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40
739
프로아 왕국의 수도 프로이센을 침공해온 자발라 왕국의 함대가 모조리 두 동강이 나버린 직후.
“어떻소? 대단하지 않습니까? 껄껄껄!”
베텔규스가 치천존을 향해 보란 듯 으스대었다.
“단천(斷天)이라고 합니다. 껄껄껄!”
“거 이름 한번 거창하구나?”
“눈으로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단칼에 하늘을 가르는데, 그 정도 거창한 이름쯤은 있어야지요. 껄껄껄!”
“나름 역사에 길이 남을 기술 하나 정도는 개발해 냈구나. 그런데 제자가….”
“형님.”
베텔규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치천존에게 말했다.
“거 잔말 마시고 뒤치다꺼리나 좀 해주시지 말입니다.”
“으응?”
“저 보십쇼.”
베텔규스가 하늘 위를 가리켰다.
슈우우우웅!
하늘에는 베텔규스의 으로 인해 두 동강이 난 비행선들이 프로이센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뒤처리 좀 해 주시라니까는.”
“아차!”
치천존은 베텔규스의 핀잔에 황급히 주문을 외워 추락하는 비행선들에 반중력 주문을 걸어 속도를 조절했다.
한편, 자발라 왕국의 대장선에서는 이 믿지 못할 상황에 비상이 걸려 있었다.
“하, 함대! 추락합니다!”
“비상 탈출하라! 비상 탈출!”
함대 사령관은 강철 비행선이 두 동강이 난 채로 추락하자 황급히 반중력 주문이 걸린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함대 사령관은 빠르게 강하하면서 함대 전체가 두 동강이 나 멀리멀리 날아가는 걸 보고 경악했다.
도대체 누가 노후화된 구형 비행선들뿐 아니라 대장선인 강철 비행선마저 두 동강을 내버렸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임무는 완수해야 하는 것.
함대 사령관은 강철 비행선에 탑승해 있던 기사들과 함께 프로아 왕국의 왕궁으로 빠르게 낙하했다.
쿵, 쿠웅!
함대 사령관과 함께 낙하한 기사들은 평범한 기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발라 왕국의 주력인 강철 기사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이른바 이라 불리는 이 기사들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잘 때도 강철 갑옷을 입고 잔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은 그들이 누구인지, 어느 가문 출신인지, 성별은 무엇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임무에 말이 필요하면, 투구를 통해 소름끼치고 탁하게 변조된 음성만이 흘러나왔을 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들은 지극히 사적인 감정이나 개인적인 생각마저 거세되었다고 했다.
오직 임무 완수밖에 모르는,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검귀(劍鬼)들인 것이다.
“왕비와 공주를 찾아라!”
함대 사령관이 그런 철혈 기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서둘러야 한다! 늦으면 탈출이 어려워진다!”
그러자 철혈 기사들이 프로아 왕궁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왕비와 공주를 찾아 떠났다.
***
한 무리의 철혈 기사들은 왕비와 공주를 찾아 달리던 도중 웬 시종 두 명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가장 앞서서 달리던 철혈 기사는 그런 시종들을 향해 가차 없이 검을 휘둘러 그들을 두 동강 내버리려 했다.
그런데.
카강!
철혈 기사가 휘두른 검은 시종의 손가락 사이에 가로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가소로운 놈들 같으니.”
시종, 정확히는 프로아 왕궁의 부 시종장인 메타트론이 철혈 기사를 향해 이죽거렸다.
“감히 내가 빨래를 너는 데 방해를 해?”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시종, 그러니까 메타트론의 심복 중의 심복인 케이오스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네놈들이 착륙하면서 짓밟은 꽃밭을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가꾸었는지 알기나 하나? 심지어 그 꽃밭은 왕비마마께서 예쁘다고 아끼시던 것이었다. 그런 꽃밭을 짓밟다니… 이런 쳐 죽일 놈들 같으니….”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는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받은 것에 극도로 분노했다.
그들은 어느새 뼛속까지 프로아 왕국의 시종이 되어 있었기에, 자발라 왕국의 침공에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죽어라, 이 어리석은 것들아.”
메타트론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커먼 악령들이 튀어나와 철혈 기사들의 투구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 악! 아아아악!]철혈 기사들은 악령들이 갑옷 안으로 들어와 육체를 난도질하고, 또 갉아먹는 고통에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주륵, 주르륵!
뒤이어 철혈 기사들의 갑옷 틈 사이로 시뻘건 핏물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륵, 스르륵!
다시 악령들이 빠져 나왔을 때, 서 있는 철혈 기사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을 뿐….
“케이오스.”
“예, 주군.”
“치워라.”
메타트론이 케이오스에게 명령했다.
“복도가 더러운 걸 보니 참을 수가 없구나.”
“예, 주군.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케이오스는 메타트론의 명령에 따라 죽은 철혈 기사들을 벽장에 쑤셔 박은 후 재빨리 양동이와 대걸레를 가져와 복도에 고인 핏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왕궁이 더러워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물론입니다, 주군!”
프로아 왕국.
마왕의 아들과 그의 가장 충실한 심복마저 한낱 시종으로 일하는 국가였다.
***
또 다른 철혈 기사 무리는 왕비와 공주를 찾아 나서던 도중 웬 노인 둘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문제는 맞닥뜨린 대상이 낚시를 가던 지크의 사부인 데우스와 그의 의형-사실은 꼬붕-인 불카누스였단 점이었다.
스릉!
철혈 기사들은 두 노인들과 마주치자마자 역시 거치적거린다는 듯 검을 휘둘러 그들을 베어버리려 했다.
“동생, 이 형이 처리할까?”
불카누스가 사부에게 물었다.
굳이 물어본 이유는, 괜히 먼저 나섰다가 깝치지 말라며 핀잔을 들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형님이 굳이 손을 쓰실 게 있겠습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사부는 그렇게 말하며 철혈 기사 무리를 향해 손을 한 번 스윽 휘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 [……!]철혈 기사들은 자신의 육체가 갑옷과 함께 미립자의 형태로 분해되어 흩날리는 걸 보고 경악했다.
감정과 개인적인 생각마저 거세되었단 소문이 도는 강철 기사들조차 손짓 한 번에 갑옷과 육체가 분해되는 걸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륵, 스르륵!
철혈 기사들은 이내 곧 흩어져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부는 자신의 의지 하나만으로 철혈 기사들을 이 세상에서 아예 지워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부가 선보인 능력은 의 최종 업그레이드 형태의 스킬이었다.
은 초당 일정 비율로 필드 위에 있는 적들의 생명력을 깎는 스킬로써, 핵심 디버프인 과 함께 디버프 마스터의 밥줄이었다.
물론 지크의 경우 방사능 에너지를 결합해 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 근본은 같은 스킬이었던 것이다.
‘히익?!’
불카누스는 사부가 선보인 의 최종 업그레이드 형태 스킬을 보고 속으로 경악했다.
창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레드 드래곤이자 대장장이의 신이 될 불카누스조차 이런 능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갑시다.”
그때, 사부가 뭐 하냐는 듯 불카누스에게 말했다.
“아, 알겠네!”
불카누스는 서둘러 낚시 장비를 챙겨 사부의 뒤를 쫄래쫄래 뒤따랐다.
***
한편, 왕궁 곳곳을 들쑤시던 철혈 기사들은 왕비와 공주를 찾아내기는커녕 시종 한 명조차 죽이지 못했다.
우웅!
왕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철혈 기사들은 자신의 발밑에 웬 마법진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번쩍!
한 줄기 섬광이 번뜩인 후.
[……!] [……!] [……!]임무 수행을 위해 흩어졌던 철혈 기사들은 각자의 발밑에 생겼던 마법진들로 인해 다시 모이게 되었다.
“봤느냐? 이게 나이니라. 에헴!”
치천존이 베텔규스를 돌아보며 으스대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강제로 텔레포트시켜 오지 않았느냐. 껄껄껄!”
“거, 마법사가 진짜 편하긴 편하구려? 킁!”
베텔규스는 그렇게 콧방귀를 뀐 후 대충 자신의 도를 휘둘러 텔레포트된 철혈 기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철혈 기사들의 허리에 실금이 그어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두 동강이 난 채 바닥에 허물어졌다.
남은 건 오직 하나.
이번 작전을 지휘했던 함대의 사령관뿐이었다.
“히, 히익?! 다, 당신들은! 도제 베텔규스! 그리고 치천존!”
함대 사령관은 강대국의 고위급 장교답게 베텔규스와 치천존을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했다.
“얼씨구. 내가 니 친구냐?”
베텔규스가 그런 함대 사령관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허허. 버릇없는 놈이로다.”
치천존 역시도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은근슬쩍 위협적인 눈빛을 쏘아 보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한낱 약소국에 이런 강자들이 득실거린단 말인가! 어째서!’
함대 사령관은 지난 요새 공성전에서 마스터 등급의 강자가 셋, 그리고 그레이트 위저드가 출몰했단 걸 알고 있었다.
거기까진 이해했다.
물론 그 역시 불가사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다.
어떻게 오성천의 일원인 베텔규스와 위대한 아크 메이지인 치천존마저 이 코딱지만 한 약소국에 있단 말인가?
“이, 이 무슨….”
함대 사령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릴 때.
“시끄럽다.”
베텔규스가 함대 사령관을 향해 꿀밤을 먹였다.
털썩!
그러자 함대 사령관이 쓰러졌다.
“형님, 이걸로 밥값은 어느 정도 한 것 같지 않습니까?”
“이만하면 어르신도 만족하실 것 같구나.”
“그럼 이 자식은 심문할 겸 도련님한테 드려야겠습니다.”
베텔규스가 쓰러져 있던 함대 사령관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리고 말했다.
“거, 좋은 생각이구나.”
치천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가십쇼. 이 자식을 넘기고 오겠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베텔규스와 치천존은 밥값을 톡톡히 치러냈다.
***
지크는 프로이센이 공격 받고 있단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러나 지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전투가 아니었다.
“아, 맞다.”
지크는 자발라 왕국의 함대 사령관이 꽁꽁 묶인 채 어전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차 싶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나, 집 털릴 일은 없지….”
생각해 보니 그랬다.
수도 프로이센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순 있었다.
그러나 왕궁이 털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프로아 왕국의 왕성은 온갖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곳.
이런 곳에 쳐들어온다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인 것이다.
‘사부님이랑 어르신들한테 감사하다고 선물 돌려야겠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함대 사령관의 재갈을 풀어주라고 명령했다.
“이름은.”
지크가 함대 사령관에게 물었다.
“도대체….”
함대 사령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가 지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당신 정체가 뭐요?”
“정체?”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
“모험가고. 프로아 왕국의 국왕이고. 더 필요해?”
“그걸 말하는 게 아니질 않소!”
함대 사령관이 버럭 소리쳤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 작은 나라에 그렇게 많은….”
그때였다.
퍼억!
병사가 함대 사령관을 발로 걷어찼다.
“으악!”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가!”
“크윽….”
“전하께 예를 갖춰라!”
함대 사령관은 그렇게 처맞고 나서야 지크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