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75
674
[해방된 일족]•내용 : 당신은 최초의 블랙 드래곤 잉카서스를 처치함으로써, 블랑 일족에게 걸려 있던 저주를 풀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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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 스페셜 이벤트
•보상 : 알 수 없음
지크는 눈앞에 떠올랐던 알림창을 넘겨버리고 저 멀리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블랑 일족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뒤늦게 썰매를 타고 나타난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은 지크를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왔다.
그러고는 지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말 고맙소.”
나누크사 역시 지크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대 덕분에 일족에게 걸려 있었던 오랜 저주가 풀렸소이다.”
“이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된 건가요?”
지크가 웃으며 나누크사에게 물었다.
“그렇소. 이제 우리 블랑 일족은 선조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죗값을 치를 필요가 없어졌소. 우리의 몸에 흐르던 더러운 피 역시 정화되었소이다.”
“정말 다행이네요.”
“이보시오, 지크프리트 국왕.”
나누크사가 지크를 올려다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나의 은인이오. 내 아내와 아들을 찾아서 우리 가족을 이산가족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준 은인이지. 그런데 이제는 우리 블랑 일족 전체를 구원해 주었구려.”
“별말씀을….”
“그대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블랑 일족 전체의 은인이오. 이에 족장인 나는….”
나누크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지크에게 말했다.
“이곳 아크틱 판게아 전체를 그대에게 바치겠소.”
“예?!”
지크의 눈이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듯 커졌다.
“여길 제게 주신다고요?”
“물론이오.”
“하지만 여긴 나누크사 님과 블랑 일족 여러분들의 터전인데….”
“블랑 일족은 더 이상 이곳 아크틱 판게아에 살지 않을 것이오.”
나누크사가 선언했다.
“우리 블랑 일족은 선조들이 지은 죄 때문에 무려 10만 년 동안이나 이 혹한의 땅에서 살아 왔소이다. 잉카서스가 죽은 마당에 더는 이곳에 살 이유가 없소.”
“그것도 그렇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금 당장 떠나지는 않을 것이오. 대륙에 새 터전을 찾아야 할 터이니. 하지만 우리가 이 땅을 등질 것이라는 건 확실하오.”
“으음.”
“그러니 그대가 가지시오.”
“주신다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지크는 굳이 아크틱 판게아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여길 뭐 하는 데 쓰냐. 쓸모도 없는 황무지인데.’
아크틱 판게아는 혹한의 추위가 휘몰아치는, 정말이지 쓸모없는 땅에 불과했다.
이런 곳을 소유한다고 한들 가치가 있을까?
나누크사의 성의 때문에 못 이기는 척 받았던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생각은 틀린 거였다.
띠링!
뒤이어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알림 : 축하드립니다!] [알림 : 의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는 당신의 영토입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칭호의 효과가 이곳 에서도 발동됩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칭호의 효과가 이곳 에서도 발동됩니다!] [알림 : 를 탐험하십시오!] [알림 : 당신은 를 탐험하면서 , , , 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그런데 지크는 알림창들을 보고도 심드렁했다.
애초에 에서 뭔가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나누크사가 지크에게 덧붙였다.
“우리 블랑 일족은 그대와 그대가 다스리는 나라와의 영원한 혈맹을 약속하오.”
“네? 혈맹이오?”
“그렇소.”
나누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시오. 내 그대를 위해 힘쓰겠소이다. 우리 블랑 일족의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요.”
“감사합니다.”
지크는 를 갖게 된 것보다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과의 혈맹을 더욱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나누크사는 대륙에는 알려지지 않은 마스터급 강자였다.
그런 나누크사와 강인한 블랑 일족이 프로아 왕국의 혈맹이 되어준다면, 국력이 더욱 강해지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좋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드리오. 우리 일족이 대륙에서 정착해 생활하는 데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소이다.”
“그럼요.”
그렇게 지크는 이벤트를 통해 를 프로아 왕국의 영토로 만들고, 나누크사와 블랑 일족과 혈맹까지 맺게 되었다.
***
워프 게이트가 설치된 후.
“와… 저게 다 얼마냐… 너, 너무 좋아… 앗… 아앗….”
지크는 한창 해체 중인 잉카서스의 시체를 바라보며 전율했다.
비록 육체의 70퍼센트 이상이 파괴되어 버린 상태라지만, 잉카서스의 시체는 여전히 값비싼 자원이었다.
잉카서스의 몸길이가 2킬로미터에 달했던 만큼, 시체를 해체해서 얻을 수 있는 자원 역시도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드래곤의 시체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개골이 훼손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때문에 잉카서스의 시체가 갖는 가치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으쌰으쌰!”
프로아 왕국의 노동전위대 대원들은 킹갓펭귄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입은 채 열심히 잉카서스의 시체를 해체했다.
킹갓펭귄의 털은 엄청나게 보온성이 좋아서, 수속성 저항력과 냉기 저항력이 낮은 노동전위대 대원들도 이곳 아크틱 판게아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끔 해주었던 것이다.
“좋구만.”
지크는 따뜻한 를 마시며 노동전위대 대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야, 퀘스트 깨야지.”
그때, 천우진이 다가와 퀘스트의 클리어를 제안했다.
“아, 맞다.”
지크는 천우진의 말에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알림 : 레벨 업!] [알림 :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 284레벨 달성!]그렇게 지크는 또 한 번의 퀘스트를 통해 299레벨을 향해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게 되었다.
“여기 진짜 혜자네.”
지크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레벨 업을 하자마자 아크틱 판게아의 풍요로움(?)에 감탄했다.
“뭐가 혜자라는 거야?”
천우진이 물었다.
“저 드래곤 시체 땜에?”
“저게 다겠냐? 쨔샤?”
“……?”
“요 근래 여기만큼 개이득인 데가 없었다고.”
“뭔 소리야….”
“모르면 말을 마라. 훗.”
지크가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곳 아크틱 판게아는 그저 혹한의 추위만이 가득한,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죽음의 땅이었다.
하지만 지크에게는 아니었다.
지크는 이곳에서 그 비싸다는 킹갓펭귄의 가죽을 수백 개나 얻었다.
게다가 , , 까지 총 세 개의 스킬 강화를 이루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라는 패시브 스킬 역시 획득했고, 천우진에게 받은 퀘스트를 깨서 레벨도 1을 올렸다.
거기에 더해 최초의 블랙 드래곤인 잉카서스의 드래곤 하트를 통째로 흡수했고, 마스터급의 강자인 나누크사를 포함한 블랑 일족과 혈맹을 맺었다.
까지 프로아 왕국의 영토로 만든 건 덤이었다.
즉, 지크가 이곳 아크틱 판게아에서 얻은 이득이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했던 것이다.
“이 집 먹을 거 많더라. 후후후.”
“와. 저건 진짜.”
천우진이 그런 지크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막에서도 금을 캐서 먹고 살 놈이라니까.”
“그거 칭찬이냐?”
“욕일 수도?”
“뭐 인마?”
지크는 천우진을 향해 발끈하려다 말고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아.”
“응?”
“나 오즈릭 교단 교주 만났다.”
“헉?”
천우진이 지크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진짜? 교주를 만났어?”
“응.”
“뭐야? 어떻게 된 건데?”
“그게 그러니까….”
지크는 오즈릭 교단의 교주인 구원자를 만났을 당시 상황을 천우진에게 설명해 주었다.
“잉카서스는 걸레짝이 됐는데, 그 자식은 멀쩡하더라고.”
“말도 안 돼.”
“근데 내가 생각했을 때, 오즈릭 교단의 교주는 실체가 없는 존재 같아.”
“그래?”
“확신은 못 하겠는데, 느낌이 딱 에리얼 백작의 환영이랑 비슷했어. 허깨비 같은 느낌이야.”
“으음.”
“물리력이 전혀 통하지 않더라고. 마치 유령처럼. 신의 징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거겠지.”
“실체 없는 환영이라….”
“아무튼, 조사를 좀 해봐. 그런 타입의 몬스터 같은 게 있는지.”
“그래.”
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지크가 씩 웃었다.
“어쩌면 오즈릭 교단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어떻게?”
“저거 보여?”
지크가 잉카서스의 해체 작업이 한창인 장소의 한쪽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파괴된 물탱크들과 금속 조각들, 그리고 잉카서스의 육체에 생명력 용액을 주입하는 데 사용하던 금속 호스의 파편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오즈릭 교단 놈들이 사용하던 장비들이야. 신의 징벌에 휩쓸려서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설마….”
천우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장비들을 분석해서 오즈릭 교단을 역추적하겠다고?”
“응.”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특수한 장비들을 대량으로 제작해서 사용하려면 어지간한 경제력과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해.”
“그리고 여기에 블랑 일족조차도 모르게 들어와서 이런 대규모 작업을 벌인 것부터가 보통 경제력과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
천우진이 지크의 말을 받았다.
“그래.”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즈릭 교단… 일개 종교 집단이 아냐. 이렇게 비밀리에 대규모 음모를 꾸밀 정도면….”
“국가 단위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그거야.”
지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오즈릭 교단은 국가의 힘을 등에 업고 있어. 약소국은 아냐. 최소한 선진국. 어쩌면 강대국들 중 하나일 수도.”
“그렇겠네.”
“내가 정보력을 동원해서 추적해볼게. 넌 구원자에 대해 알아봐.”
“알겠다.”
그렇게 지크와 천우진은 각각 역할을 분담해 오즈릭 교단을 추적하기로 합의했다.
“아, 피곤하다. 슬슬 로그아웃하고 쉬어 볼까.”
지크는 그간 정신없이 게임만 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천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으응?”
지크는 분명 천막을 향해 걸었는데, 몸이 뒤쪽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거 그건데?”
지크는 마치 문워크처럼 캐릭터가 특정 방향을 향해 미끄러지는 게 칭호의 효과가 발휘될 때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난번 에서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어? 어어어?”
그렇게 지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막이 있는 곳 반대편을 향해 끊임없이 미끄러졌다.
***
스으으!
마치 을 빠르게 달리던 블랑 일족의 썰매들처럼, 지크는 효과로 인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끄러졌다.
그렇게 얼마나 미끄러졌을까?
마침내 미끄러짐이 멈추었을 때, 지크는 자신의 눈앞에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숲 앞에 도착해 있었다.
“여, 여긴… 어디지?”
지크는 미니맵을 켜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헉?!”
지크는 현재 자신의 위치가 잉카서스의 시체가 있던 유적지로부터 약 1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장소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크틱 판게아 : 설화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