름다음을 느끼거나, 혹은 귀여움을 느끼는 걸 넘어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즉, 지크의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쳐 죽이고 싶은 역겨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자들이 몇몇 있었던 것이다.
“저 새끼들 아주 거시기를 잘라 버리도록 하세요.”
“명령 받들어 모시겠사옵니다, 전하.”
오스칼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결투장 내부를 지키던 의 성기사들에게 지크의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자 의 성기사들이 성큼성큼 걸어가 지크가 지목했던 게이머들의 양팔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이래?”
“놔!”
그 게이머들이 당황해서 소리치고, 관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을 때.
“주목!”
오스칼이 근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본인은 프로아 왕국의 왕실 근위 기사단장인 오스칼이다! 모험가들은 들어라! 저 모험가들은 관중들 사이에 숨어 왕비마마와 공주마마를 능멸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이에 본인은 왕실모독죄 및 왕족모독죄로써 저 모험가들을 일벌백계할 것이다!”
그러자 오스칼에 이어 의 기사들 중 가장 계급이 높은 기사 역시 소리쳤다.
“이 결투장은 무신 아레스 님의 가호가 함께하는 신성한 곳! 왕실과 왕족을 성적으로 모독하는 발언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는 안 그래도 지크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지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때문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고, 듣는 귀가 많다. 관중 속에 숨어 있어도 다 잡아낼 수 있으니, 부디 언행을 조심할 수 있도록. 본국의 기사들은 들어라!”
“예! 오스칼 경!”
“지금부터 왕비마마와 공주마마를 능멸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예!”
프로아 왕국의 기사들이 오스칼의 명령을 받고 관중석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크의 경기를 구경하러 왔던 이들 중 브륜힐트와 베르단디에게 그 더러운 욕망을 드러내던 게이머들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좋네.’
지크는 다소 강압적이었지만, 이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누구도.
그 누구도.
브륜힐트와 베르단디를 소재로 한 그 어떤 저질스러운 발언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구정물은 나 혼자 뒤집어쓰는 걸로 충분해. 암, 그렇고말고.’
지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들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했다.
이미 이미지가 바닥까지 친 상황인지라, 이제는 더 떨어질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륜힐트와 베르단디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우리 예쁜 마누라, 딸 위해서라도 내가 앞으로 잘해야지.’
지크는 훌륭한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 거듭나기 위해 이미지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결투장 정중앙으로 나아갔다.
***
지크의 온라인 예선 첫 상대는 나름 이름난 아마추어 게이머인 란 ID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나소구리의 실력은 그리 엄청나게 뛰어난 건 아니었다.
패왕Ⅲ 등급의 PVP 플레이어긴 했지만, 나소구리는 그 실력보다 창의적인 플레이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소구리는 창의적인 아이템 세팅과 스킬트리, 그리고 특이한 효과를 지닌 아이템들의 액티브 스킬을 활용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해괴하고 변칙적인 플레이에 능했다.
또, 그런 플레이를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해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유명해진 게이머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일까.
즉,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그래서 게임 팬들은 나소구리가 비록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지만, 최소 16강이나 8강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날림으로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천상계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그런 걸 성공시키려거든 기본적인 실력과 그에 따른 치밀한 설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나소구리가 지크에게 능청스레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네요. 헤헤.”
“저도 나소구리님 영상 자주 봤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헤헤.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살살해 주시죠.”
“에이, 무슨 말씀을요.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지크는 나소구리의 넉살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뭘 준비해온 건데 저렇게 히죽히죽 쳐 웃어? 사람 불안하게.’
지크는 나소구리가 엄청나게 음흉하고, 또 능글맞은 인간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더욱 경계했다.
나소구리가 저렇듯 사람 좋고 넉살맞게 굴어도, 일단 결투가 시작되면 아주 집요하고 악랄하게 돌변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할까요? 헤헤!”
“그러죠.”
지크는 나소구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를 박았다.
그러자 곧장 결투가 시작되었다.
[3, 2, 1….] [Fight!]그렇게 시작된 결투가 시작된 지 정확히 3초 후.
“……!”
“……!”
“……!”
지크와 나소구리의 온라인 예선 1차전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
지크를 보러온 사람들이 모두가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건 아니었다.
이번 에는 이미 프로 게임단과 계약이 되어 있는, 즉 아직 프로 자격을 획득하지 않고 데뷔하지 않은 아마추어 고수들도 상당히 많았다.
데뷔를 앞두고 있던 준프로게이머들.
그리고 데뷔할 날을 기다리며 캐릭터를 키우고, 또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던 연습생들도 참가했던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각 구단들의 입장에선 이번 에 소속 연습생들과 준프로게이머들이 있기에, 나름의 전력 분석을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지크와 같은 우승 후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소속 연습생이나 준프로게이머가 본선 토너먼트에서 지크와 같은 우승 후보와 맞붙게 되었을 때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매우 큰 차이를 발휘하기 마련이 아니던가?
그래서 각 구단의 감독들과 코칭스태프들은 결투가 시작되자 지크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분석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3, 2, 1….] [Fight!]결투가 시작되고.
파앙!
지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나소구리와의 거리를 좁혔다.
뒤이어 화르륵! 불길이 치솟아 올라 결투장 전체를 휩쓸고.
뚝, 딱, 뚝, 딱, 쿵!
지크가 휘두른 가 나소구리의 머리통을 정확히 다섯 방 내리쳤다.
그리고….
[나소구리]•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나소구리의 생명력 50퍼센트가 날아갔다.
그것도 고작 평타 다섯 방에 말이다.
사실 지크의 평타는 어지간한 스킬만큼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똥파워를 자랑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소구리의 머리 위.
빙글빙글~!
세 개의 별이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둔기, 그것도 무지막지한 파워를 자랑하는 지크의 평타를 다섯 방이나 맞아 에 걸린 것이다.
고수들끼리의 대결은 0.01초 만에 승부가 갈리기 마련.
그 대결에서 무려 3초 동안이나 에 걸린다는 말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되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앙!!!
뒤이어 지크의 스킬이 에 걸린 나소구리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털썩!
뒤이어 생명력이 0이 된 나소구리의 시체가 결투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문제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고작 3초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
즉, 지크는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전속력으로 내달려 를 깔면서 나소구리의 머리통을 내리쳐 스턴을 건 뒤에 스킬로 마무리해 버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지크는 나소구리의 창의적이고 변칙적인, 때로는 변태적이고 악랄한 플레이에 경계했다.
그래서 초전박살을 내겠단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빠르게 결투를 끝내버렸던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로 향했고.
“…….”
“…….”
“…….”
지크를 염탐(?)하러 왔던 한국의 프로 게임단 관계자들은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눈만 끔벅거려야만 했다.
그들이 이번 대결을 통해 얻은 지크의 정보라고는 가 전부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 그럼 2차전 갑니다.”
지크는 곧바로 온라인 예선 2차전을 치르기 위해 다음 대전 상대가 기다리는 결투장으로 이동했고.
우르르!
관중들 역시 그런 지크를 따라 2차전이 벌어질 결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