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18
717
‘맨날 듣보잡이라고 개무시를 당해도 좋아. 약소국의 왕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좋아. 근데, 우리 왕국에 대한 위협은 못 참지.’
그게 지크가 전쟁을 결심한 이유였다.
지크는 참을 만큼 참았다.
항상 무시를 당해도 그러려니 참아 넘겼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바이에리셔 왕국은 아반트와 손을 잡고 지크와 프로아 왕국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를 불쑥 넘길 수도 없는 노릇.
만약 를 넘긴다고 해도 아반트가 지크와 프로아 왕국을 얌전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즉, 언젠가는 바이에리셔 왕국과 큰 싸움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속전속결. 만약 전쟁을 하게 되면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 해.’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이번 작전을 준비했다.
그 전에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데시마토 공작님.”
“예, 전하.”
“준비하세요.”
지크는 데시마토 공작을 만나 그렇게 명령했고.
“전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데시마토는 그 즉시 마법 연구를 중지하고 프로아 왕국의 마법 전단을 이끌고 대기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크는 의 나누크사도 만났다.
“나누크사 족장님.”
“어쩐 일로 이리 급하게 만나자고 하셨소?”
나누크사는 프로아 왕국에 블랑 일족의 새로운 터전을 건설하던 중 지크의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와 주었다.
“좀 도와주시죠.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이오?”
“어쩌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전쟁이라….”
“나누크사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부탁을 하고 그러시오.”
나누크사는 지크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이제 프로아 왕국은 우리 블랑 일족의 새로운 터전이자 조국이 될 나라요. 그런 나라가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는데, 내 어찌 그냥 두고 보겠소이까? 걱정 마시고. 내 힘닿는 대로 그대를 도와줄 것이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둘.
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구걸지존 앵버리우스를 불러들였다.
“왜 부른지 아시죠?”
“결국 전쟁이란 겐가?”
“필요하다면.”
“으음.”
“도와주시죠.”
지크는 앵버리우스 역시 프로아 왕국으로 끌어들였다.
“지금 마스터가 둘이니까, 앵버리우스님이 도와주시면 셋이네요.”
“뭣이?!!”
앵버리우스는 지크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스터가 둘이라니?
한낱 약소국에 마스터가 둘이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믿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게 정말인가? 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게?”
“예.”
“믿을 수 없네.”
“진짠데요.”
“대륙에 숨겨진 마스터가 몇 있다는 건 알지만, 이런 약소국에 두 명이나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랜드 마스터도 둘이나 있는데 마스터 두 명이 없다는 건 이상하죠?”
“……?”
“물론 우리 왕국 소속은 아니고 왕궁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지만요.”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먼.”
“궁금하면 왕립 병원으로 가 보시든지요. 거기 치천존 어르신이랑 도제 어르신이 계시거든요.”
“도대체가….”
앵버리우스는 지크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 그래서. 나더러 바이에리셔 왕국과의 전쟁을 도와달란 이야기인가?”
“어차피 이길 전쟁, 숟가락이라도 얹으시란 말씀입니다.”
지크는 바이에리셔 왕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지크는 자신과 마스터 두 명을 앞세워 기습적으로 바이에리셔 왕국을 밀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구걸지존까지 더해진다면?
게임 끝.
강대국이라면 모르되, 바이에리셔 왕국과는 해볼 만했던 것이다.
“아, 알겠네.”
앵버리우스는 지크에게 힘을 보태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차피 한배를 탄 운명이니,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일세.”
“전쟁이 어디 쉽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일단 도와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딱히 거절할 수도 없지.”
“그 전에.”
지크가 덧붙였다.
“아반트를 납치하는 걸 좀 도와주셔야겠는데요.”
“음?”
“일단은….”
지크가 앵버리우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수석 대장장이님! 수석 대장장이님!”
킨크는 헐레벌떡 아반트를 찾았다.
“무슨 일이냐?”
아반트는 에서 새로운 악마의 무기들을 만들고 있던 중 킨크가 다급히 자신을 찾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아반트는 최근 크반트의 탈옥부터 세력전의 패배까지 연거푸 지크에게 엿을 먹었던 탓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져 있었던 것이다.
“좋은 소식입니다! 수석 대장장이님!”
“무슨 좋은 소식이기에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 킨크?”
“신의 지팡이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뭣이?!”
아반트는 킨크가 가지고 온 소식에 크게 놀라 하던 작업을 멈췄다.
“그게 정말이냐? 킨크? 신의 지팡이를 확보했다는 것이!”
“예! 수석 대장장이님!”
킨크가 신이 나 크게 소리쳐 대답했다.
“부랑자 길드의 그 늙은이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때려눕히고 신의 지팡이를 빼앗아 왔다고 합니다!”
“오오오!”
아반트는 를 확보했단 소식에 거의 전율하다시피 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반트가 제아무리 어둠의 대장장이라지만, 결국 비머리언 공방 소속이었다.
그런 아반트에게 있어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유작인 를 갖는다는 건, 평생의 소원 중 하나가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그래! 지금 그 늙은이는 어디 있느냐!”
“현재 본 공방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오! 얼른 오라고 해라! 얼른!”
“하지만 돈을 더 내놓으라는데 어떻게 합니까?”
“주다마다!”
아반트가 흔쾌히 소리쳤다.
“세 배를 줄 테니 빨리 가지고 오라고 해라! 어서!”
“예!”
그로부터 세 시간 후.
“수석 대장장이님! 부랑자 길드의 마스터 앵버리우스가 신의 지팡이를 가지고 왔답니다!”
“뭣이? 어디냐! 내 당장 가겠다!”
아반트는 킨크의 보고를 받고 한달음에 앵버리우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쩝쩝. 안녕하시오. 쩝쩝쩝.”
앵버리우스는 부하들로 보이는 부랑자들과 함께 테이블에 각종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채 게걸스레 먹고 있었다.
“윽!”
아반트는 앵버리우스와 그의 부하들에게서 풍기는 악취에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말했다.
“그대가 구걸지존 앵버리우스요?”
“그렇소. 쩝쩝. 이 집 음식 잘하는구려. 쩝쩝. 쩝쩝쩝.”
“…….”
“꺼어억!”
아반트는 그런 앵버리우스를 속으로 욕했다.
‘이런 거지새끼 같으니. 못 먹다 죽은 귀신이 붙었나, 뭐 저리 게걸스럽게 처먹는단 말인가.’
아반트는 화가 치밀었지만, 애써 억누르고는 앵버리우스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내가 넣은 의뢰를 완수했다고 들었소만.”
“물론이오. 쩝쩝. 쩝쩝쩝.”
“물건부터 보여주시오. 추가 요금은 물건을 본 후에 지불할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쩝쩝.”
“뭐요?”
“먹던 건 마저 먹어야 할 것이 아니오? 꺼억!”
아반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참고는 앵버리우스와 그의 부하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한 30분쯤 더 기다렸을까?
“크으! 자알 먹었다!”
“다 드셨소?”
“다 먹었소.”
“그럼 이제 물건을 보여 주시구려.”
“뭐 그렇게 급하시오? 후식도 먹고 차도 한잔….”
“이런 빌어먹을!”
아반트가 버럭 성질을 내었다.
“거래를 하러 왔으면 잠자코 거래나 할 것이지, 지금 뭐하는 게요?”
“아, 왜 화를 내고 그러시오.”
“시끄럽고 얼른 물건이나 보여주시오!”
“허! 거 사람 참….”
앵버리우스는 아반트를 한 번 흘겨보고는 자신이 들고 다니는 마법의 깡통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자, 보자… 어디에 있나….”
“빨리 보여 주시오.”
“보채지 좀 마시오. 지금 찾는 거 안 보이오?”
“거 그거 하나 찾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한참을 헤매는 거요?”
“금방 찾는다니까! 보자… 여기에… 찾았다!”
“……!”
“자, 보시오.”
앵버리우스가 깡통에서 손을 빼던 순간.
“……?”
아반트는 제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앵버리우스가 꺼낸 건 가 아닌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넣은 손가락 욕설이었기 때문이다.
“이 거지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
아반트가 극대노하기 직전.
콰직!
앵버리우스의 부하 거지 중 하나가 아반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커헉!”
“잡았다, 요놈.”
“크, 크윽! 이, 이게 무슨 짓….”
“무슨 짓이긴.”
앵버리우스의 부하가 깊게 눌러쓴 벙거지 모자를 슥 올리며 대꾸했다.
“널 납치하는 거지.”
“네, 네놈은!”
아반트는 앵버리우스의 부하 거지의 얼굴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아반트가 그렇게도 찢어 죽이고 싶던 애송이가 히죽 웃고 있었다.
“가세!”
그때, 앵버리우스가 소리치고.
“예! 갑시다!”
지크가 아반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비머리언 공방의 입구 쪽으로 뛰었다.
“제가 뚫겠습니다!”
뒤이어 지크와 마찬가지로 앵버리우스의 부하로 위장하고 있던 데이토나가 뛰쳐나가며 덤벼드는 경비원들에게 커다란 대검을 휘둘렀다.
“나, 납치다! 수석 대장장이님께서 납치를 당하셨다!”
“잡아라!”
“잡아! 놓쳐선 안 된다!”
그렇게 비머리언 공방 안에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그날 오후.
“뭣이!!!”
바이에리셔 왕국의 국왕 론진 3세는 아반트가 납치되었단 보고를 받고 극대노했다.
“감히 어떤 미친놈들이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를 납치했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저,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이런 개 같은!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론진 3세는 그야말로 노발대발이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가 납치되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거물이 납치되었으니, 앞으로 바이에리셔 왕국의 재정 상태가 크게 악화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배후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떤 간 큰 놈들이 그따위 짓거리를 저지른 것이야!”
“그, 그것이….”
“누구야!”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뭣이?”
“수석 대장장이 아반트를 납치해 이미 프로아 왕국으로 도망친 뒤라고 하옵니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감히 과인을 능멸해? 여봐라! 당장 프로아 왕국에 통신을 연결해라! 어서!”
론진 3세는 범인이 지크란 얘기를 듣자마자 프로아 왕국에 통신을 걸 것을 명령했다.
그로부터 약 30분 후.
– 무슨 일이시죠?
론진 3세는 지크와 마법의 수정구를 통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 같으니.”
론진 3세가 마법의 수정구 너머 지크에게 으르렁거렸다.
“감히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를 납치해?”
– 그게 뭐 문제라도 됩니까?
지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뭣이?”
– 아반트는 일국의 국왕인 나를 능멸하고, 내가 가진 아티펙트를 내놓으라고 협박했습니다. 심지어 모험가들을 사주해 나를 위협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 정당하게 응징한 것뿐인데, 전하께서 불만을 가지실 이유라도?
“허!”
론진 3세는 지크의 당돌한 발언에 어이가 없어 탄성을 내뱉었다.
“네놈이 정녕 돌아버린….”
– 너 자꾸 놈, 놈 하다가 뒈진다?
“뭐라?”
– 말 똑바로 해라. 진짜 X되기 싫으면. 좋게 말로 풀 수 있을 때 말 곱게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크는 오히려 론진 3세를 향해 비아냥거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한낱 약소국의 왕 따위가, 나름 어엿한 국가인 바이에리셔 왕국의 국왕인 론진 3세를 오히려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