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13
712
순찰을 돌던 중.
“아, 근데요.”
길드원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배당금이….”
그 순간.
“큭!”
입을 열었던 길드원이 돌연 신음 소리를 내더니, 픽! 하고 쓰러져 버렸다.
“뭐야?”
“왜 그래요?”
“저기요?”
함께 순찰을 돌던 길드원들은 쓰러진 동료를 향해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길드원들은 그렇게 차례차례 쓰러져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조용한 죽음을 맞이했다.
툭, 툭, 툭, 툭, 툭… 툭!
주무기를 포함한 여러 개의 랜덤 드랍 아이템을 떨구며….
“후후후.”
지크는 함께 걷던 길드원들이 죽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을 불러들였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 먹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은 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햄찌를 꺼냈다.
“좀 도와줘.”
“뀨우! 알겠다!”
지크는 햄찌와 함께 죽은 길드원들의 시체를 빈방에 숨긴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뒤처리는 깔끔했다.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죽은 시체들인지라, 약간의 침을 흘린 것 빼고는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
경기 시작 30분 후.
착 가라앉았던 은 다시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 한태성 선수! 판데모니움 진영 안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여기가 한태성 선수의 안방이었던 겁니까! 예?
– 지금 한태성 선수는 저 인자기의 천리안이란 아이템을 통해 판데모니움 길드원들의 모든 위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 아이템을 떠나 적진에 잠입하는 실력이 엄청나네요! 아마 한태성 선수는 저 인자기의 천리안이 없이도 적진 한복판에서 적들을 기만하는 게 가능할 겁니다!
지크가 적진 한복판에 잠입해 길드원들을 암살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슴 졸이는 스릴을 느끼게끔 했다.
또, 지크가 천연덕스럽게 길드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그들을 기만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명장면이었다.
여태 수없이 많은 방송 경기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첩보 액션 영화와 같았던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을 열광케 하는 사람은 비단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고스란.
신궁 윈드포스의 후예인 그녀는 길드원들을 숨도 못 쉬게 압박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내고 있었다.
쒜엑, 쉐에엑!
고스란이 날려대는 화살은 소리 없이 길드원들을 노렸다.
그로 인해 길드원들은 모조리 성벽 위에서 철수해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겨야만 했다.
거의 1.5킬로미터 밖에서 소리 소문 없이 빠르게 날아드는 화살은 그야말로 죽음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길드원들을 더욱 미치게 만드는 건, 고스란의 기동성이었다.
고스란이 하늘 위에서 텔레포트를 해대며 화살을 날려대는 통에 길드원들은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길드원들의 입장에서는, 원거리 스킬을 퍼부어 반격해 봐도 고스란은 이미 텔레포트로 도망쳐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길드원들은 무의미한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자 성벽 위에 철수를 진행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요새 안.
푸욱!
화살이 길드원의 머리를 관통하고.
털썩!
길드원은 쓰러졌다.
텔레포트 애로우.
무려 화살을 텔레포트시켜 장애물 뒤의 적을 맞추는, 지크조차도 라며 욕했던 스킬이 방송 경기에서 드러난 것이다.
– 저, 저거 뭡니까!
– 김슬기 선수! 화살을 텔레포트시켜서 벽 뒤에 판데모니움 길드원들을 공략합니다!
– 판데모니움 길드! 성벽에 대한 통제권을 완벽하게 잃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앞선 승구 선수의 포격! 그리고 김슬기 선수의 화살 세례까지! 뚝배기단! 단 두 명으로 원거리에서 적의 근거지를 장악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승구와 고스란의 활약으로 길드는 아예 요새 안으로 숨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 보십시오! 데이토나 선수가 길드원들을 이끌고 서쪽 성벽을 기어오릅니다!
– 아무도 제지하지 못합니다! 아니! 누구도 모릅니다! 현재 판데모니움 길드는 성벽에 시야가 없기 때문이죠!
– 성공적인 침투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길입니다! 침투는 쉬웠을지 몰라도,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셈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악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데이토나가 길드원들을 이끌고 요새의 서쪽 성벽을 오르기 시작하자 경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데이토나가 서쪽 성벽을 오르고 있을 무렵.
“철통같이 감시해. 필요하다면 적을 죽여도 좋아.”
지크는 들을 소환해 요새 전체에 CCTV를 달아버렸다.
들은 어둠 속에 숨어든 채 요새를 돌아다니며 지크에게 시야를 제공했다.
“보자….”
지크는 길드 상징물을 이용해 들의 시야를 길드원들에게 공유해준 뒤 미니맵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철통같네.’
지크가 판단하기에 의 요새 내부 방어선은 꽤 훌륭했다.
지금처럼 순찰을 도는 병력을 조금 잘라먹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핵심적인 방어선들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침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만큼 길드에서 짠 방어 체계가 빈틈이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유인해도 안 먹힐 것 같고.’
길드 입장에서는 굳이 을 잡을 필요가 없었다.
왜?
버티면 이기니까.
때문에, 지크가 유인책을 통해 병력 분산을 꾀한다고 한들 넘어갈 리가 없었다.
‘일단 더 잡아보자.’
지크는 순찰을 도는 길드원들을 더 사냥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콰앙! 쾅!
저 멀리 서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데이토나랑 설화가 침투했네.’
지크는 그 소리의 정체가 데이토나, 용설화, 그리고 나머지 길드원들이 침투해 길드원들과 전투를 벌이는 소리란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퇴로 차단이다.’
지크는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길드원들을 뜻하는 붉은 점 여러 개가 데이토나와 용설화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 보였다.
‘저쪽. 모퉁이. 먼저 가서.’
지크는 가장 가까운 붉은 점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다다다!
모퉁이 도착하자 저 멀리 복도에서 길드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지금.’
지크는 길드원들이 모퉁이를 돌던 순간 를 휘둘러 스킬을 전개했다.
촤락!
한 줄기 선이 그어지고.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모퉁이를 돌던 길드원들이 두 동강이 나 허물어졌다.
“히, 히익?!”
남은 길드원은 하나.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나 그 길드원원 햄찌의 을 얻어맞고 얼굴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아이고, 잘했다. 우리 모질이.”
“캬아악?!”
“가자, 시간 없어.”
지크는 발끈하는 햄찌의 뒷덜미를 잡아채고는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까악! 까아악!]물론 뛰는 와중에도 을 불러내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계속 끊어줘야 돼.’
지크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적들의 이동 경로에 먼저 가 있다가 사냥을 거듭했다.
‘중간에 길목 막아.’
그러는 한편 들에게 명령을 내려 자신이 미처 차단하지 못하는 길드원들을 습격하도록 명령한 뒤 계속해서 잘라먹기에 나섰다.
***
지크의 선택은 옳았다.
아군을 토벌하러 가는 적들을 중간에서 끊어내는 건 매우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지크는 데이토나와 용설화 일행을 토벌하러 가던 길드원의 40퍼센트 정도를 중간에서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망할!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왜!”
팔척은 약 50여 명의 길드원들을 이끌고 용설화와 데이토나 일행을 토벌하러 왔다가, 지원군이 더 오지 않자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팔척에게는 투덜거릴 시간조차 없었다.
“빨리 끝냅시다.”
데이토나는 용설화가 만들어낸 아이템인 을 휘두르며 팔척을 압박했다.
“어딜 근본도 없는 새끼가!”
팔척은 데이토나를 이라며 무시하고 깔봤다.
확실히, 팔척의 입장에서 데이토나는 근본 없는 무명(無名)의 게이머일 뿐이었다.
그러나 데이토나의 실력과 스펙은 한때 대륙 10대 모험가 길드를 이끌던 팔척을 완전히 압도했다.
데이토나는 알려지지 않는 실력자였을 뿐, 결코 팔척보다 못한 게이머가 아니었던 것이다.
콰앙!
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지면을 내리찍던 순간.
“악!”
팔척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툭!
뒤이어 팔척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데이토나가 휘두른 은 팔척의 오른팔을 가른 뒤 지면까지 갈라버렸던 것이다.
“크윽!”
그렇게 팔척이 쓰러지고.
“근본 없는 건 너지.”
어느 틈에 나타난 용설화가 그렇게 말하며 팔척의 머리통을 망치로 내리쳤다.
퍽!
그렇게 팔척의 머리통이 산산조각이 되어 깨져 나갈 무렵.
“컥!”
“으, 으악!”
“이 미친ㄴ… 악!”
용설화와 데이토나 일행을 토벌하러 왔던 길드원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결국, 길드는 용설화와 데이토나 일행을 토벌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
“망할!”
디젤은 상황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단 걸 깨닫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시작된 이후 뭐 하나 이득을 본 게 없었다.
데카르트가 이끄는 매복조는 몰살당했다.
성벽 위는 점령당했다.
팔척이 이끌던 섬멸조 역시 점령당했다.
심지어, 순찰을 나갔던 인원들은 마치 함흥차사라도 된 것처럼 복귀하지 않고 있었다.
기묘한 일이었다.
병력 차이가 거의 16배가 넘는데, 고작 32명을 상대로 500명이 압박을 받다니….
“내가… 말했잖아….”
그때, 채형석이 우울함이 가득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말라 죽을 거라고… 이미 요새 안에 침투해서….”
“입 닥쳐!”
디젤이 채형석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지금 그따위 소리나 지껄이고 있을 때냐? Fuck!!!”
디젤은 욕설을 내뱉은 후 길드 상징물을 통해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길드 전 병력… 결사의 홀로 복귀해.”
이란 옥좌가 있는 어전으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써, 체육관 크기의 거대한 홀이었다.
이 에는 요새를 방어하는 진영의 최후의 보루답게, 강력한 버프가 걸려 있었다.
즉, 디젤은 전 병력을 에 끌어모아 작정하고 버틸 생각이었던 것이다.
“각개격파 당하느니 차라리 버티는 게 낫겠지. 빌어먹을. 하필 맵 운이….”
디젤은 지지리도 없는 맵 운을 탓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같은 시각.
– 각개격파 당하느니 차라리 버티는 게 낫겠지. 빌어먹을. 하필 맵 운이….
지크는 를 통해 디젤을 감시하던 중 길드가 에서 버티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아, 그렇다 이거지. 그럼 방해해 줘야지. 흐흐흐. 햄찌야, 가자.”
“뀨우!”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로 복귀하는 붉은 점들을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지크는 길드원들이 로 복귀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