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34
633
에리얼 백작이 저지른 두 번째 실수는, 딸인 스피넬의 신병을 확보하는 걸 하필 용병왕 드레퓨스에게 의뢰했단 점이었다.
사실 그건 실수라고 보긴 좀 애매했다.
3인의 용병왕 전원이 에서 지크에게 개박살이 났고, 그나마 멀쩡한 한 명은 프로아 왕국의 외화벌이꾼(?)으로 전락했단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시간 전.
– 용병왕 드레퓨스가 에리얼 백작의 딸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답니다.
– 오오!
지크는 용병왕 시장(?)을 독식한 덕분에 에리얼 백작의 유일한 피붙이인 스피넬을 손쉽게 납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쩝. 가족까지 건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지크는 제아무리 적이라지만, 아무 죄도 없는 스피넬을 어떻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으므로, 지크는 부득이하게 스피넬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아가씨네 아버님께서 미친놈이라서 그런 거니까, 조금만 참으십쇼.’
지크는 스피넬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통신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감히….”
에리얼 백작은 그런 지크의 속을 까맣게 몰랐으므로, 그야말로 했다.
“네놈이 신인 나의 딸을….”
– 신 같은 소리 하네.
마법의 수정구 너머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향해 이죽거렸다.
– 꼴에 대현자 지그하르트의 후예라고 용언 마법에 소울을 조합하니까 진짜 신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에리얼 백작은 지크가 그 누구도 모르는 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은 사실 대현자 지그하르트의 직계 후손이란 사실은 마우레키온 제국에서도 모르는 비밀 중의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크가 에리얼 백작의 말을 딱 잘라 끊고는 말했다.
– 니 딸 맞지? 이 아가씨? 츄릅!
“……!”
– 날름날름!
에리얼 백작은 지크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자신의 딸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걸 보고 그만 혈압이 터져 죽을 뻔했다.
“감히!!!”
에리얼 백작이 지크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내 눈앞에서 내 딸을 능욕….”
– 흐! 흐흐흐!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
에리얼 백작이 지크를 향해 피를 토해내듯 쌍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지크는 그 더러운 액션을 멈추지 않았다.
뒤이어 에리얼 백작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이지….
– 킁킁! 킁킁킁! 흐흐! 정수리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군? 킁킁!
– 으읍! 읍! 읍읍읍!
– 으헤헤헤헤! 얌전히 있으라고? 으헤헤헤헤!
– 으으으으읍!
지크가 스피넬에게 더러운 액션을 하는 걸 보고, 에리얼 백작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을 무렵.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네놈은 절대로….”
– 니가 전능하다며? 큭!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자극하기 위해 하던 더러운 액션을 멈추고, 품속에서 날카로운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는 스피넬의 목에 단검을 살짝 들이대었다.
주륵!
그러자 스피넬의 목에서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더 지껄여 봐.
“……!”
– 더 지껄이면… 네 딸의 예쁜 목에 스크래치가 날 거야. 그럼 피가 콸콸콸! 쏟아지겠지? 이 하얀 목선을 타고? 흐흐흐!
“지크프리트…!”
– 아니? 상관없나? 전능한 신이라서?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향해 이죽거렸다.
– 아, 상관없겠네. 죽으면 부활시키면 그만이잖아? 아버지가 잘난 신 나으리신데, 설마 죽은 딸 하나 부활 못 시키겠어? 개나 소나 죽으면 부활시키는 전능하신 신께서?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쥔 단검에 힘을 살짝 더했다.
주르륵!
그러자 스피넬의 목 언저리가 길게 갈라지며 더 많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만약 저기서 단 0.5센티미터만 더 들어간다면….
“그, 그ㅁ….”
에리얼 백작은 지크를 말리려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지크는 그런 에리얼 백작의 심경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 오케이, 거기까지.
“……!”
– 잘 알았으니까, 내적 갈등은 그만 겪어라. 보는 내가 다 안쓰럽다, 인마.
지크가 말한 에리얼 백작의 이란 다음과 같았다.
딸인 스피넬을 살려달라고 말하자니, 자신의 부활 능력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증하는 셈이고.
그렇다고 딸을 버리자니, 유일한 피붙이에 대한 정은 있어서 차마 딸이 능욕을 당한 뒤 죽는 꼴은 보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이제와 하나뿐인 딸을 살리겠답시고 항복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뒤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독하게 마음먹고 딸을 버렸다면, 적어도 지크에게 조롱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내 네놈을 반드시….”
– 수고.
지크는 에리얼 백작이 으르렁거리던 순간 재빨리 통신을 끊어버렸다.
다음 순간.
“지크프리트….”
에리얼 백작의 입에서 지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내 네놈만은… 내 네놈만은! 반드시! 반드시 파멸시켜 버릴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릴 것이다! 반드시!!!”
에리얼 백작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피 맺힌 분노가 터져 나왔다.
***
통신이 끊긴 후.
“됐어.”
지크는 에리얼 백작이 가진 힘이 결코 진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쾌재를 불렀다.
‘진정한 부활이 아니야. 부활한 것처럼 보일 뿐이지, 온전히 사람을 되살리는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까 자기 딸이 죽는 것에 동요한 거야. 부활시켜 봤자 진정한 부활이 아니니까.’
사부의 말처럼, 에리얼 백작의 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분명히 허점이 있는 눈속임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어떤 눈속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심하게 겁먹을 필요가 없지.’
지크는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 에리얼 백작의 딸 스피넬을 바라보았다.
“…….”
스피넬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그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여기요.”
“예, 전하.”
“목에 난 상처는 잘 치료해주고, 지천존 어르신께 데려가세요. 그리고 제가 저 아가씨의 기억을 지워달란 부탁을 했다고 전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전하!”
“그 뒤에는 대륙 어딘가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게끔 배려해야 할 겁니다.”
“예! 전하!”
지크는 에리얼 백작의 딸 스피넬을 죽이거나, 혹은 특별한 해코지를 하는 대신 새로운 삶을 주기로 했다.
왜?
그녀에겐 아무런 죄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언젠간 복수하겠다고 덤벼들 것 같아서, 기억을 지워버리는 선에서 끝낸 것이다.
“그러니까 딸자식도 있는 놈이 뭐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쯧쯧쯧.”
“그렇다! 뀨우!”
햄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어리석다! 야망에 가족까지 팔아치웠다! 뀨우!”
“하여간에 탐욕에 눈들이 멀어서는….”
지크는 자기 자신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주제에 에리얼 백작의 탐욕을 욕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그나저나 적성에 안 맞는 연기를 했더니 몸에 두드러기가….”
지크는 조금 전 스피넬을 향해 더러운 액션을 했던 게 멋쩍어서, 괜히 나지도 않은 두드러기가 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으응?”
지크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문득 분위기가 이상하단 걸 느끼고 당황했다.
왜냐하면….
“…….”
“…….”
“…….”
지크와 에리얼 백작이 통신을 나누던 걸 보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어째 좀….
“아, 아냐! 연기야! 연기라고! 연기일 뿐이라니까?”
지크가 당황해 소리쳤다.
“나 그런 놈 아냐! 혓바닥 같은 거 안 날름거려! 냄새도 안 맡고! 연기라고! 연기!”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역시 바뀌지 않았다.
특히나, 중위 계급장을 단 여군 통신 장교와 오스칼의 시선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그들이 지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음과 같았다.
‘전하 진짜로 그러고 다니시는 것이옵니까?’
‘더러워! 쓰레기! 최악이야!!!’
아무리 에리얼 백작의 마음을 뒤흔들어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고는 하지만, 지크의 연기가 너무 더러웠던 것이다.
“아니야… 아니라고오….”
지크는 울상까지 지어가면서 억울해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
정보 수집은 거기까지였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어. 이제 싸우면서 알아가야 돼.’
지크는 에 대한 포위를 유지하면서, 각 교단들의 군대를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또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3일이 지났을 무렵.
지크가 이번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총사령부로 삼은 에 무려 15만 명이나 되는 성군(聖軍)이 모여들었다.
지크의 예상대로, 협조 요청을 보냈던 20개 교단 중 무려 17개 교단이 크고 작은 병력을 보내왔던 것이다.
지크는 프로아 왕국의 국고를 풀어 15만 명이나 되는 성전사들을 위한 잠자리와 최고급 뷔페식 식단을 준비했다.
비용?
얼마가 들든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15만 명의 성전사들이 이번 전쟁에서 프로아 왕국군을 대신해 피를 흘려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각 교단의 지도자들은 그런 지크의 배려에 매우 고마워했다.
그날 밤.
지크는 각 교단에서 군대를 끌고 온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전하의 배려에 감사드리는 바이옵니다. 여러 신들의 은총이 전하와 함께하기를 바라겠사옵니다.”
의 교단의 최고위급 이단심문관인 슈링크 추기경이 각 교단을 대표해 지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번 성전(聖戰)에서 각 교단에서 파견한 군대를 지휘하는, 일종의 총사령관 역할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대단하네.’
지크는 슈링크 추기경을 보고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슈링크 추기경의 레벨은 299레벨.
마스터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 에 가로막힌 상태였지만, 엄청나게 강해 보였다.
괜히 무신 아레스를 섬기는 의 추기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지크는 슈링크 추기경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렇듯 본국이 반란군을 토벌하는 걸 도와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본국의 힘만으로는 저 사이비 교단을 토벌하는 게 불가능하여 부득이하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렇듯 흔쾌히 응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지크는 굳이 프로아 왕국군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지 않았다.
슈링크 추기경 역시도 지크의 속을 뻔히 알면서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발 빠르게 를 포위하고 각 교단에 연락해준 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왜?
이번 사건은 대륙의 각 교단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할 사안이었으니까.
이미 에리얼 백작에게 광역 신성 모독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내버려 두었다가는 밥그릇을 빼앗길 판국이었다.
언젠가 어느 교단이든 마찰을 빚을 게 분명했으므로, 지금 힘을 합쳐 토벌하는 게 옳았다.
애초에 에리얼 백작부터가 신이라고 불리기엔 이기도 했고.
“사이비 교단은 암세포와 같아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옵니다. 초반부터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겠지요.”
“예, 추기경님.”
지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국 역시 가만히 구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함께 힘을 합쳐 저 사이비 교단을 토벌하시지요.”
“예, 전하.”
바로 그때였다.
“전하!”
시종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바, 반란군의 수괴 에리얼 백작이 전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