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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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입구인 으로부터 약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숲.
그곳에는 현재 길드원들이 천막을 여러 개 설치한 채 주둔하고 있었다.
천막 안.
“휴우.”
용설화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설화야. 땅 꺼지겠다.”
“쯧쯧….”
“허허. 청춘이란.”
“이게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김기태, 박기돈, 한상기, 김한용이 그런 용설화를 보며 각자 한마디씩을 떠들었다.
“시끄러워요, 삼촌들.”
용설화가 그런 레전드 4인방을 향해 눈을 흘겼다.
“저 지금 심각하거든요? 조용히들 좀 해주세요.”
용설화가 싸늘하게 쏘아붙이고.
“우, 우린 설화 네가 걱정돼서 그러지.”
“흠흠.”
“내 태성이 이 녀석을 당장….”
“조, 조용히 하자.”
레전드 4인방은 용설화의 협박 아닌 협박에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궁색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휴.”
용설화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현재 그녀의 속은 썩어 들어가다 못해 문드러져 있었다.
왜?
지크가 디젤이 제안한 거래를 수락해 길드에 합류했으니까.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주인님.] [……?] [딸랑딸랑! 왈왈!]디젤이 막판에 3,000만 달러와 에서 나오는 수익 중 10프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하자, 지크는 망설이지 않고 길드의 용병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지크의 선택은 용태풍과 용설화 두 사람 모두를 서운하게 했다.
하지만 용태풍과 용설화는 지크를 탓하지 않았다.
[전문 게이머가 돈을 쫓아가는 걸 뭐라고 비난할 순 없지.] [어쩔 수 없네요.]게임이 이 아닌 인 시대였다.
잘나가는 게이머가 연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시대가 아니던가?
유명 게이머의 시간은 곧 돈이었으므로, 친분에 호소하기에는 지크의 몸값이 너무나도 높아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용태풍은 지크에게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현재 길드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길드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젤이 채형석과 길드를 영입하면서, 길드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지크 하나를 영입하자고 디젤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기에는 이래저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 NPC들에게 납품을 약속했던 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엄청난 위약금을 물게 생긴 상황이기도 했고.
“딸.”
그때, 잠자코 있던 용태풍이 용설화를 불렀다.
“네, 아빠.”
“땅 꺼지겠다.”
“죄송해요….”
“정 마음에 걸리면 저기로 넘어가도 돼.”
“네?”
용설화는 용태풍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낭군님 따라 어딘들 못 갈까.”
“아니에요!”
“아니긴.”
용태풍이 피식 웃었다.
“낭군님 때문이면, 아빠는 괜찮아. 뭐, 그럴 수 있지. 죽고 못 살겠다는데, 아빠가 대순가? 사랑에 눈이 멀면 나라도 팔아먹는 게 인간인데.”
“나, 나라를 팔아먹어요?”
“낙랑공주도 그렇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파리스도 헬레네랑 사랑에 빠져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
“아빠!”
“크핫핫핫!”
용태풍은 용설화가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재미있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태성이가 그렇게 좋아?”
“안 좋아요!”
“에이~ 좋아 죽겠단 거 같은데?”
“아! 진짜!”
“크핫핫핫!”
“자꾸 그러신다 이거죠?”
“으응?”
“좋아요.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해드릴게요.”
“뭐, 뭐라고?!”
“안녕히 계세요. 전쟁터에서 봬요.”
용설화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아빠인 용태풍에서 꾸벅 배꼽 인사를 해 보이더니 천막을 젖히고 나가버렸다.
“어이! 딸내미! 따알!”
용태풍이 그런 용설화를 불러보았지만, 야속한 딸은 아버지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푸하하하하!”
“캬! 태성이한테 밀려서 버려지겠네!”
“거 딸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니까? 결국엔 사위한테 밀려서 버려질 걸!”
“큭큭큭! 용태풍 꼴좋다!”
레전드 4인방은 용설화가 천막을 나서자마자 미친 듯이 웃어대며 용태풍을 놀려먹었다.
“닥쳐! 이 자식들아! 뭐 좋은 일이라고 웃어? 그리고 우리 설화가 그럴 애냐? 그냥 내가 놀려서 짜증나니까 그런 거지! 우리 설화가 아빠 버릴 애냐? 어!? 확! 쪼렙들 주제에!”
용태풍은 그런 레전드 4인방을 향해 버럭 성질을 내면서 용설화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왜일까?
우르르르!
용태풍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건?
‘설마 진짜로 넘어가는 거 아냐? 늙은 아빠를 버리고 태성이 녀석한테? 아, 아니겠지! 내 딸이 그럴 리 없어!’
용태풍이 말은 자신만만하게 했지만, 사실 속은 그렇지 못했다.
***
용설화는 천막을 나선 후 곧장 숲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널찍한 공터 비슷한 장소가 나왔다.
[키힛?!] [캭!]공터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고블린들이 용설화를 발견하곤 잽싸게 공격을 해왔다.
퍽, 퍼억!
용설화는 귀찮다는 듯 거대한 워해머를 휘둘러 그런 고블린들을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뒤 땅에 마법진을 그려 커다란 이동식 대장간을 하나 불러내었다.
이른바 이란 이름을 가진 이 이동식 대장간은, 아티펙트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시설이 탑재되어 있는 마법의 대장간이었다.
그리고 오직 클래스를 가진 용설화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특수 시설이기도 했다.
“후우.”
용설화는 을 불러낸 후 한숨을 푹! 하고 내쉬고는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고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작업이랄 건 없었다.
땅! 따앙! 땅! 땅! 따앙!
용설화는 그저 불에 달구어진 미스릴(Mythril)을 아무런 의미 없이 망치로 두들기고,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그건 용설화가 스트레스를 풀 때면 하는 행동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달궈진 금속을 망치로 두드려대는 게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래. 비즈니스일 뿐이야. 서운해 하지 말자. 태성 오빠랑은 아직 깊은 사이도 아닌걸. 일은 일이고, 개인적인 관계는 개인적인 관계인 거야.’
용설화는 서운함을 망치질로 애써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러던 중.
뿌우우우우우우!
이 증기를 내뿜는가 싶더니.
덜컥!
뒤이어 덮개가 저절로 열리며 갓 완성된 아이템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
용설화는 이 토해낸 아이템들을 보고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왜냐하면, 그 아이템들은 용설화가 지크에게 선물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크기는 담뱃갑 2분의 1 정도.
하늘색이 고, 분홍색이 였다.
이른바 라 이름 붙은 한 쌍의 아이템은, 용설화가 직접 디자인하고 옵션을 붙이고 이름까지 지은 것들이었다.
“나중에… 드려야겠네. 휴우.”
용설화는 한숨을 푹 쉬고는 완성된 를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서두르지 말자. 차근차근. 천천히 공략하는 거야.”
용설화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기소침하지 않기로 했다.
왜?
지크 같은 남자는 단언컨대 없었으니까.
용설화의 기준에서, 지크는 누가 뭐래도 이었다.
***
비슷한 시각.
“어이, 이건 아니지.”
채형석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디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X발! 지금 장난해?”
“내가?”
디젤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할 짓이 없어서 장난질을 친다는 건가? 채형석?”
“그럼 이게 장난질이 아니면 뭔데.”
채형석이 으르렁거렸다.
“나를 고용해놓고, 저 새끼를 데려와?”
“그럼 안 될 이유라도?”
“이런 X발! 몰라서 물어?”
“워워.”
디젤은 채형석이 얼굴에 핏대까지 세우며 따지고 들자 살짝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곧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진정하라고, 채형석.”
“진정?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저 새끼랑 내가 어떤 사인데?”
“그게 중요한가?”
디젤이 채형석을 향해 되물었다.
“그게 중요하냐고?”
“헤이, 채형석.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프로답게, 일에 사적인 감정을 담지 말라고. 내가 한태성과 친구가 되라고 한 적은 없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해도 너무한….”
“50만 달러만 생각하라고.”
디젤이 딱 잘라 말했다.
“유나이티드 쪽은 좋아서 얌전히 있나? 다 비즈니스니까 참고 있는 거지.”
디젤이 저 멀리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쪽을 가리켰다.
“저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후. 참는다.”
길드원들 역시 지크를 발견하자마자 으르렁거리며 당장에라도 덤벼들 기세였지만, 애써 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길드는 에서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나눠 받기로 하고 디젤에게 고용되었기에, 지크를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결국, 채형석은 디젤의 말을 듣고 일단은 진정하기로 했다.
‘이번 달 이자가 빠듯하다. 참자. 더러워도 참는 거다.’
채형석은 여전히 빚에 쪼들려, 하루 벌어 하루 이자를 내는 비참하고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기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크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일단은 그냥 참기로 했다.
‘무시하자. 무시하는 거다. 저 새끼 안 보면 되는 거다.’
채형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뀨! 주인 놈아!”
“응?”
“채형석 몸값 50만 달러란다! 뀨우! 주인 놈보다 60배 적다! 뀨우우우!”
“그래?”
“뀨우! 그렇다! 이제부터 1주인 놈은 60채형석이다! 뀨우우!”
그 말이 들려오던 순간.
‘내가 60배 적다면… 사, 삼천만 달러?!’
채형석은 지크의 몸값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다 못해 기절초풍했다.
3,000만 달러라니?
그건 채형석이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도 만져보기 힘든 돈이었다.
심지어 에서 나오는 수익 중 10프로가 빠진 금액만 그 정도였다.
“그, 그게 말이 돼?”
채형석은 자존심이 상하기보다, 놀라움이 앞서 입을 쩍 벌렸다.
그것도 잠시.
“뀨우! 주인 놈아! 채형석 몸값 떡락했다! 뀨우우! 밥은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뀨우!”
채형석은 햄찌가 지크에게 소리치는 걸 듣고 혈압이 올라 그만 쓰러질 뻔했다.
물론 50만 달러가 작은 건 아니었다.
약 일주일 정도 일하고 6억을 받는데,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 채형석의 몸값을 생각해 보면, 푼돈인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채형석은 수백억대의 빚을 진 빚쟁이라서,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단칸방 신세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아니던가?
원금을 갚기는커녕, 이자를 갚는 것도 버거웠던 것이다.
“저 쥐새끼가….”
채형석은 햄찌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쥐약이라도 먹이고 싶었다.
‘아, 안 돼. 참자. 여기서 더 화를 내면 그땐 진짜 뇌출혈로 죽을지도 모른다. 참자, 참아.’
채형석은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분노를 이 악물고 억눌렀다.
이미 뇌경색으로 두 번이나 쓰러진지라, 한 번이라도 더 쓰러졌다간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어서 미쳐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채형석이 눈과 귀를 닫고 사라진 후.
“쳇.”
지크는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채형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다.
“쟤 인내심 많이 좋아졌네? 이럼 재미없는데….”
“뀨우?”
“막 미친 듯이 날뛰고 지랄 발광을 해야 재밌는데… 하아. 형석이도 이제 노잼 된 건가. 내 삶의 활력소였는데. 쩝.”
“뀨우! 주인 놈아! 실망하지 마라! 또 기회가 있을 거다!”
“그런가?”
“뀨우! 그렇다! 채형석이 부처님도 아니고 언제까지 참겠냐! 뀨우~! 살살 긁다 보면 또 꿀잼 선사해줄 거다!”
“제발!”
지크는 채형석이 자신에게 화를 내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
그날 밤.
“어이, 디젤. 잠깐 얘기 좀 할까?”
채형석은 디젤의 천막을 찾아 면담을 요청했다.
“안 될 것 없지.”
디젤은 흔쾌히 채형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밤중에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채형석?”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채형석은 서슴없이 본론을 꺼냈다.
“한태성, 저 새끼를 믿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