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14
713
경기 시작 두 시간 후.
“이것밖에… 안 왔다고?”
디젤은 에 모인 길드원들의 숫자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에 놀랐다.
고작 300명.
분명 500명으로 시작했는데, 이렇다 할 전투 없이 무려 200명이나 되는 길드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설마 100여 명이 암살을 당했다는 건가….”
매복조가 50명.
그리고 섬멸조가 50명.
그렇게 100명이 죽었으니, 400명은 모여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300명이라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병력 손실이 컸던 것이다.
“버티는 수밖에 없어.”
그때, 넋이 나가 있던 채형석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디젤에게 조언했다.
“괜히 쫓아다녀 봤자 우리만 불리할 뿐이야.”
“흐음.”
“여기서 버티는 수밖에. 괜히 나갔다가 각개격파라도 더 당하면… 그땐 진짜 엿 되는 거야.”
“하긴.”
디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버티는 게 났겠어. 버프도 있으니까.”
디젤이 말하는 버프란 채형석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 에는 특별한 버프가 걸려 있었다.
에서는 요새를 방어하는 쪽에게 모든 스탯이 15퍼센트나 증가하게 되어 있었고, 광역 스킬에 의한 데미지 역시도 50퍼센트밖에 받지 않았다.
방어하는 쪽이 엄청나게 유리한 것이다.
게다가 이 버프는 에 있는 한 무한으로 적용되었기에, 디스펠도 소용이 없었다.
작정하고 버티기엔 이곳 만 한 곳은 단언컨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시간만 버티면 되는군.”
디젤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설마 여길 들어오진 못할….”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10분 전.
지크는 로 향하는 길드원들을 사냥하고는 아군과 합류했다.
“다들 수고했어. 현재 인원은?”
“두 명 죽었어요.”
용설화가 대답했다.
“양호하네.”
32명 중 두 명 사망이라면 적지 않은 전력 손실이었지만, 지크는 만족했다.
32명이 500명을 상대로 요새 전체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으니, 두 명의 희생 정도면 엄청나게 큰 성과였기 때문이다.
“이제 어쩌죠?”
그때, 고스란이 지크에게 물었다.
“음.”
지크는 고민했다.
미니맵을 보니 모든 붉은 점들이 에 모여 있었다.
문제는 에 걸려 있는 특별한 결계 때문에, 원거리 광역 스킬로 공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단 거였다.
을 공략하는 방법은 단 하나.
그냥 뛰어 들어가서 치고받고 싸우는, 흔히들 말하는 백병전을 치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정하고 버티는 거 같은데요?”
“뚫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러게요.”
“들어가자마자 스킬 쓸 시간도 없이 공격부터 당할 테고, 순식간에 포위되겠죠.”
“그렇겠죠.”
“큰일이네요.”
고스란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실제로, 고스란으로서는 을 공략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에는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가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거리 딜러의 특성상 에서의 전투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건 승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는 아이언 골렘들을 소환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애초에 문도 좁아서 골렘왕 레벤톤에 탑승해 진입하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고.
에서는 승구와 고스란이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한다고 봐도 좋았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지크가 난감함에 혼잣말하던 무렵이었다.
“내가 총대를 메죠. 누구든 총알받이는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데이토나가 선뜻 나섰다.
“제가 먼저 진입할게요.”
“죽을 텐데요.”
지크가 데이토나를 돌아보았다.
“1초나 견딜 수 있겠어요?”
지크의 말은 옳았다.
에 들어가는 순간 길드원들의 스킬이 퍼부어질 테고, 그럼 끝장이었다.
1초?
0.5초나 버티면 다행.
어쩌면 의미 없는, 그야말로 개죽음이 될 수도 있었다.
“2초 정도 버텨볼게요.”
“2초라면… 파고들어 볼 만하긴 한데….”
지크가 망설일 때였다.
“형님,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승구가 불쑥 나섰다.
“니가? 넌 0.1초도 못 버틸 텐데?”
“스킬 몇백 개 맞아주고 죽는 건데 0.1초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때, 고스란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럼 저도 몸 댈게요.”
“고스란 님도요?”
“저랑 승구 오빠랑 둘이서 몸으로 때우고, 그 뒤에 데이토나 오빠가 들어가서 어그로 끌면 진입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능할 수도….”
“그렇게 해요.”
지크는 승구, 고스란, 데이토나가 속칭 몸빵에 지원했지만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군의 희생으로 진입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들어가고 나면, 수백 명의 적들을 상대로 백병전을 펼쳐야 했다.
숫자가 비슷비슷하다면 해볼 만할 텐데, 고작 3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을 뚫자니 감히 엄두가 안 나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지크는 알고 있었다.
에 난입해 적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이 자살행위에 가까운 방법만이 게이머 한태성의 머리카락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오케이.”
결국, 지크가 결정을 내렸다.
“한번 해봅시다.”
그렇게 에 대한 의 총공격은 결정되었다.
***
끼이익!
문이 열리고.
“죽여!”
디젤의 외침과 함께 길드원들의 공격이 입구 쪽에 퍼부어졌다.
“……!”
승구는 그렇게 퍼부어지는 공격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고스란 역시 마찬가지.
“꺅!”
승구의 뒤를 이어 에 입장했던 고스란은 역시 길드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러는 사이.
다다다다!
데이토나가 찰나의 빈틈을 이용해 로 중심부로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우웅!
데이토나를 중심으로 황색 오라가 퍼져 나갔다.
“……!”
“……!”
“……!”
그러자 길드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데이토나를 향해 쏠렸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중략)
[알림 : 에 걸렸습니다!]그런 길드원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적들에게 광역 도발을 걸어 어그로를 끌어주는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고결한 희생]고결한 오러를 뿜어내 일시적으로 주변 적들이 오직 자신만을 공격하게끔 만듭니다.
적들은 3초 동안 사용자만을 공격하며, 이때 사용자의 방어력은 일시적으로 2,000% 상승합니다.
만약 사용자가 고결한 희생 스킬을 사용하던 중에 사망하면, 그 자리에 아군들에게 버프를 주는 비석이 세워집니다.
그렇게 데이토나가 스킬을 써서 어그로를 끌어주는 사이.
“갑시다!”
지크와 나머지 길드원들이 일제히 로 뛰어들었다.
‘빨리!’
지크는 길드원들이 데이토나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동안 단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번쩍!
스킬이 퍼져 나가고.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와 이 동시에 전개되었다.
‘일단 다 죽여야 돼!’
지크는 곧장 로부터 수리검들을 뽑아내 를 전개했다.
쏴아아아!
극한의 냉기를 품은 죽음의 꽃비가 휘몰아치며 길드원들을 믹서처럼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중략)
[알림 : 적을 처치했습니다!]그러는 사이.
“커헉!”
데이토나가 쓰러지고.
쿠웅!
그가 죽은 자리에 커다란 비석 하나가 뚝 떨어져 내리더니, 지크와 길드원들에게 강력한 버프를 걸어주었다.
스킬명처럼 그야말로 고결한 희생이 아닐 수 없었다.
“빨리! 저 새끼 죽여! 저거 죽이라고!”
디젤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지크를 가리키며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뒈져!”
“뒈져 이 새끼야!”
“죽어어어엇!”
길드원들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일제히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온다.’
지크는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전, 후, 좌, 우.
사방팔방이 적이었다.
도망갈 곳?
없었다.
‘이판사판이야.’
지크는 를 움켜쥐는 한편 을 뿜어내 을 방사능 에너지로 오염시켰다.
그러는 한편 을 뿜어내 길드원들에게 걸려 있던 채형석의 버프를 모조리 해제시켰다.
그렇게 내부의 버프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지크가 가진 디버프들이 너무 강력해서, 이 길드원들에게 제공하던 버프들을 모조리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
“야, 이 새끼들아! 밀리지 말고! 저 새끼만 잡으면 된다고! 저 새끼만!”
디젤은 길드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떨어져 나가는 걸 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지크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퍽, 퍽, 퍼억, 퍽, 퍽, 퍽, 퍼억, 퍽, 퍽!
지금의 지크는 마치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신들린 듯 를 휘두르며 그야말로 무적의 포스를 내뿜고 있었다.
“미, 미친 새끼!”
“말도 안 돼!”
“모, 못 막아! 저 자식 못 막는다고!”
길드원들은 그런 지크의 무시무시한 전투력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승구, 고스란, 그리고 데이토나를 공격하느라 중요 스킬들을 모조리 소모해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즉, 스킬들의 쿨타임이 돌 때까지는 지크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용설화 역시 무서운 적이었다.
살아 있는 전설 용태풍의 딸답게 엄청난 피지컬을 선보이며 길드원들을 말 그대로 썰어버리고 있는 중이었다.
“기다려! 스킬 쿨! 스킬 쿨 기다려! 사렸다가 반격해!”
디젤은 자신을 포함한 길드원들의 스킬 쿨타임이 돌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건 꽤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양한 효과를 지닌 수백 개의 스킬들이 동시에 날아든다면, 제아무리 지크라도 감당할 수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셋! 둘! 하나! 죽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디젤의 외침과 함께 길드원들의 강력한 스킬들이 오직 지크 한 사람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악! 아아아아악!!!”
디젤은 뒤이어 벌어진 광경을 보고 혈압이 올라 그만 쓰러질 뻔했다.
“Fuck! Fuck!!!”
디젤은 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쩌어억!
지크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적에게 스킬을 사용해서 속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