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05
604
– 뭐, 뭡니까!
– 권오신 선수! 도핑이라도 하고 온 걸까요!
– 달라진 모습입니다! 엄청나게 강해 보입니다!
카오신은 결투장에 입장하자마자 엄청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카오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파직, 파지직!
카오신은 결투 시작 전부터 온몸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두 눈에선 시퍼런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괜히 도핑이라도 하고 나온 게 아니냐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저, 저거 뭐야?”
지크 역시 그런 카오신의 모습에 놀랐다.
“X나 세보이잖아…?”
“뀨! 주인 놈아! 쫄았냐! 뀨우!”
햄찌가 그런 지크를 놀렸다.
“야 이!”
그러자 지크가 발끈했다.
“너 같음 안 쫄겠냐?”
“뀨우?”
“진짜 세보이잖아!”
“그래서 쫄았냐! 뀨우!”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오줌 싸기 직전이잖어.”
“뀨우?”
“으! 무서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크는 웃고 있었다.
“뀨우?”
“다녀올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결투장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시 마주한 지크와 카오신.
“어우야.”
지크가 카오신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거 무서워서 겜 하겠어?”
“주둥이 맘껏… 놀려라. 흐으!”
카오신은 차오르는 힘에 취해 버리기라도 했는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도 지금의 카오신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폭발한 상태였다.
‘이 힘으로 지는 게 가능해?’
카오신은 의 힘에 전율하며, 이번 3경기의 승리를 확신했다.
아니, 나머지 4경기와 5경기 역시 내리 이겨서 3연승을 하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진정한 힘을 개방하기 전에도 지크를 몰아붙였으니, 이제는 그냥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카오신은 단 1초라도 빨리 경기를 시작하고 싶어 서둘러 버튼을 눌렀다.
“아이고. 성질도 급하셔라.”
지크는 그런 카오신을 향해 피식 웃으며 역시 버튼을 박았다.
– 양 선수! 레디를 박았습니다!
– 슈퍼루키 토너먼트! 제3경기! 곧 시작합니다!
– 정말 기대되는 3경기입니다! 과연 이번 맵 테마는 뭡니까!
맵 테마에 대한 초유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3, 2, 1….] [Fight!]뒤이어 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알림 : 에 효과가 적용됩니다!] [알림 : 의 환경이 테마로 바뀌었습니다!]맵 테마가 바뀌던 바로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 무림! 무림입니다!
– 아! 드디어 나왔습니다!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까! 게임 팬 여러분들의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해설자들 역시 흥분해 소리치고.
– [슈퍼깡통맨] 무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R.O.D] 오?
– [동훙e] kia
– [해파리스토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 역시 환호했다.
이른바 은 꽤 유명한 테마였다.
은 에 종종 등장하는 테마로써, 넓게 펼쳐진 대나무 숲을 무대로 했다.
이 맵의 특징이라면, 그 어떤 오브젝트도 없이 오직 영상미로만 승부한단 점이었다.
따사로운 햇살.
바람에 나부끼는 대나무들.
그리고 흩날리는 대나무 잎의 항연까지.
테마는 마치 무협 소설에 나오는 무림 고수들처럼,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들끼리 일대일 진검승부를 펼치는 컨셉이었다.
즉, 지크와 카오신이 그 어떤 오브젝트 없이 일대일 진검승부를 펼치길 원했던 시청자들로서는 테마의 등장에 환호하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큭!”
테마의 등장에 카오신의 입 역시 쭉 찢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1경기와 2경기 모두 중립 오브젝트에 의해 패배했던 카오신이었다.
하지만 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카오신은 앞선 1, 2경기에서 패배한 이유를 오직 중립 오브젝트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의 테마의 등장을 반기는 건 당연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할래? 흐흐! 흐흐흐흐!”
카오신이 지크를 향해 빈정거렸다.
그런데.
씨익-
지크는 쫄기는커녕, 오히려 웃고 있었다.
“웃어?”
카오신은 지크가 웃고 있자 눈을 시퍼렇게 뜨고는 쌍검을 움켜쥐었다.
“웃다가 쳐 맞고 질질 ㅆ….”
바로 그 순간.
“……!”
카오신은 지크가 눈앞에 와 있는 걸 보고 그만 심장이 멎을 뻔했다.
‘도, 도대체 어느 틈에?’
카오신이 어떻게 대응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던 찰나.
콰앙!
가 카오신의 머리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지크의 기습.
“커헉!”
카오신은 에 머리통을 얻어맞고 땅바닥에 그대로 거꾸러졌다.
– 뭐, 뭡니까!
– 앗!
– 권오신 선수! 쓰러졌습니다!
해설진들이 놀라던 순간.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지크로부터 엄청난, 카오신 따위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의 제3단계 스킬의 발동이었다.
“좀 놀아주니까… 신났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웅, 우웅!
의 디버프 필드들이 한꺼번에 깔렸다.
지크는 디버프 필드들을 깔자마자 쓰러져 있는 카오신을 향해 를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스킬이 쓰러져 있는 카오신의 머리통에 작렬하고.
핑핑핑-!
으로 인한 카오신의 머리통 위에 별 세 개가 떠올라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콰직!
지크는 카오신의 오른쪽 다리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그를 좌우로 메치기 시작했다.
콰앙!
오른쪽.
쾅!
왼쪽.
콰아앙!
오른쪽.
쾅!
왼쪽.
지크는 카오신의 다리를 움켜쥔 채 땅바닥에 연거푸 패대기치고, 끝내는 저 멀리 던져버렸다.
우당탕탕!
그렇게 땅바닥에 내던져진 카오신.
“크, 크윽!”
카오신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그건 소용없는 일이었다.
왜?
지크의 공격이 카오신의 회복보다 훨씬 더 빨랐으니까.
콰앙!
방패 형태의 가 카오신의 머리통을 내리치고.
핑핑핑!
카오신은 또다시 에 걸려 캐릭터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 하, 한태성 선수! 파워 업 한 권오신 선수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 엄청납니다! 압도적인 힘입니다! 한태성 선수! 지난 1, 2경기의 승리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해설진들은 지크가 보여주는 엄청난 강함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그건 직관을 온 관중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접전을 예상하면 예상했지, 엄청나게 파워 업 해온 것처럼 보이던 카오신이 이렇듯 탈탈 털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또, 지크가 이렇듯 강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거 알아?”
지크가 쓰러져 있던 카오신의 귓가에 속삭였다.
“니가 암만 발버둥 쳐봐야 나 못 이겨.”
“끄, 끄억….”
“니 알량한 영혼 같은 거 팔아 봐야 뭘 살 수 있겠냐? 싸구려로 살 수 있는 건 싸구려뿐이야.”
“말도… 아, 안… ㄷ….”
“좀 맞자.”
지크는 거기까지 말하고 아예 를 놓아버린 채 카오신을 맨손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찰싹, 찰싹!
싸대기를 시작으로.
빠악!
죽빵은 물론.
퍼억!
명치에 X나 세게 꽂힌 주먹까지.
지크는 정말이지 무자비하게 카오신을 패고, 패고, 또 팼다.
“맷집 좋고.”
지크는 카오신의 맷집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카오신]•생명력 : ■■■■□□□□□□
그렇게 팼는데도 아직 생명력이 40퍼센트나 남아 있는 걸 보면, 확실히 파워 업을 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래 봤자 지크의 제3단계의 파워 업이 압도적으로 강력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이… X발 새끼가… 내가… 너 따위한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오신이 벌떡 일어나더니 최후의 발악으로 지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런 카오신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았다.
는 뽑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양 손바닥을 펼쳐 보였을 뿐….
– 앗!
– 한태성 선수! 뭐 하는 걸까요!
– 방심인 겁니까? 아님 여유입니까?
모두가 그런 지크의 행동을 궁금해 하던 때였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
맵에 휘날리던 수천, 수만 개의 대나무 잎들이 지크를 중심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나무 잎들이 푸르른 불꽃을 머금은 채 회전하더니, 지크에게 덤벼들던 카오신에게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천, 화우!
테마에 걸맞게, 지크는 스킬을 가지고 있던 표창이 아닌 흩날리는 대나무 잎들을 이용해 펼친 것이다!
***
쏴아아아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개수의 대나무 잎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건 가히 장관이었다.
– 아, 아름답습니다!
– 스킬 이름이 뭡니까? 한태성 선수! 이건 스킬이 아닙니다! 예술입니다! 예술!
– 아…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요! 이건 V스포츠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대나무 잎들은 마치 비수(匕首)처럼 날카롭게 휘몰아쳤고, 카오신을 덮쳐 수천 갈래로 그어놓았다.
그 결과.
주륵, 주르륵!
카오신은 온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그야말로 피칠갑을 한 채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다.
에 의해 움직인 대나무 잎들이 마치 면도날처럼 카오신을 얇게 저며 놓았던 것이다.
털썩!
뒤이어 피투성이가 된 카오신이 쓰러졌다.
– 아! 쓰러졌습니다!
– 권오신 선수!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한 채 쓰러지고 마네요!
– 한태성 선수! 쓰러진 권오신 선수를 향해 다가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합니다!
지크는 쓰러진 카오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나 지크는 카오신을 끝장내지 않았다.
대신 쓰러진 카오신의 뒷덜미를 잡아쥔 뒤 나머지 한 손으로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뒤이어 벌어진 광경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 아, 아앗!
– 하, 한태성 선수!
– 저게 뭡니까!
해설진들은 지크가 카오신에게 한 행동을 보고 너무나도 놀라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지크가 카오신의 머리채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우지끈!
그러자 지크의 손아귀에 카오신의 머리채가 한 움큼 뽑혀 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크는 카오신의 뽑은 카오신의 머리카락 뭉치를 던져버리고, 또다시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또다시 카오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버렸다.
“으악! 으아아악! 이, 이게 뭐 하는….”
“강해지게 해주려고 그러지.”
지크가 카오신의 말에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가, 강해지게… 해준다고?”
“예전부터 게임 속 대머리 캐릭터들은 강하다며.”
“설마….”
그 순간.
오싹!
카오신은 지크의 의도를 깨닫고 소름이 끼쳐서 까무러칠 뻔했다.
지금 지크는 경기를 끝내기 전에 자신의 머리털을 모조리 잡아 뜯어서, 캐릭터를 아예 대머리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민머리 대머리….”
뒤이어 지크의 입에서 노랫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맨들맨들 빡빡이…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