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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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필연적으로 울릴 수밖에 없는 동굴 안.
웅! 우웅!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는 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며 메아리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는 비록 살상력은 없지만, 듣는 이들로 하여금 에 빠지게 만드는 강력한 군중 제어 스킬.
그 강력한 군중 제어 효과를 지닌 노래가 좁은 동굴 안에 울려 퍼지자,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란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까지 더해지자, 군중 제어 효과의 위력은 더더욱 배가 되었다.
그 결과.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를 들은 블랑 일족의 전사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드르렁….”
“드릉… 드르릉….”
그러고는 그대로 곯아떨어져 코를 골기 시작했다.
동굴 안이라는 지형적인 이점에 가 조합되니, 고레벨인 블랑 일족의 전사들마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재워버린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 […….] […….]바리케이드를 구성하던 승구의 아이언 골렘들이 움직임을 멈췄고.
“쿠울….”
승구는 에 빠져 눈을 감았다.
“뀨우… 졸린다… 뀨우우우우….”
햄찌 역시 지크를 도와주기 위해 마법의 쳇바퀴를 굴리던 중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곧 쳇바퀴 안에 드러누워 버렸다.
의 효과가 워낙에 강력해서, 그랭구아르가 음파를 완벽하게 컨트롤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 어어?”
지크는 나누크사를 상대하던 중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에 걸렸습니다!] [알림 : 눈이 감깁니다!] [알림 :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알림 :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지크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졸린 와중에 최선을 다해 투덜거렸다.
“아군까지… 재워 버리면… 으… 어쩌잔….”
그런 지크의 투덜거림은 캐릭터가 에 빠진 덕분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나누크사 역시도 마찬가지란 거였다.
“처단… 으음… 음….”
나누크사 역시 지크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버텨내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당장에 잠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그만큼 이번 의 위력은 엄청났다.
지크뿐 아니라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인 나누크사마저도 에 빠지게 만들 정도였던 것이다.
비록 음파를 컨트롤하지 못해 아군인 지크와 햄찌와 승구마저도 에 빠지게 했지만 말이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그게 지크의 마지막 말이었다.
풀썩!
지크는 에 빠져 앞으로 거꾸러져 버렸다.
‘그래, 차라리 그냥 자자. 괜히 영혼의 맞다이 뜨다가 역으로 당하지 말고.’
사실 지크는 마지막 순간 를 이용해 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누크사와 계속해서 싸워볼 것을 고민했다.
그러나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인 나누크사를 100퍼센트 이길 수 있단 확신이 없었으므로, 그냥 잠들기를 선택했다.
어차피 그랭구아르는 멀쩡할 것이었기에, 어쨌거나 유리한 건 지크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크가 잠들고.
“크음….”
나누크사는 지크보다 단지 0.1초 정도를 더 버텼을 뿐, 결국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쿠울….”
“드르렁… 드르러어엉!”
그렇게 지크와 나누크사는 사이좋게 드러누운 채 곤히 잠들어 버렸다.
“야 이!”
게이머 한태성은 캡슐 안에서 아군까지 재워버린 그랭구아르의 폭거에 분통을 터뜨렸다.
“세면 뭐 하냐고! 컨트롤이 안 되는데! 컨트롤이! 아오!”
그런 태성의 눈앞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알림 : 기다리세요!] [알림 : 이 해제될 때까지 캐릭터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덕분에 태성은 캡슐 안에서 아예 손을 놓아버린 뒤 입이나 삐죽인 채 누워 있어야 했다.
***
한 시간 후.
[알림 : 상태 이상 해제!]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에서 벗어났습니다!] [알림 : 3초 후 캐릭터를 통제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알림 : 3, 2, 1….]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서서히 눈을 뜹니다!]게이머 한태성은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시간 낭비를 한 이후에야 다시 자신의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으음.”
지크는 까맣던 시야가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는 걸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전하, 정신이 드십니까?”
그랭구아르가 그런 지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여긴… 어디죠.”
지크가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리며 그랭구아르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극빙의 길을 떠나서 천막을 치고 전하와 햄찌 경과 승구 경을 모셨습니다.”
“그래요?”
지크가 주변을 슥 돌아보니 햄찌와 승구가 텐트에서 곰 가죽을 덮은 채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나누크사님과 블랑 일족은요?”
“지금쯤이면 깨어났을 겁니다. 다른 노래를 불러 피해를 많이 입혀놓긴 했는데, 죽이진 않았습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돌변한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
“이유라 하심은….”
“예컨대… 잉카서스의 정신 지배 같은 거?”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그랭구아르가 지크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컨트롤 좀 잘하시지. 아군까지 다 재워 버리시면 어떡해요?”
“죄, 죄송합니다.”
그랭구아르가 삐질 진땀을 뺐다.
“좁은 동굴 안이라 소리가 울려서 도저히 음파를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발컨이시네요.”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거 큰일인데요. 극빙의 길이 막힌 이상 도저히 시간 안에 유적까지 갈 수가 없을 텐데….”
방법이 없었다.
아크틱 판게아의 중심부에는 워프 게이트도 없었고, 그렇다고 대규모 워프를 실시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아크틱 판게아의 지반이 강한 자성을 띠어서 워프 마법의 주파수를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뛰어가자니 2주일이 넘게 걸릴 테고….
잉카서스가 이미 부활한 마당에 어느 세월에 뛰어간단 말인가?
“당장 통신 장치도 없어서 본국에 연락하기도 힘든….”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우웅!
지크는 순간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서 무언가 위잉! 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고, 무심코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그런 지크의 손아귀에는 파란색 자그마한 호출기가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용설화가 지크에게 선물한 아이템인 가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1년 전에 사용했던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만료되었다는, 그러니까 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쿨타임이 돌기가 무섭네.”
지크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
잉카서스의 육체를 활성화시키는 작업은 계속되었다.
오즈릭 교단의 교도들은 수만 톤의 생명력 용액을 끊임없이 잉카서스의 육체에 주입해 육체의 활성화를 도왔다.
그러는 사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구원자와 잉카서스는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멸망시킬까 궁리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세계는 발전했다. 무려 10만 년이 흘렀다.”
[그래서?]“기술의 발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이루어진 때이다. 네가 아무리 태초의 블랙 드래곤이라지만, 너 혼자의 힘으로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실패하지 않았나?”
[큭….]“너는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 철저히 힘을 숨기고,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물론 내가 살았던 시대라면 그래야 했겠지.]잉카서스는 구원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마땅한 세력이란 게 없었던 게 사실이다.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들이 나를 추종하고, 또 모셨을 뿐.]“그럼 지금은 있는가?”
[물론이다.]“네가 잠든 지 무려 10만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조력자가 있단 말인가?”
[나의 후손들이 있다.]“후손이라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블랙 드래곤들이 나를 따를 것이다.]“그들이 순순히 네 의지에 따르겠나?”
[따를 수밖에.]잉카서스가 비릿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의 피가 흐르는 이상, 나의 후손들은 나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내 형제들은 모두 죽었을 터, 나와 이 세계의 모든 블랙 드래곤이 나선다면 과거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군.”
구원자는 순순히 잉카서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잉카서스는 초월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존재.
그런 잉카서스와 대륙의 모든 블랙 드래곤들이 힘을 합친다면, 굳이 오즈릭 교단과의 협력이 없이도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니, 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왜?
잉카서스와 블랙 드래곤들이 날뛰어 주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세계의 절반, 아니 3분의 1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을 테니까.
[큭큭. 10만 년 만의 귀환이라. 그때의 패배를….]바로 그때였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머리 위.
어디선가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나 싶더니,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의 분노였다.
신이 사악한 자들에게 내리는 징벌 말이다.
다음 순간.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대폭발이 일어나 잉카서스와 구원자가 있던 유적지를 중심으로 반경 50킬로미터를 모조리 집어삼키며,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을 피워 올렸다.
같은 시각.
“쩝. 아까워라.”
지크는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버섯 모양의 구름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 지크의 눈앞에는 다음과 같은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알림 : 의 대기 시간이 364일 23시간 58분 11초 남았습니다!]지크는 쿨타임 1년짜리 스킬인 을 사용해 아크틱 판게아의 중심부를 타격했던 것이다.
[신의 징벌]신의 지팡이(+13 학살의 손아귀)를 하늘 높이 던져 대기권 바깥으로 보내 버립니다.
신의 지팡이가 대기권을 벗어나면, 사용자는 지팡이를 제어해 원하는 위치에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때의 파괴력은 반경 50킬로미터를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최대 사정거리는 최대 8,000킬로미터이며, 오차 범위는 10미터 내외입니다.
타격 지점에 떨어졌던 지팡이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시 돌아옵니다. (쿨타임 : 1년)
이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안 그래도 시간이 없었고, 중심부까지 갈 방법 또한 막혀버린 상황.
다급해진 지크로서는 잉카서스의 완전한 부활을 막기 위해, 최강의 스킬인 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크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섯 모양의 구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