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05
704
‘이 자식 힘이… 크윽!’
디젤은 손아귀가 너무 아파서, 오만상을 다 찌푸렸다.
“Nice to meet you. and you? haha!”
태성은 어설픈 영어와 함께 히죽 웃으며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으드득!
덕분에 디젤의 손아귀는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아프지, 새꺄?’
태성은 식은땀을 흘리는 디젤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소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태성은 어려서부터 악력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좋았다.
다른 건 몰라도 손아귀 힘만큼 좋아서, 학창 시절에는 팔씨름에서 져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태성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독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힘이 엄청나게 세졌으니, 악력 또한 더 강력해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
이 세 가지 운동의 중량 합계가 거의 5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태성의 힘이란, 건장한 백인 남성의 손아귀를 충분히 으스러뜨릴 정도였던 것이다.
‘크, 크윽! 이런 원숭이 새끼한테 질 수 없… 크윽!’
디젤은 그런 태성의 악력에 맞서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크윽!”
결국, 디젤은 약간의 신음 소리와 함께 태성의 손을 놓았다.
“알 유 오케이?”
태성이 그런 디젤을 향해 히죽 웃으며 물었다.
“…….”
디젤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서, 태성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으스러뜨리려다가 귀여워서 봐준 거니까 깝치지 마라. 확 반으로 접어 버릴라니까.”
태성이 웃으며 디젤을 향해 섬뜩한 협박을 가했다.
“아, 이건 통역하지 마세요.”
태성은 통역사에게 그리 말하고는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뉘었다.
‘미, 미친놈.’
‘힘이 저렇게 세다고?’
그런 태성의 모습을 본 채형석과 의 길드 마스터였던 팔척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태성을 만나면 죽빵을 후려갈겨 주고 싶었는데, 막상 만나 보니 죽빵은커녕 오히려 안 맞으면 다행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릴 보자고 한 이유가 뭐냐, 한태성.”
채형석이 다분히 시비조인 말투로 태성에게 물었다.
“그걸 몰라서 묻냐? 한판 붙자며? 붙기 전에 서로 합의는 봐야지? 어떻게 붙을지?”
“어떻게?”
“니네도 돈 벌려고 그러는 거 아냐.”
“그건….”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화제성이 있어야지?”
태성은 자신이 천우진의 꼬임에 넘어갔던 것과 같은 논리로, 패배자 3인방을 꼬드기기 시작했다.
“사, 삭발빵?”
“삭발빵을 하자고?”
“머리를 밀자는 건가? 맙소사.”
패배자 3인방은 태성의 제안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패배자 3인방은 태성만큼이나 탐욕스러운 인간들이었기에, 이내 곧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패배자 3인방이 태성에게 품은 증오심은 가히 엄청난 것.
경기 전 미리 어그로를 끌어 돈도 벌고.
태성을 방송 경기에서 박살내고.
나아가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굴욕까지 안겨주고.
패배자 3인방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오오.”
“판이 커지는데요?”
기자들은 태성과 3인방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열심히 받아 적고, 때론 사진까지 찍어가며 열심히 기사를 작성해나갔다.
“모드는 하드코어 모드로. 오케이?”
태성은 일반 모드가 아닌 하드코어 모드를 제안했다.
일반 모드의 경우 죽으면 세력전에서 이탈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이템 역시 떨구지 않으며, 10퍼센트의 능력치 저하만 있을 뿐이었다.
즉, 10퍼센트의 능력치 저하만 빼면 결투장에서 죽은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달랐다.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죽으면 세력전에서 이탈할 뿐 아니라 실제로도 죽었고, 사망 페널티 또한 받았다.
그렇게 되면?
세력전에서 패배한 쪽은 길드 아지트를 점령당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하드코어 모드에서 패배하면, 그 길로 길드가 망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콜.”
“까짓것, 하지.”
“이판사판이다.”
패배자 3인방은 하드코어 모드로 경기하자는 태성의 제안 역시 받아들였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
다음 날 아침.
[속보] 뚝배기단 vs 판데모니움 하드코어 모드 채택! [속보] 패배하는 쪽은 삭발하기로… 단두대 매치 확정! [속보] 자존심 강한 게이머들의 대결… 뚝배기단 vs 판데모니움 하드코어 모드로 싸우기로 확정!태성과 패배자 3인방이 합의한 내용은 아침 뉴스 속보로 대서특필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BNW 게임 팬들의 시선을 한눈에 잡아끌었다.
뒤이어 수없이 많은 스폰서들이 따라붙었다.
명품 시계 브랜드, 독일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스포츠 의류 브랜드 등등 과거 인기 스포츠 리그나 올림픽에나 붙을 법한 스폰서들이 줄줄이 이번 경기를 후원하겠다며 서로 앞다투어 미팅을 요청해왔다.
또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V스포츠 전문 채널들 역시 중계권료 입찰에 들어가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Web발신] [입금 알림] ㈜ HTS 법인계좌25,000,000,000원 입금되었습니다.
태성이 설립한 법인 계좌에 무려 250억 원이라는 금액이 입금되었다.
광고료, 스폰서 광고료, 중계권료, 게임 방송국 출연료까지.
과거 어지간한 스포츠 스타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 방송 경기 단 한 번에 입금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성이 이번 방송 경기를 통해 벌어들일 금액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V스포츠는 시청자들이 게이머에게 실시간으로 후원금을 보낼 수 있었으므로, 최소 10억 원 정도는 더 들어올 예정이었던 것이다.
“오오오!”
태성은 천우진, 그리고 승구와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도중 250억 원이 입금된 걸 확인하고 포효했다.
“형님, 얼마 들어오셨습니까?”
“250억.”
“히, 히익?!”
승구는 금액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진짜 250억이 들어온 겁니까? 경기 한 번에?”
“응.”
“하하… 하하하….”
승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승구 역시 부자였다.
승구는 1년에 50억 원 정도는 거뜬히 벌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야, 한태성.”
천우진이 그런 태성에게 말했다.
“그 정도 벌었으면 오늘 밥은 니가 ㅅ… 야! 어디 가! 야 한태성! 이 양아치 새끼야!”
천우진이 태성이 호다닥! 하고 도망치는 걸 보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나중에 살게!”
태성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자신이 타고 온 슈퍼카를 타고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그렇게 천우진은 오늘도 태성에게 밥을 얻어먹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
경기 한 달 전.
지크는 패배자 3인방과의 방송 경기를 준비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수십만 건의 길드 가입 신청서를 일일이 읽어보고, 또 검토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오즈릭 교단 역시 잠잠했다.
덕분에 지크는 그나마 여유 있게 길드를 꾸려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거 랭커급이 너무 안 붙는데….”
지크는 길드 가입 신청서들을 검토하던 중 초고레벨 게이머들의 숫자가 굉장히 적다는 걸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은 신생 길드로써, 후발 주자에 해당했다.
기존에 랭커급 게이머들은 이미 대륙 10대 모험가 길드에 가입되어 있었기에 에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길드 운영진을 맡길 만한 강력하고, 또 카리스마 있는 게이머들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 방송 경기에 부를 게이머가 없네.”
무엇보다 지크의 가장 큰 고민은 함께 에 가서 경기를 치를 운영진급을 찾지 못했다는 거였다.
방송 경기는 다섯 명의 운영진이 으로 가서 직접 경기를 펼치고, 나머지 길드원들은 각자 집이나 VR방에서 정해진 시간대에 접속해 세력전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크에게는 함께 에 갈 동료가 없었다.
다섯 명이서 경기장에 가야 하는데, 지크 본인과 승구밖에 없어서 세 명을 더 구해야 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그러니까 모험가 친구들 좀 만들어두지 그랬냐!”
옆에서 길드 가입 신청서를 함께 검토해주던 햄찌가 지크를 향해 자업자득이라는 듯 말했다.
“그, 그러게.”
지크는 그간 자신의 행적을 돌이켜보았다.
생각해 보면, 지크의 게임 라이프는 게이머들이 아닌 NPC들과 어울려 지낸 게 99.9퍼센트였다.
그러니 함께 게임할 동료가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얼른 지금이라도 찾아봐라.”
“그, 그래야겠어.”
지크는 누굴 운영진으로 앉힐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이머가 없었다.
“아, 누구한테 연락하지….”
그러던 중.
“어?”
지크는 고스란을 떠올렸다.
신궁 윈드포스의 후예이자 천우진의 고객(?) 중 하나인 그녀라면 길드에 영입해도 될 것 같았던 것이다.
“천우진한테 물어봐야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우진에게 통신을 걸었다.
– 뭔데?
“너 혹시 고스란 님이랑 연락 되냐?”
– 아, 슬기?
“슬기?”
– 걔 본명이 슬기야.
“아.”
– 근데 슬기는 왜? 너 설마 친구 없어서 그러는 거냐?
“…….”
– 그러니까 맨날 솔플만 하지 말라니까.
“연락 돼, 안 돼.”
– 되지. 걔 얼마 전에 귀국했거든.
“귀국?”
– 유학생이었는데, 졸업하고 이번에 아예 한국 들어왔어.
“아.”
– 마침 잘됐네. 걔 당분간은 게임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동료가 되어줄지도?
“좋다.”
– 내가 얘기해볼게.
“땡큐.”
– 아니다, 그냥 이따 저녁에 만나자.
“으응?”
– 걔랑 밥 먹기로 했는데, 그냥 너도 나와.
“그래도 돼?”
– 상관없어. 내가 말해놓을 테니까, 이따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해.
“그래, 연락 줘.”
그렇게 지크는 천우진과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다.
‘고스란님이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큰 보탬이 될 텐데….’
지크는 오늘 밤 반드시 고스란을 꼬드겨서 길드에 영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그날 저녁.
태성은 고스란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갔다.
약속 장소는 청담동에 자리한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이었다.
“한태성 선수, 어서 오십시오.”
식당 매니저가 태성을 알아보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예약되어 있으십니까? 오늘 예약자 명단에는 없으신데….”
“천우진이란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아, 우진 고객님 테이블이셨군요. 저쪽 쉐프 앞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태성은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천우진의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어, 왔냐.”
천우진이 태성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셨어요.”
그러자 천우진의 옆에 있던 미모의 여성이 태성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고스란… 님?”
“그냥 슬기라고 불러주세요.”
고스란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고스란은 대단한 미녀였다.
청순 그 자체라고나 할까?
고스란은 긴 생머리와 새하얀 피부가 굉장히 잘 어울려서, 당장에라도 화장품 광고에 등장할 것만 같은 비주얼을 지니고 있었다.
“한태성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태성은 고스란을 향해 자기소개를 하던 중 뭔가 낯익은 느낌에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네?”
“실례지만…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바로 그때.
“풉!”
천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태성이 천우진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 지금 그런 흔해 빠진 멘트 치는 거 아니거든?”
“그, 그래? 큭큭! 큭큭큭!”
“진짜 어디서 본 것처럼 낯이 익어서 그래.”
“그렇…겠지. 큭큭! 큭큭큭!”
“이 자식이 진ㅉ….”
태성이 천우진의 멱살을 잡으려던 때였다.
“큭큭! 둘이 같이 잤는데 어디서 만난 적이 있지 왜 없냐? 큭큭! 큭큭큭!”
그 순간.
“뭐?!”
태성은 제 귀를 의심했다.
같이 자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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