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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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잉카서스의 육체에서 뿜어진 에너지는 아크틱 판게아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몸길이가 거의 2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초거대 블랙 드래곤은,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봉인되어 있던 유적 전체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기우뚱!
아직 육체 활동이 100퍼센트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잉카서스는 몸을 단 한 번 일으키고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콰아앙!
몸길이 2킬로미터짜리 블랙 드래곤이 쓰러지자 유적은 더더욱 초토화되어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흐.]잉카서스는 쓰러진 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볼썽사납게 쓰러져버릴 줄이야….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고대의 검은 드래곤이여.”
그때, 오즈릭 교단의 교주인 구원자가 잉카서스의 대가리 부분으로 가 말을 걸었다.
[…네놈은 누구냐.]잉카서스가 그 노란색 눈으로 구원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나는 네 봉인을 해제하고, 깨운 자이다.”
[나를 깨웠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물론이다.”
구원자가 고개를 한 번 끄덕거렸다.
“창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블랙 드래곤 잉카서스. 고대인들에게 악신으로 추앙받았던 존재가 아닌가.”
[정확히 알고 있군. 그렇담 나를 깨운단 게 어떠한 의미인지도 알고 있겠군.]“모를 리 있나.”
[이 세계의 멸망을 원하는가?]“그렇다. 나는 이 세계의 멸망을 원한다.”
구원자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포부, 그러니까 오즈릭 교단의 최종 목표를 밝혔다.
[그렇군. 하긴, 과거에도 너와 같은 자들이 있었지. 날 모시던 자들 말이다.]“그들의 후손이 지금 이 땅을 지키고 있다.”
[충성은 여전한가?]“그 반대이다.”
[반대?]“네게 충신을 바쳤던 것에 대한 죄로, 그들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이 얼어붙은 대륙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
[승리한 자들의 보복이로군.]“그렇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잉카서스가 구원자에게 물었다.
“10만 년이다.”
[그렇게나 오래 잠들어 있었던가….]“그렇게나 오래 잠들어 있었으니 육체의 생명 활동이 더딘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잠시만 몸을 웅크리고 있어라. 좀이 쑤실 테지만, 지난 10만 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틀린 말은 아니로군.]“우리가 네 몸에 주입하는 용액을 받아들이는 데 집중해라. 그 용액이 너의 육체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부족한 영양분 역시도 채워줄 것이다.”
[일단은 받아들이지.]잉카서스는 오즈릭 교단이 주입해주는 용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볼썽사납게 쓰러진 마당에, 육체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주님.”
그때, 오즈릭 교도 하나가 구원자를 향해 보고했다.
“현재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일행과 블랑 일족이 극빙의 길을 통해 이곳으로 접근해오고 있는 걸 발견하고, 미리 설치해 두었던 폭약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교주님께 보고드립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일행이 블랑 일족과? 기어코 블랑 일족마저 자신의 편으로 만든 모양이군.”
구원자는 솔직히 지크의 친화력에 감탄했다.
블랑 일족은 잉카서스가 잠들어 있는 성역을 수호하기 위해 외부인을 무조건적으로 적대시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블랑 일족과 함께한다?
그건 지크의 친화력이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그래 봤자 헛수고일 것이다.”
구원자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잉카서스를 돌아보았다.
“고대의 블랙 드래곤이여.”
[무슨 일인가.]잉카서스가 대답했다.
“그대를 섬기던 자들의 후손들이 이제는 그대의 부활을 막으려는 자들과 손잡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날 섬기던 자들의 후손들이 이제는 나를 적대시한다?]“그렇다.”
“음?”
[날 섬기던 자들은 영원불멸한 충성을 맹세했다. 난 그들의 피에 나에 대한 영원한 종속을 새겨 넣었다.]“그렇다면….”
[그 후손들에게도 그때의 그 피가 흐를 터, 어찌 나를 적대시할 수 있겠는가?]그 순간.
우웅!
잉카서스의 뿔로부터 강력한 무형의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 진동은 아크틱 판게아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는 잉카서스의 의지가 실려 있었다.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나를 섬기는 자들이여.]진정한 의미에서의 용언(龍言) 마법이 실행된 것이다.
***
다행스럽게도, 블랑 일족의 썰매들은 가까스로 급제동에 성공했다.
덕분에 동굴에 매몰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굴의 무너짐으로 인해 이 막혀버린 건 크나큰 문제였다.
“큰일인데.”
지크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즈릭 교단이 최초의 블랙 드래곤이자 고대의 악신(惡神)인 잉카서스를 부활시키려고 하는 마당에, 그곳으로 가는 지름길인 이 무너져 버렸다는 건 엄청난 위기였다.
“극빙의 길이 무너지다니….”
나누크사는 지크보다 더 놀랐다.
“예언이 실현되는가….”
“예언이요?”
지크가 물었다.
“무슨 예언이죠?”
“우리 블랑 일족에는 아주 무서운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소이다. 극빙의 길이 무너지는 날 공포의 대왕이 부활한다는 내용의 예언이라오.”
“그렇단 말은….”
지크가 저 멀리 무너져 내린 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깨어났단 말인데….”
“그대의 말이 정녕 옳았소. 내 진즉에 그대의 말을 듣고 유적을 조사해볼 것을, 한낱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 일족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구려.”
나누크사가 탄식했다.
“속는 셈치고 조사라도 해볼 것을… 이 일을 어떡한단 말이오?”
“아직 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10만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자마자 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으음!”
“빨리 유적까지 갈 방법을 찾아서, 놈이 완전히 부활하기 전에….”
바로 그때였다.
“크윽!”
나누크사가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누크사 족장님!”
지크가 황급히 나누크사를 부축했다.
“큭! 크윽! 크르륵!”
나누크사는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입에서는 게거품을 뿜어내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나누크사 족장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족장님!”
“크륵… 크르륵!”
“족장님!”
“이, 일족의 피가… 끓….”
“예?”
“그 더러운 피가….”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누크사가 별안간 괴성을 내지르며 강력한 충격파를 뿜어내었고.
콰앙!
지크는 미처 그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얼음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뀨! 주인 놈아!”
“형님!”
“전하!”
그 광경을 본 햄찌와 승구와 그랭구아르가 황급히 썰매를 뛰쳐나가 지크를 향해 내달렸다.
“크윽!”
지크가 무너진 얼음 덩어리들을 헤치며 몸을 일으키던 때였다.
“크으으….”
나누크사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꽈악!
그런 나누크사의 두툼한 손아귀는 어느새 커다란 도끼의 자루를 거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용의 의지를 수행할지니….”
“흉신의 명을 받들어….”
블랑 일족의 전사들이 갑작스레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며 지크 일행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손에는 각자의 무기를 움켜쥔 채 말이다.
“어서… 크으으윽!”
나누크사가 힘겹게, 정말이지 힘겨운 목소리로 지크를 향해 경고했다.
“어서 도망치시오… 크으윽!”
“나누크사 족장님!”
“더러운 피가… 우리 선조들의… 크윽! 어, 어서! 어서 피하…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무슨….”
지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재빨리 을 뿜어내 보았다.
“검은 용의 의지를 받들라….”
“선조들의 의지가 곧 우리의 의지이니….”
그러나 으로도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은 적에게 걸린 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킬이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망할!”
지크는 나누크사의 폭주에 그렇게 소리치고는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뭐 해? 다 튀어!”
그렇게 지크 일행은 돌변한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의 전사들을 피해 무작정 내달렸다.
그러기가 무섭게,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들 역시 지크 일행을 뒤쫓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
‘이런 빌어먹을!’
지크는 이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자 이를 부득 갈았다.
이곳 을 통해 유적까지 빠르게 도착한 후 오즈릭 교단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생각이었건만….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이 갑작스럽게 변해버릴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저것들을 다 어떻게….’
바로 그때였다.
“전하!”
그랭구아르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제게 시간을 좀 벌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예?”
“족장 나누크사라면 몰라도, 나머지 블랑 일족이라면 제가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랭구아르 사관님이요?”
“예!”
“믿어도 되는 겁니까?”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해보세요!”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을 펼쳐 다가오는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들의 속도를 줄였다.
[쉬익! 쉭!] [쉬이익!]그러자 용설화가 선물해준 의 효과로 인해 나타난 히드라들과 나이트 스토커들이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승구야!”
“예! 형님!”
“골렘들 불러서 바리케이드 좀 쳐 봐!”
“예!”
승구는 지크의 지시에 재빨리 아이언 골렘들을 불러내 을 틀어막았다.
‘상대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다. 이기긴 정말 힘들 거다. 하지만 시간을 버는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크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를 움켜쥐었다.
나누크사.
블랑 일족 최고의 전사이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의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뿌리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크는 일단 를 펼쳐 나누크사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걸고, 그와 어우러져 한바탕 혈투를 벌였다.
그러는 사이.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랭구아르는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란 이름의 아이템을 꺼냈다.
는 과거 전설적인 가수였던 의 사후에 그의 성대를 이용해 만들어낸 마이크로써, 인 그랭구아르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후우.”
그랭구아르는 아이템을 움켜쥐고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우웅!
그러자 그간 수백 차례의 순회공연을 펼치며 모아온 마나가 요동치며 그랭구아르의 성대로 모여들었다.
는 노래를 불러 많은 호응을 얻으면 얻을수록 레벨이 오르고, 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클래스였다.
즉, 천우진이 가진 처럼 스택을 충전하는 방식의 스킬 메커니즘을 가진 클래스였던 것이다.
그랭구아르는 그렇게 그간 모아왔던 힘을 자신의 목소리에 실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푸~ 푸르르~ 푸~ 푸르~ 푸~ 푸르으~ 푸~ 푸르르~ 푸~ 푸르~.”
뒤이어 의 강력한 군중 제어 스킬인 가 를 타고 흘러나와 좁은 동굴 안인 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