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73
722
“도대체 왜?”
지크는 혼란스러워하며 햄찌를 돌아보았다.
“야, 햄찌야.”
“뀨우?”
“너 내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알겠지?”
“뀨! 알겠다!”
햄찌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작게 만들어 폴짝 뛰어올라 지크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이럼 주인 놈이랑 안 떨어진다! 뀨우!”
“자식.”
지크는 햄찌를 향해 한번 씩 웃어주고는 을 켠 상태로 를 돌아다녀 보았다.
그러던 중.
[수즈달 제국 유적지 : 4,885]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가 바뀌었단 내용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을 켰을 땐 4,581이란 번호가 붙었었는데, 몇 걸음을 옮기자 4,885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건 숫자뿐이었다.
필드도 그대로였고, 맵의 지형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을 통해 확인해 보니 필드에 아무도 없다는 것 역시도 똑같았다.
“이게 길을 잃는다는 건가?”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만히 맵을 들여다볼 무렵.
“어?!”
지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란 이름의 꼬리표가 붙은 초록색 점이 떠오른 걸 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지크가 몇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승구는 이미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즈달 제국 유적지 : 91,311]걷다 보니 필드의 이름 뒤에 붙은 숫자가 바뀌기도 했다.
“…….”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근처에 있던 돌무더기에 걸터앉아 잠자코 생각에 빠졌다.
‘필드 이름 뒤에 붙은 번호가 계속 바뀌어. 그렇다는 건… 수즈달 제국 유적지가 여러 개의 필드로 나뉘어 있다는 건가?’
그런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는 한 번 들어오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맴돌게 된다고 했다.
지크는 막상 경험해 보니, 어째서 게이머들이 를 헤매다가 게임을 접게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이곳은 시공간이 뒤틀려 있는 곳인지라, 걷다 보면 계속해서 다른 차원의 로 이동할 뿐이었던 것이다.
‘이거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지크는 깨닫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크는 생각을 하다가 검색창의 돋보기를 클릭한 뒤 라고 입력해 보았다.
의 검색 기능 역시 통하지 않았다.
‘분명히 뭔가 길이 있을 텐데. 공략법은 반드시 있어. 찾기 힘들 뿐이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지크가 움직일수록 필드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수즈달 제국 유적지 : 718] [수즈달 제국 유적지 : 32] [수즈달 제국 유적지 : 911](중략)
[수즈달 제국 유적지 : 2,923]그러나 아무리 움직이고 움직여 봐도 의 숫자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더욱 놀라운 건, 날씨와 밤낮 역시 뒤죽박죽이었단 점이었다.
어떤 곳은 밤.
어떤 곳은 무더운 여름.
어떤 곳은 눈 내리는 겨울.
기타 등등등….
인 것은 같았지만, 맵의 번호와 날씨와 밤낮은 계속해서 달라졌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헤맨다더니….’
지크가 혀를 내두를 무렵,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계속 이동하십시오!] [알림 : 이 현재의 필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알림 : 계속 이동해서 맵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세요!] [알림 : 일정 수준 이상의 맵 데이터가 모이면 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환호했다.
“야 이! 믿고 있었다고!”
과연!
기어코 이 한 건을 해준 것이다.
“뀨우?! 주인 놈아! 왜 그러냐!”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뀨우우?!”
“일단 계속 이동해 보자. 정보를 수집해야 된대.”
“뀨! 알겠다!”
지크는 이 이곳 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동했다.
***
그 후 지크는 계속해서 안을 돌아다니며 맵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작업은 매우 지루했다.
하는 것이라고는 계속해서 걷는 게 전부였기에, 무척이나 따분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알림 : 에 대한 맵 데이터를 수집 중입니다….]그러나 지크는 을 믿고 꾸준히 맵을 돌았다.
그러기를 약 열 시간.
[수즈달 제국 유적지 : 39,487]지크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걷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이쯤 되면 거의 행군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지크는 돌기둥에 기대 앉아 햄찌와 함께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뀨우. 주인 놈아. 우리 언제까지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거냐.”
“나도 모르지.”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뀨우!”
“정보를 수집해야 길을 찾든 할 테니까.”
“뀨! 그건 그렇다!”
“그나저나….”
바로 그때였다.
“앗! 저기 사람입니다!”
“대장님! 저기 사람이 있습니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NPC들이 나타나 지크에게로 다가왔다.
“어?!”
지크는 갑작스레 나타난 NPC들 중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아문센 씨?”
지크가 아는 얼굴이란, 다름 아닌 탐험가 아문센 씨였다.
과거 지크가 을 처음으로 탐험할 당시에 만나 인연을 맺고, 뒤이어 이런저런 후원을 해주게 된 바로 그 탐험가 말이다.
“아문센 씨가 여긴 웬일이세요?”
“음?”
아문센이 지크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나를 아시오?”
“예?”
“내가 그렇게까지 유명하진 않은데, 나를 알다니. 허허허.”
“……?”
“그렇소, 내가 아문센이오. 현재 이곳 수즈달 제국 유적지를 조사하던 중이라오.”
“저를 모르세요? 저 지크인데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으음?”
아문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미들네임을 반을 사용하는 것이면 왕족이란 이야기인데….”
“으응?”
“프로아라는 성씨라면 옛 프로아틴 지방의 군주들이 사용하는 성이잖소?”
“그, 그렇죠?”
“프로아틴 지방이 멸망한 게 언젠데 프로아라는 성을 쓰는 것이오? 도대체 정체가 뭐요?”
“예?!”
지크는 아문센이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자 매우 당황했다.
“저 진짜 모르세요? 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니까요?”
“아니 글쎄 내가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러는 게요? 허허! 거참!”
“우리 남부 대정글에서 만났잖아요?”
“남부 대정글?”
아문센이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하지만, 난 거기 가본 적이 없소이다.”
“예? 가본 적이 없다고요?”
“그렇소. 난 남부 대정글에 가본 적이 없소이다. 한 10년 후에 탐험해볼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오.”
“헐?”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 통 모르겠구려. 게다가 남부 대정글에서 날 만났다는 건 그대가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소?”
“그렇죠?”
“거 사람이 허풍도 심하구려. 남부 대정글에는 사나운 야만 부족과 온갖 독충들, 그리고 기이한 생명체가 사는 곳이라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 돌아왔단 이야기요? 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문센은 정말로 지크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설마 치매인가?!’
지크는 아문센이 그동안 안 만난 사이에 치매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문센의 생각 역시 지크와 별반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소?”
“한 열한 시간쯤?”
“음? 미치기엔 너무 빠른 시간인데?”
“미쳐요? 제가요?”
“허. 어쩌면 이곳에 들어올 무렵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구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이곳에 올 리가 없을 테니 말이오. 쯧쯧. 안타깝게 되었소이다. 젊은 친구가….”
아문센이 지크를 보며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날 만났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함께 이곳을 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소.”
“어떻게요?”
지크는 아문센이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는 게 어이가 없고 억울했지만, 그건 둘째 쳤다.
대신에 이곳 를 나가게 해주겠단 호언장담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서 나갈 방법을 알고 계세요?”
“물론이오.”
아문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갈 방법을 모르는데 왜 들어왔겠소? 다 방법이 있으니 들어온 것이지.”
“어떻게요?”
“이 지팡이가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소이다.”
아문센이 자신이 쥐고 있던 나무지팡이를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악!”
지크는 그 나무지팡이를 보고 경악했다.
왜냐하면, 아문센이 들고 있는 지팡이가 다름 아닌 중 하나인 였기 때문이다.
***
지크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문센 씨가 를 들고 있단 걸 확인하고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돼???”
지크가 멘탈 붕괴를 일으킨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는 과거 지크가 앞에서 채형석을 죽인 후 먹었던 랜덤 드랍 아이템-474화 참조-이었다.
그리고 지크는 과 를 동시에 사용하다가 베오울프로부터 를 빌려 을 완성했던 것이다.
즉, 이제 는 존재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미 으로 합성된 뒤였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가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아이템이 하나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를 가진 아문센이 심지어 지크마저도 알아보지 못했다?
이건 뭔가 굉장히 이상했다.
‘잠깐.’
지크는 아문센 씨가 몬스터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으로 비추어보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탐험가 아문센]탐험가.
뉘르부르크 대륙의 유명 탐험가이다.
•존재 구분 : NPC
•레벨 : 50
•소속 : 아문센 탐험대
•직위 : 탐험대장
•클래스 : 오지 탐험가
지크가 기억하는 아문센 씨의 레벨은 100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문센 씨의 레벨은 50에 불과했다.
무려 50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날 몰라? 레벨도 내가 아는 것보다 낮고. 인자기의 나무지팡이도 가지고 있어. 그렇단 말은….’
지크는 뭔가 어렴풋이 드는 생각에 아문센에게 물었다.
“아문센 씨.”
“말씀하시오.”
“혹시… 지금이 몇 년이죠?”
“지금이 몇 년이냐고?”
“예.”
“그야 당연히….”
아문센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 현재 날짜를 지크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군요.”
아문센의 대답을 들은 지크의 표정은 묘했다.
왜냐하면, 지크와 아문센의 날짜가 서로 약 9년 정도 차이가 났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말은?
‘그랬어. 날 모르는 이유가 있었네.’
지크는 현재 자신이 과거의 아문센을 만나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즉, 이곳 는 현재가 아닌 9년 전의 과거인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