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19
618
“뀨! 주인 놈아! 왜 그러냐!”
햄찌가 지크가 피를 흘리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왜 그러긴.”
지크가 와락 인상을 구긴 채 으르렁거렸다.
“쥐새끼들이 있어서 그래.”
“뀨우?”
“대단하네. 우리 눈과 귀를 다 속이고.”
지크는 솔직히 감탄했다.
10초 전.
지크는 아무 생각 없이 를 마시다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몸을 틀었다.
푸욱!
그리고 몸을 틀기가 무섭게 땅 밑에서 한 자루 쇠꼬챙이가 튀어나와 그런 지크의 허벅지를 찔렀던 것이다.
만약 몸을 틀지 않았다면?
‘으! 응꼬부터 뚫릴 뻔했어!’
쇠꼬챙이가 항문을 파고들어 내장까지 쭉 찌르고 들어와 심장에 구멍을 내놓았을 게 뻔했다.
즉, 하필이면 입에 담기 민망한 부위를 노려서 그렇지 그 살상력과 치명적인 면에선 가히 악랄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나와.”
지크가 주변을 향해 넌지시 말했다.
“캬아아악!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캭! 캬악! 캬캭!”
햄찌 역시 몸을 그리즐리 베어 정도의 크기로 거대화시켜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지크와 햄찌의 말에도 불구하고, 암살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쭈.”
지크가 냉소를 지었다.
“정확히 열한 놈, 안 나올래?”
지크의 입에서 숨어 있던 암살자들의 숫자가 정확하게 흘러나왔다.
“뀨우! 우리 다 안다! 어디 숨었는지도 안다! 뀨우우!”
“바위 뒤.”
“뀨우! 수풀 밑에도 한 놈 있다!”
“길바닥에도 땅굴을 파놨네?”
“뀨우! 이상한 옷 덮어쓰고 엎어져 있는 놈도 있다! 뀨우우!”
지크와 햄찌의 입에서 암살자들의 위치가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크와 햄찌는 처음에는 암살자들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일단 몸이 긴장하기 시작하고, 의식을 집중하자 암살자들의 위치를 훤히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슥, 스윽!
암살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지크와 햄찌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흠.”
지크는 그런 암살자들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장 를 움켜쥐었다.
“안 그래도 적성에 안 맞는 짓 하고 다니느라 스트레스 쌓이던 참인데 잘됐네. 흐흐흐.”
지크가 광기에 찬 미소를 흘리며 천천히 암살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정확히 1분 30초 만에 끝이 났다.
“끄, 끄억….”
“으어어어어어….”
“아악!”
암살자들은 지크와의 전투에서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말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암살자들의 전공은 은신 후 기습이었지, 정면 대결이 결코 아니었으니까.
암살자가 정면 대결에서까지 강력하다면, 그게 어디 암살자이겠는가?
강자는 굳이 몸을 숨기고 기습을 가할 필요가 없을 텐데.
“다 엎드려, 새끼들아.”
지크는 암살자들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서 제압해놓은 후 그렇게 말했다.
“뀨우! 엎드려라!”
햄찌가 그런 암살자들을 강제로 엎드려 뻗히게끔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욕구 불만인데. 이것들이 뒈질라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야구방망이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일렬로 엎드려 있는 암살자들에게 차례차례 빠따를 치기 시작했다.
퍽, 퍼억!
가 암살자들의 엉덩이짝을 강타하고.
“악!”
“으악!”
“허억!”
“아아아악!”
암살자들은 지크의 빠따질에 맞을 때마다 그 엄청난 데미지에 외마디 비명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악! 아악! 왜, 왜 저는 두 대를 때립니까!”
한 암살자가 지크에게 연거푸 두 대의 빠따를 맞자 억울했는지 버럭 소리쳤다.
“니가 내 허벅지에 구멍 냈잖아.”
“그, 그건!”
“독도 묻혔더라?”
“……!”
“근데 어쩌냐. 난 어지간한 독에는 면역인데.”
“세 대 더 맞자.”
“악! 으악! 악! 악! 으아악!”
결국, 지크를 찔렀던 암살자는 괜히 입을 놀렸다가 두 대가 아닌 다섯 대를 맞게 되었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단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후로도 지크는 한동안 암살자들에게 빠따를 휘두르며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문제는 그 다음.
“뀨우우! 죽어라! 뀨우우우우!”
햄찌는 지크가 빠따질을 멈추자마자 웬 깔때기를 암살자들의 입에 강제로 꽂은 뒤 를 들이붓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콸콸콸!!!
햄찌가 를 들이부운 직후.
“커, 커헉! 차, 차라리 날 죽여라! 크아아아악!”
“제, 제발… 으악! 뭐, 뭐든지 말하겠소! 으아악!”
“이 악독한 놈들! 차라리 죽이란 말이다! 우에에에엑!”
“모, 모두 불겠소! 그러니 제발! 우웨에에에에엑!”
지크의 빠따질에도 죽여 달라거나, 혹은 의뢰를 넣은 자를 알려 주겠다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암살자들이었다.
그런데 지크가 즐겨 마시던 를 강제로 마시게 되자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아는 건 모조리 불겠다고 한 것이다.
빠직!
그 광경을 본 지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
사실 암살자들은 에 굴복한 건 아니었다.
암살자들이 괜히 암살자들이겠는가?
암살자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쳤음은 당연지사.
그런 암살자들이 고작 괴상한 맛을 내는 음료 따위에 굴복할 리 없었다.
사실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암살자들은 지크와의 전투 중에 큰 부상을 입었고, 이어진 무자비한 빠따질에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괴상한 맛을 내는 탄산음료가 혀, 식도, 눈, 코에 들어부어지니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랄까?
문제는 지크가 그런 암살자들의 마음은 눈곱만큼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
아니, 지크는 암살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생각조차 없었다.
“이것들이 날 무시해?”
지크는 자신의 취향이 무시당해서 매우 분노했고, 그 분노는 곧 광기가 되었다.
“흐! 흐흐흐! 그렇게 싫다 이거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를 모조리 꺼낸 뒤 암살자들의 입에 강제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콸콸콸!!!
그렇게 희대의 괴음료인 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커, 커헉! 꼬르륵! 우웨에엑! 제, 제발! 우웩! 아, 아는 건 모두 불겠… 우웨에에엑!”
한 암살자가 지크에게 애원했다.
“아는 건 모두 불겠다고? 큭!”
그러자 지크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군터 백작이 보냈잖아? 누가 그걸 모르냐?”
“커헉! 서, 설마! 우웨에엑! 그걸 알면서도 고문을….”
“왜? 안 돼?”
“이, 이 싸이코 같은….”
“뭐? 맛있다고? 그럼 더 먹어. 아직 많으니까. 흐흐흐!”
지크는 그 암살자의 말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를 더욱 들이부었다.
덕분에 그 암살자는 를 마시다 못해 코로 흡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엄청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왜?
맛은 그렇다 쳐도, 탄산 성분이 코를 타고 흘러들어 가 비강과 식도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통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으니까.
즉, 지크는 흔히 말하는 물고문을 기괴한 맛이 나는 탄산음료로 대신한 셈이었다.
그러니 당하는 입장에선 고통스러울 수밖에.
게다가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캐낼 것도 아니면서 고문을 가하니 육체적인 고통보다 심리적인 공포가 더욱 컸다.
“배 터지게 먹여줄게. 아주. 흐흐. 흐흐흐.”
지크는 암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든 말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가진 를 들이붓기를 멈추지 않았다.
***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뀨우! 군터 백작의 성에 가서 조용히 숨어 있어라! 그리고 명령이 떨어지면 움직여라! 뀨우우!”
햄찌는 오래간만에 최면술을 사용해 암살자들을 군터 백작의 성으로 보냈다.
사실 지크의 맘 같아선 암살자로 하여금 오히려 군터 백작을 암살하도록 시키고 싶었다.
‘아냐. 그러면 재미없지.’
하지만 지크에게는 나름의 큰 그림이 있었으므로, 암살자들에게 최면을 걸어 군터 백작의 성에 잠복시켜 놓는 것으로 만족했다.
“뀨우! 가라!”
햄찌가 최면술을 마치고.
“군터 백작의 성… 매복….”
“명령이 떨어지면… 움직임….”
“민트초코에이드… 맛있다….”
암살자들이 반쯤 넋이 나가 좀비처럼 걸어서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시 가볼까.”
“뀨우! 가자!”
그렇게 도착한 의 모습은 그리 좋지 못했다.
영지민들의 행색은 볼품이 없었고, 표정은 삶에 찌들어 있는 듯 보였으며, 하나같이 깡말라 있어서 영양실조가 의심될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리는 배수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오물이 넘쳐흘렀고, 그 때문에 악취가 진동했다.
게다가 영지민들이 사는 집들이 어찌나 낡았던지, 당장에라도 쓰러져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듣던 대로 아주 가관이구만.”
지크는 그런 의 풍경을 보며 으득! 하고 이를 갈았다.
지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이곳 의 영주인 인터로킹 남작은 악덕 영주의 표본과도 같은 인간이라고 했다.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영지민들을 쥐어짰냐면, 추수가 끝나고 세금을 걷을 시기가 되면 일부러 세율을 올린 뒤 고리대금업을 벌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빚쟁이가 된 영지민들을 농노로 만든 뒤 개, 돼지처럼 부려먹었음은 물론이었다.
“이 인간쓰레기 같으니.”
“뀨우! 주인 놈아! 당장 뚝배기를 깨버려야 한다!”
“그러고야 싶지.”
“뀨우?”
“근데 아직은 아냐.”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때론 각개격파보다 싹쓸이가 나을 수도 있어.”
“뀨우! 그게 무슨 소리냐!”
“두고 보면 알아.”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 놈…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뀨우. 가끔 주인 놈 속을 모르겠다.’
햄찌는 때때로 지크의 속내를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지크는 눈치가 더럽게 없나 싶다가도 한 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두 수, 세 수를 먼저 내다보곤 했으니까.
지금도 그 게으름뱅이인 지크가 굳이 이렇듯 악덕 영주들까지 일일이 만나러 다니는 걸 보면, 뭔가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
“뭣이? 그 애송이가 여길 왔다고?”
“예, 영주님.”
“허! 군터 백작으로부터 얘기는 들었지만, 진짜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인터로킹 남작은 지크가 왔단 소식에 어이가 없다는 듯 기막혀했다.
확실히, 일국의 국왕이 그 어떤 수행원도 없이 달랑 커다란 햄스터 한 마리만 데리고 찾아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했다.
“어떻게 합니까?”
“일단 내성으로 들여보내라. 그리고 난 바쁘니 좀 기다리라고 하도록.”
“예?”
시종이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주님 오늘 오후엔 어떤 일정도 없으시지 않습니까?”
“이런 멍청한 자식! 누가 일정이 있어서 바쁘다고 했어? 그 애송이 놈이 화가 나게끔 일부러 기다리도록 하는 거 아냐!”
“앗! 죄, 죄송합니다!”
“쯧쯧. 그리도 눈치가 없어서야.”
“죄송합니다….”
시종이 인터로킹 남작을 향해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난 그럼 군터 백작과 통신을 한 후에 잠깐 재미 좀 보고 오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흐흐! 이번에 산 엘프년의 살결이 그리도 야들야들하던데 말씀이야. 흐흐흐!”
인터로킹 남작은 프로아 왕국이 엘프 왕국 엘론델과 혈맹(血盟) 관계이며, 왕비가 엘론델의 공주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엘프 노예를 능욕할 생각에 즐거워했다.
인터로킹 남작은 자신이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귀족이란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과 특권 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인물이라서, 프로아 왕국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