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37
636
전투는 성문을 향한 연합군의 포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펑펑! 펑! 펑펑! 펑펑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펑펑!
수백 문의 대포가 불을 뿜는 광경이란 가히 장관이었다.
대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어두운 전장을 밝히고, 포탄의 궤적이 마치 유성처럼 쏘아져 나갔다.
“사격, 중지!”
“중지!”
그렇게 한 차례의 일제 사격이 끝나고.
스으으으으!
수백 문의 대포가 뿜어낸 화약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연합군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화약 연기가 가득한 전장은 조용했다.
약간의 정적.
“다 박살을 내버린 건가…?”
어느 병사가 중얼거리던 순간.
척, 척, 척, 척, 척!
저 멀리 쪽으로부터 군홧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화약 연기가 어느 정도 걷혔을 때 즈음.
“……!”
“……!”
“……!”
연합군 병사들은 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냐하면, 반란군 병사들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신께 영광을!”
“영광을!”
“우리는 죽지 않는다! 죽으면 부활한다! 그러니 싸워라! 죽어도 되살아나서 싸워라!”
그런 반란군 병사들은 남녀노소가 골고루 섞인, 사실상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다.
하지만 에리얼 백작에 의해 광신도 병사들로 거듭난 반란군 병사들은, 불과 2주 전까지 민간인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연합군 진영을 향해 달려왔다.
“셋! 둘! 하나! Fire!!!”
“Fire!!!”
연합군은 그런 반란군의 돌격에 맞서 또다시 포격을 개시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늘 위.
의 비행 함대 역시 공중에서 연합군을 지원하기 위한 포격을 개시했다.
펑펑! 펑! 펑펑! 펑펑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펑펑!
그렇게 앞에는 마치 유성우(雨)라도 떨어진 것처럼 수백, 수천 발의 포탄이 떨어져 내렸다.
그게 바로 지크와 에리얼 백작 모두 선제공격이 부담스러워 2주가 넘도록 버텼던 이유였다.
먼저 공격하는 쪽이 이렇듯 포탄 세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기에, 서로 선제공격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텼던 것이다.
그런데.
“마, 말도 안 돼!”
“맙소사!”
“이 무슨!”
연합군 병사들은 반란군 병사들이 달려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왜?
반란군 병사들의 대다수가 를 두른 채 포탄을 맞아가면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때, 반란군 진영 한복판에서 에리얼 백작이 새하얀 광명(光明)에 휩싸인 채 두둥실 떠올라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 에리얼 백작의 주변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거울이 마치 방패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승리를 믿어 의심하지 마라! 내가 너희 곁에 있으니, 어찌 두려우랴! 가라! 가서 싸워라! 너희에게 죽음이란 없을 것이다!]반란군 병사들은 그런 에리얼 백작의 독려에 사기가 한껏 올라 포탄과 화살을 이겨내고, 순식간에 연합군 진영까지 도달했다.
콰아앙!
그렇게 반란군은 연합군의 최전방을 지키던 과 충돌했다.
쾅, 콰앙, 쾅!
의 성기사들은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의 방패로 반란군들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역시 그들을 상징하는 긴 창을 내질러 연합군 병사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아레스타! 우!”
“우! 우! 우!”
“아레스타! 우!”
“우! 우! 우!”
갑옷도 입지 않은 채 우람한 근육질의 육체를 고스란히 드러낸 은, 팬티 바람에 방어구라고는 오직 투구만을 쓴 채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반란군을 쳐부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합군과 반란군의 전투는, 연합군이 반란군의 최전방 병사들을 무참히 도륙 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일어나라! 나의 병사들이여! 너희는 죽지 않는다! 신인 내가 너희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에리얼 백작이 부활의 권능을 사용하고.
“죽지… 않는다.”
“신께서 날 돌보시니… 나 역시 불사의 몸이다.”
“이놈들! 골백번도 더 죽여 보아라! 신의 은총이 나를 돌보신다!”
죽은 반란군 병사들이 부활해 다시금 연합군 진영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보고 있냐.”
지크는 연합군 진영의 한복판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네.”
그러자 천우진이 스르륵! 하고 나타나며 지크의 말에 대꾸했다.
“이런데 전투를 어떻게 이겨?”
지크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온갖 버프 떡칠에 죽여도 부활해서 덤벼드는데. 이러면 디버프도 소용이 있겠냐? 어차피 죽이면 부활하는데.”
“더럽네.”
천우진이 딱 잘라 말했다.
죽지 않는, 그야말로 불사의 군대라니?
차라리 언데드 군단이라면 파괴하기라도 하지, 죽여도 되살아나는데 무슨 수로 전투에서 이기란 말인가?
그렇다는 말은, 결국….
“가자.”
지크가 천우진을 향해 눈짓했다.
“그래.”
천우진이 지크를 뒤따랐다.
왜?
이번 전쟁의 핵심은 소울을 가진 에리얼 백작을 처치하느냐, 처치하지 못하느냐가 관건이었으니까.
***
지크와 천우진은 즉시 날아올라 에리얼 백작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기회에 보나?’
지크는 에리얼 백작을 노리면서도 은근히 천우진의 전투력을 궁금해 했다.
천우진 역시 같은 를 부여받은 의 소유자.
그 강함이야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지 라는 비전투 계열 클래스로 보여서 전투력에 의문 부호가 붙었을 뿐.
그러나 천우진이 가끔 보여주는, 워프도 아니고 텔레포트도 아닌 현신(現身)을 즐겨 쓴다는 걸 보았을 때 엄청나게 강할 것 같긴 했다.
‘그래, 얼마나 강한지 보자고.’
지크는 천우진의 강함을 볼 생각에 즐거워하며, 빠르게 에리얼 백작을 향해 접근했다.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에리얼 백작의 주변을 맴돌던 거울 하나가 지크를 향해 레이저포를 발사했다.
‘피하고!’
지크는 재빨리 몸을 틀어 그 레이저포를 피했다.
하지만 에리얼 백작의 주변을 맴도는 거울은 하나가 아니라 거의 수천 개에 달했다.
지이잉! 지이이이이잉-!!!
수천 가닥의 레이저포가 지크를 노리고.
‘이건 못 피해. 막아야 돼.’
지크는 전방위에서 날아오는 레이저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를 방패의 형태로 바꾸어 스스로를 방어했다.
지이잉!!!
레이저포들이 에 작렬하던 순간.
“으아아아악!”
지크는 그대로 쭉 밀려나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족히 수백 가닥은 될 법한 레이저들이 집중되자 그 에너지를 버티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아오! 한태성 저거!”
천우진은 저 멀리 날아가는 지크를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그래도 밥값은 하고 날아가서 봐준다, 인마.”
천우진은 지크가 저 멀리 날아가면서도 끝끝내 를 깔아주고 날아간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당하는 순간에도 할 건 하는 걸 보면, 지크가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 인간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크를 상대하는 적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이 악착같은 집요함에 쓰러졌으리라….
‘그럼 나도 밥값을 해야지?’
천우진은 에리얼 백작을 바라보았다.
지이잉!
그런 천우진에게도 수없이 많은 레이저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씨익-
천우진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레이저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크처럼 막지도 않았다.
탁!
천우진이 손가락을 튕겨 핑거스냅을 시전하고.
스르륵!
뒤이어 천우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졌던 천우진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에리얼 백작의 코앞에 나타났다.
“……!”
에리얼 백작이 천우진을 발견하고 놀라던 순간.
콰아앙!
마치 쇳덩이처럼 붉게 달아오른 천우진의 주먹이 에리얼 백작을 향해 뻗어나가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뿜어내었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뒤이어 마치 소형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모두의 귀청을 찢어발길 만한 굉음이 울려 퍼져 전장을 뒤흔들었다.
***
“뭐, 뭐야!”
지크는 몸을 일으키다가 천우진이 일으킨 대폭발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히 엄청난 양의 에너지.
찌릿찌릿!
조금 전 천우진이 보여준 스킬 한 방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느냐면, 멀리 있는 지크의 피부가 다 곤두설 정도였다.
“저 정도 데미지가 나온다고?”
지크는 천우진의 강함에 놀랐다.
강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몰론 단순 딜량으로 보면 지크가 가진 스킬이 훨씬 강했다.
은 적중시킨 상대의 영혼마저 미립자 단위로 찢어버릴 수도 있는, 물리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린 스킬이었으니까.
그러나 조금 전 천우진이 보여준 스킬의 위력도 가히 엄청나서, 어지간한 레전더리 클래스들의 궁극기 데미지를 가뿐히 뛰어넘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퍼엉, 퍼어엉, 펑, 펑, 퍼엉, 펑!!!
천우진은 커다란 구덩이에 처박힌 에리얼 백작을 상대로 조금 전 보여주었던, 이른바 을 퍼부어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 폭격기라고 해야 할까?
광역 폭딜에 능한 마법사 계열 클래스들이 단 한 번을 보여주기도 힘든 위력을 가진 스킬을, 말 그대로 폭격기라도 되는 것처럼 퍼부어대는 것이다.
“야, 이!”
지크는 그런 천우진의 모습을 보고 약이 잔뜩 올라 소리쳤다.
“완전 사기잖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기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왜?
천우진의 강함은 로서 게이머들에게 임무를 주고, 게이머가 그 임무를 완수하면 힘을 하는 방식이었으니까.
즉, 지크처럼 1년 365일 고른 위력을 낼 수 없다는 태생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거 아주 사기네, 사기야.”
지크는 그런 의 특성을 알면서도 괜히 심술이 나서 투덜거렸다.
“저렇게 강할 줄 알았으면….”
그 순간.
“……!”
지크는 천우진이 에리얼 백작을 향해 폭격을 퍼붓는 걸 지켜보던 도중 문득 이상한 점을 느끼고 흠칫 얼어붙었다.
왜냐하면….
‘얘가 왜 여기서 나와?’
약 7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에리얼 백작이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천우진!”
지크가 흠칫 놀라며 천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아냐! 여기 있….”
하지만 지크는 천우진을 향해 미처 다 소리칠 수 없었다.
[소용없다, 모험가여.]“어어?”
[신의 분노를 받아라.]저 멀리 에리얼 백작이 천우진의 그 무시무시한 폭격을 이겨내고 두둥실 떠올라 반격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얜 뭐지?’
지크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던 순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에리얼 백작이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주었어. 한낱 모험가 주제에 감히 신성한 신인 나를 모독을 했어.]“와. 이거 제대로 미친 새끼네…?”
지크는 자아도취하다 못해 이제는 진짜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는 에리얼 백작의 말에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참으로 딱하구나, 모험가여. 신인 내가 이 세계에 전능의 법(法)을 설파하려 하는데 어찌 신에게 대항할 수가 있느냐, 이 미련한 것아. 네놈의 머릿속엔 온통 마귀가 가득하구나. 내 네놈의 머릿속에 든 마귀를….]에리얼 백작은 활짝 열린 제3의 눈으로 지크를 노려보면서, 자신이 진짜 신이라도 된 듯이 분노를 토해내었다.
그러던 중.
“죽어라! 이 사이비야!”
“신의 분노가 네놈을 징벌할 것이다!”
연합군에 소속된 물의 신, 아퀴네스를 섬기는 교단의 성기사들 수십여 명이 일제히 에리얼 백작을 발견하고 덤벼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