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60
759
다음 날 오전.
태성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최고급 세단을 타고 전용기 전용 공항으로 가 천우진이 빌려준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게 웬일이라니….”
“오빠. 우리 이거 타도 되는 거 맞아?”
어머니와 여동생은 전용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꽤나 놀랐다.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은 태성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로게이머란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렇듯 전용기까지 탈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
“제 거 아니에요. 돈 많은 친구가 빌려준 거예요. 걱정 마시고 한숨 주무세요. 한 일곱 시간쯤 걸린다고 하니까요.”
태성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안심시키고는 승무원에게 샴페인을 부탁했다.
“태성 선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미모의 승무원은 태성이 오늘 승객이란 사실에 꽤 놀랐던 모양이었다.
“별말씀을요. 비행시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 되시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어….”
“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태성은 미모의 승무원에게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다.
“혹시 사진은….”
“당연히 같이 찍어 드려야죠. 어플 뭐 쓰세요?”
태성은 팬서비스에 매우 후한 프로게이머였으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어플을 사용해가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너무 친절하세요!”
승무원은 태성의 팬서비스에 매우 감동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성과 같은 유명한 샐럽들은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일쑤였다.
샐럽들 특유의 선민의식.
거만함.
그리고 무례함.
기타 등등….
사람에 따라서는 이게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예의가 없고 개차반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태성은 달랐다.
굉장히 친절하면서도 팬서비스에 후했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고 해서 거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물이 더 잘생겼잖아?!’
승무원은 태성이 훤칠한 미남에다가 팔뚝도 굵은 몸짱인 걸 보고 은연중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태성은 순수하게 팬서비스를 해준 것뿐이었기에, 승무원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샴페인을 한잔 마신 후 목적지인 인도네시아의 섬까지 쿨쿨 숙면을 취했다.
“…….”
승무원은 나름 태성에게 말을 붙여 보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지만, 불행히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태성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인도네시아의 어느 외딴 섬에 도착했다.
그 섬은 천우진 개인 소유였는데, 초호화 리조트 및 요트가 마련되어 있는 고급 휴양지였다.
태성은 이 섬에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고기도 구워 먹고, 해양 스포츠도 즐기고, 마사지도 받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타임을 즐길 생각이었다.
‘우리 아들은 참 착하지.’
‘역시 우리 오빠야.’
어머니와 여동생은 태성이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건실한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성의 사생활은 정말이지 깨끗했다.
솔직히 젊은 나이에 이렇듯 큰 성공을 이루었다면 사치와 향락에 빠질 법도 했다.
예컨대, 여행을 오더라도 다양한 직종의 미녀들과 이런 외딴 섬에서 프라이빗한 파티를 즐기는 것 말이다.
심하면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태성은 달랐다.
고작 한다는 게 가족들과의 휴양이었으니, 굉장히 건전한 청년인 셈이었다.
소비 패턴 역시 버는 돈에 적게 쓰는 편이기도 했고.
“가요.”
태성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리조트로 향했다.
그런데.
둥! 둥! 둥! 둥!
리조트로 향하던 태성의 귓가에 강렬한 비트가 파고들었다.
‘뭐지?’
태성은 누가 있나 싶어 저 멀리 DJ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우진에게 듣기로 이 섬은 개인 소유의 리조트였기에, 따로 다른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끼야호!”
“소리 질러어어어어어어-!!!”
“Are you readyyyyyyyy-!!!”
저 멀리 DJ 부스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젊은이들이 대낮부터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아, 뭔데.”
태성은 가족들과의 프라이빗한 힐링 타임에 시끄러운 족속들이 끼어든 것 같아 인상을 팍 구겼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뭐, 뭐야!”
그 순간.
“Put Your Hands Up! Put Your Hands Up! Put Your Hands Up!”
태성은 선글라스를 낀 채 디제잉을 하고 있는 동양인 청년이 승구라는 걸 깨달았다.
“니가 왜 거기서 디제잉을 하고 있어!!!”
태성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문제는 승구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한참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는 천우진, 용설화, 고스란, 데이토나 등등 지크와 안면이 있는 게이머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즉, 태성뿐 아니라 천우진 일당 역시도 이 섬으로 휴가를 왔던 것이다.
부들부들…!!!
태성은 비로소 모든 걸 깨닫고 분노에 몸을 떨었다.
우연?
그럴 리 없었다.
천우진은 끝끝내 태성의 평화로운 휴가를 방해하기 위해 게이머들을 이끌고 뒤쫓아 온 것이다.
“야! 한태성!”
그때, 천우진이 태성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같이….”
천우진은 태성에게 같이 놀자며 소리치던 중 화들짝 놀랐다.
왜냐하면, 태성은 가히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천우진에게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천우진은 약이 오를 대로 오른 태성을 피해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려야만 했다.
***
태성이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무렵.
게임 속 세상인 자발라 왕국의 수도 페이오그에서는 사라진 장병들에 대한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카렐이 지휘하는 헌병대는 실종된 장병들에 대한 그 어떠한 흔적이나 단서도 찾지 못했다.
“수사의 진행이 제자리걸음이로군요.”
“예, 총사령관님.”
카렐은 중간보고를 위해 오스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어떤 흔적이나 단서, 혹은 증인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저항군의 소행일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현재 페이오그에는 애국심이 투철한 자발라 왕국군들이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백성들 틈에 숨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일컬어 저항군이라고 불렀다.
저항군들은 프로아 왕국군을 공격해 시가전을 벌이다 도망가는 등 이런저런 사건 사고와 테러 활동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자발라 왕국은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강대국.
그런 국가를 하루아침에 굴복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떤 식으로든 저항이 있을 것이었기에, 정복자인 프로아 왕국으로서는 그걸 효율적으로 제압하고 민심을 얻는 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물론 프로아 왕국은 을 찾는 대로 페이오그에서 철수할 것이었기에, 굳이 민심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렐이 딱 잘라 말했다.
“현재 페이오그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가택 수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시체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수호자들 역시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페이오그를 수색하고 있어서 정보 공유를 받고 있는데,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카렐 부사령관.”
“예, 각하.”
“저는 세상에 완벽한 범죄란 없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체를 처리하기 쉬운 지역부터 수색하세요. 예컨대, 강이나 우물. 혹은 용광로가 있는 대장간들 위주로 수색을 펼치세요. 쓰레기장, 혹은 쓰레기 소각장 역시도 빠짐없이 수색한다면, 어쩌면 시체의 흔적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시하겠습니다.”
카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오스칼이 덧붙였다.
“민심을 고려해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되, 비협조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하세요.”
“예, 각하.”
카렐은 오스칼의 명령대로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또 3일이 지나도록 수사에 진척은 없었다.
그렇게 수사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카렐은 기사들과 함께 페이오그 시내를 걷다가 성난 군중들과 마주쳤다.
“이 쳐 죽일 놈들!”
“하늘이 무섭지도 않으냐!”
“네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란 말이냐!”
페이오그의 시민들은 카렐과 기사들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달걀, 오물, 혹은 돌멩이를 던지며 공격해왔다.
‘뭐지?’
카렐은 페이오그의 시민들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페이오그의 시민들이 프로아 연합군에게 적대적인 건 당연했다.
그러나 이렇듯 저주를 퍼부으며 폭동에 가까운 공격을 해올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진압한다.’
카렐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기사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최대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군중들을 진압한다! 죽이지 마라! 제압하는 선에서 진압하도록!”
“예! 부사령관 각하!”
그렇게 카렐은 기사들, 그리고 장병들과 함께 성난 군중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뭣이?”
카렐은 폭동을 일으켰던 군중 하나를 심문하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듣게 되었다.
“우리가 아이들을 유괴했다?”
“발뺌할 셈이냐! 캬악! 퉤!”
“……?”
“네놈들이 아이들을 유괴해 사악한 흑마법에 이용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네 이노옴! 그러고도 네놈들이 인간이란 말이냐!”
카렐은 어이가 없었다.
프로아 왕국이 아이들을 유괴한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었다.
“본국은 그 어떤 형태로는 아이들을 납치하지 않았다.”
카렐이 딱 잘라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거짓말 마라! 네놈들이 아이들을 납치했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
“아이들뿐만이 아니지! 네놈들이 곳곳에서 우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하고 있단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
“닥쳐라! 나도 죽여라!”
“…….”
“네놈들이 무슨 짓을 해도 우린 굴복하지 않는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카렐은 이 죄수와 더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 뒤 다른 헌병대 수사관들을 통해 군중들이 왜 분노했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게 했다.
조사 결과는 역시나 오해 때문이었다.
최근 페이오그에서는 의문의 실종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었다.
주로 아이들이 그 대상이긴 했지만, 성인들 역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던 것이다.
때문에, 페이오그의 시민들은 이 의문의 실종 사건의 배후로 프로아 왕국군이라고 여겼다.
안 그래도 민심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의문의 실종 사건들이 줄지어 벌어진 덕분에 헛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게다가 자발라 왕국의 멸망으로 인해 페이오그의 공권력이 무너져 있던 상태인지라 어디 신고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에, 헛소문이 도는 데 힘을 실어준 모양이었다.
‘잠깐. 의문의 실종 사건이라. 이건… 우리 장병들의 실종과 비슷하다.’
카렐은 곧장 오스칼을 찾아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장병들의 실종과 페이오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문의 실종 사건들이 같은 원인에 의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렐 경.”
오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좀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오스칼이 말끝을 흐렸다.
“페이오그의 공권력이 무너진 걸 미처 신경 쓰지 못하다 보니 상황 파악이 늦었던 모양입니다.”
“총사령관 각하의 실책이 아ㄴ….”
그때였다.
“총사령관 각하! 비상사태입니다!”
부관이 다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현재 페이오그 시내 곳곳에서 성난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헛소문이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모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