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42
641
“어쭈, 피해?”
지크는 에리얼 백작이 몸을 틀어 을 보호한 걸 보고 히죽 웃었다.
사실 지크의 기습은 이마 한가운데에 박힌 을 노린 거였다.
그런데 에리얼 백작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을 보호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틀었고, 대신에 왼쪽 눈을 내주게 되었던 것이다.
[크으윽!]에리얼 백작은 왼쪽 눈에 박힌 를 강하게 움켜쥐고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까딱 잘못했으면 에 뇌를 꿰뚫릴 뻔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이 새끼이….]에리얼 백작은 를 움켜쥐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를 통해 마나를 주입해 지크를 압박하는 한편 을 크게 떴다.
“죽어ㄹ….”
그 순간.
우웅!
지크가 재빨리 을 켜 에리얼 백작의 마나 흐름을 끊어놓았다.
팟, 팟, 팟!
그러자 초록색 섬광을 뿜어내야 할 이 마치 고장 난 전등처럼 맥없는 불빛을 흘렸다.
그리고 그 효과는 매우 허접했다.
주르륵!
지크는 즉사하기는커녕, 살짝 코피만 흘렸을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에리얼 백작은 자신의 스킬이 전혀 통하지 않자 또 다시 경악했다.
“내가….”
지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마법사를 좀 잘 잡아. 거의 천적 수준이거든.”
[어, 어떻게….]“시끄럽고, 일단 쳐 맞자.”
지크는 그렇게 말한 후 재빨리 를 뽑은 뒤 주먹을 움켜쥐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뒤이어 스킬이 에리얼 백작의 명치에 작렬하고.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에리얼 백작은 바닥에 쓰러진 채 토악질을 해대며 누런 위액을 쏟아내었다.
스스로 을 자처하며 신이라 불리던 자는, 이제는 명치에 주먹을 맞고 구토를 해대는 추태를 보이고 있었다.
“이게 문제지? 이게?”
지크는 자신의 토사물 위에 엎어져 고통스러워하는 에리얼 백작의 머리채를 움켜쥔 뒤 다른 한 손으로 을 움켜쥐었다.
[크, 크윽!]“그래, 이게 문제야.”
[그것만은… 으윽!]“눈깔에 먹물을 쪽 빼버린단 소리 들어봤냐?”
[……?]“이런 거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에리얼 백작 이마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을 움켜쥐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그러자 이 지크의 손길에 격렬히 저항하며 에너지를 뿜어내었다.
마치 자아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얌전히 있어, 이 새끼야. 부숴버리기 전에.”
지크는 저항하는 을 향해 을 뿜어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지직, 지지직!
은 그런 지크의 협박이 두렵기라도 하다는 듯 잠잠해졌고.
찌이익!
지크는 에리얼 백작의 이마에서 을 뽑아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에리얼 백작은 이 뽑히자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은 마법적 수술을 통해 이마에 구멍을 뚫은 뒤 뇌와 시신경을 연결시켜 놓은 거였다.
즉, 뽑히면 진짜 눈알을 뽑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으악! 으아악! 으아아아악!]“아, 시끄러.”
지크는 그런 에리얼 백작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손날을 세워 뒷덜미를 내리쳤다.
털썩!
그렇게 에리얼 백작은 지크의 손날에 맞고 기절해 버렸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에리얼 백작이 가지고 있던 네 번째 소울의 정체는 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 이걸로 네 개째야.”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마지막 남은 소울만 찾아 모은다면, 모든 을 모아 파괴할 터.
그렇게 되면 지크는 천우진으로부터 받은 퀘스트를 클리어해 단숨에 299레벨을 찍고 과 마주하게 되리라.
와르르!
그때, 가 무너졌다.
“뀨우! 주인 놈아! 이겼냐!”
“당연하지, 인마.”
지크는 기다리고 있던 햄찌의 배웅을 받으며 밖을 벗어났다.
“뀨우? 주인 놈아!”
“응?”
“근데 왜 안 죽였냐! 뀨우!”
“이 귀한 걸 왜 죽여?”
“뀨우? 이놈 귀하신 몸이었냐? 뀨우?”
“당연하지.”
지크가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대답했다.
“거의 살아 있는 마법서인데, 죽이면 아깝잖아. 세뇌시켜서 정보란 정보는 다 빼내고 죽이든가 해야지.”
“뀨우?”
“마른 오징어도 씹다 보면 맛이 나는 거거든. 흐흐흐!”
지크는 에리얼 백작으로부터 마법에 대한 각종 비법을 빼내 데시마토 공작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
전투가 끝난 후.
“지크프리트 전하, 만세!”
“만세!”
“프로아 왕국, 만세!”
“만세!”
“연합군, 만세!”
“만세!”
지크는 프로아 왕국군과 각 교단에서 파견한 원정군으로 이루어진 연합군 장병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스스로 신을 자처하던 에리얼 백작을 쓰러뜨리고, 조작된 현실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지크였다.
사실상 이번 전쟁은 지크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전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오스칼을 선두로 한 프로아 왕국군의 수뇌부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지크에게 예를 표했다.
“전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슈링크 추기경을 선두로 한 각 교단의 지도자들 역시도 지크에게 예우를 다했다.
“저만 고생했나요, 뭐. 그간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단 정리부터 합시다. 전후 처리가 끝날 때까지 전쟁은 끝난 게 아니니까요. 축하는 그 후에 하죠.”
지크는 함께 이번 전쟁을 치른 이들의 노고를 치하해준 뒤 전후 처리를 명령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을 꺼냈다.
[올마이티 소울]이계의 악마적 존재인 파편 중 하나.
의 권능이 담겨 있으며,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파편들 가운데 가장 추상적이고 정체불명의 능력이 담겨 있으므로, 효과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이다.
현재 과 결합된 상태이다.
•타입 : 영혼(파편 조각)
•등급 : 에픽
•효과 :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현실을 조작함(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임)
•주의 사항 : 자아를 가진 영혼의 결정체이므로, 자칫 잘못했다간 잡아먹힐 수도 있다.
지크는 으로 을 비추어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마스터의 손에 들어갔으면… 어휴!”
에리얼 백작이 299레벨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레이트 위저드라도 되었다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절로 쳐질 지경이었다.
“부정 타니까 빨리 돌려줘야겠다.”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데시마토 공작을 돌아보았다.
“공작님.”
“예, 전하.”
“공간 이동 방해 풀어주세요.”
“알겠사옵니다.”
데시마토는 지크의 명령에 주문을 외워 마법진의 발동을 멈췄고.
“이거 이렇게 하면 되나? 뿅!”
지크는 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공간이동을 시도해 보았다.
스르륵!
그러자 지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
비슷한 시각.
“와. 저거 진짜. 살아 있는 개미지옥이네.”
천우진은 에서 망원경을 통해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쓰러뜨린 것을 내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람 피 말리는 재능을 타고난 건가? 저 정도 되면 인간 탈수기 수준인데.”
천우진은 지크가 그간 에리얼 백작을 어떤 방식으로 말려 죽었는지를 떠올렸다.
개미지옥.
딱 그 표현이 알맞았다.
일단 지크와 시비가 붙는 사람은 싸우기도 전에 점점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정신을 차려 보면 피가 바짝 마르게 되곤 했다.
그 다음엔?
죽음.
이미 불리해질 대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지크에게 머리통이 터져 죽게 되는 것이다.
“하여간. 무조건 지가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무자비하게….”
그때였다.
“무자비하게 뭐?”
“무자비하게 뚝배기를… 으응?”
천우진은 무심결에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대답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깜짝이야!!!”
천우진은 자신의 옆에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심장이 철렁해 그만 돌연사할 뻔했다.
“야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뭘 그렇게 놀라냐? 후후.”
지크가 천우진을 향해 이죽거렸다.
“뭐 죄 진 거라도 있냐?”
“너, 너 뭐야! 언제 왔어! 조금 전까지 저 밑에 있었는데! 아니! 그건 그렇고!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지는~.”
“뭐?”
“지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사람 놀래켜 놓고, 당하니까 심장이 철렁한 모양이지?”
“그, 그건….”
“하여간에 내로남불 오진다니까? 양아치 같은 놈.”
“양아치? 이 자식이 진짜!”
“뭐 새꺄? 토끼 주제에!”
“토끼이?”
“조루라고 해줘?”
“이 새끼가 진짜!”
그렇게 지크와 천우진은 또다시 서로 멱살을 움켜쥔 채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기를 약 30분.
지크와 천우진은 서로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새겨놓은 뒤에야 다투던 걸 멈추고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근데 어떻게 왔냐? 요즘 마법이라도 배우냐?”
“마법은 무슨.”
지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냐?”
“그럼?”
“이거.”
지크가 을 들어 보였다.
“한 번 써봤지.”
“아? 그거면 가능하겠지만… 괜찮냐?”
천우진이 살짝 염려 섞인 눈초리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은 워낙에 위험한 물건이라 자칫 잘못했다간 잡아먹히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긴 한데, 불쾌해.”
“어떤 점에서?”
“막 속삭이던데? 전능의 힘을 주겠다고 했던가? 신이 되게 해준대.”
“유혹이네.”
“하여간 이 요망한 물건 같으니. 옛다.”
지크가 을 천우진에게 휙! 하고 던져주었다.
“너나 가져라.”
“미친놈. 큭큭. 그래, 수고했다.”
“이제 하나 남은 거다?”
“그래.”
“그럼, 난 간다. 수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으로 유리창을 박살내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야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천우진은 깨진 창문을 통해 저 멀리 추락하는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촤라락!
그때, 지크는 를 펼치더니 마치 까마귀처럼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깔깔깔깔깔!!!”
그렇게 지크는 자신의 비행 능력을 이용해 날아가며 일부러 천우진더러 열 받으라는 듯, 경망스럽게 웃어댔다.
“저거… 함포로 쏴버릴까….”
덕분에 천우진은 비행 함대에게 명령을 내려 지크를 요격하고 싶은 걸 꾹꾹 참아내야만 했다.
***
연합군 진영으로 복귀한 지크는 전후 처리를 직접 지휘하고 나서야 로그아웃할 수 있었다.
덜컥!
캡슐이 열리고.
“으윽!”
게이머 한태성은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전후 처리를 지휘하면서 이것만 해놓고 자야지, 하다 보니 어느새 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열한 시까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자자.”
태성은 지난 2주일 동안 에리얼 백작을 상대하느라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오직 게임에만 매달린 덕택에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아… 피곤해….”
태성은 잠을 자고도 피곤했지만, 배가 고파 침대를 벗어나 입주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태성 선수.”
자리에 앉자 태성이 즐겨 찾는 양식 코너의 쉐프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예, 안녕하세요.”
“피곤해 보이십니다.”
“요즘 잠을 많이 못 자서요. 하아암.”
“하하. 바쁘시겠습니다.”
“맨날 바쁜 건 아니고요.”
“아, 참.”
쉐프가 태성을 보고 뭔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잘 어울리십니다, 태성 선수.”
“네? 뭐가요? 이거요?”
태성이 자신이 입고 있는, 목이 다 늘어진 후줄근한 티셔츠를 가리켰다.
“예? 그게 아니라 여자 친구분 말씀이십니다.”
“예?”
“벌써 장인어른께 허락까지 받으셨다고….”
“네? 열애설이 난 건 알겠는데 장인어른이라뇨?”
태성은 쉐프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