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35
734
와르르르르!
며칠을 버티고 버티던 요새의 성벽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수없이 많은 포격과 공성 망치, 그리고 수만 명에 달하는 자발라 왕국군들의 오르내림으로 인해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진작 무너지고도 남았어야 할 성벽이었으므로, 이만큼 버텨준 것만 해도 대견하고 고마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라 할 수 있는 전투에서 끝끝내 무너져 내린 건 너무나도 아쉬웠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프로아 연합군으로서는 정말이지 아쉬운 일이었다.
제발 좀 버텨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다 쓸어버려라!”
“모조리 죽여라! 모조리!”
“이 개 같은 새끼들! 죽어라! 죽어!”
자발라 왕국군은 무너져 내린 성벽을 통해 요새 안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어 와 닥치는 대로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
‘안 돼!’
지크는 번개처럼 내달려 성벽이 무너져 내린 곳으로 뛰었다.
“햄찌야! 나 좀 도와 줘!”
“헥헥! 주인 놈아! 헥헥헥! 햄찌도 힘들다! 헥헥헥!”
“미안한데 한 번만!”
“아, 알겠다! 뀨우! 헥헥! 헥헥헥!”
햄찌는 몇 시간 동안이나 연거푸 를 굴리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지크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햄찌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를 굴려 지크에게 버프를 주려 했다.
하지만 햄찌 역시도 한계가 다다른 상황이었다.
“헥헥… 헥헥헥… 헥… 뀨우….”
햄찌는 를 굴리다가 힘이 빠져서, 쳇바퀴 안을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더는 쳇바퀴를 돌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주인 놈아… 헥헥… 햄찌가 미안하다… 헥헥헥… 몸이 안 움직인다… 뀨우….”
“뭘 이런 걸 가지고 미안해 해.”
지크가 서둘러 햄찌에게 달려와 말했다.
“괜찮아. 수고했어.”
“뀨우. 그래도 햄찌 미안하다. 주인 놈 더 도와주고 싶었는데….”
“아냐. 고마워. 더 무리하지 마. 쉬어.”
“뀨우. 하지만 주인 놈 도움 필요하다. 햄찌라도 도와줘야 한다.”
햄찌는 지크를 끝끝내 도와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했는지, 그 커다랗고 귀여운 눈시울을 붉혔다.
“괜찮다니까.”
지크는 그런 햄찌의 마음을 이해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할 만큼 했어. 쉬어도 돼.”
“뀨우….”
“고생했다. 쉬고 있어.”
지크는 햄찌에게 그 말을 남긴 후 다시 성벽이 무너져 내린 곳으로 내달렸다.
지크는 지친 햄찌를 돌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상황이 급했다.
저 무너진 성벽을 어떻게든 막아서지 못하면, 아군이 모조리 몰살당할 판국이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무너져 내린 성벽을 메꿔야 할 때였던 것이다.
스으으으!!!
지크는 을 켜 적들에게는 방사능 에너지와 방사능 미생물을 선물하는 한편, 아군들을 보호하며 성벽에 무너져 내린 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런 뒤 와 을 깔았다.
[쉬익! 쉬이이익!] [쉭! 쉬익! 쉭!] [쉬이익! 쉭!]뒤이어 와 와 들이 튀어나와 밀려들던 자발라 왕국군을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크는 자신의 소환물들과 함께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고, 디버프 필드까지 모조리 활용해 자발라 왕국군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그런 지크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퍽!
“으악!”
퍼억! 퍽!
“악!”
빠악!
“커헉!”
빡!
“으아아악!”
말 그대로 원 샷 원 킬.
자발라 왕국군은 무너져 내린 성벽을 통해 요새 안으로 들어오려다 지크에게 대학살을 당했다.
애초에 평범한 병사들은 을 뚫고 들어오는 게 불가능했다.
“스크롤을 찢어라!”
자발라 왕국의 기사들은 일시적으로 독 저항력을 올려주는 마법의 스크롤을 찢은 뒤 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디버프 지옥일 뿐이었다.
“윽! 으으으윽!”
“놔, 놓으란… 악!”
자발라 왕국의 기사들은 들에게 붙잡혀 옴짝달싹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중 대다수는 스크롤의 독 저항력 지속 시간이 끝나버려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죽어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들을 뿌리친 기사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무리였다.
[쉭, 쉬익!] [쉭! 쉭! 쉬익! 쉭!]들이 기사들을 향해 뜨거운 화염과 시퍼런 냉기를 뿜어대며 디버프를 묻혀대었다.
“더, 더 전진하라!”
“크윽!”
“더 가라! 코앞이다!”
그렇게 방사능 에너지에 이어 디버프 지옥마저 뚫고 들어온 자발라 왕국의 기사들.
그러나 자발라 왕국의 기사들은 방사능 에너지에 절여지고, 온갖 디버프 떡칠을 당한 상태로 지크가 휘두른 망치 맛을 봐야 했다.
쒜에엑!
지크가 를 휘두르고.
퍽, 퍼억!
자발라 왕국의 기사들은 단 한 방에 검이 부러지고, 갑옷까지 찌그러진 채로 즉사했다.
유일하게 즉사하지 않은 자발라 왕국의 기사는 에 얻어맞고 쓰러진 직후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뭐 이런 더러운….”
더럽다.
그게 딱 알맞은 표현이었다.
지크는 정말이지 더럽고 치사한, 욕밖에 나오질 않는 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크는 무너져 내린 성벽을 등지고, 나 홀로 자발라 왕국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없이 자발라 왕국군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때론 천 마디 말보다 단 한 개의 표정이 더 확실한 의사 전달이 가능한 법.
자발라 왕국군은 그런 지크의 모습에 오금이 저려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저, 저 괴물을 어떻게 뚫어….”
“미친….”
“못 해! 난 못 한다고!”
자발라 왕국군은 지크의 무력과 그 살벌한 카리스마에 완전히 기가 질려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지크는 그 분위기만으로 군기가 세고 기강이 잘 잡힌 강대국의 장병들을 압도해 버렸던 것이다.
***
물론 지크가 일부러 자발라 왕국군을 위협하기 위해 무게를 잡은 건 아니었다.
지크는 지쳐 있었다.
게임 속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뿐만이 아니라, 파일럿인 게이머 한태성 역시도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을 뻥긋하기도 귀찮았고, 딱히 위협적인 기세를 풍기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럴 힘도 없었다.
단지 남은 체력과 집중력을 오직 적들을 막아내는 데 집중시켰을 뿐….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사실 지크는 마나와 스태미나가 모두 고갈되어 있었고, 가진 포션도 모두 사용해버린 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알 리가 없는 자발라 왕국의 장병들은 공포에 완전히 지배당해 버렸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주, 죽기 싫어!”
“개죽음일 뿐이잖아!”
그렇게 자발라 왕국의 장병들이 뒷걸음질을 치던 때.
“비켜라!”
“다들 물러서라!”
자발라 왕국군 진영에서 강철 기사들 200여 명이 나타나 지크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 강철 기사들은 급한 대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온 추가 병력이었다.
대규모 병력은 워프 게이트의 용량 부족으로 인해 이동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규모 병력은 비행선, 선박, 열차 등 각종 이동 수단을 타고 이동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2~3,000명 정도의 소수 병력은 이동이 가능했으므로, 강철 기사들이 합류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현재 지크의 상태.
‘하필 이럴 때….’
지크는 자발라 왕국의 고위급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강철 기사들이 등장하자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노릇.
“죽어라!”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네놈을 처단하리라!”
강철 기사들이 덤벼들고.
꽈악!
지크는 를 미친 듯 휘두르며 또다시 신들린 전투력을 발휘했다.
지금 이 순간.
지크가 믿을 건 자신의 실력과 손에 쥔 뿐이었다.
마나가 고갈되어 지크의 밥줄이자 핵심인 디버프 필드들을 포함한 여러 스킬들을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오직 평타로만 강철 기사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절대 안 뚫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지크는 어금니가 부서져라 이를 악물고 전투에 임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지크는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강철 기사들과 피 튀기는 대접전을 펼치던 중 문득 눈앞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
지크는 주변을 돌아본 직후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통 시체, 시체, 또 시체.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엔 온통 강철 기사들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정신없이 눈앞에 보이는 적을 닥치는 대로 죽이다 보니, 어느새 대학살을 벌이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노력과는 별개로 요새 공성전의 자발라 왕국군의 승리로 기울기 직전이었다.
와르르르!
저 멀리 성벽이 또다시 무너지는 게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웅!
강철로 이루어진 성문이 기우뚱 무너지며 땅바닥에 처박히고, 뒤이어 자발라 왕국군들이 성안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막아야….’
지크는 그 광경들을 지켜보며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육체는 지크의 말을 듣지 않았다.
후들후들!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욱신욱신!
를 움켜쥔 손에서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휘청!
지크는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져서, 를 지팡이 삼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지탱해야만 했다.
명백한 한계.
전투는커녕, 육체를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지쳐버린 것이다.
“조, 조심!”
“천천히! 조심해!”
“최후의 발악을 할지도 모른다! 조심히 접근하라!”
자발라 왕국의 장병들은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거리를 좁혀와 포위망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런 자발라 왕국군들을 막을 수 없었다.
‘망할! 캐릭터가 안 움직여!’
게이머 한태성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캐릭터를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했으나, 그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위기.
끝끝내 요새가 자발라 왕국의 손아귀 안에 떨어지기 직전인 것이다.
***
무너져 내린 성벽.
기어코 뚫린 성문.
그리고 지쳐버린 프로아 연합군들까지.
자발라 왕국군의 총공세 앞에서, 프로아 연합군은 끝끝내 패배 직전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지크와 마스터 3인방, 그리고 데시마토 공작마저도 탈진해버렸으니 더는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아….”
오스칼은 자발라 왕국군이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아군을 학살하기 시작하는 광경을 보고 길게 탄식했다.
끝이었다.
이제 자발라 왕국군이 성안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면, 프로아 연합은 사실상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조국이 이렇게….”
오스칼이 망연자실해 중얼거리던 순간이었다.
번쩍!!!
저 멀리 제일 처음 무너져 내린 성벽 쪽에서 황금색 섬광이 번뜩이며 빛의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스으으으으으으!
따스한 황금색 서광이 내리쬐어 프로아 연합군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오스칼 역시 마찬가지.
“……!”
오스칼은 황금색 서광이 자신을 감싸자 갑자기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끼고 당황했다.
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갈되었던 마나가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고, 생명력과 스태미나 역시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게 몸으로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도, 도대체….”
오스칼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저 멀리 황금색 빛의 기둥이 치솟아 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지크뿐이었다.
화륵, 화르륵!
지크는 황금색 불길에 휩싸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전하?”
오스칼이 놀라 지크를 부르던 때였다.
화아아악!
지크로부터 황금색 충격파가 터져 나와 주변을 휩쓰는가 싶더니,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30초 전.
지크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나마 움직이려 애쓰고 있던 무렵.
우웅!
지크의 마나홀 가장 바깥쪽에 자리 잡은 신성력이 치솟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곧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쩍!!!
지크는 자신의 마나홀 가장 바깥쪽에 자리했던 신성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빛의 기둥을 이루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뒤이어 지크의 눈앞에 각종 알림창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알림 : 신성력이 폭주합니다!] [알림 :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 마나가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 스태미나가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 신성력이 아군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알림 : 아군의 생명력·마나·스태미나가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 신성력이 당신에게 기적의 힘을 부여합니다!] [알림 : 버프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버프가 활성화되는 동안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500퍼센트 증가합니다!] [알림 : 버프 지속 시간이 4분 59초 남았습니다!] [알림 : 4분 58초!] [알림 : 4분 57초!]지크는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거… 미쳤는데…?”
지크는 끓어오르는 이 폭발적인 힘에 전율했다.
모든 능력치가 무려 500퍼센트나 증가했다?
그건 버프가 걸려 있는 동안 지크의 무력이 마스터를 넘어 거의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