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08
607
– 아직 정확하게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
“끊습니다.”
태성은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지 않자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려 했다.
– 자, 잠시만요! 한태성 선수!
“아, 왜요.”
– 일단 제 말을 좀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뭔데요.”
– 출연료라는 게 계약 전에 바로 딱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 내부적으로 회의가 되어야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 연락 주시면 되겠네요.”
– 자, 잠시만!
“으응?”
– 일단 최소한의 모델료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모델료라….”
– 일단 기본 모델료는 35억 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흐음.”
태성은 35억 원이란 말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35억 원이면 기부를 약속했던 25억 원보다 무려 10억이나 많은 액수가 아니던가?
‘적어.’
하지만 태성은 그 금액에 속지 않았다.
‘게이머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데 35억에 후려치려고?’
이 시대의 게이머들이 갖는 영향력이란 어지간한 톱스타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왜?
게임 BNW의 인기는 만국 공통이었으니까.
태성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샐럽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건 어젯밤 가 끝난 이후 태성의 SNS 팔로워 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만 명이 불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즉, 태성과 광고를 찍으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셈이었다.
“너무 적네요.”
태성이 딱 잘라 말했다.
“100억쯤 되면 생각해 볼게요.”
– 100억… 말씀이십니까?
“길게 말씀 안 드릴게요. 금액 협의되시면 연락주세요.”
– 하하….
“끊습니다.”
태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침대 위에 대강 던져버리고는 아침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방금 일어ㄴ]태성이 용설화에게 보내려던 톡은 본의 아니게 잊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그날 오후.
지크는 사부를 찾아뵙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단 사실을 말씀드린 뒤 브륜힐트, 베르단디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슬슬 소울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천우진한테 연락해볼까?’
지크는 이 나타나지 않고 한동안 조용하자 불안해했다.
을 모두 모아 파괴해야 299레벨을 찍고 과 마주할 텐데, 좀처럼 소식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고레벨 던전을 돌자니 투자한 시간 대비 경험치가 너무 적었다.
이제 진짜로 레벨이 안 올라서, 어지간한 고레벨 던전을 돌아봤자 하루에 경험치의 1퍼센트도 채우기 힘들었던 것이다.
“딱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는 그냥 던전이라도 돌아야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밀린 서류들을 결제해서 미켈레에게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잠시 로그아웃했다.
‘오늘 저녁은… 일식이다.’
태성은 오직 입주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입주민 레스토랑의 일식집을 찾았다.
그런데.
“어? 한태성 선수다.”
“전부터 누군가 했더니 한태성 선수였구나.”
식당에 들어서자 꽤 많은 사람들이 태성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하기야, 조별 리그부터 결승전까지 태성이 방송 경기에 얼굴을 드러낸 게 한두 번도 아니니 이제는 어지간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얼굴 다 팔렸네.’
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오셨습니까.”
태성이 자리에 앉자 쉐프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네?”
“한태성 선수 맞으시죠?”
“아, 예….”
“어제 경기 잘 봤습니다, 한태성 선수.”
“선수라뇨. 하하. 아마추어일 뿐인걸요.”
“곧 프로 데뷔하실 거 아닙니까?”
“계획에 없어요.”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한태성 선수를 위해 제가 직접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진짜요?”
“물론입니다.”
“그럼 감사하죠.”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태성은 쉐프가 자신만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동안 개인 SNS계정을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 한태성 선수! 동네F&B의 나소명입니다!
“아?”
– 내부에서 시원하게 의사 결정이 나왔습니다. 한태성 선수와 120억 원에 광고 계약을 체결하겠습니다.
“그, 그래요?”
태성은 에서 120억 원이란 거금을 제안하자 살짝 놀랐다.
아님 말고 식으로 100억 원을 불러보았는데, 그보다 20억 많은 120억 원이니 놀란 건 당연했다.
– 미팅 진행하고 싶은데, 언제 괜찮으십니까?
“어… 날짜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 알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지크는 참치 통조림의 대명사인 와 120억 원의 출연료를 받고 광고를 찍게 되었다.
물론 아직 계약서를 쓴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바로 그때였다.
우웅!
또다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한태성 선수 맞으십니까?
“그런데요.”
– 저는 화이트주류의 마케팅 담당자 최봉근이라고 합니다.
“화이트주류라면… 그 소주 만드는 회사 아닌가요?”
– 맞습니다!
“근데 왜 저한테 전화를….”
– 다름이 아니라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대나무 향기를 첨가한 신제품을 출시하기 직전인데, 한태성 선수의 이미지랑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서요.
“아? 3경기요?”
– 맞습니다.
“금액 먼저 정하시고 톡으로 보내주세요.”
– 예?
“제가 귀찮은 건 질색이라서요. 금액 맞으면 하고, 안 맞으면 안 하려고요.”
– 어, 얼마를 원하시는지….
“그거야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 …….
“끊습니다.”
태성은 굳이 광고 출연료가 아쉽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젠 참치에 대나무술이라니….”
하지만 전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웅!
태성의 전화기가 또 울렸다.
“이번엔 코레일이라도 되나?”
태성은 한국의 철도 회사인 에서 전화가 온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어? 승구냐?”
– 예, 형님. 접니다.
“무슨 일이야?”
– 신기한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응? 신기한 던전?”
– 예. 아무래도 형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무슨 던전인데 그래?”
– 전화로 설명 드리긴 좀 복잡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급한 건 아니지?”
– 그건 아닙니다.
“그럼 나 밥 먹고 접속할 테니까 좀 기다려.”
– 예, 형님. 식사 맛있게 하십쇼.
“응. 이따 보자.”
태성은 승구와 전화를 끊고 쉐프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준 음식에 집중했다.
‘밥은 먹고 살아야지.’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 던전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
태성은 밥을 먹고 게임에 접속한 뒤 곧바로 승구를 만났다.
“무슨 던전인데 그래?”
지크가 승구에게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형님.”
승구가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어르신들 모시고 쩔을 해드리고 있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던전인데….”
“어르신들?”
“그 왜 있지 않습니까. 형님께서 저한테 떠넘기신….”
“아?”
지크는 그제야 승구가 말하는 이 레전드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알아챘다.
“어르신들 모시고 사냥하고 있었다 이거지?”
“예, 형님.”
“그러다 던전을 발견했고?”
“예, 형님. 웬 동굴을 발견했는데,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 건데?”
“몹 패턴이 되게 특이합니다.”
“음?”
“만약에 같은 몬스터가 있다고 치면, 형님이 때렸을 때랑 제가 때렸을 때 데미지가 똑같이 들어갑니다.”
“으응? 뭔 소리야.”
“그러니까, 때리는 사람에 상관없이 데미지 보정이 들어갑니다. 제가 때리나 형님이 때리나 몬스터의 생명력이 똑같은 비율로 줄어든다고나 할까요. 맞을 때도 똑같고요.”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그냥 직접 한번 가보시죠.”
“그러자.”
백문이 불여일견.
지크는 말주변 없는 승구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 하기보단 던전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하고 프로아 왕국을 나섰다.
그로부터 30분 후.
지크는 승구와 함께 특이한 패턴을 가진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던전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야 이! 밑장빼기냐!”
“이 새끼 이거! 야! 증거 있냐!”
“아오!”
“하여간에 이 새끼들은 나이를 처먹어서도 서로 뒤통수나 후려치네!”
던전 앞에 도착해 보니 레전드들이 옹기종기 모여 쌈박질을 벌이고 있었다.
테이블이 엎어져 있고, 카드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걸 보니 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사, 사이들이 좋으시네?”
“말도 마십시오.”
승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나이만 드셨지, 하는 짓은 요즘 애들이랑 똑같습니다.”
“그, 그래?”
“거기에 꼬장들도 심하십니다. 말년 병장 네 명 수발드는 거랑 안 다릅니다.”
“…….”
“형님. 저 너무 괴롭….”
그때였다.
“오! 태성이 왔어!”
“우리 후배 왔네?”
“어제 우승 축하해!”
“어서와!”
레전드들이 지크가 온 것을 발견하곤 언제 투덕거렸냐는 듯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지크가 레전드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근데….”
지크가 승구에게 속삭였다.
“어르신들은 여기 왜 계신 거야? 여기 못 깨겠다며? 저 레벨들이면 스쳐도 한 방 아냐?”
“아닙니다.”
“으응?”
“1레벨짜리가 들어가나 300레벨짜리가 들어가나 똑같습니다. 어르신들이랑 같이 깨도 됩니다.”
“엥?”
“일단 들어가시죠.”
“그, 그래.”
지크는 승구의 말대로 일단 던전에 입장해 보기로 했다.
[무신교의 유적 : 발할라]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던전의 이름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무신교의 유적? 여기 무신교 교단 건가 본데?”
“그런 모양입니다.”
“근데 왜 이렇게 버려져 있지?”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그건 그러네.”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10분 정도 걸었을까?
어두컴컴한 동굴 안.
저벅저벅-
저 멀리서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영웅의 테라코타]고대 전쟁영웅들을 형상화한 찰흙석상(테라코타)이다.
•존재 구분 : 몬스터
•타입 : 석상
•레벨 : 없음
•특이 사항 : 누구에게나 강하다.
으로 확인해 본 결과 라 불리는 석상들은 레벨이 없었으며 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두고 보면 알겠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를 움켜쥐고 와 을 깔았다.
그러자 승구 역시 골렘왕 레벤톤을 불러내 탑승하고, 레전드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빼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석상이라 방사능 에너지도 안 먹힐 거고. 천지개벽을 쓰자니 동굴이 무너질 거 같고. 어쩔 수 없나.’
지크는 광역 스킬을 포기하고 를 내던졌다.
쒜에엑!
그러자 가 스킬에 의해 날아가 들을 차례차례 강타하고 지크를 향해 되돌아왔다.
그런데.
“어어? 세네?”
지크는 들의 생명력을 확인해 보고는 데미지가 별로 안 들어갔단 사실에 놀랐다.
그런데.
챙, 채앵!
쪼렙인 레전드들이 그런 들과 어우러지며 한바탕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싸움이… 된다고?”
지크는 레전드들 중 하나가 를 힘겹게 쓰러뜨리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에 맞고도 멀쩡했던 가 쪼렙인 박기돈의 칼질에 목이 날아갔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