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97
796
“뀨! 주인 놈아! 용ㄷ….”
“야 이!”
지크가 황급히 햄찌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안 할래?”
“읍! 읍읍!”
“얌전히 있어. 알겠냐?”
“하지만 주인 놈 결국 해적들 털어먹고 용돈 벌려고 하는….”
“너 자꾸 나불대면 해적놀이 더 안 한다?”
“뀨우?!”
햄찌는 지크가 해적놀이를 더 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눈을 부릅떴다.
“해적놀이 안 하냐?”
“니가 자꾸 입 나불대고 그러면 안 하지.”
“뀨우! 안 된다! 뀨우! 햄찌 해적놀이 재밌다! 해적 로망스 최고다! 뀨우!”
“그럼 입 다물고 있어, 인마.”
지크는 햄찌를 풀어주고는 망원경을 들고 저 멀리 해적선을 바라보았다.
‘뭐가 실려 있을까? 후후후.’
사실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노략질보다 해적들을 털어먹는 게 나았다.
예컨대, 어느 해적단이 여러 해역을 돌며 열심히 노략질을 일삼았다고 치자.
만약 그런 해적단을 지크가 털어먹는다면?
지크는 남이 열심히 노략질을 해서 모은 금은보화를 통째로 챙길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일석이조지.’
지크는 해적들이 모은 금은보화를 털어 먹어서 좋고, 사람들은 해적들이 소탕되어서 좋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것이다.
“적들이 접근해 옵니다!”
그때, 노르드족 해병대원이 소리쳤다.
“어쭈.”
지크는 적 해적선이 오히려 덤벼오자 씰룩 미소를 지었다.
보나마나 못 보던, 그러니까 듣보잡 해적 깃발을 내건 테메레르 호를 보고 호구다 싶어서 접근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퍼엉!
슈우우웅!
첨벙!
적 해적선이 먼저 포탄을 발사했는지, 테메레르 호의 근처 바다에 포탄 한 발이 떨어졌다.
“흐흐.”
지크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곧장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을 출동시켰다.
“전투 병력, 출동합니다.”
“예! 선장님!”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은 즉시 를 타고 적 해적선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형님, 우리도 쏩니까?”
승구가 지크에게 물었다.
승구는 이미 아이언 골렘들을 갑판 위에 소환해놓고 적 해적선을 향해 포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제가 아주 벌집을….”
“야 이.”
지크가 승구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벌집은 무슨 벌집이야?”
“예? 벌집 만드는 거 아닙니까?”
“야 이 멍청아!”
“……!”
“적 해적선이 부서지면 못 팔아먹잖아!”
“예?!”
“너 같으면 부서진 배를 사고 싶겠냐? 너 중고차 살 때 사고차 사고 싶어?”
“당연히 사고차는 거르는 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고객 입장에서.”
“…….”
“백번 양보해서 누가 사간다고 치자. 남는 게 있겠냐? 수리비 빼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남겠다.”
“히, 히이익?!”
승구는 그제야 지크의 의도를 알아챘다.
‘결국 돈 때문이었던 겁니까?’
승구는 지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고, 아이언 골렘들의 포각을 조절했다.
그런 뒤 일부러 적 해적선을 맞추지 않고 그 주변에 포격을 가하는, 일종의 엄호 사격만을 실시했다.
에 탄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을 엄호해주는 것이다.
어차피 가 격침당할 확률은 0.01퍼센트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적 해적선에 올라타 갑판 위를 장악해 버렸던 것이다.
지크는 테메레르 호에 탄 채 여유를 즐기다가,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이 잡아온 적 해적 선장과 선원들을 심문하게 되었다.
“강철거북 해적단이라. 니가 선장이냐?”
지크가 선장에게 물었다.
“그렇다!”
의 선장이 비록 꽁꽁 묶인 신세였지만 나름 패기 있게 소리쳤다.
“흠.”
지크는 그런 선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을 바라보며 까딱까딱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사형.
딱히 살려둘 가치도 없고, 해적 두목이니 깔끔하게 물고기 밥으로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지크는 그게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해적들은 살아 있어 봤자 범죄만을 일삼을 뿐이었기에, 차라리 물고기 밥이 되어 해양 생태계에 이바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형님! 안 됩니다!”
“뀨! 뭐 하는 짓이냐!”
그때, 승구와 햄찌가 지크를 뜯어말렸다.
“왜?”
지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대체 왜 햄찌와 승구가 해적들을 처형하는 걸 말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얘네 죽이면 안 돼?”
지크가 햄찌에게 물었다.
“해적이잖아? 물고기 밥으로 주는 게….”
“뀨! 주인 놈은 바보다! 바보!”
“으응?”
“해적을 죽이면 어떡하냐! 현상금 안 아깝냐! 뀨우!”
“……!”
“살려서 데려가야 더 비싸다! 뀨우!”
“아! 현상금!”
지크는 그제야 햄찌와 승구가 처형을 말린 이유를 깨달았다.
현상금.
대개 해적들에게는 꽤나 큰 액수의 현상금이 걸려 있기 마련이었고, 햄찌의 말마따나 죽이는 것보다는 생포해서 각국 해군에 넘기는 게 값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네. 현상금이 있었네. 바다에 던져버리면 한 푼도 못 받잖아?”
“뀨! 그렇다! 주인 놈 돈을 바다에 던져버릴 뻔했다!”
“휴!”
지크가 십년감수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 큰일 날 뻔했어.”
지크는 천만다행이라는 듯 되뇌며 소속 해적들의 몸값을 체크해 보았다.
그렇게 기묘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선장… 몸값이 좀 되네. 가둬 놔.”
“예!”
“항해사는 개뿔 현상금 명단에도 없잖아? 노예로 팔아버려.”
“예!”
“얘는 뭔데 이렇게 비싸? 가둬.”
“예!”
“얘는 노예.”
“예!”
“이 자식은 비싸니까 가두고.”
그렇게 지크는 해적들의 몸값에 따라 현상금을 받고 각국 해군에 넘길지, 혹은 노예로 팔아버릴지를 심판했다.
지크는 해적들을 몸값에 따라 분류한 다음, 의 해적선을 뒤져 안에 실려 있던 금화와 귀중품들을 모조리 챙겼다.
“진짜 열심히 해적질하고 다녔나 보네.”
지크는 의 해적선에 꽤 많은 보물이 실려 있자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노략질을 해댔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지크는 의 해적선을 이끌고 또 다른 해적 사냥에 나섰다.
해적단 하나를 소탕할 때마다 복귀하기엔 시간적으로 너무 손해였기에, 아예 나포한 해적선을 같이 끌고 다니면서 해적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크는 바다를 누비며 해적들을 사냥했고, 그럴 때마다 전율했다.
“아. 달다, 달아.”
해적 사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짭짤한 수익원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
그로부터 약 2주가 흘렀을 무렵.
해적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몰락한 귀족인 드레이크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란 청년이 해적이 되어 동업자들만을 전문적으로 사냥하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동업자 사냥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해적들에게 동업자들이란 경쟁자일 뿐이었으므로, 해적들끼리 싸우는 건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문제는 드레이크 선장이 이끄는 이 너무나도 악랄하단 점이었다.
은 현상금이 내걸린 해적들은 각국 해군에 팔아넘기고, 현상금이 걸리지 않는 조무래기들은 노예로 팔아치우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 선장 드레이크는 돈에 한이라도 맺혔는지, 나포한 해적선들을 수리해 중고 선박 시장에 내놓아 골드를 챙기기까지 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중소 해적단들은 의 두목인 드레이크 선장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각국 해군이 아닌 해적들이 해적 두목에게 현상금을 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를 드나들던 메이저 해적단들은 드레이크 선장에게 현상금을 추가하는 한편, 직접 사냥하겠다고 선포하기까지 했다.
의 성장세가 워낙에 빨라서, 곧 메이저 해적단을 위협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는 오늘도 바다에 나와 해적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 그러니까 드레이크 선장에게 엄청난 액수의 현상금이 걸린 줄도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거의 2주 동안이나 20개가 넘는 해적단을 사냥한 탓에, 먹잇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왜 오늘은 한 척도 안 보이냐….”
지크는 망원경을 통해 바다를 샅샅이 뒤졌지만, 눈에 보이는 해적선이 단 한 척도 없자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주 동안 지크는 해적 사냥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다.
벌써 를 15강으로 확정 강화시키는 데 투자한 금액의 1/3 정도를 벌었으니, 짭짤하다 못해 아예 본업을 해적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것들이 다 어디 갔지? 다들 휴가라도 갔나?”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
“…….”
“…….”
햄찌, 승구, 그리고 라이언베르트는 그런 지크의 중얼거림을 듣고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주인 놈… 자기가 해적들 씨를 말려 놓고 저러고 있냐. 뀨우.’
‘형님이 다 잡아서 이제 해적들이 없는 겁니다.’
‘허허허.’
그때였다.
“전방에 해적선 다수 포착!”
노르드족 해병이 소리쳤다.
“깃발에 집게발 문양! 메이저 해적단인 붉은 집게 해적단입니다!”
“야호!”
그러자 지크의 입에서 기쁨의 비명이 터졌다.
지난 2주 동안 메이저 해적단을 그렇게도 찾아다녔는데, 드디어 만난 것이다.
“드디어 허접한 놈들에게 우리 노르드족의 무서움을 알려줄 수 있겠구먼! 껄껄!”
라이언베르트 역시 매우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노르드족은 예나 지금이나 북쪽 바다에서 악명이 높은 전투 민족이었다.
즉, 해적질에는 라이언베르트 역시 일가견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라이언베르트가 해적들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흐흐흐.”
지크는 저 멀리 다가오는 을 바라보며 탐욕에 찬 미소를 지었다.
여태 군소 해적들을 턴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 메이저 해적단이라면 그 몇 배는 더 짭짤한 수익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
“저놈들이로군.”
의 두목인 투르비용 선장은 망원경을 통해 의 해적선을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투르비용 선장은 메이저 해적단 가운데서도 잔혹하고, 또 전투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르비용 선장은 해군 사관 학교 출신에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군 제독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것이 발각되어 처형당할 뻔했다가, 운이 좋게 탈출한 뒤 해적으로 전향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투르비용 선장은 의 규모를 보고 그 실체를 꽤 정확하게 맞추었다.
제아무리 부패할 대로 부패한 인물이었다고는 하지만, 해군의 고위급 장성으로서 꽤 높은 위치에 올라갔던 인물이니만큼 최소한의 지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고작 저 낡아빠진 군함 한 척으로 그 많은 군소 해적단을 사냥했다라… 전투력이 뛰어난 소수 정예들로 이루어진 놈들이로군. 기동성이 좋은 소형 보트 같은 걸 타고 접근해서 갑판을 점령했겠지.’
투르비용 선장은 그렇게 판단하고는, 함대에 명령을 내렸다.
“함포를 방열하라!”
“예!”
그러자 에 소속된 군함 5척이 일제히 뱃머리를 돌려 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다. 고작 그따위 낡아빠진 전술로는….’
바로 그때였다.
“적 보트가 빠르게 접근해 옵니다! 선장님! 엄청나게 빠릅니다!”
“뭣이?!”
투르비용 선장은 부하의 보고를 받고 황급히 망원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다음 순간.
“마, 말도 안 돼!!!”
투르비용 선장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쏴아아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접근해오는 보트들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도저히 선제공격을 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