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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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를 왜 하는 거죠? 해적들이 청문회를 할 게 있긴 해요?”
“예, 뭐.”
소속의 해적이 대답했다.
“거의 없긴 합니다. 극히 드문 일입죠.”
“근데 왜?”
“해적 선장들이 귀하에 대한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바람에 본 연합으로서는 부득이하게 청문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상 검즈으응?!”
“자세한 내용은 공문을 보시면 되니 일단 수령증에 사인부터 좀 부탁드립니다.”
“…그러죠.”
지크는 대충 수령증에 드레이크 선장의 사인을 휘갈긴 후 공문을 받아들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과 선장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의 정체성에 관한 해적 선장들의 민원과 의혹이 빗발침에 따라, 본 은 청문회를 개최한다.
(중략)
청문회에서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 선장에 대한 사상과 정체성을 검증할 예정이며,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입장을 제한토록 한다.
(중략)
만약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 선장이 청문회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의혹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며,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때문에,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 선장은 반드시 청문회에 참석하여 해적으로서의 정체성과 사상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해적 연합 (인)
“…뭔 정체성에, 사상 검증이야.”
지크는 황당했지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해적이 해적만을 사냥해대니, 다른 해적들 입장에서는 동종 업계 종사자가 아닌 적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짜증 나게 됐네.”
게다가 정체성과 사상을 증명할 때까지 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알림 : 청문회를 마치기 전까진 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이제 갓 메이저 해적단 세 개를 사냥하는 데 성공해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나 싶었는데, 졸지에 발목이 잡혀버린 것이다.
“청문회가 언젠데요?”
“내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시지요.”
의 해적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타고 왔던 쾌속정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인가, 동생.”
“사상 검증이라는데요?”
“흠.”
라이언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의심을 받을 만하지.”
“어쩌죠?”
“어쩌긴, 사상 검증을 통과해야겠지.”
“만약 통과 못 하면요?”
“귀찮아지지 않겠나? 녹색 군도에 입장할 수 없을뿐더러 모든 해적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테니 말일세.”
“흠.”
지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해적들이 무서운 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해적들을 상대하기란 곤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아닌 해군을 동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는 메이저 해적단뿐만 아니라 네 명의 해적 영주들이 있었다.
그들은 를 4등분 해 지배하는 존재들이며, 개인의 전투력뿐만 아니라 웬만한 강대국의 해군 못지않은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을 운영하고 있기도 했다.
즉, 어지간하면 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을 통과하는 게 여러모로 덜 귀찮은 일인 것이다.
“일단 참석은 해 봐야겠네요.”
“그게 좋을 것 같네. 일이 잘못되더라도 밑져야 본전이 아닌가?”
“그건 그렇죠.”
그 순간.
“형님.”
지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라이언베르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다 좋은데 그 루비는 이리 내놓으시죠.”
“헉?!”
라이언베르트가 화들짝 놀랐다.
“봐, 봤나?”
라이언베르트는 사실 화물칸에서 무려 200캐럿짜리 루비 목걸이를 슬쩍했었던 것이다.
“거 자꾸 그렇게 삥땅 치시면 같이 일 못 하죠?”
“크, 크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크는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켰다가 라이언베르트의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해 보인 후 200캐럿짜리 루비 목걸이를 빼앗았다.
“압수.”
“도, 동생!”
“공평하게 나눠야죠.”
“그건 그렇지만….”
“한 번만 더 그러시면 형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일할 겁니다. 아시겠죠?”
“알겠네. 흑.”
라이언베르트는 지크 몰래 보물 하나를 챙겼다가 핀잔을 듣고 피눈물을 쏟았다.
의형제는 의형제.
일은 일.
지크는 공과 사의 구분이 매우 철저했던 것이다.
***
다음 날.
지크는 의 모 비밀 기지로 가서 청문회에 참석했다.
지크의 청문회에는 수없이 많은 군소 해적단의 선장들과 몇몇 메이저 해적단의 선장들이 참석해 있었다.
물론 해적 영주들은 바빠서 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소속의 해적 재판관 세 명은 지크가 입장하자 나무로 된 망치로 해골을 세 번 두드려 청문회의 시작을 알렸다.
“프랜시스 데 드레이크 선장, 맞소?”
해적 재판관이 물었다.
“맞습니다.”
“본 청문회는 그대의 정체성과 사상에 관한 의혹이 불거져 열린 것이오. 이 건에 대해 인지하고 계시오?”
“알고는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드레이크 선장. 그대는 해적이오?”
“해적입니다.”
그러자 청문회에 참석한 해적 선장들이 야유와 함께 너도나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니가 무슨 해적이냐!”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 쓰레기 같은 놈! 나는 너 같은 놈을 동업자로 인정할 수 없다!”
“네놈은 해군이 보낸 첩자가 분명하다!”
예의나 품위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해적들이었기 때문일까?
몇몇 선장들은 지크를 향해 계란, 책, 사과, 심지어 성인용품(!) 등 가지고 있는 걸 집어던지며 야유를 보냈다.
물론 지크는 선장들이 집어던진 잡동사니들에 맞지 않았다.
촤락! 촤라락!
지크는 얼음 수리검을 내던져 날아오던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맞추어 떨어뜨렸다.
그런 뒤 청문회장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
“또 던져 봐. 어떻게 되나.”
한 번만 더 뭔가를 던지면 날아오는 걸 맞추는 게 아니라, 머리통에 수리검을 박아주겠단 경고였다.
“…….”
“…….”
“…….”
선장들은 그런 지크의 살벌한 협박에 입을 꽉 다물었다.
“어디까지 했죠?”
지크가 선장들을 조용히 시킨 후 해적 재판관에게 물었다.
“해적이 맞냐고 물었고, 그대가 해적이라고 대답했소이다.”
“맞습니다, 해적.”
“그럼 사상과 정체성을 검증하는 건 매우 간단하겠구려.”
해적 재판관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드레이크 선장.”
“말씀하시죠.”
“그대가 해적으로서의 정체성과 사상을 의심받는 이유는 동업자인 해적들만을 공격했기 때문이오. 게다가 동업자들을 현상금을 받고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해군 연합에 드나들기도 했지. 인정하오?”
“인정합니다.”
“그래서 본 재판관은 드레이크 선장이 민간인 마을을 약탈함으로써 해적으로서의 정체성과 사상을 증명하길 바라오.”
그건 해적들 입장에서는 꽤 좋은 방법이었다.
만약 지크가 진짜 해적이라면, 민간인 마을조차 거리낌 없이 습격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동의하시오?”
해적 재판관이 선장들에게 물었다.
“동의합니다.”
“노략질을 한다면 해적이 맞긴 맞지.”
“그거라면 믿을 수 있겠소이다.”
해적 선장들 역시 재판관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어떻소? 드레이크 선장.”
재판관이 지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해적답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노략질을 할 수 있겠소?”
그 순간.
‘아오.’
지크는 속으로 솔직히 좀 고민했다.
‘이것들을 다 죽여 버려?’
이참에 이번 청문회에 참석한 해적들을 모조리 몰살시켜 버릴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크는 일단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재판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좋소.”
재판관이 말했다.
“그렇다면 본 해적 연합은 드레이크 선장에게 사상과 정체성 검증을 위해 3일 내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노략질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바요. 그럼 그대의 정체성과 사상에 대한 논란을 수그러들 것이오.”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소.”
재판관이 청문회장을 둘러보며 해적 선장들에게 말했다.
“일단 청문회는 중단하고, 드레이크 선장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3일 동안은 어떠한 이유로도 서로 싸우는 걸 금지하오. 이를 어기는 해적단이 있으면, 해적 연합의 이름으로 처단할 테니 그리들 아시오. 그럼, 오늘 청문회는 이만 마치겠소.”
그렇게 지크에 대한 청문회가 끝이 나고.
“뀨! 주인 놈아! 어쩌려고 그러냐!”
햄찌는 지크가 못내 걱정되었는지, 귓가에 속삭였다.
“어쩌긴 뭘 어째? 하면 되지.”
지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뀨우? 주인 놈 진짜 해적이 될 생각이냐?”
“녹색 군도에 가려면 어쩔 수 없어.”
“뀨! 하지만 착한 해적은 민간인들 안 괴롭힌다! 주인 놈 나쁜 해적 될 거냐!”
“착한 해적 나쁜 해적이 어딨냐? 해적은 해적이지. 양아치랑 조폭이랑 다르다는 거랑 뭐가 달라? 깡패는 깡패인 거야.”
“뀨우?”
“일단 가자.”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햄찌를 데리고 의 비밀 기지를 떠났다.
***
청문회 이후 해적들의 관심은 온통 지크에게로 쏠렸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가장 주류는 드레이크 선장은 절대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노략질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거였다.
왜냐하면, 절대 다수의 해적들은 지크가 에서 파견한 스파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의 20개에 달하는 해적단은 테메레르 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3일 동안은 서로 간에 대한 공격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대놓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지크가 민간인들을 공격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심지어 그중엔 에서 파견한 해적선까지 있어서, 지크는 그들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내가 저것들을 진짜.”
지크는 그런 해적단들이 얄미워서 당장에라도 쳐들어가 모조리 침몰시켜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으로서는 의 검증을 통과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동생, 어쩔 생각인가?”
“글쎄요.”
지크가 라이언베르트의 웃음에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 아무리 퀘스트가 중요하다지만 민간인 NPC들을 상대로 학살을 벌이는 건 좀 그런 거 같습니다.”
“별수 있어? 검증을 통과 못 하면 퀘스트도 못 깨고 해적왕의 유산도 못 찾아.”
“하지만….”
“됐고.”
지크가 탁자 위에 게임의 카드 덱을 올려놓았다.
“일단 시간이나 때우자.”
“예?”
“패 돌린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은 뒤 햄찌, 승구, 라이언베르트에게 패를 나누어 주었다.
“……?”
“……?”
“……?”
햄찌, 승구, 라이언베르트는 지크의 태평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는 지크는 자신의 목적 때문에 무고한 양민-NPC-들을 학살하는 살인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로부터 이틀 뒤.
해적단들은 을 쫓아다니면서 감시하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사실 해적단들은 지크가 해적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기에, 일부러 따라다닌 거였다.
지크가 정해진 시간 내에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도망칠 때를 노려서 다 함께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펑! 퍼엉!
저 멀리 이 작은 해안 도시를 향해 포탄을 퍼부어대기 시작했을 때, 해적들은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은 도시를 방어하던 해군 군함 한 척을 침몰시킨 뒤 항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이어 약 100여 명의 소속의 해적들-사실은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이 배에서 내려 항구를 통째로 점령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노략질.
아니, 차라리 침공에 가까운 공격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