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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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크는 디젤과 팔척을 만나 너무나도 기뻤다.
“얘들아!”
지크가 디젤과 팔척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다고!”
“뀨! 그렇다! 햄찌도 너네 보고 싶었다! 뀨우!”
디젤과 팔척은 지크가 자신들을 향해 반가움을 표시하자 이게 미쳤나 싶었다.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정신이라도 나갔냐?”
디젤과 팔척의 반응은 당연했다.
지크 그리고 디젤과 팔척은 악연으로 묶여 있었으니, 감정의 골이 엄청나게 깊었다.
게다가 지난번 방송 경기에서 지크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또 삭발까지 당하는 굴욕을 겪은 뒤였다.
그런 디젤과 팔척이 생각하는 지크란 철천지원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 진짜 반가워서 그렇지. 다들 어떻게 지냈냐? 잘들 지냈어?”
디젤과 팔척은 예상치 못한 지크의 친한 척에 매우 당황했다.
‘이 새끼가 또 무슨 꿍꿍이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 혼자냐? 펫이랑 단둘만?”
디젤이 조심스레 지크에게 물었다.
“템 사고팔려고 왔으니까 당연히 혼자겠지?”
“음.”
“왜?”
“아니. 그냥 물어봤어.”
디젤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길드 상징물에 마나를 불어넣어 길드원들에게 호출을 보냈다.
“근데 갑자기 왜 친한 척이냐? 우리가 피차 얼굴 마주 보고 웃을 사이는 아닐 텐데?”
“그건 그렇긴 한데.”
지크는 디젤이 길드 상징물에 마나를 불어넣는 걸 놓치지 않았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미운 정도 들었겠다, 반가워서 그러지.”
“흐음.”
“요즘 어떻게들 지내? 그래도 먹고살 만은 하냐?”
“우리가 거지인 줄 아냐?”
디젤이 눈썹을 치켜떴다.
“예전만은 못해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하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한국 속담도 있지.”
확실히, 디젤과 팔척의 아이템 보유 상태는 매우 좋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디젤과 팔척을 한순간에 몰락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간 쌓아올린 부(富)를 생각해 보면, 한두 번의 패배로는 결코 폭삭 망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예전 한창때처럼 대륙 10대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 수준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부자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얘기나 좀 할래?”
“무슨 얘기?”
“예전에 싸운 건 싸운 거고. 앞으로 오다가다 얼굴 볼 사이인데. 이 기회에 친목이나 도모하자는 거지.”
“으음.”
“나랑 계속 싸울 거야?”
“그건….”
“앞으로 같이 사냥도 하고, 기회 되면 같이 비즈니스도 하자는 거지.”
“뭐… 같이 얘기는 좀 나눌 수 있겠군.”
디젤은 지크의 제안을 수락했다.
“어디서 이야기할까?”
“저기 노천카페 있네. 가서 따뜻한 민트초코라떼라도 한잔하지? 먼저 갈게. 천천히 와.”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햄찌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팔척은 지크가 조금 앞서가기 시작하자 디젤에게 귓속말했다.
“저 새끼랑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자 디젤이 팔척의 물음에 대답했다.
“내가 할 말이 있겠냐?”
“응?”
“혼자라잖아. 이 기회에 아주 박살을 내줘야지.”
“아?”
“모른 척하고 있어. 길드원들 불렀으니까.”
“어, 알겠어.”
팔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민트초코라떼라니. 저 새끼 취향 진짜 역겹지 않냐?”
“생긴 대로 노는 거겠지. 윽. 구역질 나는 놈 같으니.”
디젤과 팔척은 지크의 괴상망측한 취향을 욕하면서 흉계를 꾸몄다.
그러나 지크와 햄찌는 그런 디젤과 팔척이 나눈 대화들을 고스란히 엿듣고 있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노력한 건 아니었다.
단지 지크의 캐릭터 성능이 워낙에 뛰어나서, 조금만 집중하면 멀리서 들리는 작은 소리도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을 수 있었을 뿐….
“뀨. 근데 주인 놈아. 무슨 생각이냐.”
“무슨 생각이긴.”
지크가 햄찌의 귓가에 속삭였다.
“인간 파밍 할 생각이지.”
“뀨우?”
“이제 떼거리로 몰려올 거 아냐.”
“뀨. 그렇다.”
“그럼 걔네를 죽여서 아이템을 슥삭 해버리면 돼.”
“뀨우?”
“후후후. 돈 안 쓰고 좋네. 아이고, 기특한 자식들.”
지크는 길드원들이 달려올 걸 생각하며 기뻐했다.
안 그래도 강화된 아이템이 필요해서 돈을 쓰러 왔는데, 이렇듯 훌륭한 아이템 공급원(?)들을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
지크는 길드원들이 오기 전까지 디젤, 그리고 팔척과 함께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건설적인 대화 같은 건 없었고, 시시콜콜한 잡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와 디젤과 팔척은 속으로 꿍꿍이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와라. 나 시간 없다고.’
지크는 를 한시라도 빨리 15강으로 강화시킬 생각뿐이었다.
‘흐흐흐.’
‘조금만 기다려라.’
반대로, 디젤과 팔척을 지크를 집단으로 린치 할 생각밖엔 없었다.
이렇듯 양쪽 모두 마음에 콩밭에 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가 될 리 없었다.
그러던 중.
“근데 채형석 뭐 하고 사는 줄 아냐?”
지크가 물었다.
“요즘 통 안 보이네? 마지막에 봤을 때 어디로 끌려가는 것 같더니.”
“아.”
디젤이 대답했다.
“요즘 마계에 있다는 것 같더군.”
“마계?!”
“마왕의 아들인 NPC의 노예가 됐다나?”
“뭐?”
“캐릭터도 마족으로 종족이 변경됐다는 것 같더라고? 먹고살 만하긴 하다는데 자유도가 너무 없다고 하더군.”
“안 돼.”
“응?”
디젤은 지크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자 당황했다.
“뭐가 안 된다는 거지?”
“형석이 내 거야.”
“……?”
“걔 괴롭히는 맛에 살았는데, 요즘 통 안 보여서 아쉬웠다고.”
“미, 미친놈….”
“나중에 시간 나면 형석이 구하러 가야겠다.”
디젤과 팔척은 그런 지크의 말이 무서웠다.
오싹!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저런 집요한 괴롭힘이라니?
디젤과 팔척은 살다 살다 이렇듯 사람을 피 말려 죽이길 좋아하는 인간을 본 적이 없었다.
“우리 형석이 마계에서 얼마나….”
지크가 채형석을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지을 무렵이었다.
“저기다!”
“잡아!”
“포위해!”
저 멀리 길드원들이 우르르 달려와 노천카페를 둘러쌌다.
***
길드원들이 나타난 후.
“한태성, 이 새끼.”
“후후.”
그와 동시에 디젤과 팔척이 본색을 드러내었다.
“어이, 한태성.”
디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난 너 같은 새끼랑 친목질 같은 거 할 생각 없다. 니가 아무리 이득이 되는 비즈니스를 제안하더라도 말이지.”
팔척 역시 지크를 향해 적개심 가득한 얼굴로 이죽거렸다.
“널 믿느니 지나가던 개새끼를 믿고 말지. 우리가 미쳤다고 너랑 같이 어울리겠냐?”
그러자 지크가 남은 민트초코라떼를 쭉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모였나? 없는 사람 손!”
“뀨! 손 들어라! 손!”
디젤과 팔척, 그리고 길드원 일동은 지크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 홀로 포위된 상황.
전혀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건만, 지크가 히죽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 함정인가?!’
디젤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칠 무렵.
탕! 탕! 탕!
리볼버 형태의 가 기습적으로 불을 뿜었다.
“……!”
그렇게 디젤은 부지불식간에 머리에 총알 세 발이 박힌 채 쓰러졌다.
[디젤]•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쓰러진 디젤의 생명력은 0.
즉, 즉사였다.
“……!”
“……!”
“……!”
길드원들은 길드 마스터인 디젤이 즉사하자 경악했고, 뒤이어 싸움이 벌어졌다.
스으으으!
지크는 을 켜서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는 한편 을 사용해 자신의 주변을 회오리치는 얼음 수리검들을 불러내었다.
그런 뒤 와 을 깔고 길드원들을 닥치는 대로 패 죽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이 미친 새끼!”
“죽여! 죽이라고! X발! 저 새끼 하나 못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
길드원들은 지크를 향해 한꺼번에 덤벼들었지만, 299레벨을 찍은 지크의 전투력은 어나더 레벨이었다.
번쩍!
가 펼쳐지고.
“……!”
“……!”
“……!”
길드원들이 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쒜엑!
뒤이어 에 의해 움직이는 가 얼어붙은 길드원들을 차례차례 박살내었다.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툭!
그렇게 수없이 많은 랜덤 드랍 아이템들이 땅바닥을 나뒹굴게 되었다.
[까아아악!]은 싸움을 구경하던 다른 게이머들이 미처 손대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실시간으로 주워다가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어주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렇게 지크는 길드원들을 죽여서 그들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을 모조리 흡입해 버렸다.
그로부터 약 10분 뒤.
남아 있는 길드원은 아무도 없었다.
딱 10분.
지크가 디젤과 팔척을 포함한 길드원들을 몰살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꺼억!”
지크는 길드원들이 떨군 수백 개의 강화된 랜덤 드랍 아이템을 먹어치웠다.
그런 다음 시원하게 트림을 해 보이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
“…….”
“…….”
싸움을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인간 파밍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혼자서 길드원들을 도륙 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또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
돌아온 지크는 곧장 비머리언 공방으로 가서 해체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중략)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이번에는 잭팟이 상당히 잘 터졌고, 지크는 많은 개수의 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강화의 보주 × 200]지크는 200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걸 모으려고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지크는 200개를 다 모은 직후 혀를 내둘렀지만, 잊으려 애썼다.
이미 엄청난 적자를 본 상황이었기에 생각하면 속만 쓰릴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는 세계급 무기의 재료템을 15강으로 확정 강화하는 일이 쉬울 리 만무했다.
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 중에서도 공격력이 가장 높았고, 또한 형태 변환 기능도 있는 최상급 무기였다.
강화란 개발자들조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성역(聖域)에 가까운 컨텐츠였으므로, 확정 강화를 하려면 이만한 적자를 볼 각오를 해야 했던 것이다.
“쩝….”
지크는 적자를 본 걸 못내 아쉬워하며, 마지막 아이템을 해체기 안에 밀어 넣었다.
200개를 모은 상황.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되파는 게 맞았다.
그러나 지크는 어차피 마지막으로 남은 거 시원하게 마지막까지 갈아버리잔 생각으로 해체기의 레버를 돌렸던 것이다.
[알림 : 아이템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잭팟이 터졌습니다!]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알림 : 잭팟이 터져 아이템이 나왔습니다!]그러자 해체기가 웬 회중시계 하나와 금속 재질의 휴대용 양주병 비슷한 아이템을 툭! 하고 토해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