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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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지크는 가 떠오른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망원경과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건데….’
지크는 일단 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망원경은 말 그대로 낡은 망원경일 뿐, 딱히 어떠한 기능 같은 게 없었다.
혹시나 싶어 을 통해 를 비추어 보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똥을 닦은 자국이 적나라하게 남은 더러운 양피지일 뿐, 딱히 다른 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을 조금 더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어?’
지크는 을 돌려보았다.
드륵, 드르륵!
망원경이 분리되자, 틈 사이로 무언가 종이 같은 게 돌돌 말려 있는 게 보였다.
지크는 망원경 안에 말려 있던 종이, 정확히는 낡은 양피지를 꺼내 펼쳐보았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 순간 지크의 눈앞에 아이템 획득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앗!”
지크는 안에 숨겨져 있던 을 발견하고 전율했다.
[보물 지도 : 해적왕의 유산(1/2)]해적왕 프리드레이프의 무덤을 가리키는 보물 지도.
지도가 1/2로 나뉘어져 있어서, 나머지 반쪽을 찾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타입 : 지도
•등급 : 레전더리
•특이 사항 : 나머지 반쪽을 찾으면, 해적왕 프리드레이프의 무덤으로 갈 수가 있다.
“보물이라니… 보물….”
그때였다.
“뀨? 주인 놈아 뭐 하냐?”
햄찌가 불쑥 끼어들었다.
“앗! 깜짝이야!”
지크는 햄찌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을 숨겼다.
“뀨우?”
햄찌는 그런 지크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주인 놈아 왜 그렇게 놀라는 거냐? 뀨우? 혼자 맛있는 거 먹다가 들킨 사람 같다!”
“아, 아니야! 놀라서 그래! 놀라서!”
“뀨우?”
“근데 여긴 왜 왔냐?”
“뀨! 주인 놈이 보물 혼자 먹을까 봐 감시하러 왔다!”
“뭐 인마?”
“주인 놈 양아치다! 주인 놈 보물 지도 발견했는데 햄찌한테 숨겼다! 뀨우!”
“헉?!”
지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 봤냐?”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뀨우!”
“아?”
“주인 놈 상도덕 없게 그럴 거냐! 뀨우! 혼자 먹다가 배탈 난다! 뀨우우!”
“헤헤헤….”
지크는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능글맞게 웃었다.
‘쳇. 걸렸네.’
속으로는 보물을 혼자 독식할 수 없게 되어 매우 아쉬워했지만 말이다.
“에이~ 혼자 먹긴~ 이제 막 발견했는데~.”
“주인 놈 구라치지 마라. 햄찌가 주인 놈 모르냐? 햄찌가 몰랐으면 주인 놈 혼자 먹으려고 했을 거다! 캬악!”
“에이~ 아니라니깐~.”
“뀨우? 진짜냐?”
“그럼~.”
지크는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써 능청을 떨고는 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은 완벽하지 않았다.
지도 자체가 미완성인 듯 군데군데 빈곳이 많아서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게 2분의 1이라고 했으니까… 설마 이게 나머지 반쪽인가?”
지크는 를 위에 포개어 보았다.
번쩍!
그러자 와 가 환한 빛을 내뿜더니, 이내 곧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 내었다.
[보물 지도 : 해적왕의 유산]해적왕 프리드레이프의 무덤을 가리키는 완벽한 보물 지도.
이 지도를 따라가면 해적왕 프리드레이프의 유산을 획득할 수 있다.
•타입 : 지도
•등급 : 레전더리
•특이 사항 : 해적왕 프리드레이프의 무덤은 녹색 군도 안에 있으므로, 녹색 군도 입장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해적왕의 유산!”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지크와 햄찌는 무려 해적왕의 유산을 획득할 수 있는 지도를 얻고 매우 기뻐했다.
“거봐! 내가 그랬잖아! 쓸모없는 아이템은 없다니까!”
“뀨! 그렇다! 주인 놈이 옳았다!”
햄찌는 과거 지크가 를 인벤토리에 넣는 걸 보고 핀잔을 주었던 걸 떠올리며, 자신이 경솔했던 걸 인정했다.
“뀨! 그럼 이제 주인 놈이 해적왕 되는 거냐!”
“글쎄? 해적왕은 모르겠고 돈은 많이 벌지 않을까?”
지크는 해적왕 같은 로망 따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돈.
그리고 퀘스트.
지크의 목표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벌어 그간의 손해를 메꾸는 거였지 해적왕 같은 거창한 칭호를 얻는 게 아니었다.
“뀨! 주인 놈아! 해적왕 안 되고 싶냐! 뀨우!”
“그런 게 왜 되고 싶어? 유치하게.”
“뀨! 주인 놈은 로망을 모른다! 남자라면 해적왕 아니냐! 뀨우!”
“해적왕이 밥 먹여 주냐? 난 그냥 돈이면 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선장실을 나섰다.
***
지크는 의 해적선들을 이끌고 곧장 로 향했다.
는 남쪽 바다에 인접한 국가들이 해적들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일종의 연합군이었다.
뉘르부르크 대륙의 남쪽 바다에는 해적들이 워낙에 기승을 부려댔기에, 각국 해군들도 안 되겠다 싶어 외교 관계를 떠나 해적 소탕에만큼은 힘을 합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뉘르부르크 대륙의 남쪽 바다에서 말하는 이란 이들 국가들에서 파견한 을 뜻했다.
즉, 지크는 명색이 해적 주제에 그 다국적 연합 해군의 군함들이 정박 중인 로 가는 것이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므로,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지난 2주 동안 해적 사냥을 통해 포획한 해적들을 여러 번 팔아먹어 보았기에, 딱히 거리낌은 없었다.
그러나 입장에선 아니었다.
“뭐라? 드레이크 선장이 투르비용의 시체를 가져왔다고?”
“그, 그렇습니다!”
“허!”
을 총지휘하는 연합 사령관 클로드 원수(★★★★)는 지크가 왔단 소식에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입장에서 은 참 알다가도 모를 족속들이었기 때문이다.
은 분명히 해적이 맞았다.
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영업하는, 누가 뭐래도 해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입장에서 은 토벌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을 토벌하자니 명분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 해적인 건 분명했지만, 아직 그 어떠한 노략질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즉, 범죄를 모의하긴 했지만 아직 저지르지는 않았기에 공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은 동업자들인 해적들을 엄청나게 많이 잡아와서 현상금을 타가곤 했다.
즉, 해적이긴 한데 노략질은커녕 오히려 악명 높은 해적들을 잡아다 주는 괴상한 집단이 바로 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해적은 없었다. 이놈들은 해적인가, 아니면 현상금 사냥꾼들인가.”
클로드 원수는 솔직히 말해서 좀 혼란스러웠다.
그동안에는 해적들끼리 영역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겠거니, 하면서 그러려니 넘겼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메이저 해적단인 과 그 두목인 투르비용을 잡아왔다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던 것이다.
“드레이크 선장이라고 했나?”
“예! 총사령관님!”
“드레이크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라. 드레이크 가문은 비록 멸망했지만 나름 명망이 높았는데….”
“어떻게 합니까? 현상금을 줘서 보냅니까?”
부관이 클로드 원수에게 물었다.
“아닐세.”
클로드 원수가 고개를 저었다.
“내 직접 그를 한번 만나보겠네.”
“하지만 총사령관님. 해적 두목과 만나시는 건 좀….”
“아직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으니 괜찮을 걸세. 자리를 좀 마련해주게.”
“알겠습니다.”
“드레이크 선장….”
부관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떠나자, 클로드 원수는 이 새로운 해적단의 선장 이름을 되뇌었다.
***
지크는 에 테메레르 호를 정박시켜 놓고, 중고 선박 매매상들과 만나 의 해적선들을 판매했다.
그리고 악랄하기로 소문난 노예 상인들에게 현상금이 붙어 있지 않은 해적들을 모조리 팔아넘겼다.
그런 뒤 로 가 현상금이 붙은 해적들을 넘김과 동시에 투르비용 선장의 시체를 보여주었다.
“…….”
의 장교는 지크가 이번에는 메이저 해적단인 까지 잡아 오자 너무나도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살다 살다 해적이 무려 메이저 해적단을 통째로 잡아 와 현상금을 타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혹시.”
“예?”
“나름 해군 출신 해적에 메이저 해적단의 두목인데… 죽이긴 했어도 잡아오긴 했잖아요? 하하하.”
지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교에게 말했다.
“아, 예. 물론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상징성이 좀 있는 해적이니까… 현상금을 깎아서 주시는 좀 조금 아닌 것 같은데….”
“…….”
“100퍼센트를 다 달라는 건 아니고요. 80퍼센트 정도라도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장교는 지크가 흥정까지 해오자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릴 뻔했다.
하다 하다 해적이 같은 해적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흥정까지 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그건 상부에 보고를 좀 해봐야….”
그때였다.
“총사령관님께 경례!”
“충성!”
해군 병사들의 경례 소리와 함께 멋진 코트를 입은 노년의 해군 제독이 나타났다.
“자네가 드레이크 선장인가?”
노년의 해군 제독, 클로드 원수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뭐… 그렇죠?”
지크가 대답했다.
“나는 해군연합사령부의 총사령관직을 맡고 있는 클로드 원수라고 하네.”
“드레이크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클로드 원수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지크는 별생각 없이 클로드 원수가 내민 손을 붙잡고 악수에 응답했다.
그런데.
찌릿찌릿!
지크는 맞잡은 손아귀를 타고 클로드 원수의 마나가 흘러 들어오는 걸 느꼈다.
‘어쭈.’
지크는 클로드 원수가 자신을 시험하려 들자 속으로 히죽 웃었다.
클로드 원수는 299레벨의 강자로써, 그 연륜만큼이나 막강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양반이 방사능 맛 좀 보고 싶으신 건가?’
지크는 클로드 원수가 흘려보낸 마나에 저항하는 한편 은근슬쩍 방사능 미생물들을 흘려보냈다.
‘흐음. 젊은 놈이 보기보다 강력… 헉?!’
클로드 원수는 뭔가 이질적인 에너지가 손아귀를 타고 들어오자 화들짝 놀랐다.
뒤이어 클로드 원수의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낯빛이 푸르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중독.
호기심에 지크를 향해 압박을 넣어 보려다가 오히려 방사능 미생물들에 의해 중독되고 만 것이다.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데?”
지크가 웃으며 클로드 원수에게 물었다.
“아닐세. 나는 괜찮네.”
“그래요? 그나저나 손이 참 고우시네요. 계속 붙잡고 있고 싶은데요?”
“…….”
“어떻게… 악수 더 할까요? 아니면….”
“이만하면… 된 것 같군.”
클로드 원수는 황급히 지크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주륵!
클로드 원수의 코에서 시뻘건 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