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85
784
무려 5,000개나 되는 생명력 게이지 바라니?
[알림 : 제한 시간이 앞으로 23분 44초 남았습니다!] [알림 : 제한 시간이 앞으로 23분 43초 남았습니다!]남은 시간은 약 23분.
그러나 5,000줄의 피통이라면, 지크가 제아무리 폭딜을 낸다 한들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끝나버릴 게 뻔했다.
즉, 화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도와줄게.”
그때, 사부가 불쑥 나서서 지크에게 말했다.
“너 혼자서는 힘들 것 같으니까.”
“그래 주시면 저야 고맙죠!”
지크는 사부가 도와주겠단 말에 밝게 웃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해.”
“예.”
지크는 사부의 권유에 따라 를 중심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디버프 필드들을 차례차례 깔기 시작했다.
우웅!
뒤이어 에 스킬이 맺혔다.
“그거, 센데?”
사부가 스킬을 보고 말했다.
“어지간한 놈들은 뼈도 못 추리겠어.”
“제가 가진 최강의 기술입니다.”
“좋네. 훌륭해.”
사부 자신이 직접 만든 스킬이기 때문일까?
사부는 에 맺힌 스킬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럼… 나도.”
사부 역시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을 일발 장전했다.
우웅!
그러자 사부의 오른팔을 중심으로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열 개의 고리가 생성되었다.
“하나, 둘, 셋. 하면 던지는 거다.”
사부가 지크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예.”
“하나, 둘… 셋.”
사부의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쒜에엑!
스킬이 맺힌 가 아케론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웅!
뒤이어 사부가 만들어낸 열 개의 고리들이 날아가던 에 휘감겼다.
그렇게, 지크가 가진 최강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스킬.
그리고 과거의 사부가 가진 최강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스킬.
이 두 가지 스킬을 머금은 는 에 앉아 있는 아케론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마치 핵미사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콰앙!
가 안에 앉아 있던 아케론에게 작렬하던 순간.
번쩍!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눈앞의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어?”
지크는 또다시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내면 : 의지의 영역]그런 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또?’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새하얀 로브를 입은 아케론이 지크에게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
“뭐야.”
지크는 아케론과 또다시 에서 만나게 되자 눈살을 찌푸렸다.
“너 아직 살아 있냐?”
“아직은.”
아케론이 대답했다.
“사라지기 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할 말?”
“고맙다.”
“엥?”
지크는 아케론이 뜬금없이 고맙다고 하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갑자기 그게 뭔 헛소리야?”
“나는….”
그러자 아케론이 대답했다.
“너무나도 긴 세월을 살아왔다.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그래서?”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미쳐갔다.”
“으음.”
“그리고… 끝내는 네 말처럼 이 세계를 파괴한 뒤 창조주가 되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단 망상까지 품게 되었다.”
아케론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네 말이 옳았다. 나는 창조주가 되겠단 욕망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였을 뿐이다.”
“죽을 때가 되니까 정신을 차렸단 말인가?”
“그런 셈이다.”
아케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훨씬 더 빨랐어야 할 죽음이었다. 내가 그 많은 악행을 저지르기 전에 누군가 멈춰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지크가 퉁명스레 말했다.
“후회하기엔 너무 많이 온 거 같은데.”
“나도 안다.”
아케론은 지크의 지적을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라도 멈출 수 있어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다.”
“별로 안 듣고 싶은데? 그냥 지옥에나 가버려.”
“그럴 예정이다.”
“그럼 가라. 꾸물대지 말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뭔데? 또?”
“내가 수차례 말했듯, 숙명의 집행자는 나 하나가 아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할 것이다.”
“그게 누구인데?”
“저기.”
아케론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천상의 분노가 들이닥칠 것이다.”
“천상의… 분노?”
“이제는 검은 날개를 지니게 된 천사들이 이 세계를 심판할 것이다.”
“천사들이 이 세계를 왜 심판해?”
“행운을 빈다.”
아케론은 그 말을 남기고 지크로부터 돌아섰다.
“끝끝내 나를 멈추었던 것처럼, 천사들의 심판에서도 이 세계를 구원해 내기를 빈다.”
그게 아케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케론은 지크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야!”
지크는 아케론으로부터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그를 뒤쫓았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멀어지는 아케론과의 거리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멀어져만 갔던 것이다.
“아오.”
지크는 아케론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다.
“거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말이나 해주고 뒈질 것이지.”
투덜거림도 잠시.
스르륵!
지크의 눈앞이 서서히 바뀌어 갔다.
***
“뀨! 주인 놈아!”
“일어났냐?”
“괜찮으십니까?”
을 빠져나온 지크를 기다리고 있던 건 햄찌, 사부, 그리고 인자기였다.
“예, 뭐.”
지크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딱히 어디 다친 건 아니거든요. 괜찮습니다.”
“뀨! 주인 놈아! 걱정했다!”
“걱정은 무슨.”
지크가 씩 웃으며 햄찌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다.
“그런데 아케론은…?”
“저기.”
사부가 손가락으로 가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향로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리고….
“죽었네요.”
지크가 아케론의 시체를 발견하곤 말했다.
아케론의 시체는 기묘했다.
온전한 인간의 육체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마치 부서진 마네킹과도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띠링!
그때,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그와 동시에 들이 떠올라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왔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렇게 지크는 아케론이 훔쳐서 달아났던 네 개를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웅!
지크는 초록색 광채를 내뿜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책 하나를 추가로 획득하게 되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궁극의 연금술이 담긴 마도서.
불로불사의 비밀이 담긴 책인 은 그렇게 지크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오? 좋은데?’
지크는 를 획득하자 매우 좋아했다.
왜냐하면, 에 담긴 연금술들이 프로아 왕국의 국가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돌을 황금으로 계속 바꾼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알림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축하드립니다!] [알림 : 게임 의 메인 시나리오 중 하나인 을 완료하셨습니다!] [알림 : 시나리오를 완료한 당신에게 시스템에서 버프를 수여합니다!]버프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내가 바로 주인공!]게임의 메인 시나리오를 완료한 게이머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효과.
•타입 : 칭호
•등급 : 에픽
•효과 :
– 더 큰 시련 : 이 칭호를 가진 사람은 끝없이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고통을 겪게 됩니다!
– 더 큰 행운 : 이 칭호를 가진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행운이 따라줍니다!
“뭐, 뭔데 이거.”
지크는 버프의 효과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병 주고 약 준다더니, 시련과 행운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칭호가 있을 줄이야….
“다 끝났냐?”
그때, 사부가 지크에게 물었다.
“이제 여기서 더 볼일 없는 거지?”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볼일은 끝났습니다.”
“그럼 가자.”
사부가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겼다.
“강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쥐뿔도 없네.”
“하하하.”
지크는 투덜거리는 사부를 바라보며 슬며시 웃고는, 그 뒤를 따랐다.
***
이후 지크는 인자기의 도움을 받아 동료들과 재회했다.
주변이 온통 화염에 휩싸이고, 또 용암이 흘러넘치는 걸 보니 아주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동료들의 몰골은 피폐했다.
“아이고….”
“으으으… 죽는다, 죽어.”
베텔규스와 치천존은 그랜드 마스터의 체면조차 잊은 채 땅바닥에 드러누워 끙끙댔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으으. 왔냐.”
“혀, 형님.”
“오빠.”
“오셨어요?”
“죽겠습니다, 아주.”
천우진, 승구, 용설화, 고스란, 그리고 데이토나 역시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히익?!”
지크는 거대란 레드 드래곤이 혀를 쭉 내민 채 죽어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두 명의 그랜드 마스터와 게이머들로 이루어진 파티가 끝끝내 3~4,000살은 되어 보이는 웜급 레드 드래곤을 처치한 것이다.
그 증거로, 동료들의 머리 위에는 란 칭호가 떠올라 있기도 했다.
“성공… 했냐?”
천우진이 땅에 대자로 뻗어 누운 채 지크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을 꺼내 천우진에게 보여주었다.
“수고했다. 하아, 하아.”
천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뻗어버렸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지크는 진심을 담아 동료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만약 동료들이 드래곤을 맡아주지 않았더라면, 지크는 결코 아케론을 뒤쫓아 가지 못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크가 사부와 인자기를 돌아보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자 사부와 인자기가 미소를 지었다.
“고생은 무슨. 딱히 힘들지도 않았어.”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과거의 인물로서 미래를 지킬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지크는 그런 사부와 인자기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영웅이 아니고서야 아무런 대가 없이 이 위험천만한 일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
그때, 사부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지크에게 물었다.
“너….”
“예?”
“혹시 사부가 누구냐?”
“그, 그게….”
지크는 사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
“그걸 왜 물어보시죠?”
“뭔가 익숙해서.”
“하하… 하하하.”
“니가 쓰는 그 기술들… 뭔가….”
사부가 미심쩍다는 듯한 눈빛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비열해.”
“예?”
“도대체 누가 만든 기술들이야? 살다 살다 너같이 비열하게 싸우는 사람은 처음 봐서 그래.”
그 순간.
‘풉!’
지크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아내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