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10
609
지크는 정말이지 놀랐다.
이 무슨 말 같지 않은 플레이란 말인가?
데미지야 그러려니 했다.
이곳 는 쪼렙이나 고렙이나 똑같이 데미지를 주거나 입게끔 보정이 들어가 있는 특이한 던전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렇듯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그것도 엄청나게 멀리 있을 게 분명한 적을 빠르게 저격해 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작 낡은 스코프 하나가 달린, 그것도 영점이 잘 맞지 않는다는 으로 이런 플레이를 펼치는 게 가능할까?
‘레전드는 레전드라는 건가.’
지크는 한상기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한상기는 서바이벌 + 배틀로얄 + FPS가 합쳐진 복합형 게임인 의 레전드였다.
한상기는 FPS 게임의 레전드답게, 전성기 시절 엄청난 샷빨로 유명했다.
1킬로미터 저격의 명중률이 무려 95퍼센트에 달했고, 2킬로미터 저격도 밥 먹듯 성공시키던 괴물이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 일반적인 FPS 게임이 아니니만큼, 순간적인 판단력과 위치 선정도 발군이었음은 물론이었다.
‘역시 달라.’
지크는 한상기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철컥!
탕, 타앙!
한상기는 을 재장전하고는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러자 귀신같이 경험치가 올랐다.
One shot.
One kill.
의 방아쇠가 한 번 당겨질 때마다 어김없이 하나의 적이 죽었던 것이다.
한상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흐음. 오래간만에 좀 뛰어볼까.”
한상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조잡하기 짝이 없는 화염병을 꺼내 투척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엄폐물이었던 아이언 골렘의 잔해에서 튀어나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로부터 몇 초 후.
용케도 적들과의 거리를 좁힌 한상기가 두 자루의 의 방아쇠들을 연신 당겼다.
탕, 탕, 타앙, 탕, 탕!
한 쌍의 들이 불을 뿜고.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한 발의 총성이 울릴 때마다 어김없이 한 번의 경험치가 올랐다.
휘리릭, 철컥!
한상기는 적들과 근접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거의 번개와 같은 속도로 재장전을 실시하고, 총알이 채워지자마자 또 다시 적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알을 퍼부었다.
‘조, 존 윅이냐?!’
지크는 그런 한상기의 모습에서 과거 할리우드의 대표 미남 배우인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인기 액션 영화 시리즈였던 의 주인공 존 윅을 떠올렸다.
그만큼 한상기의 전술적인 움직임은 대단해서, 군 생활을 일반 병사가 아닌 특수 부대에서 했다고 해도 믿음이 갈 정도였다.
실제로 한상기는 중증의 밀리터리 덕후라서, 사격술과 전술적 움직임을 배우는 게 취미이기도 했고.
그렇게 약 10분이 지났을 때.
타앙!
마지막 총성을 끝으로, 더 이상의 원거리 공격은 없었다.
의 레전드였던 한상기가 적들을 모조리 몰살시켜 버렸던 것이다.
***
전투가 끝난 후.
“봤냐? 이 자식들아? 나 아직 안 죽었다 이거야!”
한상기가 세 명의 레전드들을 향해 보란 듯 소리쳤다.
“캬. 아직 안 죽었네.”
“후배 앞에서 체면은 차렸네?”
“너 아직 젊구먼?”
세 명의 레전드들이 그런 한상기를 향해 엄지를 척! 하고 들어 보였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지크는 그런 한상기에게 다가가 경외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공손하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런 지크의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였다.
‘역시. 정말 대단하셔. 존경스러워.’
지크 역시 게이머.
게임계의 대선배인 한상기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두 눈으로 보았으니 존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핫! 후배님 앞에서 주책을 부렸구먼!”
“아닙니다!”
“괜찮았나?”
“쩔었습니다. 아직 팔팔하신데요?”
“팔팔하기는! 전성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하하하!”
“후배님 앞에서 체면치레는 해서 다행이구먼.”
“그런데 선배님….”
지크가 조심스레 한상기를 향해 물었다.
“그 저격….”
“응?”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한 거냐고?”
“예.”
“그냥 쐈지?”
“그, 그냥 쐈다고요?”
“농담이고.”
한상기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보여서 쏜 거지.”
“…….”
“근데 그건 왜 물어?”
“그게….”
지크가 살짝 망설이다가 말했다.
“배우고 싶습니다.”
“으응? 이걸?”
“네.”
“내 저격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원거리 딜러도 아닌데?”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 순간.
“크핫핫핫핫핫핫~!!!”
한상기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나머지 세 명의 레전드들 역시도 한상기와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큭큭큭!”
“푸하하하하하하!”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의 반응에 당황해서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설마 지금 나 놀리시는 건가? 나 따위가 그런 걸 배울 수 있느냐면서?’
지크의 뇌리에 부정적인 생각이 스쳤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캬! 이 친구 이거 아주 훌륭하구먼!”
한상기가 지크의 어깨를 팡팡! 두드려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배우고 싶다고? 크핫핫핫핫! 훌륭해! 아주 훌륭해! 크핫핫핫핫!”
나머지 세 명의 레전드들의 반응 역시 같았다.
“크으!”
“자세가 됐어!”
“좋아, 좋아!”
알고 보니 레전드들이 웃은 이유는 지크가 한상기의 저격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뛰어난 실력과 스펙을 갖추었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배우겠다는 자세.
지크의 그 마음가짐이 레전드들을 기쁘게 했던 것이다.
“후배님.”
한상기가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지크를 바라보았다.
“네, 선배님.”
“가르쳐줄게.”
“저, 정말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후배님이 배우고 싶다는데 안 가르쳐 줄 수 있나? 가르쳐 줘야지.”
“가, 감사합니다!”
“시간 날 때 따로 보자고. 내가 아는 지식은 다 가르쳐 줄 테니까.”
“예!”
“하하하!”
그렇게 지크는 의 레전드였던 한상기로부터 원거리 저격술 및 전술적 움직임을 배우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
지크는 레전드들을 모시고 계속해서 를 클리어해 나갔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끄응!”
한상기는 언제 신들린 사격술과 전투력을 보여주었냐는 듯 뻗어서 골골거렸다.
나머지 세 명의 레전드 역시 마찬가지.
“선배님들. 전투가 언제 벌어질지 모릅니다. 투구랑 갑옷 똑바로 착용해 주십쇼. 아! 박기돈 선배님! 무기 좀 땅에 질질 끄시지 마시라니까요!”
승구는 그런 레전드들을 인솔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지크 일행은 좁은 동굴을 벗어나 웬 초원에 다다랐다.
“여긴 어디지.”
지크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니맵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니맵은 여전히 라고만 표시되었을 뿐, 이 드넓은 초원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천리안으로 볼까?’
지크는 을 사용해 맵핵을 켜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은 소모성 아이템인지라 사용 횟수에 한계가 있어서 가급적이면 아껴 써야 했다.
게다가 늘 맵핵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일단 가보고 정 길을 못 찾겠으면 쓰자.’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우르르!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뒤이어 말발굽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지크는 재빨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약 1킬로미터 앞.
‘뭐 저렇게 많아!’
거의 천 단위는 되어 보이는 기마병들이 말을 타고 맹렬히 질주해오고 있었다.
[영웅의 테라코타 : 기병]고대 전쟁영웅들 중 기병이었던 자들을 형상화한 찰흙석상(테라코타)이다.
•존재 구분 : 몬스터
•타입 : 석상
•레벨 : 없음
•특이 사항 : 누구에게나 강하다.
기마병들의 정체는 의 기병 버전이었다.
“선배님들! 전투 준비해 주십쇼!”
그때, 승구가 골렘왕 레벤톤에 탑승하며 레전드들에게 소리쳤다.
탕, 타앙!
그러자 원거리 딜러인 한상기가 으로 달려오는 기병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한상기의 저격은 어김없이 명중하며 적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어? 이거 위험한데.”
지크는 기병들이 달려오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기병의 돌진력은 엄청나다.
그런 기병이 하나도 아니고, 거의 천 단위가 일제히 달려오고 있다?
만약 저 기병대와 충돌한다면, 파티가 순식간에 곤죽이 되어 전멸할 건 분명해 보였다.
지크야 비행 능력이나 를 이용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승구나 아직 스킬이 몇 개 없는 레전드들은 딱히 생존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빼야 돼.’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나온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와르르르르-!
저 멀리 동굴의 입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무너져 내렸다.
“야 이! 지금 누구 놀리냐! 아오!”
지크는 동굴 입구가 무너지는 걸 보고 으르렁거렸다.
‘좁은 대로 못 피한다면… 다른 방법을….’
지크가 막 머리를 굴려 지금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을 궁리할 때였다.
“다들!”
의 레전드였던 김기태가 목청껏 소리쳤다.
“이쪽으로!”
김기태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동굴 입구가 있는 절벽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야! 기태야! 같이 가자!”
“저 자식은 튈 때가 제일 빠르다니까!”
“저거 지 혼자 살겠다고!”
레전드들이 재빨리 김기태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혀, 형님? 어떻게 합니까?”
“어떡하긴! 일단 가보자!”
지크는 승구의 물음에 그렇게 소리쳐 대답하고는 김기태를 뒤따라 뛰었다.
‘뭔 방법이 있으시겠지.’
지크는 굳이 뭘 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잠자코 김기태를 따르기로 했다.
지금은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레전드들의 플레이를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절벽.
그곳은 막다른 골목이라 도망칠 곳도 없었다.
“어이! 거기! 빡빡이 후배님!”
김기태가 승구를 향해 소리쳤다.
“예? 저 말씀이십니까?”
“그럼 여기 빡빡이가 후배님 말고 더 있어?”
“그, 그건! 히잉….”
승구가 울상을 지었다.
“빨리 골렘들 좀 꺼내 봐!”
“예?”
“골렘들 꺼내서 바리케이드 쳐!”
“아! 예!”
승구는 김기태의 말에 자신이 가진 모든 아이언 골렘들을 불러내 지그재그로 늘어놓았다.
“가운데는 빡빡이 후배님이 맡고!”
“예!”
김기태는 바리케이드의 중앙에 골렘왕 레벤톤에 탑승한 승구를 배치했다.
“쏴!”
“예! 선배님!”
승구는 김기태의 지시에 재빨리 골렘들을 공성 모드로 바꾸고, 달려오는 기병대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펑, 퍼엉!
뒤이어 아이언 골렘들의 양어깨에 장착된 프로아 왕국의 신형 대포들이 불을 뿜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덕분에 지크 일행은 꽤 많은 수의 기병들을 원거리에서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기태의 지휘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김기태가 플레이하던 게임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인 .
김기태는 그 에서 란 별명을 얻은 전략 전술의 귀재!
그 전설적인 게이머의 플레이가 지크의 눈앞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