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50
649
채형석은 정말로 펑! 하고 터져버렸다.
스나이퍼 모드를 켠 에서 발사된 150골드짜리 마법 총알은, 고레벨 게이머의 육체를 꿰뚫는 게 아니라 아예 터뜨려버릴 정도의 운동 에너지를 머금고 있었던 것이다.
“엥?”
지크는 채형석이 터져버린 걸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
“뀨우? 주, 주인 놈아! 데미지 실화냐! 뀨우!”
“그, 글쎄?”
지크는 놀라 스나이퍼 모드의 를 바라보았다.
치이이익!
아니나 다를까?
는 총구 부분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허연 화약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
용태풍은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최근 레전드 4인방에게 지크의 엄청난 학습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다.
그런데 데미지야 그렇다 치고, 이렇듯 먼 거리에서 적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 이런 괴물 같은 녀석….’
용태풍이 새삼스레 놀라는 사이.
“아직 네 발 남았으니까, 일단 있는 총알은 다 써야지.”
“뀨우!”
“쟤 보이지?”
지크는 남은 총알 네 발을 사용하기 위해 다시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대었다.
타앙! 타앙! 타앙!
그렇게 네 번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펑! 펑! 펑!
도망치던 세 명의 길드원들이 채형석과 마찬가지로 펑! 하고 터져 죽었다.
그리고….
타앙!
마지막 총알이 길드의 마스터인 디젤을 노리고 발사되었다.
그런데.
터엉!
총알이 명중하긴 명중했는데, 아쉽게도 디젤은 죽지 않았다.
철푸덕!
단지 입고 있던 방어구-엄청나게 비싼-가 박살이 나면서, 앞으로 고꾸라졌을 뿐.
채형석을 포함한 다른 게이머들이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는 걸 감안해 보면, 디젤의 방어력은 정말이지 엄청난 수준인 모양이었다.
“깨비~.”
“뀨우! 까비다! 주인 놈아!”
지크와 햄찌는 디젤이 죽지 않는 걸 보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쩝. 저게 안 죽네.”
지크는 못내 디젤을 죽이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를 다시 망치의 형태로 바꾸었다.
“아쉽네요.”
“그, 그러게.”
용태풍은 땀을 삐질 흘리며 지크의 아쉬움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나저나 일단 여긴 점령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네요.”
“다 우리 조카 덕분이지.”
“에이, 제가 뭘요.”
“조카가 아니었으면….”
그때였다.
퍼억!
용설화가 커다란 망치를 휘둘러 미처 도망치지 못한 길드원을 으깨버리고 지크와 용태풍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태성… 오빠.”
용설화가 지크를 바라보며 살짝 울먹였다.
“어? 설화야.”
지크가 그런 용설화를 바라보았다.
덕분에 용태풍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어떤 기분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딸 용설화가 아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오직 지크만을 바라보는 게 용태풍으로서는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크윽!’
용태풍이 애써 아픔을 참는 사이.
“야야, 빠져 줘라.”
“가자.”
“거 봐라. 딸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까?”
“더 상처 받기 싫으면 가자. 큭큭큭!”
레전드 4인방이 슬쩍 나타나 용태풍을 질질 끌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덕분에 지크와 용설화는 단둘이 남겨졌다.
“오빠….”
“응?”
“전 오빠가 진짜로 그런 줄 알고….”
“에이.”
지크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지인을 외면할 정도는 아냐.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실 디젤보다 용태풍이 제시한 금액이 훨씬 더 크긴 했다.
디젤은 3,000만 달러에 에서 나올 수익의 10퍼센트를 제시했지만, 용태풍은 수익의 50퍼센트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용태풍의 손을 잡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흐흐. 어차피 설화랑 결혼하면 그게 다 우리 재산인데, 100퍼센트라고 못 줄까.]사실 용태풍은 지크를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아서, 지분을 얼마를 주던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정작 지크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그, 그래도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아, 그거.”
지크가 난처하다는 듯 주변을 슥 돌아보고는 용설화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게 있잖아….”
그 순간.
움찔!
용설화는 자신의 귓가를 스치는 지크의 음성에 순간 몸을 떨었다.
“삼촌이 길드 내부에 프락치가 있는 거 같다고….”
지크가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지만, 용설화는 그 얘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앗….’
귓가를 파고드는 지크의 음성이 너무 달콤해서 그만, 용설화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 거니까 서운해 하지 마.”
“네?”
“그래서 그런 거였으니까 서운해 하지 말라고.”
“아, 네!”
결국 용설화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일단 알았다고 둘러댔다.
쿵쾅쿵쾅!!!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어서, 호흡 곤란마저 올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
전투가 끝난 후.
“이런 망할!”
디젤은 길드 운영진들을 모아놓고 분통을 터뜨렸다.
믿었던 지크에게 통수를 맞아 을 내주게 되었으니 디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디젤은 지크보다 용태풍에게 더 분노했다.
“용태풍 이 능구렁이 같은 새끼가 결국 눈치를 챘어… 큭큭….”
디젤은 용태풍이 길드 내부에 있는 프락치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걸 깨닫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디젤이 지크를 믿었던 건 돈도 돈이었지만, 길드 내부에 심어놓은 프락치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이틀 전.
프락치가 말하길, 지크가 에 합류하면서 용태풍과 그의 딸 용설화가 크게 상심한 상태라고 했다.
게다가 길드의 공격 타이밍 역시 프락치가 준 정보와 실제 공격 시간이 전혀 달랐다.
즉, 노련한 용태풍이 프락치를 역이용해 거짓 정보를 흘렸던 것이다.
“빌어먹을. 채형석의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디젤은 채형석의 진심 어린 조언을 흘려들었던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저 새끼가 곧 본색을 드러낼 거라는 걸. 디젤. 한태성 그 새끼를 영입한 건 명백한 실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계약을 취소해.]그때 채형석의 말을 들었다면 을 그렇게 쉽게 내주고 후퇴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어차피 프락치를 잡아내려면 좀 걸릴 거다. 그러니까 재정비할 시간은 충분해.’
디젤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는, 길드의 운영진들을 돌아보았다.
“죽은 길드원들이 되살아날 때까지 재정비할 시간을 갖는다. 어차피 더 이상의 공격은 함부로 감행하지 못할 테니까, 오늘만큼은 편히 쉬어.”
디젤은 길드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
지크의 통수에 힘입어 을 큰 피해 없이 탈환하는 데 성공한 길드는 곧장 방어를 위한 진지 구축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용태풍은 길드의 운영진들을 모아 탈환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공격 명령이었을 텐데, 다들 잘 해내줘서 너무 고마워. 다들 고생했어.”
용태풍은 길드 운영진들을 칭찬해주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긴 한태성 군. 다들 알지? 안면 있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이번에 이 친구 아녔으면 검의 협곡 탈환은커녕 고전을 면치 못했을 텐데, 덕분에 한숨 돌린 셈이지. 자, 박수.”
용태풍이 먼저 손뼉을 치고.
짝짝짝짝짝짝!
나머지 길드 운영진들 역시 용태풍을 따라 지크에게 박수를 보냈다.
“아, 그리고. 태성 군이 사실 우리 진영에 합류했다는 걸 미리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그만. 하하하.”
그렇게 용태풍은 길드 운영진들과 함께 을 어떻게 방어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공격은 언제 합니까?”
‘나쁜놈’이란 ID를 사용하는 부길드 마스터가 용태풍에게 물었다.
그는 꽤 오랜 시간 길드에서 활동해왔던 게이머로써, 길드의 핵심 멤버 중 하나였다.
“공격은… 당분간 못 할 것 같아.”
용태풍이 씁쓸하다는 듯 대답했다.
“예? 공격을 못 합니까?”
“당분간은.”
“왜 못 합니까?”
“그게,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용태풍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우리들 가운데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그러자 길드 운영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스, 스파이요?”
“에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설마….”
운영진들은 용태풍의 말에 쉽사리 수긍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는 비록 길드원들의 숫자는 적어도 조직력이 탄탄하고 유대 관계가 깊은 편이었다.
그래서 내부에 프락치가 있단 걸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었다.
“나도 믿고 싶진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거 같아. 생명의 간헐천에 대한 정보가 새나간 것도 그렇고, 전투가 벌어졌을 때마다 우리가 불리할 때 놈들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왔지.”
“기분 탓 아닙니까?”
나쁜놈이 반론을 제기했다.
“적들이 타이밍을 잘 노렸을 수도….”
“아니.”
용태풍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태성이가 우리 길드에 합류했단 걸 일부러 숨겼던 이유가 그거야. 만약 내가 이 사실을 길드에 알렸다면, 과연 검의 협곡을 손쉽게 탈환할 수 있었을까?”
“으음.”
“오히려 함정에 빠져서 길드원 전체가 전멸했을지도 모르지.”
“그, 그렇습니까?”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을 때, 길드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게 내 결론이야. 그리고 그 첩자는… 우리 운영진들 중에 있는 것 같고.”
용태풍이 그렇게 말하며 길드의 운영진들을 슥 하고 돌아보았다.
그러자 총 열두 명의 운영진들은 용태풍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혼란스럽단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용태풍이 그런 운영진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첩자가 누구인지 밝혀질 때까지는 섣불리 공격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당분간은 방어만….”
그때였다.
“한 말씀 드려도 됩니까?”
지크가 잠자코 있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응? 태성이 할 말 있어?”
“있습니다. 해도 됩니까?”
“물론이지.”
“감사합니다.”
지크는 자신에게 발언권을 준 용태풍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후 길드 운영진들을 돌아보았다.
“100퍼센트 확신할 순 없지만, 저한테 꽤 신뢰할 만한 거짓말 탐지기가 있는데 한번 시험해 볼까요? 밑져야 본전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용태풍이 지크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 거짓말 탐지기 비슷한 아이템이 저한테 있거든요.”
“거, 거짓말 탐지기?!”
“현실에서처럼 심박수를 재고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말로 설명하긴 좀 그러니까, 직접들 보시죠.”
“으음.”
용태풍은 게임 속 아이템 중에 거짓말 탐지기 기능이 있단 말을 좀처럼 신뢰할 수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제아무리 가상 현실 게임 시대라지만, 아이템이 게이머의 거짓말을 검증하는 게 가능할까?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했다면,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에서 먼저 도입해 썼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 세상은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세상이 되었을 테고.
“현실성이 없는 얘기 같은데?”
용태풍도 그걸 알았기에, 지크의 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게임 아이템 주제에 게이머가 현실에서 한 행위에 대한 거짓말을 검증할 순 없겠죠.”
“음?”
“근데 게임 속에서 한 행동에 대한 검증이라면 어떨까요?”
“게임 속에서 한 행동이라… 설마?”
용태풍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예, 맞습니다.”
지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로그 기록에 대한 검증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