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93
592
‘자신 있어.’
지크는 299레벨의 NPC인 드레퓨스를 상대로도 자신감이 넘쳤다.
마스터의 경지를 넘은 와의 대결에서도 한 끗 차이로 졌던 지크였다.
그런 지크가 을 넘지 못한 드레퓨스와의 대결에서 위축될 이유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크는 드레퓨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 거침없이 를 휘둘렀다.
‘빠, 빠르다!’
드레퓨스는 지크의 엄청난 공격 속도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면서 발차기로 지크를 견제하고, 자신의 검을 휘둘러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크는 더 빨랐다.
후욱!
드레퓨스는 반격을 시도하려다가 가 자신의 얼굴 앞을 지나가는 걸 보고 황급히 백텀블링을 연거푸 넘어 위기를 피했다.
탓, 타핫!
드레퓨스가 지크와의 거리를 벌리며 자세를 다잡았을 때.
주르륵!
드레퓨스의 콧잔등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
드레퓨스는 자신의 콧잔등에 흐르는 피를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치지도 않았는데 피부가 찢어져?’
드레퓨스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맞지 않았다.
분명히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그런데도 피부가 찢어져 버렸다.
만약 스치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엄청난 파괴력.’
드레퓨스는 지크의 평타에 무시무시한 똥파워가 실려 있다는 걸 깨닫고 잔뜩 긴장했다.
“와. 그걸 피하시네.”
지크가 그런 드레퓨스를 향해 감탄했다.
“제대로 노린 거였는데.”
“…….”
“어지간한 놈들은 그렇게 당하던데, 확실히 대단하시네요.”
“시끄럽다.”
드레퓨스는 지크와 말을 섞는 대신에, 빠르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쾅, 콰앙!
뒤이어 지크와 드레퓨스 간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그 대결은 매우 빠르고, 또 격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7~8번의 공방이 오가는, 그런 빠른 대결.
지크와 드레퓨스는 그 어떤 허세나 군더더기 없이, 오직 실전적이고 치명적인 움직임으로만 이루어진 공방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던 중.
‘역시 디버프 없인 압도하긴 힘드네.’
지크는 디버프 필드 없이, 순수 육탄전만으로 드레퓨스를 상대하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드레퓨스는 30년 동안이나 용병으로써 활동해온 자.
그런 자가 갖춘 실전 경험이란 엄청나서, 지크로서도 스펙을 내세워 압도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그렇담 디버프야.’
지크는 곧장 와 을 펼쳤다.
“크으윽!!!”
그러자 드레퓨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쒜엑!
뒤이어 와 드레퓨스의 검이 충돌하고.
쾅-!
드레퓨스가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에 방어력이 깎인 덕분에 지크와의 충돌을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크는 드레퓨스가 휘청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갔다.
“으윽!”
드레퓨스는 안 그래도 휘청거리는 와중에 지크까지 덤벼드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의 강력한 슬로우 효과와 까지 귀찮게 하는 통에 반격은커녕, 지크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그래서일까?
우웅!
드레퓨스의 검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위험!’
지크는 드레퓨스가 뭔가 필살기 같은 걸 사용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드레퓨스를 밀어붙였다.
‘기회다!’
드레퓨스는 지크가 오히려 자신을 몰아붙이자 좋아했다.
지금 드레퓨스는 자신을 용병왕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해주었던 기술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이른바 이라 부르는 그 기술은, 그 무엇이든 100퍼센트의 확률로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찌르기였다.
그리고 발동 속도가 음속은 가뿐하게 넘길 정도로 빨랐다.
즉, 피하지 않고 막았다가는 무조건 급소를 꿰뚫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다!’
드레퓨스는 이때다 싶어 검 끝에 자신의 마나를 집중시켰다.
치이익!!!
그러자 드레퓨스의 검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찌른다.’
드레퓨스가 지크의 안면을 향해 을 내질렀다.
그런데.
“……!”
드레퓨스는 순간 마나의 흐름이 엉킨 걸 느끼고는 당황했다.
마나가 마나 홀을 떠나 힘차고 시원하게 뻗어 나가 검 끝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뭐에 막히기라도 한 듯 흐름이 엉켜버린 것이다.
그 현상은 지크의 디버프 스킬 중 하나인 때문이었다.
이 드레퓨스의 마나 흐름을 방해에 의 발동을 엉키게끔 했던 것이다.
터엉!
덕분에 드레퓨스의 은 본래 위력의 10퍼센트도 발휘하지 못한 채 에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100퍼센트 관통 스킬이 막힌 것이다.
“이, 이 무슨!”
드레퓨스가 놀라던 때.
퍼억!
지크의 니킥이 드레퓨스의 복부에 꽂히고.
“커헉!”
드레퓨스는 지크의 니킥에 실린 엄청난 운동 에너지에 포물선을 그리며 뒤로 훌쩍 날아가고 말았다.
무왕 레오니드의 격투 스킬인 에 실린 파괴력이 엄청났기에, 단순히 타격을 넘어 아예 드레퓨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
고수들 간의 싸움은 작은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는 법.
‘콤보다!’
지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크는 재빨리 를 허리춤에 집어놓고는 두 주먹을 움켜쥐고 드레퓨스에게 달려들었다.
드레퓨스가 땅에 처박히기 전에 공중에서부터 잡아채 콤보를 넣어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드레퓨스의 움직임은 지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휘리릭!
드레퓨스는 추락 직전 허리를 틀어 방향을 바꾸고, 마치 곡예를 부리듯 한 손으로 땅을 짚은 뒤 몸을 날렸다.
타핫!
그러고는 몸을 한 바퀴 돌려 백텀블링으로 지크를 따돌리면서 재빨리 자세를 다잡았다.
과연 용병왕이라 할 만한 기량이었다.
그러나 지크 역시 만만치 않았다.
‘따라붙고.’
지크는 드레퓨스를 놓치지 않고 거리를 좁힌 뒤 재빨리 니킥을 내질렀다.
빠악!
지크의 니킥이 드레퓨스의 왼쪽 종아리를 강타하고, 뒤이어 오른손 잽과 왼손 스트레이트가 쏟아져 나왔다.
빡!
드레퓨스는 그런 지크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주먹질에 고스란히 얻어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촤락!
드레퓨스가 순간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지크를 향해 붉은색 가루를 흩뿌렸다.
“악!”
지크는 순간적으로 눈이 너무 따가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고춧가루로 인해 잠시 시력을 잃었습니다!] [알림 : 앞으로 10초 동안 시력이 봉인됩니다!]알고 보니 드레퓨스가 지크에게 뿌린 붉은색 가루는 독이 아니라 고춧가루였다.
드레퓨스는 용병왕.
예의와 격식을 차리기보단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온 만큼, 필요하다면 상대방의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비열한 행동조차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30년 동안이나 용병 노릇을 해오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고.
화끈화끈!
덕분에 지크는 두 눈이 화끈거려서 도저히 앞을 보는 게 불가능했다.
‘빌어먹을! 차라리 독을 뿌리라고!’
만약 독이었다면 눈이 멀기는커녕 멀쩡했을 텐데, 하필 고춧가루라 눈이 지독하게 따갑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레퓨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끝낸다.’
드레퓨스는 다시 한번 을 시전해 눈이 잠시 먼 지크를 꿰뚫어 버리려 했다.
파직, 파지직!
하지만 지크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을 뿜어내 드레퓨스의 스킬 발동을 방해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중.’
지크는 눈을 아예 질끈 감은 채 청각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극도로 예민하게 발달된 지크의 청각이 주변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감지하고, 그것을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보여주었다.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의 청각이 워낙에 뛰어나서, 눈을 감고도 게이머 한태성이 주변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벤다!’
지크는 청각을 통해 본 드레퓨스를 향해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을 전개했다.
촤라락!
뒤이어 도(刀) 형태를 한 가 번개처럼 빗발쳐 드레퓨스의 검을 두 동강 내버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드레퓨스의 가슴팍을 일자로 그어 버리기까지 했다.
그 결과.
푸화아아악!
털썩!
드레퓨스는 가슴팍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뀨! 주인 놈아! 눈 떠라! 뀨우!”
“으! 따가워!”
지크는 그러는 동안 햄찌가 눈에 물을 부어줘서 겨우 고춧가루들을 씻어낼 수가 있었다.
화끈화끈!
욱신욱신!
물론 눈을 씻어낸 후에도 눈가가 따끔거리고 화끈거려서 한참을 고생해야 했지만 말이다.
“으으!”
지크는 시뻘겋게 부어오른 눈 덕분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쓰러진 드레퓨스를 향해 다가갔다.
“허억, 허억….”
드레퓨스는 가슴 근육의 절반이 갈라진 채 눈밭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엄살 부리지 마시죠.”
지크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쓰러져 있는 드레퓨스의 가슴팍에 부어주었다.
주르르륵!
보라색 액체가 드레퓨스의 가슴팍에 떨어지자 상처가 눈에 띄도록 빠르게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나를… 크윽… 살려주려는 건가?”
“뻔뻔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
“깊게 안 베인 거 아니까, 후딱 일어나십쇼.”
“도대체 왜….”
“용병왕 드레퓨스. 향후 10년 동안 제 밑에서 외화벌이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외, 외화벌이…?”
“살려준 대가로 10년 동안 열심히 돈 벌어다가 제 주머니를 채워달라는 거죠. 후후후.”
그 순간.
‘헉?’
드레퓨스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크의 두 눈이 마치 금화처럼 보여서,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떠야만 했다.
***
지크는 기어코 용병왕 드레퓨스를 제압한 뒤 곧장 병력을 이끌고 에서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워프 게이트를 향해 달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붉게 빛나는 점.
으로 미니맵을 보니 블라디미르를 상징하는 붉은 점이 워프 게이트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를 역시 붉은색 점들이 따르고 있는 걸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퇴각.
지금 블라디미르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들과 오즈릭 교도들을 이끌고 후퇴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못 보내주지.’
지크는 오즈릭 교단의 붉은 추기경이자 퀘스트의 표적 중 하나, 혈마 베르세르크의 후예인 블라디미르를 결코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때마침 지크와 프로아 왕국군의 위치가 블라디미르 일당보다 워프 게이트에 더 가까워서, 잘만 하면 길목을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포위해서 섬멸한다.’
지크는 이번 기회에 오히려 블라디미르를 사냥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명령한다! 전 병력! 워프 게이트를 점령하라!”
마나가 실린 지크의 목소리가 숲속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국왕 전하, 만세!”
“만세!”
“프로아 왕국, 만세!”
“만세!”
“프로아를 위하여!”
“위하여!”
프로아 왕국군이 일제히 워프 게이트를 향해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