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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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가? 그 말?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이기고 싶다는?”
“그렇다니까.”
카오신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싶다고.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의지가 강하군.”
“그 새끼 부숴버리는 게 일생일대의 소원이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결투장에서 만났을 때 당했던 굴욕.
그리고 이번 대기실에서 당했던 능욕까지.
자존심 강한 카오신은 지크에게 맺힌 게 너무 많아서, 할 수만 있다면 현실에서 게이머 한태성을 칼로 쑤셔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카오신에게 눈에 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좋다.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해보겠나?”
“뭔데?”
“이 룬들을 양쪽 가슴에 하나씩 새겨라.”
구원자가 카오신의 눈앞에 고대의 룬 문자가 새겨진 돌멩이 두 개를 띄워 올렸다.
“계약의 룬?”
카오신이 으로 그 룬을 알아보더니 중얼거렸다.
“그렇다. 계약의 룬이라는 고대의 룬 문자들이지.”
“하지만 이건….”
카오신은 의 효과를 보고 망설였다.
[계약의 룬 : 폭주]사용자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힘을 가진 고대의 룬 문자.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오남용했다간 폐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타입 : 룬
•등급 : 유니크
•효과 : 사용 시 모든 능력치 큰 폭으로 증가.
[계약의 룬 : 종속]사용자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자유를 박탈하는 고대의 룬 문자.
•타입 : 룬
•등급 : 유니크
•효과 : 계약 불이행 시 자유를 박탈하며, 계약한 사람의 노예가 된다.
는 지크를 이길 힘을.
은 지크를 이기지 못했을 시 구원자의 노예가 되는 힘이 담겨 있었다.
즉, 양날의 검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면… 네 노예가 되는 건가?”
“그렇다.”
“악마와의 계약이군.”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
구원자는 카오신의 말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힘을 주겠다.
대신 그 힘을 가지고도 지크를 이기지 못한다면, 나의 노예가 되어라.
확실히, 악마나 할 법한 제안이었다.
“자신 없으면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
구원자가 들을 다시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
“잠깐.”
그러자 카오신이 구원자의 손길을 멈춰 세웠다.
“내가 그 새끼 이기기만 하면 네 노예가 되는 일은 없는 거지?”
“그야 물론.”
“음.”
“자신 없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
“누가 자신 없대?”
카오신이 발끈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도 그 새끼 하나 못 조질 거 같아? X발!”
“그럼 하겠다는 건가?”
“당연하지.”
카오신은 그렇게 말하며 들을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담았다.
“두고 보자, 이 새끼야.”
카오신은 지크의, 그러니까 게이머 한태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갈았다.
***
태성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자신의 수입에 대한 진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태성은 자신이 강남에 빌딩 다섯 채를 가진 건물주이며, 한 달 월세 수익만 해도 억 단위는 가볍게 넘긴다는 진실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또, 현재 월세로 사는 집이 최고급 프리미엄 레지던스이며 게임으로 월에 수십억쯤은 우습게 번다는 사실 역시 말씀드렸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방송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수입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게이머의 인기가 연예인, 운동선수를 앞지르는 시대였다.
이런 세상에서 방송 경기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뉴스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대충 둘러대거나 얼버무리는 게 통할 리 없었던 것이다.
“그게… 정말이니?”
“네.”
태성은 놀라는 어머니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조금 번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벌었어요. 지금도 벌고 있고요. 감당 안 될 만큼 많이요.”
“어머나….”
“이제 우리 태희 미국 유학도 문제없어요.”
“태성아….”
어머니는 태성이 큰 성공을 이루었단 사실에 눈시울을 붉히셨다.
“여기 이 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여기 이 친구도 저 많이 도와주는 동생이에요.”
태성은 어머니에게 천우진도 소개시켜 드리는 등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저녁 식사 자리가 끝나고, 태성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최고급 세단인 에 태워 집으로 보내드렸다.
그러고는 천우진과 승구와 함께 따로 자리를 가졌다.
청담동의 모 고급 라운지 바.
“이야. 한태성 대단하네.”
천우진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히죽 웃었다.
“응? 뭐가?”
“온통 네 얘기야.”
“진짜?”
“봐라.”
태성은 천우진이 보내준 링크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를 확인했다.
인터넷엔 온통 태성에 대한 이야기만이 가득했다.
실력이 뛰어나는 둥, 잘생겼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들 말이다.
“너 잘생겼다고 오늘부터 팬 한다는 여자들도 많은데?”
“엥?”
태성이 놀라던 그때였다.
“저, 저기요.”
“혹시 한태성 선수 아니세요?”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미모의 여성들이 먼저 다가와 태성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같이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
“오늘부터 팬이에요!”
태성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흠칫 얼어붙고 말았다.
‘사, 사진을 찍자고? 나랑?!’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 불과했기에, 그 누구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던 인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작 방송 경기 한 번을 치렀을 뿐인데도, 거짓말처럼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하고 있었다.
고작 몇 시간 되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와. 나 이거 몸가짐 조심해야겠는데?’
태성이 방송 경기의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실감하며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물론이죠. 야, 뭐 해.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드려.”
천우진이 눈치껏 태성을 대신해 사진을 함께 찍자고 이야기했다.
찰칵!
덕분에 태성은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 그것도 미모의 여성 팬들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게 되었다.
사진을 찍은 후.
“감사합니다!”
“응원할게요!”
“잘생겼어요!”
미모의 여성 팬들은 태성에게 한마디씩을 남기곤 본래의 테이블로 되돌아갔다.
태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녀들의 SNS에 업로드 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형님, 부럽습니다. 크으!”
“캬~ 한태성~ 출세했네~.”
천우진과 승구는 그 모습이 못내 기특하고 부러웠던지, 괜히 더 오버하면서 태성을 놀려댔고.
“아 좀!”
태성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자신을 놀려대는 천우진과 승구의 목을 비틀어 버리려고 했다.
***
지크는 가 진행되는 동안 프로아 왕국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오즈릭 교단이 언제 또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지 몰랐기에,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잠자코 있기로 한 것이다.
지크는 그러는 동안 조별 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하고, 16강과 8강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사이 팔로워라고는 여동생, 천우진, 승구뿐이었던 개인 SNS계정의 팔로워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100만을 넘겨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대회였기에, 해외의 BNW 팬들까지 지크를 팔로우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현실에서 개인 SNS를 관리해줄 직원을 따로 뽑은 뒤 월급을 주면서 계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판단은 또 돈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
팔로워 수가 100만 명이 넘자 여러 기업으로부터 스폰이 들어왔던 것이다.
심지어, 지크에게 광고를 의뢰한 기업들은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이나 보세 의류를 취급하는 작은 기업들이 아니었다.
예컨대 지크에게 광고를 의뢰했던 기업들은 구찌와 같은 명품 패션 하우스부터, 벤츠와 같이 고급 차량을 생산하는 완성차 제조 업체 등 클래스 있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지크는 대기업들로부터 스폰 계약을 맺고, 그들의 제품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상당한 돈을 받아 챙겼다.
또한, 옷이나 액세서리나 차량 등 각종 제품을 공짜로 공급받기도 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게 귀찮긴 했지만, 지크는 전문 촬영 기사를 고용함으로써 그것마저도 간단하게 해결해냈다.
그러자 팔로워 수는 더 늘어서, 지크는 불과 며칠 만에 5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거듭나게 되었다.
덕분에 지크의 수입은 에 출전하기 전보다 최소 20퍼센트가 늘어서, 이제는 두세 달마다 작은 건물을 한 채씩 사도 될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으으! 돈이 벌리는 게 감당이 안 돼!”
지크는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서, 지크는 어느덧 4강전을 치르게 되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오늘은 누구랑 붙지?”
태성은 대기실에 앉아 자신의 대진표를 확인해 오늘 붙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태성은 자신의 대진표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태성이 아는 것이라고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카오신과 결승전에서 맞붙을 예정인 게 전부였던 것이다.
“오늘 내 상대가….”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뭐지? 벌써 시작하나? 아직 좀 남았는데?’
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두드린 사람에게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그러자 대기실 문이 열리고,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쓱 내밀었다.
“헉?”
태성은 자신의 대기실을 찾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중년의 남성.
비록 세월의 흔적이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이었지만, 그가 매우 잘생긴 미중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용태풍… 선배님?”
태성이 그 중년 남성을 부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태풍.
그 전설적인 프로게이머가 태성의 대기실을 먼저 찾아와 주었던 것이다.
“서, 선배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태성은 게임에서는 용태풍을 자주 만났지만, 실제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엄청나게 당황했다.
[제가 좀 귀찮아서요. 헤헤.] [귀찮아요.] [저 모르는 사람이랑 밥 같은 거 안 먹습니다.]게다가 용태풍이 밥 한 끼 먹자고 하던 걸 귀찮단 이유로 번번이 거절해왔던 게 떠올라서, 태성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태성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던 걸까?
용태풍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쩐 일이긴.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가 인사 한번 안 오더라고. 그래서 직접 왔지.”
“그, 그게…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태성이 어쩔 줄을 모르고, 몸 둘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때였다.
“거 좀 들어가도 되나?”
“후배님 존안 좀 뵐 수 있어?”
“실례합니다.”
“우리도 좀 보여 줘.”
웬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우르르! 하고 태성의 대기실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히, 히이익?!”
태성은 그 중년 남성들의 얼굴을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만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오, 오늘 무슨 레전드 모임이야?!’
왜냐하면, 용태풍과 함께 대기실에 쳐들어온 중년의 남성들 모두가 자신들이 했던 게임의 정점을 찍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급 프로게이머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