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80
679
‘뭐야!’
지크는 순간 몰카라도 찍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각자의 무기를 들고 덤벼오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기세, 그리고 살기를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죽이지만 마라!”
“팔다리쯤은 날려버려도 상관없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순식간에 지크를 포위하고, 점점 더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지크가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보면 모르는가? 수배범을 체포할 뿐이다.”
“수배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기사단장이 지크를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너를 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제 사범으로서 공식적으로 체포하는 바이다.”
“아?”
지크가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몰카죠? 그렇죠?”
“그게 무슨 말이지?”
“에이~ 몰카네~.”
지크는 지금 상황이 자신을 놀래기 위한 비머리언 공방의 쇼임을 확신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크가 비머리언 공방이 속한 국가인 으로부터 경제 사범으로 낙인이 찍힐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안 속거든요?”
“뭣이?”
“노잼이니까 이쯤 하시죠. 와. 근데 연기는 진짜 실감나게들 하시네요. 준비 많이 하셨나 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근데 저 생일 같은 거 아닌데요?”
“이 미친놈이!”
기사단장은 그렇게 으르렁거리더니 곧장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체포하라!”
“예!”
그렇게 지크는 의 소속의 기사들에게 체포될 뻔했다.
그런데.
“이, 이거 뭐야!”
지크는 기사들이 자신의 손목에 채우려던 물건이 과 이라는 걸 확인하고 기겁했다.
이 과 은 NPC들이 게이머를 잡아둘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고대 룬 문자의 힘이 새겨진 이 속박 도구들은, 게이머들을 묶어두는 게 가능했다.
즉, NPC들로서는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게이머들을 붙잡아 가둬둘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몰카가 아니었어?’
지크는 재빨리 몸을 뒤로 빼며 자신에게 과 을 채우려던 기사들의 머리통을 발차기로 후려 갈겼다.
“커헉!”
“컥!”
그렇게 기사들이 쓰러지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말하지 않았나. 네놈을 경제 사범으로 체포한다고.”
“이 도대체 무슨….”
지크는 도저히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심지어 프로아 왕국의 국왕이라는 지위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지크를 의 기사들이 경제 사범으로 체포한다?
뭔가 이상했다.
비머리언 공방은 의 경제를 떠받드는 곳.
즉, 현실로 따지자면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 자동차와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곳과 사업적 파트너이자 VVIP 대접을 받는 지크에게 경제 사범이라니?
“죄목이 뭡니까.”
“네놈은 본국의 기업인 비머리언 공방과 결탁해 외화를 빼돌렸다.”
“엥?”
“에스파드리유 지방의 개발을 명목으로 비머리언 공방의 전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와 결탁하여 각종….”
“잠깐.”
지크가 기사단장의 말을 끊었다.
“전 수석 대장장이가 누구라고요? 크반트 님이 수석 대장장이를 그만두셨습니까?”
“크반트는 현재 너와 결탁해 비머리언 공방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공방의 순익이 악영향을 끼친 죄목으로 수감 중이다.”
“……?”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옥의 성에 수감되었지. 네놈도 곧 그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크반트와 함께 사이좋게 썩게 되겠군.”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닥쳐라! 죄목을 알았으니 순순히 체포당해라! 뭣들 하나! 어서 저자를 잡아라!”
기사단장이 소리치고.
“예!”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도대체 뭔 상황이야!’
지크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침착하게 덤벼드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모조리 쳐냈다.
왕국의 정예 기사단이라면 모르되, 한 도시의 경비대원들이 지크를 제압하거나 죽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파박! 퍽! 퍽! 빠악! 팍! 파박! 파파박! 퍽! 빡! 빠악!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지크는 기사들과 병사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그들을 모조리 때려눕혔다.
“컥!”
“이 미친 괴물….”
“끄으윽….”
무기?
혹은 스킬?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무왕 레오니드로부터 배운 격투술로 뼈를 분질러 놓았을 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만 누워들 계시죠.”
지크는 쓰러진 이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워프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미 이곳 가 적진 한복판이라고 인식하고, 일단은 후퇴하기로 한 것이다.
***
지크는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한 직후 곧장 국무대신 미켈레와 정보국장 나인테일을 불러들여 에서 있었던 일을 논의했다.
“안 그래도 바이에리셔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공문이 날아온 상태입니다.”
미켈레가 말했다.
“그래? 뭐라는데?”
“바이에리셔 왕국은 공식적으로 본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며, 그 어떠한 형태의 교역도 하지 않겠답니다.”
“뭐?”
“게다가 전하를 경제 사범으로 칭하고, 송환 요청까지 한 상태입니다.”
“얘네 돌았나?”
지크는 미켈레의 말을 듣고 황당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일국의 왕인데 송환 요청을 해?”
“대놓고 무시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젠장….”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켈레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추가로 보고했다.
“비머리언 공방이 에스파드리유 지방의 개발에 관한 모든 사업들을 철수시켰습니다. 덕분에 모든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또한, 전하를 VVIP 고객 명단에서 삭제하고 오히려 블랙리스트로 등재시키기까지 했더군요. 현 시간부로 전하께서는 비머리언 공방의 모든 지점을 이용하실 수 없으십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지크가 인상을 와락 구길 때였다.
“그건 제가 보고드릴게요.”
정보국장 나인테일이 입을 열었다.
“현재 비머리언 공방의 수뇌부들이 전원 교체된 상태에요.”
“왜지?”
“사실 요 근래 비머리언 공방 내부에서 대장장이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어떤?”
“비머리언 공방이 아티펙트의 살상력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는 불만이었죠.”
“정확히 그게 무슨 의미인데?”
“그러니까… 과거 비머리언 공방이 만들어낸 아티펙트들은… 이게 인간이 쓰라고 만들어놓은 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끔찍했죠.”
나인테일이 설명했다.
“독은 기본이고, 온갖 끔찍하고 악랄한 종류의 살상 무기들을 개발해냈거든요.”
“아?”
“문제는 이런 살상 무기들이 전 대륙에 걸쳐서 피바람을 불러일으켰단 거예요. 당시의 비머리언 공방은 무기의 이름만 날릴 수 있다면, 고객이 악당이라도 개의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본래 그런 집단이었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아티펙트의 살상력을 많이 줄여 나가고 있었던 거예요. 그 과정에서 내부에 권력 다툼에 생겨났고, 과격한 부류들은 공방을 탈퇴해 버렸죠.”
“아?”
“결국 그 권력 다툼은 전임 수석 대장장이인 아반트가 자신을 추종하는 대장장이들을 데리고 공방을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죠.”
“아반트?”
지크는 아반트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난 사건 당시 지크와 아반트는 서로 마주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아반트만이 지크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가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유작이라는 걸 알아보았을 뿐….
“아반트는 크반트의 친형으로, 아주 사악한 어둠의 대장장이죠.”
나인테일이 아반트에 대해 지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본 정보국이 확인한 결과, 최근 아반트가 자신의 추종하는 어둠의 대장장이 집단인 죽음을 만드는 자들과 함께 비머리언 공방을 습격했다고 해요.”
“헉?”
“그 과정에서 크반트 님을 비롯한 기존 대장장이들이 숙청당하고, 아반트가 비머리언 공방을 장악함으로써 새로운 수석 대장장이 자리에 오른 거죠.”
“그런 일이….”
“새로 수석 대장장이 자리에 오른 아반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하와 본국을 적대시하고 있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바이에리셔 왕국이 이렇게 나올 이유가 없겠죠. 비머리언 공방과 바이에리셔 왕국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니까요.”
“그랬구나. 그럼 크반트 님은? 무사하신가?”
“그래도 친동생이라고 죽이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대신에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옥의 성이란 무시무시한 교도소에 가둬버렸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친동생을….”
“어려서부터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진 못할망정, 너무하네.”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미켈레를 돌아보았다.
“미켈레야.”
“예, 전하.”
“일단….”
바로 그때였다.
“전하,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아반트가 전하께 통신을 요청해 왔사옵니다.”
통신병이 지크에게 보고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세요.”
“예, 전하.”
지크는 미켈레에게 하려던 말을 멈추고 곧장 통신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비슷한 시각.
아반트는 지크를 놓쳤단 보고를 받았다.
“이런 빌어먹을. 그 모험가 놈을 놓치다니. 함정이라도 파놓았어야 하는 것을. 쩝.”
아반트는 지크를 놓친 걸 매우 아쉬워했다.
아반트는 이틀 전 을 이끌고 비머리언 공방을 기습하고, 뒤이어 내부를 장악하느라 정신이 없던 참이었다.
말인즉슨, 지크가 올 것에 대비해 함정까지 파놓을 생각까지는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함정을 파고 지크를 잡았다면, 헤르베르트 유작까지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이미 지크는 멀리멀리 도망가버린 뒤였다.
“흠. 그 애송이와 대화를 한번 해봐야겠군.”
아반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통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그대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이요?
“어.”
– ……?
아반트는 지크가 라고 짧게 대답하자 당황했다.
설마 하니 일국의 국왕이란 사람이 다짜고짜 반말을 찍찍 내뱉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
– 방금 뭐라고 하신 것이오. 설마 내 물음에 그냥 어라고 대답하신 거요?
“어.”
– ……?
“귀 먹었냐? 새꺄?”
– 허.
아반트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 미천한 모험가 출신은 역시 다르군. 일국의 국왕이라는 자가….
“넌 그럼 일국의 국왕한테 대뜸 그대가 누구누구 국왕이요? 이렇게 말하냐?”
– 그, 그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말, 못 들어 봤냐?”
– …….
“어디서 건방지게 왕족한테 평대를 써? 뒤질라고.”
– 크흠!
아반트는 지크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심기 불편함 가득한 헛기침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얼굴을 확 바꾸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본색을 드러내었다.
– 크흐흐! 애송이, 꼴에 혓바닥은 살았구나.
“용건이나 말해.”
– 그래, 좋다. 네놈의 소원대로 내 용건을 말하지.
“뭔데?”
– 헤르베르트 님의 유작을 내놓아라.
“뭐?”
– 순순히 헤르베르트 님의 유작을 내놓는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