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17
716
“해체기요? 그게 뭐죠?”
“아티펙트를 분해해서 재료를 채취할 수 있는 기계이지요.”
“오?”
“한번 보시지요.”
지크는 크반트가 가리킨 기계를 으로 비추어 보았다.
[최상급 해체기]아이템을 분해해 재료를 채취해내는 기계.
가끔 신기한 재료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타입 : 기계(해체기)
•등급 : 최상급
•내구도 : 150,000/150,000
“가끔 신기한 재료가 튀어나온단 건 무슨 소리죠?”
“가끔은 그런 경우가 있지요.”
크반트가 지크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가령, 해체한 아티펙트의 재료가 아닌 진귀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예?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런 경우가 분명히 있지요.”
“……?”
“해체기 안에 고인 여러 재료템의 찌꺼기들이 저절로 합성되어 진귀한 재료템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해체기의 발명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오긴 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전하.”
크반트가 지크에게 말했다.
“이 악마의 아티펙트들을 해체해서 재료템으로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대신 수익성은 떨어질 겁니다.”
“어느 정도나 떨어지죠?”
“하급 해체기라면 해체한 아티펙트의 정가에 3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 최상급 해체기는 다르지요. 최소 70퍼센트의 수익률은 보장합니다.”
“그 정도 손해면 감수할 만하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흉악한 것들을 판매한다는 게 저로서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거든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저 입구로 아티펙트를 넣으시면 됩니다.”
“그래요?”
지크는 크반트의 말에 아무 아이템이나 집어 들고 안에 넣었다.
지크는 정말이지 쓸모없는 아이템인 를 해체기 안에 넣고 돌려보았다.
차라리 처럼 엄마아빠놀이(?)에 필요한 각종 스킬이라도 담겨 있는 스킬북이었으면 내다 팔기라도 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런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은 어느 귀족 영애의 ‘금단의 사랑’을 다룬, 상당히 야한 19금 로맨스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이이잉!
그렇게 지크가 레버를 돌리자 가 작동하며 뭔가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로부터 약 2초 후.
툭, 툭, 투욱, 툭!
가 재료템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런데.
띠링!
지크의 눈앞에 추가적인 알림창이 떠올랐습니다.
[알림 : 축하드립니다!] [알림 : 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잭팟이 터졌습니다!]지크가 의아해할 무렵.
[알림 : 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잭팟이 터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가 웬 분홍색 상자 하나를 토해냈다.
“이게 뭐야?”
지크는 이른바 이란 이름의 상자를 열어보았다.
“야 이! 이게 뭐야!”
지크는 안에 든 물건들을 보고 소리를 빽! 하고 내질렀다.
분홍색 상자 안에 웬 분홍색 토끼 잠옷과 토끼 귀, 그리고 토끼 꼬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뭔 책을 해체했는데 이런 게 나와!!!”
지크는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이거 정상이에요? 미리 이런 거 넣어놓은 거 아니죠?”
“예, 뭐….”
크반트가 난감하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나오곤 합니다.”
“…….”
“세계 10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지요. 분명 해체기의 구조상 이런 물건들을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한데 말입니다. 허허허.”
“에라이.”
지크는 를 황급히 에 넣고는 해체해 버렸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잭팟이 터지지 않았다.
“일단 다 갈죠.”
지크는 를 시작으로 아반트가 만들어낸 악마의 무기들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갈아버렸다.
그러던 중.
[알림 : 축하드립니다!] [알림 : 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잭팟이 터졌습니다!] [알림 : 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잭팟이 터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강화가 된 아이템들을 해체하던 중 일정 확률로 란 아이템을 여러 개 획득했다.
[강화의 보주]강화 성공률을 올려주는 신비한 구슬.
•타입 : 재료(소모품)
•등급 : 유니크
•효과 : 강화 성공률 +2%
“강화의 보주? 이런 게 있었나요?”
“예, 전하. 강화된 아티펙트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가끔 나오는 구슬입니다. 매우 비싸지요.”
“오오!”
“강화의 보주를 많이 모으신다면, 전하께서 가지신 학살의 손아귀를 14강으로 만드는 데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살의 손아귀… 14강… 아앗….”
지크는 를 14강으로 강화한다고 생각하자 희열에 젖었다.
지금도 센데 14강이라면 얼마나 더 셀까?
만약 라면 어지간한 고강 무기는 부딪히는 순간 내구도를 아작 내버릴 게 분명했다.
그것도 잠시.
‘아니지.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은 아니야.’
지크는 마음을 다잡았다.
강화는 곧 패가망신의 지름길.
를 강화시키는 건 를 충분히 모아놓고 해도 결코 늦지 않을 테니까.
***
비슷한 시각.
“이런 빌어먹을!”
아반트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이길 줄로만 알았던 세력전이었다.
기껏 의 도움을 받아 의 대기실에 자살 폭탄 테러를 성공시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승리할 줄이야….
게다가 패배자 3인방이 지크에게 죽으면서 기껏 제작한 악마의 무기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아반트로서는 자존심이 박살 난 것으로도 모자라 막대한 손실을 잃은 셈이었던 것이다.
“수석 대장장이님, 부디 진정하소서.”
킨크는 그런 아반트를 애써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저 그 머저리들이 무능할 뿐….”
“빌어먹을! 도대체 부랑자 길드의 그 늙은이는 뭘 하고 있는 게야! 돈을 그렇게 처먹었으면 일을 해야지! 일을!”
아반트는 앵버리우스가 지크와 손을 잡은 걸 까맣게 모른 채 불같이 화를 냈다.
“당장 그 빌어먹을 거지새끼한테 전해라! 돈을 처받아먹었으면 일을 하라고! 일을!”
“아, 알겠습니다. 당장 수석 대장장이님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킨크는 아반트의 노발대발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요즘은 통 소식이 없네….”
지크는 마지막 에 대한 소식이 없자 내심 불안했다.
이 초월적인 힘을 가진 물건이 대륙 어딘가에서 꿈틀꿈틀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 생각을 하니 뒤통수가 따끔거렸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전하, 부랑자 길드의 앵버리우스가 전하를 뵙길 청하옵니다.”
“그래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지크는 앵버리우스의 방문을 받았다.
“무슨 일이시죠?”
“비머리언 공방에서 연락이 왔네.”
앵버리우스가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어떤 연락이죠?”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라더군.”
“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고는 있었는데, 이번 세력전을 계기로 참을성이 없어진 것 같다네.”
“그럴 테죠.”
지크는 아반트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라 생각하고는 앵버리우스에게 말했다.
“제가 만약 아반트를 납치하기라도 하면, 바이에리셔 왕국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그야….”
앵버리우스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말했다.
“선전 포고를 할 테지.”
“흠.”
“크반트를 손절하고 아반트와 손을 잡았는데, 아반트가 납치당한다면 바이에리셔 왕국의 재정 상태가 크게 위협받는 꼴 아니겠나?”
앵버리우스의 말은 옳았다.
비머리언 공방은 글로벌 대기업.
현실로 치면 애플, 혹은 삼성과도 같은 존재였다.
만약 한국이 애플의 CEO를 납치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
바이에리셔 왕국으로서는 아반트가 납치되는 순간 프로아 왕국에 선전 포고할 게 뻔했다.
“하긴. 정리하긴 해야겠지.”
지크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시종장.”
“예, 전하.”
“어전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전 대소신료들, 어전으로 모이라고 하세요.”
“예!”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비머리언 공방 건으로 인한 바이에리셔 왕국과의 분쟁 때문입니다.”
지크는 대소신료들을 모아놓고 어전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말했다.
“전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미켈레가 지크에게 물었다.
“우선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아반트를 납치할 생각입니다.”
“바이에리셔 왕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치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지크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현재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아반트는 일국의 왕인 나를 능멸하고, 모험가들을 부추겨 공격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이에리셔 왕국을 통해 본국에 압박을 넣고 있기까지 합니다.”
지크가 대소신료들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에 나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는….”
뒤이어 지크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튀어나왔다.
“바이에리셔 왕국과의 전면전마저도 불사하겠단 입장입니다.”
그러자 대소신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바이에리셔 왕국은 비록 강대국까지는 아니었지만,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한 강국이었다.
프로아 왕국에게는 부담스러운 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전면전마저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전쟁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게 아니라,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단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전하.”
그때, 미켈레가 나섰다.
“신 국무대신 미켈레, 전하의 의지를 존중하는 바입니다.”
놀랍게도, 미켈레가 전쟁을 지지했다.
“으응? 니가?”
지크는 미켈레가 선뜻 자신의 의견을 지지해주자 오히려 당황했다.
미켈레라면 전쟁을 결사반대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너… 왜 그래?”
“예?”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해?”
“저는 전쟁 지지하면 안 됩니까?”
“그건 아닌데….”
“어차피 두고두고 본국과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담판을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아?”
“언제까지 굽신굽신 눈치만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기회에 본국의 힘을 전 대륙에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판단 같습니다. 게다가 전쟁에서 승리할 시 기존에 비머리언 공방의 유통망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건 곧 본국이 글로벌 기업을 하나 고스란히 인수하는 셈이지요.”
미켈레는 이번 기회에 프로아 왕국의 국력을 확실하게 다져놓을 생각인 듯했다.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지크가 대소신료들에게 물었다.
“전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전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전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의견은 만장일치.
대소신료들 중 누구도 지크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반트 체제의 비머리언 공방이 지크를 적대시하는 이상, 바이에리셔 왕국과는 언젠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전시 체제에 돌입하고, 바이에리셔 왕국과의 일전을 준비합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어전 회의는 전쟁을 예고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