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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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처럼 더럽게 토하는 거 말고, 이렇게 쓰는 거라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록색 안개가 순식간에 파이리노의 주변을 장악했다.
“봤냐?”
지크가 보란 듯 파이리노를 향해 물었다.
한낱 인간이 그린 드래곤 계열의 용족인 파이리노를 상대로 방사능 에너지의 사용법에 대해 훈수를 둔다는 게 코미디였지만, 파이리노는 웃을 수 없었다.
“이, 이게 무슨!”
파이리노는 지크로부터 뿜어져 나온 초록색 안개의 정체가 방사능 에너지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경악했다.
정작 이곳 에서는 마나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파이리노가 받은 충격은 컸던 것이다.
“네, 네놈은 인간일 텐데!”
“그래서?”
“인간 주제에 어떻게 방사능 에너지를 사용하는가?”
“네까짓 것도 쓰는 걸 나라고 왜 못 쓰겠냐?”
“믿을 수 없다….”
파이리노는 정말로 혼란스러웠다.
방사능 에너지는 그린 드래곤, 그리고 블랙 드래곤 계열의 용족들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런데 한낱 인간 주제에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다니?
“설마….”
파이리노가 떨리는 목소리로 지크에게 물었다.
“드, 드래곤이십니까?”
“엥?”
지크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드래곤? 내가?”
“지금 유희를 즐기시는 중이십니까?”
“유희이이? 그게 뭔데?”
“모르는 척하셔도 소용없습니다.”
파이리노는 지크의 말을 믿지 않았다.
유희란 무엇인가?
드래곤이 다른 생명체로 변신해 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거였다.
인간이면 인간.
드워프면 드워프.
그 어떤 생명체라도 가능했다.
심지어, 고대의 기록에 의하면 한 블루 드래곤이 황제의 사냥터에 서식하는 꽃사슴 무리에 섞여 있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고 했다.
‘하필이면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에게 걸릴 줄이야….’
파이리노는 진심으로 지크가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다.
그 오해는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왜?
방사능 에너지는 뉘르부르크 대륙의 생명체들을 모두 통틀어서도 그린 드래곤 혹은 블랙 드래곤 계열의 용족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파이리노는 용족으로서의 그런 고정 관념 때문에, 지크가 예외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블랙 드래곤이시여….”
파이리노는 모든 걸 체념했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유희를 즐기시는 줄도 모르고 이 미천한 것이….”
“아니라니까? 내가 뭔 블랙 드래곤이야?”
“부정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진짜 아니래도?”
“유희의 역할극에 충실하시느라 정체를 밝히시지 못하는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얘 진짜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지크가 황당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파이리노는 지크가 블랙 드래곤이라 철썩같이 믿고 살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런 파이리노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발악해서 뭐 하겠는가?
상대가 인간 범죄자로서 유희를 즐기고 있는 블랙 드래곤이라면, 파이리노로서는 천 번 만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는 게 불가능한데.
“그래도 용족으로 태어나 같은 용족 중 최상위의 종족인 드래곤께 죽는 걸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응?”
“이만 끝내 주시지요.”
파이리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죽여 달라니까 죽여는 주겠는데….”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킬의 방사능 안개로 파이리노를 휘감았다.
“커헉!”
그러자 지크의 강력한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된 파이리노는 몇 초도 채 버티지 못한 채 스스로의 목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만큼 지크가 가진 방사능 에너지와 파이리노가 가진 방사능 에너지의 격차는 엄청났다.
지크가 가진 방사능 에너지는 그린 드래곤의 것과 최초의 블랙 드래곤인 잉카서스의 것이 합쳐진 것이라, 그 위력이 진짜 블랙 드래곤에 못지않았던 것이다.
“여, 역시….”
파이리노는 숨을 거두기 직전 지크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남겼다.
“이 정도의 방사능… 에너지라면… 당신은 블랙… 드래곤이… 확실….”
그게 끝이었다.
털썩!
파이리노는 마지막까지 지크를 폴리모프한 블랙 드래곤이라고 오해하며 숨을 거두었다.
“…아니라니까.”
지크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죽었는데, 지크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스, 승자는!”
뒤이어 진행자가 소리쳤다.
“행운의 사나이! 럭키가이! 승구입니다! 여러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운-!!!”
하지만 사회자의 그 외침에 호응하는 관중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크의 우승?
놀라웠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게 있었다.
“뭐야? 저 초록색 안개?”
“설마 마법을 사용한 건가?”
“여기선 마나를 사용할 수 없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지금 이 순간.
죄수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도대체 어떻게 지크가 마나를 사용했는가?
에는 마족들을 뺀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계가 쳐져 있는데….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
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마나와는 상관없는 능력인가?”
“마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초록색 독을 뿌린 건 아닐까?”
수만 명의 죄수들이 혼란에 빠져 있던 그때.
“야!!!”
지크가 소리쳤다.
“마나 사용해 봐! 해보니까 돼!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이거 봐! 마나가 써진다니까?”
지크가 보란 듯 마나를 사용해 이런저런 스킬을 선보이며 죄수들에게 소리쳤다.
“마, 마나가 써진다고?”
“에이 그럴 리가….”
“설마.”
죄수들은 그런 지크의 외침에 혼란스러웠지만, 속는 셈치고 마나를 사용해 보았다.
“어? 마나가 끌어올려진다!”
“오!”
“마나다! 마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과연 지크의 말대로, 죄수들 역시 마나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렇다는 말은….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때,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마법의 스피커들에서 나인테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자!
어느새 시상식이 치러질 예정이던 단상에 올라선 나인테일-여전히 서큐버스의 변장은 유지한 상태였다-이 마이크를 움켜쥐고 소리쳤다.
– 우리 터프가이들? 지금부터 파티 시간이야. 광란의 파티를 벌여 봐. 마나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마음껏 날뛸 수 있겠지? 한번 놀아 봐. 오늘 밤이 여길 탈출할 유일한 기회일 테니까!
나인테일의 그 말이 끝나고.
쿵쾅쿵쾅!
지이잉!
쩌엉! 둥둥둥!
마법의 스피커들을 통해 강렬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와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으응?”
“무, 무슨 상황이야.”
죄수들은 처음에는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들이 고막을 파고들자 죄수들은 이내 곧 본색을 드러내었다.
“탈출이다!”
“죽어! 이 새끼야!”
“이리 와보시지? 하급 마족 주제에!”
“죽여! 다 부숴버려!”
죄수들은 성난 들개 떼라도 되는 듯 미친 듯이 날뛰며 간수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대었다.
그렇게 최초의 폭동이 시작되었다.
죄수들이 마나를 사용하며 날뛰자 에서 근무하는 마족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학살을 당했다.
왜?
간수들의 절대 다수는 하급 마족들이었으니까.
사회(?)에서 온갖 흉악 범죄를 저지르던 범죄자들이 마나를 사용해 가면서 날뛰는 것을, 하급 마족들로 이루어진 간수들로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전하! 지금이에요!”
나인테일이 재빨리 지크에게 합류해 소리쳤다.
“그래! 가자!”
지크는 곧장 나인테일과 함께 지하 20층으로 향하는 승강기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지하 20층으로 달려가던 도중.
“수고했어!”
지크가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나인테일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다 나인테일의 공이었다.
나인테일은 지크가 죄수 코스프레를 하면서 를 치르는 동안 곳곳을 돌며 들을 고장냈던 것이다.
“별말씀을요!”
“내 말은! 전했어?!”
지크가 나인테일을 향해 소리쳐 물었다.
“네! 모험가들이 곧 여기로 들이닥칠 거예요! 아마 곧….”
나인테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쾅, 콰앙!
곳곳이 무너지며 게이머들이 쏟아져 들어와 마족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좋아. 지옥의 성 레이드는 성공이야.’
지크는 그런 게이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틀 전.
지크는 나인테일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세계평화회의로 가. 가서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 지옥의 성이 사실은 마왕 단탈리온이 판 함정이고, 뉘르부르크 대륙 침공을 위한 땅굴이었다고. 그럼 지옥의 성을 공격하는 걸 허락해줄 거야. 아마 직접 군대를 이끌고 올지도 모르고.] [네, 전하.] [그리고 용병 길드에 의뢰해서 게이머들을 모아. 마족들이 많이 서식하는 던전이 있다고 홍보해.] [알겠어요.]지크는 이 혼자만의 힘으로 처리하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사건이라는 걸 깨닫고, 세계 각국의 군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던 것이다.
이 열렸다간 마계와 중간계 사이에 대전쟁이 벌어질 테니, 그런 지크의 선택은 매우 옳은 것이었다.
혹시나 지크가 혼자 처리하려다 실패할 경우, 뉘르부르크 대륙에 걷잡을 수 없는 전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러분. 제가 이번에 신규 던전을 하나 발견했는데요….]지크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신규 던전 레이드를 홍보했다.
지크가 지난 이틀 동안 접속 시간이 뜸했던 것도 영상을 제작하고, 또 그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공교롭게도 측에서 지크가 업로드한 관련 영상을 인기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홍보해준 덕분에, 게이머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든 모양이었다.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모험가들이 쳐들어오고. 엎친 데 덮친 격이야. 이미 지옥의 성은 무너졌어. 관건은 지하 20층으로 가서 지옥의 문을 파괴하고, 크반트 님을 데리고 탈출하는 거다.’
지크가 막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대탈출]•내용 : 마우레키온 제국의 가 을 폭격하기 전에 크반트를 데리고 탈출할 것.
•타입 : 타임 어택 퀘스트
•보상 :
– 비머리언 공방 지분 33.3%!
– 크반트 등용 가능!
– 그 외 인재 다수 등용 가능!
– 명성 15,000 증가
– 악명 10,000 감소
•남은 시간 : 60분!
•주의 사항 : 이 퀘스트에 실패하게 되면 크반트와 그 외 여러 인재들의 등용에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서두르세요!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했고, 보상은 엄청났다.
하지만 지크는 퀘스트보다 에 주목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함대가 온다고? 그렇다면….”
지크는 무심결에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친….”
지크의 머리 위.
일반적인 전투순양함들보다 족히 세네 배는 덩치가 큰 거대한 군함 500여 기가 하늘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