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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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측 매복조를 섬멸하는 건 불과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크가 데카르트의 목을 잘라버리고, 고스란의 화살비가 쏟아진 직후.
푹, 푸욱, 푹, 푹!
숨어 있던 길드원들은 매복조들을 오히려 암살해 버렸다.
그건 다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 지크의 맵핵을 통해 매복조의 위치를 훤히 알고 있었으므로, 오히려 기습이 가능했던 것이다.
털썩!
마지막 매복조가 쓰러지고.
[까악, 까아악!]지크는 을 불러내 떨어진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모조리 주워 먹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러자 죽은 매복조들이 떨군 고강 주무기들이 주르륵! 지크의 인벤토리로 빨려 들어갔다.
“아앗….”
지크는 고강 무기들을 먹어치우곤 그 포만감에 전율했다.
“오빠 왜 그러세요?”
그걸 본 용설화가 지크에게 물었다.
“어디 아프세요?”
“으응?”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셔서….”
“아, 아무것도 아냐. 하하. 하하하.”
지크가 땀을 삐질 흘리며 딴청을 피우고.
절레절레-
햄찌는 그런 지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주인 놈… 누가 보면 엄마아빠놀이라도 한 줄 알겠다. 뀨우.’
햄찌가 보기에, 지크는 큰돈을 벌었을 때마침 절정에 이른 사람처럼 전율하는 경향이 있었다.
타고난 속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햄찌는 지크를 탓하지 않았다.
‘주인 놈 돈 많이 벌어야 햄찌랑 오래 볼 수 있다. 뀨우. 주인 놈 도와줘야 한다.’
햄찌는 지크와 오래오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기에, 돈을 버는 게 오히려 좋았다.
물론 돈을 벌면서 이상한 신음 소리는 안 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일단 다 정리됐으니까.”
그때, 지크가 길드원들을 돌아보았다.
“슬슬 갑시다. 시간 없어요.”
제한 시간은 세 시간.
현재 약 25분 정도를 썼으므로, 남은 시간은 2시간 35분이었다.
그 안에 요새의 심장부로 침투해 옥좌를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
같은 시각.
– 정말 대단합니다!
– 뚝배기단! 판데모니움 길드의 매복조를 순식간에 섬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뚝배기단이 기선을 제압합니다!
에 캐스터와 두 해설위원들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켜보던 관객들 역시 크게 함성을 내질러 의 기선 제압에 환호했다.
하지만 함성의 크기는 평소만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 자살 폭탄 테러를 당했단 소식이 알려지자 거의 30퍼센트쯤 되는 관객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절대 다수의 팬들이 의 손쉬운 낙승을 예상하고, 이번 경기에 그 어떤 기대감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뚝배기단! 요새를 향해 나아갑니다!
–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뚝배기단은 멈추지 않네요!
–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승리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멋진 모습입니다! 게다가 아직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맵 운이 좋습니다! 진영 역시 뚝배기단을 향해 웃어주고 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겠죠!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은 에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어쩌면 편파적인 중계일지 몰랐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관객의 30퍼센트가 빠져나간 마당에, 캐스터와 해설위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경기를 포장하고 띄워주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만큼 게임 팬들이 이번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펑, 퍼엉!
요새에 대한 승구의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승구가 소환해낸 아이언 골렘들은 각각 30미터가 넘는 간격을 두고, 마치 요새를 포위하듯 넓게 자리를 잡은 뒤 포를 쏴댔다.
그런 아이언 골렘들의 포격은 대단히 정밀했다.
“악!”
“으악, 악!”
“으아아아아아악!”
성벽 위를 지키던 길드원들은 마치 자로 잰 것 같은 정밀한 포격을 맞고 비명횡사하기 시작했다.
– 노, 놀랍습니다!
– 백발백중입니다! 백발백중! 승구 선수! 마치 저격이라도 하듯 판데모니움 길드원들을 정확하게 쏴 맞춥니다!
– 저 거리에서 저게 보입니까? 실화 맞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맞추는 겁니까! 700미터 밖에서 정확하게 포를 쏴 맞추다니요! 심지어 지금 전장은 달빛조차 희미한 밤입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건 띄워주거나 포장해주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의미에서의 감탄이었다.
원 샷, 원 킬.
승구의 아이언 골렘들은 포 한 발당 정확히 한 명의 길드원을 맞추는, 사기적인 명중률을 자랑했던 것이다.
그 사기적인 명중률의 배경에는 지크가 가진 사기템인 이 있었다.
지크는 을 통해 성벽 위 길드원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승구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승구가 포의 각도를 조절해 길드원들을 정확하게 ‘저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이런 슈퍼 플레이라뇨! 최악의 상황 속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 기선 제압에 성공한 뚝배기단! 승구 선수의 슈퍼 플레이로 오히려 판데모니움 길드를 압박합니다!
– 믿을 수가 없네요! 자신감이 떨어질 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집중력으로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관객들 역시 환호했다.
“와! 미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 저걸 맞추냐!”
그러던 중.
“뚝! 배! 기! 뚝! 배! 기!”
어느 한 관객이 소리치고.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뚝! 배! 기!”
뒤이어 을 응원하는 팬들이 한 목소리로 소리쳐 응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자살 폭탄 테러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고, 그 때문에 30퍼센트가 넘는 관객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이 연속해서 보여준 두 번의 슈퍼 플레이로 차갑게 식었던 경기장은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그라졌던 기대감의 불씨가 다시금 타오르는 것이다.
***
“아, 안 돼!”
채형석은 매복조가 전멸하고, 또 성벽 위를 지키고 있던 길드원들이 하나둘 죽어가자 불안감에 치를 떨었다.
“이, 이거 아니야! 아니라고! 이런 X발! 또야! 또! 또 당하기 시작하고 있는 거라고! 또오!”
“헤이! 채형석! 진정하라고!”
디젤은 채형석이 거의 경기를 일으키자 다급히 그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
채형석은 오랜 경험으로 지금 상황이 재앙의 징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채형석은 그간 지크에게 숱하게 농락을 당하면서 자연스레 지금 상황을 파악했다.
일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헤이, 채형석. 진정해. 괜한 흔들기에 흔들리지 말라고. 저런 견제야 흔히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
“이제 저 새끼들… 요새로 숨어 들어와서… 우릴 농락할 거다… 가지고 놀 거라고….”
“맙소사.”
디젤은 그런 채형석의 반응에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완전히 맛이 갔군….”
실제로 그랬다.
디젤의 눈에 비친 채형석은 지크에 대한 병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지크에 대한 채형석의 공포감은 어마어마했다.
이제는 하도 당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오금이 지려서,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치 호랑이 앞에 선 초식 동물처럼 말이다.
“쯧쯧.”
디젤은 그런 채형석을 바라보며 혀를 한 번 차고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길드원들에게 포탄이 날아온 곳을 향해 대응 사격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는 사이.
“이미… 이미 들어와 있을 거야… 이미 들어와서 여길 휘젓고 있을 거라고… 그 새끼는 이미 들어와 있고도 남아….”
채형석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려서,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중얼거렸다.
***
같은 시각.
채형석의 말대로, 지크는 이미 요새에 침투해 있었다.
고스란이 원거리에서 성벽 위에 있던 길드원을 저격하고, 그 틈을 타서 침투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지크 역시 의 스나이퍼 모드로 적을 저격하는 게 가능했지만, 굳이 그러지 않은 이유는 소음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총기인지라, 거의 소음이 없는 활에 비해 너무 시끄러웠다.
어쨌거나, 채형석의 예상은 옳았다.
그만큼 채형석은 지크를 잘 알았던 것이다.
후비적, 후비적!
지크는 살금살금 복도를 걷던 중 귀가 너무 가려워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벅벅 긁었다.
“으. 누가 내 얘길 하나.”
“주인 놈 욕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겠냐? 뀨우?”
“그건 그렇… 뭐 인마?!”
지크는 햄찌의 말에 무심코 대답하려다가 눈을 부라렸다.
“내가 뭐!”
“뀨! 주인 놈아! 조용히 해라! 지금 여기가 적진 한복판이란 거 잊었냐! 뀨우!”
“아차!”
지크는 햄찌의 지적에 아차 싶어서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엔 길드원들이 없어서 들킬 염려는 없었다.
“뀨! 주인 놈아! 이제 어떡할 거냐!”
“일단 휘저어야지.”
“뀨우?”
“가자.”
지크는 발걸음을 옮기며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를 꺼내 얼굴에 뒤집어썼다.
스륵, 스르륵!
그러자 지크의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얼굴이 랜덤인 게 흠이란 말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으면 참 좋았을 거 같은데. 채형석으로 변신하면 얼마나 좋아? 쩝.’
지크는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복도 끝 모퉁이에서 순찰을 돌던 길드원들의 무리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오늘 경기 빨리 끝나겠죠?”
“아닐걸요.”
“그런가?”
“오히려 세 시간 꽉 채울 거 같은데? 쟤가 숫자가 적어서 대놓고 쳐들어오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저기 찔러 보느라 시간 다 쓰다가 결국엔 옥좌 탈환에 실패할 듯?”
“그것도 그러네요.”
길드원들은 요새 곳곳을 순찰하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군기 빠진 거 보소.’
지크는 그런 길드원들은 기강 해이를 비웃으며,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아니 근데 끝나고 뭐 하세요? 전 오늘 경기 끝나면 놀러 나갈 건데.”
그러자 순찰을 돌던 길드원들이 각자 저마다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전 그냥 계속 게임할 듯?”
“전 끝나고 여자 친구 만나러 가려고요.”
“전 잘 거임. 오늘 좀 피곤해서요.”
길드원들은 코앞에 지크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해서 순찰을 이어나갔다.
지크 역시 그런 길드원들 틈에 섞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을 켜서 방사능 에너지를 살살 뿜어내었다.
스으으!
그러자 아주 적은 양의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길드원들을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도록.
길드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조금씩 방사능 에너지를 흘리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