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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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기록에 대한 검증?!”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프락치가 현실에서 디젤과 연락을 취했다면, 이 방법은 의미가 없겠죠. 하지만 게임 속에서 만나 대화한 적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그야… 아이템이 로그 기록을 뒤져서 거짓말인지 아닌지 밝혀줄 수 있겠지. 그런 아이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이템, 있습니다.”
지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예, 삼촌.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프락치가 게임 속에서 디젤을 한 번도 안 만나 봤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꽤 신뢰할 만한 방법이죠.”
“그 아이템, 지금 가지고 있어?”
“저한테는 없고요.”
“그럼?”
“불행히도 전 그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착용 제한이 있나?”
“예, 뭐….”
지크가 살짝 쀼루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같이 더러운 인간은 못 쓴다고 하더라고요.”
“으응?”
“고결하지 않으면 못 쓴다나?”
“…….”
“아이템 주제에 아주 건방진 녀석이죠.”
“그, 그렇군.”
“일단 시작하죠.”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천막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오스칼 경! 들어오세요!”
“예, 전하.”
그러자 오스칼이 천막 안으로 들어와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 오스칼, 전하를 뵙사옵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검증 부탁드립니다.”
“명령 받들겠사옵니다.”
오스칼은 지크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스릉!
가 시퍼런 섬광을 뿜어내었다.
[진실의 검 : 프라가라흐]신화 속 하이엘프 영웅 막리르가 사용했다는 검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악한 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성스러운 명검.
•타입 : 주무기(양손검)
•등급 : 신화
•레벨 제한 : 240
•특수 효과 :
– 검을 적의 목에 가져다대면 진실을 말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착용자의 마음가짐이 올곧고 바를수록 무기의 능력치가 점점 더 증가합니다.
“다들 통찰의 룬으로 보시겠지만, 이 검은 진실을 말하게 하는 효과가 있죠. 문제는 게이머를 상대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단 겁니다.”
“그렇겠지.”
용태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NPC야 가능하겠지만.”
“예, 삼촌.”
지크 역시 용태풍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게임 속 행적에 대해선 검증해줄 수도 있으니까, 한번 시도해보죠.”
“좋아.”
용태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누구부터 시작할까요.”
지크가 운영진들을 슥 하고 둘러보더니 말했다.
“누구를 지목하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하니, 그냥 시계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떨까?”
용태풍이 제안했다.
“그러죠.”
지크는 그런 용태풍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계 방향으로 운영진들을 심문해 보기로 했다.
“오스칼 경, 부탁드립니다.”
“예, 전하.”
오스칼은 지크의 명령을 받고 길드 운영진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
검증은 간단했다.
오스칼이 를 길드 운영진들의 목 언저리에 가져다대고 질문을 하는 게 전부였다.
“최근 한 달 간 오베르크 길드의 마스터 모험가 디젤을 단둘이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없는데요?”
“최근 한 달 간 오베르크 길드의 마스터 모험가 디젤을 단둘이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최근 한 달 간 오베르크 길드의 마스터 모험가 디젤을 단둘이 만난 적이 있습니까?”
“제가 그 자식을 왜 만납니까?”
그러던 중.
“최근 한 달 간 오베르크 길드의 마스터 모험가 디젤을 단둘이 만난 적이 있습니까?”
오스칼이 나쁜 놈의 목에 를 들이대고 물었다.
“그런 적….”
나쁜 놈이 다소 느릿느릿하게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 순간.
“엥?”
“있다고?”
“디젤과 단둘이 만났어?”
나쁜 놈의 대답에 회의에 참석했던 길드 운영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그게!”
그러자 나쁜 놈이 당황한 듯 크게 소리쳤다.
“우연히 던전을 돌다가….”
그때, 오스칼이 재빨리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오베르크 길드의 마스터인 모험가 디젤과 생명의 간헐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그럴 리가… 크윽! 으으으윽!”
나쁜 놈은 대답을 하다 말고 고통스럽다는 듯 몸부림쳤다.
“다시 묻습니다. 디젤과 생명의 간헐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없….”
“정말로 없습니까?”
“없… 다니까… 크윽!”
“정말로 생명의 간헐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그 순간.
“이, 있어! 있다고! 내가 디젤한테 생명의 간헐천에 대해 이야기했어! 내가 했다고! 아오!”
나쁜 놈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 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마,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아니야!”
나쁜 놈은 조금 전 자기가 했던 말을 강하게 부정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럼 모험가 디젤이 생명의 간헐천을 손쉽게 빼앗을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이, 있어! 내가 그랬어! 내가! 어? 아니야! 그런 적 없어! 이런 미친! 왜 말이 자꾸 헛나오는 거야! 망할!”
“전하.”
오스칼이 지크를 돌아보았다.
“첩자를 잡은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스칼 경.”
지크가 오스칼에게 고맙단 말을 하고 자리에서 슥 일어나 나쁜 놈을 향해 다가섰다.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이 배신자 새끼….”
“너랑 같이 게임한 세월이 얼만데….”
“이런 쳐 죽일….”
길드 운영진들이 순식간에 나쁜 놈을 포위했다.
그리고….
“종혁이.”
“태, 태풍이 형님!”
“내가 널 그렇게 믿었는데….”
“아닙니다! 저 진짜 아닙니다!”
“지금 증거가 다 나온 마당에, 그걸 말이라고 해?”
“그건….”
“실망했다.”
용태풍은 그렇게 말하고는 를 꺼내 나쁜 놈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잠깐!”
그때, 지크가 나서서 용태풍을 저지했다.
“참으시죠, 삼촌.”
“음?”
“여기서 쟤를 죽여 버리면, 역정보를 못 흘립니다.”
“역정보?”
“죽이면 로그아웃되자마자 바로 디젤한테 전화할걸요?”
“……!”
“그야 그렇겠지.”
“살려두고 지금 바로 치죠.”
“지, 지금 바로?!”
“예, 삼촌. 지금 디젤은 우리가 프락치를 잡아내느라 섣불리 공격해오지 못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맘 편하게 재정비를 하고 있겠죠. 그러니까 지금 치는 거죠.”
“그럼 저 녀석은?”
“일단 살려두는 거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쁜 놈을 돌아보았다.
“나한테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 그건!”
나쁜 놈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지크에게 죽으면 주무기를 떨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값비싼 템을 네 개나 추가로 떨구기 때문이었다.
“내 손에 죽을래, 아니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을래.”
“그거야….”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면 내가 죽이진 않을게. 어때?”
“그렇게… 하지.”
결국, 나쁜 놈은 입을 다물고 있는 조건으로 지크와의 거래에 합의했다.
“삼촌.”
지크는 나쁜 놈과의 거래를 마친 후 용태풍을 돌아보았다.
“지금 바로 전 병력 소집하시죠. 지금이 기회입니다. 내친김에 한 발자국 더 나갑시다.”
“그, 그럴까?”
“적이 방심하고 있을 때가 기회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오케이.”
용태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공격 준비를 시작하지.”
“좋습니다.”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가 먼저 정찰을 다녀오겠습니다.”
“조카가 직접?”
“제가 이런 거 전문이거든요.”
“좋아, 허락하지.”
“다녀오겠습니다.”
지크는 곧장 정찰을 위해 막사를 나섰다.
***
을 지나면 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이곳 은 1년 365일 활활 타오르는, 말 그대로 불타고 있는 숲이었다.
숲에 마법이 걸린 건 아니었다.
길드의 조사에 따르면, 이 은 지하에 생명수가 끊임없이 스며든다고 했다.
즉, 오래전 벼락이 치는 바람에 숲에 불이 붙었는데, 지하에 스며드는 생명수 덕분에 나무들이 회복되면서 영원히 불타게 된 것이다.
화륵, 화르륵!
이글이글!
덕분에 이곳 은 시커먼 숯덩이가 되기는커녕, 수백 년 전부터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밤인데 매복 자체가 불가능하네. 윽.”
지크는 바위틈에 숨어 저 멀리 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현재 길드의 일부 병력들은 을 거점으로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였다.
넘실대는 불꽃, 이글거리는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 화속성 저항력을 올려주는 포션을 마시며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뭐, 딱히 뭘 하러 온 건 아니니까.”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을 꺼내 옵션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현재 에 대한 모든 정보가 떠올랐다.
찰칵!
지크는 스크린샷 버튼을 눌러 미니맵과 그 위에 떠오른 정보들을 캡쳐한 후 곧바로 으로 복귀했다.
“자, 여기 보이시죠.”
지크는 으로 복귀하자마자 길드의 운영진들을 모아놓고 브리핑에 나섰다.
“이건 적 병력이 매복한 위치랑, 함정의 위치가 표시된 미니맵입니다.”
“그, 그거 맵핵 아냐?”
용태풍이 지크가 띄워 올린 스크린샷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렇게 모든 정보를 담은 미니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맵핵.”
“진짜 맵핵이라고?”
“예, 삼촌.”
“허….”
“100퍼센트 신뢰할 만한 정확한 지도니까, 이거 보면서 바로 쳐들어가죠. 그럼 큰 피해 없이 불타는 숲을 점령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그러지! 지금 바로 쳐들어가자고!”
“예, 삼촌.”
그렇게 길드는 지크의 제안에 따라 곧장 으로 쳐들어가게 되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뭐?! 불타는 숲이 뚫렸다고?”
디젤은 갑작스러운 보고에 크게 놀랐다.
에는 온갖 함정과 트랩들을 깔아놓은 탓에 적들이 쉽사리 공략하기 힘든,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 이 순식간에 점령당하다니?
아니, 그 전에 길드가 이렇듯 빠르게 공격해올 줄이야?
디젤로선 프락치의 존재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줄 알았던 길드의 기습이 상당히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성종혁 이 자식은 도대체 뭐 하고….”
디젤은 나쁜 놈의 본명을 언급하며 분노했다.
“걸렸으면 걸렸다고 미리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냐! 망할! 내가 성종혁에게 연락해볼 테니까, 다들 기다리고 있어!”
디젤은 그렇게 소리치며 황급히 로그아웃을 해 나쁜 놈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하지만 나쁜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왜?
나쁜 놈은 현재 지크와의 거래 때문에 계속 게임에 접속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같은 시각.
길드는 을 점령한 직후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그리고 디젤이 그렇게도 찾던 나쁜 놈은 길드원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캬악! 퉤!”
“저딴 새끼가 운영진이었다니!”
“에라이 의리도 없는 새끼야! 그깟 돈 몇 푼에 길드 전체를 파냐!”
“더러운 새끼!”
길드원들은 한가운데에 묶인 나쁜 놈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던 중.
“처형의 시간이다.”
지크가 히죽 웃으며 묶여 있던 나쁜 놈을 향해 다가갔다.
“자, 잠깐! 니가 죽이지는 않는다며! 약속했잖아! 조용히 입 닥치고 있으면 살려준다고!”
“약속은 했지. 흐흐.”
지크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근데 지킨다고는 안 했는데?”
“야 이 양아ㅊ….”
나쁜 놈은 지크를 향해 라 소리치며 쌍욕을 퍼부으려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입을 꽉 다물었다.
지크의 머리 위.
반짝반짝!
칭호가 떠올라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쒜에엑!
어느새 가 나쁜 놈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
“룰루랄라♬.”
지크는 나쁜 놈을 죽여 랜덤 드랍 아이템을 챙긴 후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만하고 쉬어야지.”
“뀨! 주인 놈아!”
“응?”
“근데 어쩌려고 그러냐! 뀨우! 자꾸 그러면 나중엔 아무도 주인 놈 안 믿는다!”
“그, 그런가?”
“양치기소년 모르냐! 뀨우!”
“흠.”
“통수도 적당히 쳐라! 맨날 치면 나중에 아무도 안 속는다! 뀨우!”
“그래야 하나….”
지크가 햄찌의 말을 곱씹으며 통수를 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어?”
지크는 저 멀리서 용설화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싹둑, 싹둑!
저 멀리 용설화가 가위로 불붙은 나뭇가지들을 잘라 앞치마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