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58
757
“뭔 일 있어?”
“아, 별건 아닌데.”
천우진이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어제 오후에 쓰러지셨어.”
“어? 아케론 님이 쓰러져? 그 양반 불로불사 아냐?”
지크는 상식적으로 의 연성에 성공해 영생을 거머쥔 아케론이 쓰러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에 놀랐다.
“불로불사의 NPC가?”
“응.”
“왜?”
“갑자기 코피를 흘리시면서 쓰러지셨어.”
“그러니까 왜?”
“향로를 제어하는 게 쉽지 않은가 봐.”
“아?”
“향로가 너무 불안정해서 잠잠하게 만드는 게 많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
“하긴….”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던데? 한 달 안에 못 찾으면 향로가 파괴되고 아포칼리우스의 파편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대.”
“……!”
“그러니까 빨리 찾아야 돼.”
“알겠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최대한 협조할 테니까, 당장 수색 시작해. 뭐든 수상한 거 있으면 싹 다 뒤져. 어차피 페이오그는 우리 거니까.”
“고맙다.”
“고마우면….”
지크는 천우진에게 뭔가를 뜯어내기 위해 운을 띄웠지만, 불행히도 이번에는 삥(?)을 뜯는 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천우진이 허깨비처럼 사라져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아오!”
지크는 천우진이 먹튀(?)를 시전하자 분통을 터뜨렸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두고 보자.”
지크는 다음번에 천우진을 확실히 털어먹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전쟁이 끝났지만 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지크는 프로아 연합군의 의장으로서 과 모종의 합의를 보았다.
은 이번 전쟁에서 프로아 연합군을 도와준 아군이었으므로, 그들과 합의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크는 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를 보았다.
1. 자발라 왕국의 국토는 과 이 각각 5:5 비율로 공평하게 나눈다.
2. 은 와 을 소유한다. 나머지 영토는 에 소속된 국가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다.
3. 자발라 왕국의 수도 는 앞으로 6개월 간 에서 통치하며, 이후에는 에게 넘긴다.
4. 에서 나오는 모든 재화는 에 귀속된다.
5. 기존에 자발라 왕국이 가지고 있던 기술력은 공유한다.
6. 자발라 왕국을 장악하고 안정화시키는 임무는 이 맡는다. 은 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을 지원해준다.
합의 내용은 서로가 만족할 만했다. 지크 역시도 합의 내용에 만족했다.
지크는 국토가 쓸데없이 커지는 것도 싫었고, 자발라 왕국의 백성들을 강제로 받아들이기도 싫었다.
프로아 왕국은 비록 인구는 적지만 사회적인 갈등이 거의 없는, 정말이지 평화로운 나라였다.
그런 이유로, 지크는 굳이 자발라 왕국의 백성들을 흡수해 인구수를 늘릴 생각이 없었다.
괜히 인구수를 늘리려다가 사회 갈등만 심해지면 여러 모로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하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크는 자발라 왕국의 남은 잔당들과 지방 귀족들을 일일이 때려잡는 게 귀찮았다.
그래서 이 자발라 왕국을 장악하겠다며 대신 나서주니까,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양보를 했던 것이다.
물론 양측 실무자들끼리 협상안에 대한 세부적인 조율이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큰 틀에서의 합의는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 좋은 거래요, 지크프리트 국왕.
의 맹주인 그레고리 국왕이 지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크가 마법의 수정구 너머 그레고리 국왕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 본 동맹은 앞으로도 귀국과 각별한 관계로 돈독한 우애를 유지하길 바라는 바요.
“별말씀을요.”
– 앞으로도 잘 부탁하오. 크핫핫핫핫!
“저 역시 잘 부탁드립니다.”
– 그런데 말이오, 지크 국왕.
“예?”
–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어떻게 후궁 안 필요하오?
“예에?!”
– 그대가 이미 왕비가 있고, 슈트카르트 황제의 여동생을 소개받기로 했단 건 알고 있소. 하지만 슈트카르트 황제는 언제 실각할지 모르오. 그대도 알지 않소? 요즘 마우레키온 제국은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걸. 아, 물론 슈트카르트 황제가 망했다는 건 아니오. 그러니까 내 말은….
그레고리 국왕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 썩은 동아줄 붙잡고 있으니 차라리 본 동맹과의 우호를 더욱 돈독하게 다지는 게 어떻소이까? 게다가 슈트카르트 황제의 이복 여동생은… 흠흠… 그대도 알다시피 대륙 최악의 개망나니가 아니오? 그런 여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내 딸이 훨씬 낫소이다. 내 딸로 말할 것 같으면….
그레고리 국왕은 그 후로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딸인 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며 지크를 회유하려 애썼다.
그레고리 국왕이 그렇게도 지크와 정략결혼을 맺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크는 이번 전쟁에서 그레이트 위저드, 그리고 마스터의 강자를 셋이나 보유하고 있단 게 밝혀진 뒤였다.
즉, 국력이라면 모르되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대륙 어딜 가나 인정받을 만한 권력자가 된 것이다.
– 그리고 우리 아린이가 말이오, 이번에 대륙 공용어 받아쓰기 대회에서 1등을….
“예?”
지크는 순간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닫고 제 귀를 의심했다.
“대륙 공용어 받아쓰기 대회요? 도대체 아린 공주가 몇 살입니까?”
– 올해 일곱 살이요.
“…….”
– 아, 물론 걱정은 마시오. 일단 정혼자로서 약혼만 해놓았다가 아린이가 성인이 되면 결혼하면 되지 않겠소이까? 껄껄껄! 10년만 기다리면 되오.
“끊습니다.”
– 이, 이보시오! 지크 국왕!
“저 그런 추악한 범죄자 아니거든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레고리 국왕과의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웅! 우웅!
그레고리 국왕은 통신이 끊어지자 지크에게 연거푸 통신을 걸었지만, 그건 헛수고였다.
“수신 거부 등록해 놓으세요.”
“예, 전하.”
통신병은 지크의 명령에 그레고리 국왕을 수신 거부 명단에 올려놓았다.
“사람을 뭐로 보고. 흥.”
물론 지크도 뉘르부르크 대륙의 문화가 현대와 다르다는 걸 이해했다.
그러나 게이머인 지크로서는 아무리 게임 속이라 할지라도 일곱 살 난 꼬맹이와 정략결혼을 할 순 없었다.
만약 지크가 일곱 살이라면 몰라도.
***
지크는 급한 뒤처리들부터 정리해놓은 후 프로아 왕국으로 귀환했다.
그간 브륜힐트와 베르단디를 만나지 못해서 너무 보고 싶기도 했고, 국왕으로써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로아 왕국으로 귀환하던 중.
[알림 : 당신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16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 당신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86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 당신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2.2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 당신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31.3 상승하였습니다!](중략)
[알림 : 당신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9 상승하였습니다!]지크는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험을 했다.
“왜 또 올라?”
“뀨우? 주인 놈아! 왜 그러냐!”
“신성력이 자꾸 올라서.”
“뀨우?! 주인 놈 신성하냐?”
“아, 아니?”
지크는 빈말로라도 자기 자신을 신성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뀨우! 그렇다! 주인 놈 신성하지 않다! 그런데 왜 신성력이 자꾸 생기냐!”
“그, 글쎄.”
지크가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벅벅 긁적였다.
“내가 좀 신성한가?”
그때였다.
[알림 : 사원이 파괴되었습니다!] [알림 : 성물이 파괴되었습니다!] [알림 : 신도들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알림 :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50 하락했습니다!] [알림 :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50 하락했습니다!](중략)
[알림 :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50 하락했습니다!]알 수 없는 알림창과 함께 폭발적으로 오르던 신성력이 갑작스레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원? 성물? 도대체 뭔 소리야! 아오!”
지크는 알 수 없는 알림창이 이젠 짜증까지 다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지크는 신성력 관련 알림창들을 으로 설정해두고 아예 신경을 꺼버렸다.
‘누가 보면 내가 뭔 교단이라도 가진 교주인 줄 알겠네.’
지크는 어이가 없었다.
지크는 사원이나 성물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연결이 끊어질 신도들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 알림창들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부가 해주었던 말이 있었기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단지 지금은 알 수 없고,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될 뿐….
“아, 모르겠다. 가자.”
“뀨!”
지크는 햄찌와 함께 프로아 왕국의 기사단과 정예 병력들과 합류해 수도 프로이센으로 향했다.
“국왕 전하 납시오!”
“프로아 왕국! 만세!”
“만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만세!”
“만세!”
프로아 왕국의 수도 프로이센에는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몰려들어 지크를 위한 환영 행사에 참가한 상태였다.
프로이센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국 방방곳곳에 사는 백성들까지 모여든 통에 엄청나게 몰린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개 약소국인 프로아 왕국이 강대국 중 하나인 자발라 왕국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이룩한 끝에 기어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로 인해 백성들의 애국심이 끓어오를 대로 끓어올랐던 것이다.
속된 말로 이 한계치까지 차오른 상황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지크는 프로아 왕국 신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경배를 받으며 프로이센에 입성했다.
차가운 가을바람에 수없이 많은 꽃잎들이 마치 봄처럼 흩날리고,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저 멀리 왕궁까지 펼쳐져 있었으며, 거리 곳곳에는 프로아 왕국의 국기가 흩날렸다.
지크는 혈통 좋은 백마에 탄 채 그 거리를 지났다.
“만수무강하소서!”
“전하께서 온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시옵니다!”
“전하! 전하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겠사옵니다!”
프로아 왕국의 백성들은 그런 지크를 칭송하고, 경배하고, 행운을 빌어주었으며, 또한 신처럼 떠받들어 주었다.
지크는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지크는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달성했으므로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 맛에 왕 한다니까? 하하.’
지크는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계속해서 행진했고, 마침내 왕궁 앞에 도착했다.
왕궁 앞.
“오셨어요?”
“아바마마!”
“끵끵!”
브륜힐트, 베르단디, 그리고 끵끵이가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크는 활짝 웃으며 말에서 내려 가족들의 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프로아 왕국에서 승전 기념식이 열리고 있을 무렵 은 수도 페이오그를 샅샅이 뒤지는 수색 작업을 펼쳤다.
의 요원들은 이 거대한 대도시에서 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정말이지 광범위한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채 번번이 허탕만 쳤을 뿐이었다.
한편, 총사령관 오스칼은 부사령관인 카렐로부터 어떠한 보고를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탈영… 말입니까?”
“예, 총사령관 각하.”
“믿을 수 없습니다.”
오스칼은 카렐이 올린 보고서를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렐이 올린 보고서에는 프로아 왕국군 소속 2개 분대가 흔적도 없이 행방불명되었단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