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00
599
“으아악!”
지크는 참가 후 맞이한 첫 번째 위기에 꽤나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텔레포트.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기습 공격까지.
용설화는 자신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걸 여지없이 증명해 보였다.
“…아쉽네.”
용설화는 지크가 자신의 공격을 피한 걸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런 용설화의 어깨 위에는 보다 족히 두 배는 큰, 정말이지 거대한 철퇴가 떡하니 걸쳐져 있었다.
‘뭔놈의 철퇴가 저렇게 커!’
지크는 용설화가 짊어진 철퇴를 보고 경악했다.
[무자비한 메이스]찬란한 대장장이가 직접 제작해낸 거대한 철퇴.
첫 번째 휘두를 때의 공격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고, 데미지 역시 막강하지만 두 번째로 휘두르는 건 너무나도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타입 : 주무기(둔기)
•등급 : 유니크
•효과 1 : 첫 번째 공격 시 공격 속도 +500%(쿨타임 : 30초)
•효과 2 : 첫 번째 공격 이후 공격 속도 –250%
•효과 3 : 적중 시 적을 50퍼센트 확률로 기절시킴.(기본 5초부터, 방어력에 따라 기절 시간 달라짐)
는 장단점이 아주아주 명확한, 기습에 매우 특화되어 있는 무기였다.
만약 에 맞았다면?
오싹!
지크는 3판 2선승제의 경기 중 가장 첫 번째 경기를 순식간에 내줄 뻔했단 사실을 깨닫고 몸을 떨었다.
‘수읽기가 보통이 아냐.’
지크는 용설화가 과연 용태풍의 딸이란 걸 실감했다.
오히려 지크의 계산을 역이용하면서 경기를 초반에 끝장내버릴 기회를 엿볼 줄이야….
‘긴장하고 하자.’
지크는 용설화가 수읽기에 능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를 들고 자세를 다잡았다.
그러는 사이 용설화는 어느새 무기를 두 자루의 곤봉으로 교체한 뒤였다.
이른바 란 이름의 한 쌍의 곤봉 세트는, 지크의 에 맞서기 위해 용설화가 직접 제작한 아이템이었다.
용설화의 클래스는 란 이름의 레전더리 클래스.
거기에 더해 라는 근접 전투 계열의 유니크 클래스가 더해져서 듀얼 클래스를 이루고 있었다.
즉, 용설화는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템들로 무장하고 근접 전투를 벌이는 하이브리드 클래스의 유저였던 것이다.
‘수읽기에 능해? 이것도 수읽기로 버틸 수 있을까?’
지크는 다시 용설화에게로 덤벼들면서 스킬을 켰다.
스으으!!!
그러자 지크로부터 초록색 안개가 뿜어져 나와 결투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용설화]•생명력 : ■■■■■■■■■□
효과는 충분했다.
지크가 로 결투장 세팅을 맞춘 것처럼, 용설화 역시도 자신만의 결투장 세팅을 맞춘 상태였다.
그리고 그 결투장 세팅이란 피 관리를 위한 효과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용설화의 생명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건 의 데미지가 그만큼 엄청나다는 걸 뜻했다.
가 용설화의 을 찍어 누를 만큼의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좋고!’
지크는 계속해서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며 용설화와의 근접전을 시도했다.
쾅, 콰앙!
뒤이어 와 가 연신 맞부딪히며 숨 막히는 접전이 펼쳐졌다.
‘잘해!’
지크는 용설화의 뛰어난 근접전 실력에 감탄했다.
지크 자신과 이렇듯 치열하게 근접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크가 신이 난 것에 비해 용설화는 다급해져 있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야 해!’
용설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 점점 줄어드는 생명력에 다급해져 있었다.
그래서 용설화는 골렘들을 앞세워 지크를 방해하면서,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석궁을 꺼내 지크를 원거리에서 공격했다.
지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크는 을 펼쳐 들을 불러내 용설화의 사격을 방해하는 한편 를 휘둘러 골렘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뀨! 주인 놈아! 혼자라 외롭냐!”
“아니!”
지크는 굳이 햄찌의 도움 없이 용설화의 골렘들을 때려 부수며 점점 더 거리를 좁혀갔다.
‘더, 더러워!’
용설화는 그런 지크의 모습, 정확히는 의 스킬 체계에 아예 질려버리고 말았다.
근접전을 하자니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대고.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을 하자니 으로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용설화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건 경기를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한태성 선수! 정말 악랄합니다!
– 아. 더럽네요. 정말 더러워요.
–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 스킬 체계는 정말이지 끔찍하네요! 이런 걸 바로 사기라고 했던가요?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아요!
해설자들은 지크와 용설화의 경기를 중계하며 를 더럽고, 악랄하며,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봐도 지크의 플레이는 정말이지 야비하게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용설화가 지크의 더럽고 치사한 플레이에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던 순간.
‘헉!’
용설화는 자신의 몸이 지크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걸 느끼고 당황했다.
꽉 움켜쥔 지크의 오른쪽 주먹.
휘이이이이이!
그 주먹에 실린 회오리가 용설화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크가 무왕 레오니드의 비기인 를 통해 용설화를 끌어당겼던 것이다.
***
‘아, 안 돼!’
용설화는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그건 소용없는 일이었다.
의 흡입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도무지 저항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 카운터를 노리는 거야!’
용설화는 자신의 장기인 수읽기를 동원해 지크의 움직임을 두어 수 예측하는 한편 에 끌려가 주었다.
지크가 근접전을 펼치려 할 때 수읽기를 통해 허를 찌르는 역습을 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용설화는 에 끌려가며 다시 한번 텔레포트 할 준비를 했다.
때마침 텔레포트의 쿨타임이 돌아와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회심의 카운터를 노려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셋, 둘….’
용설화는 지크와의 거리를 계산하며 텔레포트 타이밍을 잡았다.
‘하나. 지금이야!’
그리고 지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마자 곧장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콰앙!
뒤이어 지크의 펀치가 허공을 때리고.
번쩍!
텔레포트한 용설화가 지크의 머리 위 공중에 나타났다.
‘됐어!’
용설화는 순간적으로 를 꺼내 들고 지크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번쩍!
하얀 섬광이 번뜩이고.
쿠웅!
용설화가 결투장 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런 용설화는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보기에도 돌처럼 굳어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가 가진 최강의 군중 제어 기술인 에 의해 꽁꽁 얼어붙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용설화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마무리!”
지크는 한 점 망설임 없이 용설화를 향해 를 휘둘렀다.
와장창!
그러자 용설화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결투장을 나뒹굴었다.
즉, 지크는 용설화를 꽁꽁 얼려버린 뒤 아예 부숴버린 것이다.
“하, 한태성 선수… 승리!!!”
놀란 심판이 얼떨결에 지크의 승리를 선언하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이어 이 수만 명의 관객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
제2경기는 10분 후 시작되었다.
‘이번엔 지지 않아.’
용설화는 자신이 가진 한계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며 지크와의 결투를 운영해 나갔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아까랑 똑같아!’
용설화는 1경기에 이어 2경기에서도 의 더럽기 짝이 없는 스킬 체계에 휘말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도망가면 집요하게 따라붙고.
붙으면 내가 죽고.
용설화는 와 에 휘말려 또다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그렇다고 텔레포트를 써서 기습을 하자니 아까 당했던 스킬인 가 떠올라서, 과감한 움직임도 아니다 싶었다.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용설화는 지크와 싸우면 싸울수록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나마 아버지 용태풍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 즉 피지컬을 방패막이 삼아 간신이 버텼을 뿐….
그러던 중.
‘피가 언제…?’
용설화는 자신의 생명력이 어느덧 80퍼센트가 넘게 닳아 있다는 걸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결투장 내부를 떠다니던 방사능 에너지 입자들에 의해 생명력이 엄청나게 깎여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용설화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쉬익!
지크가 용설화의 빈틈을 노리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고.
‘아, 안 돼!’
용설화는 재빨리 그런 지크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용설화의 바람이었을 뿐, 실행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콰앙!
가 용설화가 아닌 결투장 바닥을 내리찍었다.
쩌어억!
뒤이어 가 생성되어 지크와 용설화를 집어삼켰다.
도망치지 못한다.
지크는 용설화가 튀도록 놔두지 않고 안에 가둬버린 것이다.
– 아! 어떻게 된 건가요!
–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아요!
– 양 선수! 결계 안에서 어떻게 싸우고 있나요!
모두가 안의 상황을 궁금해 했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풀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르르!
가 무너지자 4강 제2경기의 결과가 나왔다.
쓰러져 있는 용설화.
그리고 피 묻은 를 들고 서 있는 지크.
앞선 1경기와 마찬가지로, 2경기의 승자는 두고 볼 것도 없이 지크였다.
– 하, 한태성 선수가! 이겼습니다!
– 슈퍼루키 토너먼트 4강전! 승자는 한태성 선수입니다!
– 한태성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그렇게 지크는 에서 용태풍의 딸인 용설화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
같은 시각.
꽈아악!
카오신은 집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다가 마시고 있던 빈 맥주 캔을 움켜쥐었다.
TV 속에는 태성이 승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 권오신 선수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계신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특별히 각오랄 건 없고요. 권오신 선수가 결승전까지 올라가면서 상대 선수들 멘탈을 부숴 놓으시더라고요.
– 하하….
– 그래서 이번엔 제가 부숴 드리려고요.
– 예?!
– 권오신 선수가 대진 운이 좋으셨는지 결승전까지 저를 안 만나셨던 것 같아요.
– 그, 그런 겁니까?
– 전에도 결투장에서….
바로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악!”
권오신은 태성이 때 있었던 일을 언급하자 미친 듯 괴성을 지르다가, TV를 아예 엎어서 부숴버렸다.
“이 X새끼… 너 딱 두고 봐….”
권오신이 미친 사람처럼 으르렁거렸다.
“개박살을 내버릴 테니까… 흐흐… 흐흐흐!”
지금 이 순간.
권오신이 바라는 건, 빨리 일주일이 지나 의 결승전이 시작되는 것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