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2
071
‘뭐지?’
뜬금없는 퀘스트의 발동에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퀘스트의 내용이 떠올랐다.
[왕좌에 앉아라!]•분류 : 스페셜 퀘스트(이 퀘스트는 ‘지배자’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에게만 발동되는 퀘스트입니다).
옥좌에 앉을 것.
•진행률 : 0% (0/1)
•보상 : ‘프로아틴의 지배자’ 칭호에 특수 능력이 추가됩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칭호와 연동되는 퀘스트인 듯했다.
‘하긴. 칭호에 붙은 게 없긴 했지.’
현재 칭호에는 아무런 능력치도 붙어 있지 않았다.
[프로아틴의 지배자]내가 프로아틴 지방의 지배자다!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옵션 : 없음
속된 말로 ‘뽀대용’ 정도랄까?
‘일단 앉아보자.’
지크는 칭호에 어떠한 능력치가 붙을지 궁금해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쭉 앉게 될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알림창이 떠오르고.
우웅!
옥좌를 중심으로, 바닥에 고대의 룬 문자들이 새겨진 마법진이 떠올라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알림 : 가 발동되었습니다!]그것은 이제는 잊힌 줄로만 알았던 고대의 마법이었다.
‘뭐야, 이건?’
지크가 놀라던 순간.
화아악!
상서로운 빛이 지크를 휘감았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지크는 자신을 휘감은 이 강대한 힘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알림 : 칭호에 추가 능력치가 붙었습니다!]그때, 업그레이드된 칭호의 옵션이 지크의 눈앞에 떠올랐다.
[프로아틴의 지배자]내가 프로아틴 지방의 지배자다!
이 칭호를 가진 이는 프로아틴 지방에 머무는 동안 매우 강력한 홈 어드밴티지를 얻습니다.
이 칭호의 효과는 캐릭터가 프로아틴 지방에 머무를 때만 적용됩니다.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옵션 :
– 모든 능력치 +20%
– 획득 경험치 +30%
– 레벨 +10
홈 어드밴티지란 말이 딱 어울리는, 엄청나게 강력한 옵션이 주어졌다.
게다가….
– 1일마다 +1레벨 (1~50)
– 3일마다 +1레벨 (51~100)
– 7일마다 +1레벨 (101~150)
– 15일마다 +1레벨 (151~200)
– 30일마다 +1레벨 (201~250)
– 60일마다 +1레벨 (250~300)
칭호는 착용하고 있으면 숨만 쉬어도 레벨이 오르는 엄청난 추가 옵션까지 붙어 있었다.
‘옵션 실화인가…?’
지크는 숨만 쉬어도 레벨이 오른다는 듣도 보도 못한 옵션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일렀다.
스으으!
고대의 마법인 의 이펙트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이었건만, 손등에 새겨진 초월의 룬의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또다시 지크의 몸을 휘감았다.
[51레벨 달성!] [52레벨 달성!] [53레벨 달성!] [54레벨 달성!] [55레벨 달성!] [56레벨 달성!] [57레벨 달성!] [58레벨 달성!] [59레벨 달성!] [60레벨 달성!]정말로 10레벨이 오르고.
[알림 : 새롭게 습득 가능한 스킬이 있습니다!] [알림 : 인터페이스의 항목에서 새롭게 습득 가능한 스킬들을 배워보세요!]새로운 스킬이 해금되었다.
***
고대의 마법인 의 발동은 지크에 대한 대소신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처음 지크의 이미지는 대소신료들에게 그리 좋지 못했다.
‘어디서 저런 애송이가 굴러들어 와서는.’
‘왕이랍시고 별게 다 왔네.’
‘쩝. 피곤해지겠군.’
‘베르봉 그 자식이 썩어 빠지긴 했지만 나름 수완은 있었는데. 괜히 균형이 깨지는 거 아냐?’
하지만 의 발동 이후 지크에 대한 대소신료들의 생각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고대의 마법인 는 변방, 혹은 국경 지대에 자리한 영토에 깃든 신비한 힘이었다.
고대의 마법사들이 대지에 새겨 넣었다고 전해지는 이 주문은, 척박하고 혹독한 땅을 다스리는 군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안배되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변방이나 국경 지대를 다스리는 군주들은 의 힘으로 자신의 영토 안에서 한계 이상의 강력한 무력을 과시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아틴 영지의 경우 죽은 베르봉은 물론이요, 지난 200년 동안 그 누구도 를 발동시킨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고대의 주문은 ‘군주의 그릇’을 가진 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매우 까다로운 발동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 발동되었다?
이는 곧 대지에 새겨진 고대의 주문이 새로운 왕을 ‘군주의 그릇’으로 인정한다는 걸 뜻했다.
그러니 지크를 바라보는 대소신료들의 시선이 180도 달라질 수밖에.
“오오!”
“고대의 마법이…!”
“맙소사! 포스 오브 더 로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고대의 마법을 일깨우시다니!”
의 발동을 본 대소신료들이 연신 감탄을 연발하며 지크를 향해 존경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이, 이건 적어야 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관(史官,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은 놀란 와중에 필사적으로 깃펜을 놀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아아!
포스 오브 더 로드(Force of the lord)!!
전설로만 전해지던 고대의 마법이여!
영영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제왕의 힘이여!
그대는 정녕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는 말인가?
진정한 힘의 주인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를?
왕께서 옥좌에 앉으시니, 고대의 힘이 깨어나 그 옥체를 휘감도다.
– 프로아왕조실록 제1부 제1장 즉위 편
왕인 지크로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기록물, ‘프로아왕조실록’의 첫 장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
경탄의 시간이 지나가고.
“반갑습니다, 여러분. 제 이름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오늘부터 이곳 프로아틴 지방의 왕으로 책봉된 사람입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지크가 대소신료들을 향해 첫인사를 했다.
“이렇듯 야심한 시각에 여러분들을 불러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부디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그러자 대소신료들이 일제히 고개를 푹 숙이며 깊게 읍(揖)을 해보였다.
“아니옵니다, 전하.”
“결코 귀찮지 않사옵니다, 전하.”
“언제 어느 때고 불러만 주시옵소서, 전하.”
의 발동을 목격하더니 어느새 지크에 대한 충성심이 생겨나 버린 대소신료들이었다.
“먼저 당부의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저는 아직 즉위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우선, 여러분께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두 시간 전. 저는 전임 군주이자 프로아 영지의 영주였던 베르봉 백작을 처형했습니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말이다.
***
프로아 영지에 자리한 푸른 숲은 하늘색 잎사귀들을 가진 나무와 식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 속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는데, 이유는 푸른 숲에 자리한 작은 요새가 현재 엘프 사냥꾼들의 근거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안은 구슬픈 소리들로 가득했다.
짐승이나 가둬둘 법한 철창 안.
“흑….”
“읍, 읍읍!”
“으으읍!”
엘프 여성들은 그런 철창 안에 사지가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직사각형의 긴 탁자의 정중앙에 앉은 사내가 표정을 굳혔다.
서늘한 눈빛.
덥수룩하게 난 턱수염.
오른쪽 뺨에 세로로 길게 난 칼자국까지.
‘천룡’이란 ID를 쓰는 조선족 게이머인 그는, 엘프 사냥꾼들로 이루어진 길드의 마스터였다.
“베르봉이 뒈졌다고? 우리 애들도 죽고?”
“그렇답니다.”
“시끄러워지겠구나, 야.”
“이제 어떡합니까?”
“일단 노예 상인들한테 연락해서 있는 물건들부터 빨리 처분해라. 알겠니?”
천룡이 말하는 ‘물건들’이란 철창 안의 엘프 여성들을 뜻했다.
“그리고 애들….”
천룡이 복수를 위해 ‘애들 모아라’라고 말할 때였다.
콰앙!!
귀청을 찢어발길 듯한 굉음과 함께.
“프로아의 이름으로!!”
“프로아의 이름으로!!”
“프로아의 이름으로!!”
함성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몇 시간 전.
“저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협상 같은 것도 안 합니다.”
폭탄 발언을 터뜨린 지크가 대소신료들에게 선언했다.
“저는 베르봉과 다릅니다. 치안 유지를 위해 범죄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겁니다.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이종족들을 탄압하고. 그렇게 해서 이룩한 치안이 얼마나 가겠습니까?”
지크의 말은 어쩌면 이상주의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하, 하오나 전하!”
“너무 극단적이신….”
“허허.”
“전하의 의중을 잘 알겠사오나….”
대소신료들이 무언가 반론을 제기하려 했지만, 지크는 그 틈을 주지 않았다.
“물론 당분간은 힘들 거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나는 저쪽 세계의 범죄자들이 내 땅에서 활개 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습니다. 무너진 치안이야 내 손으로 직접 안정시킬 테니, 경들은 이 건에 대해 반대하지 마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똑 부러지는 말.
지크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왕의 통치 스타일이 어떠한 것인지를 대소신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가 있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지크의 부름에 오스칼이 무릎을 꿇었다.
“현 시간부로, 그대를 우리 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겠습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총사령관 오스칼에게 명령한다.”
“하명하시옵소서.”
“현 시간부로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동원 가능한 전 병력을 집결시켜 대기할 것. 그리고….”
지크가 시계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세 시간 후 출정한다. 목표는 놈들의 본거지 소탕이다.”
지크는 엘프 사냥꾼들에게 눈곱만큼의 시간도 줄 생각이 없었다.
***
중무장을 한 프로아 영지군의 근위 기사단과 제1산악대대의 병사들이 마치 해일처럼 밀려들어 천봉 길드의 본거지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투는 팽팽했다.
정규군답게, 프로아 영지군은 일사불란하고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엘프 사냥꾼 노릇을 하던 모험가들을 압박해 나갔다.
게다가 프로아 영지의 병사들은 험준한 지형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데다, 야만 부족과의 잦은 전쟁으로 실전 경험도 풍부한 병력들이었다.
아무래도 일반 영지의 병사들보다야 훨씬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일반인이 아닌 모험가들이었다.
모험가들은 각자의 클래스에 어울리는 스킬들과 아티팩트로 무장하고 있었으므로, 제아무리 강군인 프로아군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제압하는 게 불가능한 존재들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험가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아무리 어중이떠중이들이라 할지라도 NPC들에게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게 모험가들이었다.
“전하!”
지크를 호위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스칼이 다급히 소리쳤다.
“신이 나서겠습니다! 이대로라면 아군의 피해가….”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죠. 병사들이 알아서 처리하게끔.”
“하오나 전하! 이대로라면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압도하지 못하면.”
지크가 오스칼의 말을 잘랐다.
“압도하게 만들어주면 되니까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오스칼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때.
우웅!
지크가 디버프가 필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