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03
602
부웅!
수면을 뚫고 솟구쳤던 초거대 참치는, 마치 먹이를 사냥하듯 입질을 한 번 하고는 중력에 의해 다시금 떨어져 내렸다.
푸웅더어어어어어어엉!
그러고는 그 거대한 덩치만큼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떨어져 물보라를 일으켰다.
“야 이! 뭔 거대 참치냐고!!!”
지크는 그런 초거대 참치의 습격에 황당해서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승천의 블라쉬]에서 테마가 적용된 전장에 등장하는 중립 생명체.
초거대 참다랑어, 그러니까 참치로서 수면 아래를 헤엄치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펄쩍 뛰어올라 한 입에 꿀꺽 삼켜버린다.
•존재 구분 : 중립 생명체
•종족 : 어류(척삭동물문, 조기어강, 농어목, 고등어과, 다랑어족, 참다랑어 속)
•클래스 : 플라잉 이터
•레벨 : 500
•특이 사항 : 승천의 블라쉬에게 삼켜지면 방어력과 총 생명력에 상관없이 생명력이 0이 되어 패배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할 중립 생명체이다.
“뭐 이딴 맵이 다 있어!!!”
지크는 초거대 참치가 랜덤하게 등장해 게이머를 노린다는 맵 컨셉에 아예 질려버렸다.
잘 싸우다가 삐끗하게 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한다면 정말이지 큰일이 아닌가?
반대로 밀리다가 상대방이 에게 잡아먹혀 꽁승을 먹을 수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 아! 과연 극한의 전장입니다!
– 초거대 참치가 나타났어요! 저거 몇 인분이나 나오겠습니까? 동원참치! 스폰서 연락주세요!
– 쓸데없는 드립은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 난파선 테마는 상대 선수뿐만이 아닌 제3의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맵이네요!
의 등장으로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크와 카오신은 각자의 비행 능력을 이용해 비행하며 서로를 노렸지만, 직접적으로 부딪히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바로 밑.
수면 아래로 시커먼 검은 그림자가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는 게 보였다.
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지크와 카오신은 섣불리 전투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했다간 두 사람 모두 에게 잡아먹히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거리? 아냐. 쟤도 빨라. 안 맞아줄 게 뻔해. 내 마나만 닳을 뿐이야.’
지크는 나 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해 볼까도 고려해 보았지만, 카오신의 속도가 빠른 걸 떠올리고 그 생각을 접었다.
‘저 새끼 죽이려면 붙어야 하는데. 붙자니 같이 죽을 것 같고.’
반대로, 카오신의 경우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어서 고민했다.
그러기를 몇 초.
슈우우!
슈웅!
지크와 카오신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을 향해 날아갔다.
두 사람 모두 일대일로 이길 자신이 있어서, 굳이 라는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 갑판 위에서 싸우겠단 선택을 한 것이다.
“가깝고 좋네.”
카오신이 갑판 위에 올라서고는 지크를 향해 말했다.
“토막 내기도 편하고.”
“이 양반이 뭘 잘못 자셨나.”
지크 역시 갑판에 착륙하고는 카오신의 말을 받았다.
“결승전 준비하시는 동안 어디서 좋은 거라도 주워다가 잡쉈나 보네?”
“뭐 이 새끼야?”
“너 그러다 체한다?”
지크가 다 알고 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카오신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카오신의 이 불가사의한 파워 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단기간에 이만큼 강해진다고? 300레벨도 못 찍었는데? 풉! 애쓴다, 애써. 보나마나 오즈릭 교단 놈들한테서 뭐라도 받아먹고 파워 업 한 거겠지.’
카오신은 오즈릭 교단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으므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추측이었다.
지크는 잘 몰랐지만, 실제로도 그랬고.
“아무거나 주워 먹고 다니면 배탈 난다는 거 몰라?”
“닥쳐, 이 새끼야.”
“큭. 어지간히도 이기고 싶었나 보네.”
“이 X발놈이….”
바로 그 순간.
빡!
지크가 기습적으로 날린 가 카오신의 안면에 정통으로 틀어박혔다.
‘이 X발놈이 기습을….’
그 순간.
콰직!
지크가 번개처럼 몸을 날려 쓰러지던 카오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휘이이이이이- 콰앙!!!
뒤이어 무왕 레오니드의 비기인 이 작렬하고.
와장창!
카오신이 갑판을 뚫고 저 아래로 쳐박혔다.
“아오!”
지크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갑판의 부서짐에 분통을 터뜨렸다.
본래대로라면 바닥에 처박힌 카오신에게 를 퍼부어줄 생각이었는데, 갑판이 부서지는 바람에 스킬 연계가 끊긴 것이다.
“이 X새끼가!”
뒤이어 흠뻑 젖은 카오신이 구멍 난 갑판에서 훌쩍 뛰어올라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런데.
기우뚱!
안 그래도 천천히 침몰하던 난파선이 살짝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에 맞은 카오신이 갑판뿐 아니라 배의 바닥까지 뚫어버린 덕분에,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침몰이 더 빨라졌던 것이다!
***
지크와 카오신은 난파선의 침몰이 빨라지든 말든 서로 정신없이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근접전을 펼쳤다.
“죽어, 이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
버럭 괴성을 지르며 덤벼드는 카오신.
화아아악!
그런 카오신으로부터 엄청나게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거 더럽게 세네!’
지크는 카오신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제2단계를 끌어올려 맞섰다.
그러자 좀 싸움이 되었다.
카오신이 단기간에 엄청난 파워 업을 하긴 했지만 제2단계를 켠 지크의 파워 업도 정말이지 엄청났던 것이다.
– 대, 대단합니다!
– 양 선수! 이미 아마추어의 실력이 아닙니다!
– 아아! 정말 잘 싸우네요! 근래 들어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있었습니까! 정말 치열합니다!
사람들은 지크와 카오신의 대결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지크와 카오신은 어느 한쪽이 갑자기 무너져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격렬하게 싸우고 있어서, 당장에라도 누구 하나가 피를 흩뿌리며 나가떨어질 것만 같이 보였다.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지크는 와 을 펼쳐 카오신을 약하게 만든 뒤 서서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결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으득!”
카오신은 자신이 점점 밀리는 것 같은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힘은 카오신이 조금 앞섰다.
그러나 섬세한 테크닉과 공방의 자유로움은 지크가 압도적이었다.
지크는 단순히 파워 업을 했다고 해서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흐! 이 새끼가 진짜….”
“왜? 잘 안 돼?”
지크가 그렇게 말하며 오히려 카오신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잘 안 되지?”
“닥쳐어어어어-!!!”
그 순간.
번쩍!
카오신으로부터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화아아아아악!
카오신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
지크는 그런 카오신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또 한 번의 파워 업이라니?
“죽여 줄게, 이 X새끼야.”
카오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지크는 또다시 파워 업을 한 카오신의 기세에 밀려 황급히 물러나야만 했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 해.’
지크는 를 방패 형태로 바꾸어 카오신의 맹공을 막아내려 했다.
그런데.
쾅, 콰앙!
카오신의 쌍검이 를 내리치던 순간.
“악!”
지크는 카오신의 쌍검에 실린 엄청난 파괴력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뒈져.”
카오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쓰러진 지크에게 달려들어 쌍검을 미친 듯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쒜에에엑!
카오신이 훌쩍 뛰어올라 쓰러진 지크를 향해 칼을 휘두르던 순간.
퍽!
지크의 발차기가 카오신의 복부에 정확하게 꽂히고.
부웅!
카오신은 지크의 발차기에 맞고 저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날아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너무 멀리 날아갔다는 것.
카오신은 갑판을 벗어나 바다에 풍덩 빠질 정도로 멀리 날아갔다.
때문에, 카오신은 황급히 비행 능력을 펼쳐 바다에 빠지는 걸 피해냈다.
“이 새끼가 곱게 안 뒈지려고….”
카오신이 저 멀리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순간.
휘리릭!
지크가 내던진 가 에 의해 날아와 카오신을 노렸다.
휙!
카오신이 그런 를 피해내기 위해 황급히 회피 기동을 시도하던 때, 가 수면을 가르고 카오신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카오신을 그대로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
– ……!
– ……!
– ……!
덕분에 지켜보던 이들은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몰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끔뻑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하, 한태성 선수가 이겼습니다!
– 한태성 선수… 승리!
– 중립 생명체가 권오신 선수를 집어삼킨 덕분에 결승전 제1경기는 한태성 선수가 가져갑니다!
해설자들이 지크의 승리를 선언하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에선 관객들의 함성이 터졌다.
의 결승전 제1경기는 그렇게 지크가 먼저 1승을 챙김으로써 끝났다.
***
제1경기가 끝난 후.
와장창!
권오신은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뭐든 손에 잡히는 건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또 때려 부수며 괴성을 질러댔다.
“악! 아아아아아악! 아아악! X발 새끼이이이! 아아아악! 개새끼! 개 X같은 새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런 권오신은 정말이지 미친 사람 같았다.
아니, 미친 게 분명했다.
“오신아! 진정해!”
“워워. 괜찮아. 한 경기 내줄 수 있어! 다음 경기부터 다 잡으면 되지!”
팀의 감독과 코치가 권오신을 뜯어말렸다.
그들은 권오신이 이번 대회가 끝나면 와 계약 후 입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권오신을 서포트 해주기 위해 대기실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권오신은 이미 미쳐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아! X발! 닥쳐, 이 개새끼들아! X발, X바아아아알!”
권오신은 자신을 뜯어말리던 의 감독과 코치를 향해 쌍욕을 퍼부었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어? X발! 그렇게 졌는데?”
권오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물건이나 붙잡고 집어던져 버렸다.
“…….”
“…….”
감독과 코치는 그런 권오신의 안하무인, 아니 미친놈 같은 태도에 아예 질려버려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대기실을 나와 버렸다.
“가, 감독님… 쟤 아무래도….”
“저 새끼 계약 논의 중이던 거 없던 일로 해.”
감독은 코치의 말에 딱 잘라 말했다.
“저런 미친놈을 무슨 수로 길들여? 싸가지가 없는 줄은 알았는데, 저렇게 위아래도 없는 줄은 몰랐지. 스스로 감정 컨트롤도 제대로 안 되는 놈이 프로는 무슨.”
“예, 감독님.”
“가자.”
그렇게 권오신은 팀과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팀을 이용하고 버릴 생각이긴 했지만 말이다.
***
같은 시각.
“후후. 지금쯤 미쳐 날뛰고 있겠군. 후후후.”
태성은 자신의 대기실에서 앞선 1경기를 떠올리며 히죽 웃었다.
가 뛰어오르던 순간 를 내던져 카오신의 주의를 흐트러뜨렸던 판단.
그게 태성이 제1경기를 어이없게 가져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흠.”
태성은 권오신이 제1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엄청난 파워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식 오즈릭 교단에 영혼이라도 팔았나….”
태성은 예전처럼 권오신을 압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살짝 심각해졌다.
앞선 1경기야 절묘한 타이밍에 가 나타나주고, 그걸 잘 이용해서 꽁승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은 경기들의 경우 그런 행운을 누리기가 쉽지 않아 보였으므로, 결코 방심할 수가 없었다.
“쫄리냐?”
“쫄리긴 누가 쫄린다 그래. 대책 없이 세니까 그렇지.”
태성이 천우진의 물음에 입을 삐죽였다.
“이 자식 이거 오즈릭 교단에 영혼이라도 판 게 분명해.”
“에이, 설마.”
“그게 아니고서야 단기간에 저렇게 강해진다고?”
“흠.”
“뭐… 이런 말 해봐야 소용없겠지.”
태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2경기 이기러.”
태성은 카오신이 불가사의한 파워 업을 한 상태에서도 눈곱만큼의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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