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54
653
지크는 약 두 시간에 걸쳐 골렘들의 양쪽 어깨에 장착된 대포들의 각도를 매우 정밀하게 조절했다.
“정말… 보이시는 걸까요?”
“형님 맵핵 쓰시는 거 모르셨습니까?”
승구가 햄찌와 을 즐기다가 용설화의 물음에 오히려 되물었다.
“정말 맵핵이란 게 존재하나요?”
“존재합니다.”
승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형님은 못 보시는 걸 보시거든요. 아, 물론 귀신은 못 보십니다. 크핫핫!”
“…….”
“재미… 없으셨습니까?”
“네.”
“크윽….”
“그럼 그 맵핵을 이용해서 적들을 보고 계신 거겠네요?”
“그렇…”
바로 그 순간.
“캬아아악!”
햄찌가 번개처럼 손을 휘둘러 승구의 손등을 찍었다.
“악!”
승구가 비명을 지르고.
“뀨우우! 승구 자식! 장난질이냐!”
햄찌가 번개처럼 승구의 손등을 뒤집어 숨겨져 있던 패를 찾아내었다.
“뀨우! 딱 걸렸다!”
“크, 크윽!”
“구라 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뀨우우우!”
“으악!”
결국, 승구는 용설화의 질문에 대답하다 그만 손장난을 친 것이 들켜버려 햄찌에게 두들겨 맞고 말았다.
“뭐야, 너 또 장난치다 걸렸냐.”
때마침 작업을 마친 지크가 슥 다가와 승구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크윽… 혀, 형님.”
“그러게 왜 그랬어.”
“형님도 자주 구라 치다 걸리시….”
“아! 힘들다!”
지크는 승구의 반박에 재빨리 말을 돌리고는 용설화를 돌아보았다.
“설화야.”
“네?”
“가서 길드 병력 좀 불러와줄래? 지금 바로 공격할 건데.”
“네? 지금 바로요?”
“응.”
“하지만….”
“괜찮아. 큰 피해 없을 거야.”
“알겠어요.”
용설화는 지크의 말에 서둘러 길드의 본진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태성이가 그랬어?”
“네, 아빠.”
“음.”
용태풍은 용설화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은 천혜의 요새.
시야는 0에 가까운 데다 아래쪽에서 위로, 그것도 섭씨 500도의 온천수를 뒤집어쓰고 공격한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그런데 공격을 하자며 불렀다?
솔직히,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크가 길드가 심어놓은 프락치라고 의심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어떡하죠, 아빠?”
“음.”
용태풍이 잠시 고민해 보다가 대답했다.
“믿어봐야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공격하자는 거겠지.”
“그런 것 같긴 했어요.”
“가보자.”
“네, 아빠.”
그렇게 용태풍, 용설화 부녀는 길드원들을 이끌고 으로 향했다.
“삼촌, 오셨어요?”
지크가 용태풍을 반겨주었다.
“무슨 생각이야?”
“선 포격 후 공격이죠, 뭐.”
“선 포격?”
“포격으로 적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들어가서 휘젓는 거죠.”
“쉽지 않을 텐데.”
“포의 정확도가 90퍼센트가 넘어간다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요?”
“맞출 수만 있다면 그렇겠지만….”
“맞출 겁니다.”
“확실해?”
“예, 삼촌.”
“좋아.”
용태풍은 지크를 믿어보기로 했다.
“해보자고.”
“예, 그럼….”
지크가 승구를 돌아보았다.
“승구야, 쏴.”
“예, 형님.”
승구는 지크의 지시가 떨어지자 곧장 아이언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려 뿌연 수증기로 가득 찬 을 향해 포격을 개시했다.
“3, 2, 1… Fire!!!”
그렇게 시작된 포격.
펑펑! 펑! 펑! 펑펑펑! 펑! 펑! 펑! 펑펑! 펑펑펑!
아이언 골렘들은 지크가 미리 맞춰놓은 각도에 따라 을 향해 무차별적인 포격을 퍼부어 대었다.
“포격이 끝나면 공격인가?”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입니다.”
“지금? 아직 아군 포격이 안 끝났는데?”
“아, 삼촌은 나중에 들어오셔야죠.”
“……?”
“지금은….”
지크가 발걸음을 옮기며 용태풍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저 혼자 갑니다.”
“호,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태성아! 자, 잠깐!”
용태풍이 지크를 말리려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제가 신호탄을 터뜨리면, 그때 총공격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가자, 햄찌야.”
“뀨우!”
지크는 그렇게 햄찌를 데리고 포탄이 퍼부어지고 있는 으로 향했고, 이내 곧 수증기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설마 저길 혼자 들어가서 휘젓겠다는 생각인가?”
용태풍이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펑펑! 펑! 펑! 펑펑펑! 펑! 펑! 펑! 펑펑! 펑펑펑!
포탄이 빗발치는 은 말 그대로 지옥 그 자체였다.
수증기가 자욱해서 시야가 2~3미터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포탄에 맞은 석회암 조각들과 뜨거운 온천수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우리가 너희를 볼 수 없으면, 너희도 우릴 볼 수 없겠지.’
지크는 에 진입한 직후 미소를 지었다.
이 천혜의 요새인 건 맞았다.
그러나 수증기 안에 숨은들 뭐 할까?
길드원들 역시 길드 진영을 아예 볼 수가 없는데.
당장 지크가 아이언 골렘들을 깔아놓고 포의 각도를 조절해서 각 진지들을 정조준하는 동안,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자욱한 수증기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햄찌야.”
“뀨우?”
“무조건 내 옆에서만 싸워. 다른 데 가지 말고.”
“알겠다, 뀨우!”
“그럼….”
지크가 을 낀 채로 HUD(Head Up Display)를 가동했다.
우웅!
그러자 지크의 시야에 이곳 에 존재하는 모든 유닛들과 오브젝트들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어차피 다 걸레짝이야. 난 마무리만 하면 돼.’
지크는 이 제공하는 맵핵을 믿고 적들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펑펑! 펑! 펑! 펑펑펑! 펑! 펑! 펑! 펑펑! 펑펑펑!
아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지크는 조금 전 두 시간 동안 놀지 않았다.
지크는 길드원들이 밀집된 지역, 즉 진지를 정확하게 조준하는 한편 포탄의 범위까지 계산해 내었다.
즉, 지금 지크의 움직임은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한 대로였던 것이다.
물론 파편이야 좀 맞겠지만, 생명에 큰 지장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 그냥 맞기로 했다.
어차피 방어력이 높아서 파편 따위 그리 아프지도 않을 테고.
“으윽!”
“비, 빌어먹을….”
“내 팔이 날아갔어! 망할!”
길드원들은 떨어지는 포탄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덕분에 곳곳에 쓰러져 신음하거나, 황급히 포션을 빨고 있었다.
‘가자.’
지크는 그런 길드원들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를 휘둘렀다.
퍽, 퍼억, 퍽, 퍽!
길드원들은 지크의 기습에 자신들이 당하는 줄도 모른 채 머리통이 박살이 나고 말았다.
[까악! 까아악!]그러자 이 나타나 길드원들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주워주었다.
“가자!”
“뀨우!”
그렇게 지크는 햄찌와 함께 포탄이 빗발치는 을 내 집 안방처럼 휘저으며 길드원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해 나갔다.
그러던 중.
콰앙!
마지막 포탄이 떨어지고.
우웅!
지크는 곧바로 스킬에 스킬까지 조합해서 전개했다.
번쩍!
그렇게 전체를 집어삼킨 새하얀 필드가 극저온의 냉기를 뿜어내고.
스윽-
지크는 품속에 가지고 있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슈우우우우- 퍼엉!
하늘 높이 솟아오른 신호탄이 펑! 하며 초록색 불꽃을 피워 올리고.
“가자아아아아아아-!”
“공격! 공격!”
“돌격하라아아아-!”
뒤이어 길드원들이 공격해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좀 쉬어야지.”
지크는 길드의 공격이 시작된 걸 보고 뜨끈뜨끈한 석회암 바위에 걸터앉았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뀨! 주인 놈아! 수고했다!”
“너도 수고했다, 인마.”
지크는 햄찌와 함께 석회암 바위에 걸터앉은 채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길드는 지크의 대활약에 힘입어 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걸 혼자서 뚫었다고?”
“와.”
“미친….”
길드원들은 지크가 이룩한 엄청난 전공에 감탄했다.
물론 으로 맵핵을 쓸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놀라운 활약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빠! 고생하셨어요!”
용설화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지크를 찾아왔다.
“너도 수고했어.”
지크가 그렇게 말할 무렵.
쩍, 쩌억!
지크가 입고 있던 방어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아우토니카 공방에서 새롭게 주문 제작한 의 내구도가 급격히 하락해서, 파괴되기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헉?”
지크가 화들짝 놀랐다.
이제 갓 새로 맞춤 제작한 방어구 세트에 금이 갈 줄이야?
그래서일까?
[알림 : 경고, 경고!] [알림 : 의 내구도가 1% 남았습니다!] [알림 : 섣불리 손대면 장비가 파괴됩니다! 주의해 주세요!]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난번 에리얼 백작을 상대하며 에 을 섞어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에 을 섞어 쓰자 또다시 방어구가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서 마나까지 잔뜩 주입하자, 제아무리 아우토니카 공방의 것이라고 한들 내구도 하락을 피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거 새로 맞춘 건데….”
지크가 울상을 지었다.
“어, 어떡하지?”
“뀨! 건들지 마라! 주인 놈이 건들면 부서진다!”
햄찌가 지크에게 경고했다.
“어… 음… 어쩌지….”
지크가 혹시 가 부서질까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할 때였다.
“오빠, 가만히 계세요.”
용설화가 재빨리 다가왔다.
“으응?”
“잠시만 가만히 계세요.”
용설화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웬 희뿌연 실리콘 같은 용액을 꺼내서, 의 금이 간 부분에 꼼꼼히 바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아, 후시카솔 용액이에요.”
“후시카솔?”
“아이템용 구급약이라고 보시면 돼요. 내구도가 하락해서 깨지기 직전인 아이템을 보존해주죠. 이렇게 금이 간 부위에 잘 바르면 당장 깨질 일은 없거든요.”
“아하?”
“잠시만 계세요. 조심해서 발라야 하거든요.”
“그럼 괜찮은 거야?”
“당장은요.”
“휴우!”
지크가 십년감수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설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에?!”
“하마터면 방어구가 깨질 뻔했잖아.”
“뭘요.”
용설화는 한 번 살며시 웃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에 을 발랐다.
아주 꼼꼼하게.
***
같은 시각.
“도대체 무슨 수로 뚫린 거지? 그게 말이 되나?”
디젤은 이 점령당했단 소식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
은 천혜의 요새.
그곳이 뚫렸다는 건 길드로서도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에서 죽었던 길드원들이 곧 49시간이 다 되어 부활할 예정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한태성 그 새끼를 어떻게든 영입했어야 하는데….”
디젤은 이번 전투에서도 지크가 대활약을 펼쳤단 소식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을 뻔했다.
“3,000만 달러에 10퍼센트가 아니라 5,000만 달러에 20퍼센트를 제안했어야 했나….”
디젤은 뒤늦게 후회해 보았지만, 이미 지크는 그의 뒤통수를 세게 치고 길드로 넘어가버린 뒤였다.
“헤이! 디젤!”
그때, 엑스홀이 다가와 말했다.
“드워프들이 도착했어.”
“아, 드디어 왔군.”
디젤은 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드워프들을 초빙했단 걸 기억해냈다.
“책임자를 만나볼 텐가?”
“그러지.”
디젤은 드워프들의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서 반갑다, 모험가. 나는 아반트라고 한다.”
왼쪽 얼굴에 긴 상처가 새겨진 애꾸눈 드워프가 디젤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크반트?”
디젤은 자신을 아반트라고 소개한 드워프가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인 줄 착각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큭.”
그러자 아반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난 크반트가 아니다.”
“이런.”
디젤이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건넸다.
“크반트와 닮아서 내가 착각한 모양이군. 미안하다.”
“그럴 만도 하지.”
“……?”
“크반트 그 빌어먹을 새끼가 나의 친동생이거든. 큭큭큭.”
아반트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피워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